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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존중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2978  추천:73  작성자: 김혁
 

. 문화칼럼 .

 
문 인 존 중

김 혁

 

1

오랜만에 동창만회를 했다. 당년의 애송이들이 이제는 불혹의 나이가 되여 만나게 되니 사뭇 흥분된 심정이였다. 그러나 흥분은 얼마 안되여 곰삭고 말았다.

적지 않은 작품을 량산하고 작가라는 수칭을 달고 있는 신분이였지만 나의 작품을 읽은 동창생이 거의 없었다. 개인적인 고까움은 제쳐놓고 애들의 시선은 온통 일본에서 10여년 돈벌이를 하고 돌아왔다는 동창에게로 몰부어져 있었다. 학교적엔 중등에도 못가는 애였는데 어쩌구려 졸부가 되여 돌아오니 상대접을 받고 있었다. 동창만회는 그 녀석의 독주로 되여 갔다. 기분이 사물사물 좋아진 녀석은 지갑에서 지페 몇장을 꺼내 흔들며 <<니들 일본돈 구경해 봤냐>>고 흥감을 떨었다. 그러자 동창들이 그 무슨 희세의 진품(珍品)이라도 구경하듯 하며 필요이상의 감탄들이 자지러졌다. 나는 싸인해 지니고 갔던 나의 신간도 선사하지 못한채 역시 쓴 입을 다시는 몇몇과 함께 그 자리를 빠져나오고 말았다.

정성껏 펴낸 저서보다 얇다란 외화 몇장이 외려 더 인기인 풍토, 나는 그 밤을 개탄과 실면으로 보내고 말았다.

그 동창생과 동창만회보다는 외화나 치부담쪽에 잔뜩 신경이 쏠려있는 동창생들이 알는지 모르지만 사실 엔화에는 다른 화폐들과는 달리 작가들의 초상이 모셔져 있다.

 

 나쓰메 소세키

구권 1000엔 화폐에 그려진 사람은 일본 <<사소설의 대가>>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널리 알려진 그는 근대 일본의 소외된 지식인들이 처한 곤경에 초점을 맞추어 이를 명료하고 설득력있는 문장으로 그려낸 일본 최초의 소설가이다. 많은 대작을 남겼으며 작품에서 다룬 자아의 문제는 당시 일본이 겪은 사회적 갈등임과 동시에 영원한 테마로서 오늘날까지 널리 공감을 얻고 있다.

 히구치 이치요

신권 5000엔 화폐에 그려진 녀자 또한 소설가이다.
히구치 이치요. 근대의 려명기인 메이지시대를 한 자루 붓으로 살아가려 했던 이치요는 1896년 스물넷이라는 짧은 생애로 요절했지만 <<흐린 강>>, <<십삼야>>등을 발표하고 <<키 재기>>로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평론가들에게 극찬의 대상이 되였다. 오늘날까지도 그녀는 일본 최초의 녀성작가, 메이지 문단의 천재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참으로 경탄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일본의 <<문인존중 풍토>>가.
국민들이 매일 같이 쓰는 돈에 작가들의 삶과 형상을 기록함으로써 일본을 빛낸 지성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그들의 태도는 참으로 시사하는 점이 많다. 


2

 여기 문인존중의 사례들을 몇 개 뽑아본다-

 아담 스미스

 영국, <<국부론>>의 저자인 아담 스미스가 한번은 공작의 집에 초대받았다. 그가 객실에 들어섰을 때 이야기를 나누던 귀족 신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그에게 인사를 했다.
스미스가 매우 어색해 하면서 모두더러 앉으라고 했지만 곁에 서있던 피트 영국수상이 정중하게 <<당신이 먼저 앉지 않으면 우리도 앉지 않을 것입니다. 학생이 어찌 선생님에게 자리를 내여드리지 않을 수가 있겠습니까?>>고 말했다고 한다.

 

 파블로 네루다

 칠레, 무뢰한 하나가 길에서 말다툼하다가 싸움을 말리는 신사의 멱살도 함께쥐여잡았다. 그러던 그 무뢰한의 주먹이 스르르 풀렸다. 싸움을 말리던 상대는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였던것이다.
<<당신의 시를 제 녀자친구가 가장 애송하고 있답니다>>
시인의 명작품은 치한(痴漢)의 광기도 주눅들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똘스또이

 로씨아, 역전에서 려객 하나가 자리를 차지하려는 급한 일념에 창문으로 행리를 던져넣었는데 그만 한 사람의 몸에 맞고 말았다. 뒤미처 차에 오른 그 려객의 얼굴이 금시 붉어졌다. 려객이 어눌한 소리로 말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존경하는 레브똘스또이님>>
그 려객은 연신 사과하고나서 사뭇 흥분되여 려행도중 내내 톨스토이의 작품에 대해 담론했다고 한다.

3

 일전 <<환구시보>>에 론평 한편이 실렸다. <<지식인을 존중하는 사회풍토를 만들자>>라는 표제의 론평은 다음과 같이 쓰고있다.
… 영국의 세계적인 거장으로는 쉑스피어를 떠올릴 수 있고, 독일에서는 괴테, 칸트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루소와 빅토르 유고 등을 꼽을 수 있다.
안타깝고 부끄럽지만 중국에는 이같은 세계적인 거장이 거의 없다. 비록 중국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가>> 혹은 저명한 인물로 불리고 있지만 이들은 세계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13억 인구대국 중국으로서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다.
론평은 수천 년 문명대국인 중화대륙에서 세계적인 거장이 탄생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을 분석, 중국의 사회 기풍과 문화적 토양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일침을 박았다. 참으로 우리들의 사회구조에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론평이였다.

작금의 사회 분위기를 한 단어로 표현해보자면 <<물욕의 년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추구하는 것은 물질차원의 부이며 갈망하는 것 역시 그것이다. 사회에서 기준하는 한 사람의 성공 척도도 역시 물질의 많고 적음이다.
물질주의가 지배할 때 경박한 행위도 출현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인정이 희박해지며 도덕도 상실되고, 매일 분주하게 뛰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사는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풍토가 이러하니 그런 시선에서 문인들이 뵈일리 없는것이다. 수십권의 책을 펼쳐낸 문인들보다 한 개의 영업방 업주, 하다못해 해외 노가다판에서 구을다 와도 괴춤이 두둑한 이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자리바뀜하는 요즘의 풍토다. 아무리 우리 문학인들이 사회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붓끝에 담고 사회의 요모조모를 세세히 조망하고 있어도 말이다. 

옛날에도 지금에도 배고픈 문인, 예술인이 많다. 그래서 각오없는 사람은 감히 그 길을 걷지 못했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그 고된 외길을 줄다리기하며 문학다운,예술다운 지성의 터밭을 일구어낸 이들, 맑은 혼과 실천하는 량심으로 어제의 어둠을 거두고 래일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그들이다.
그들의 로고가 있었기에 우리는 문화생활의 즐거움을 간택(揀擇) 할수 있었다. 즐거운 삶을 향유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본디 존경의 대상이 되여야 마땅할 문인들이 요즘 일부에서는 그 최소한의 선망마저 고갈되여 가고 외려 무시, 조소, 타매의 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는 때로는 현실적인 권력과 힘의 론리를 생산하는데 앞장서고 갖추어야 할 덕목을 버리는 있는 문인들이 보이기에 파생되는 폐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바 다수의 문인들은 아직도 공적인 존재로서의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끊임없이 자각하며 참된 글짓기에 자신을 바치고 있다.

 이어령

한국의 석학 리어령은 이러한 행태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문화라는 게 원래 보이지 않는 실이에요. 문학의 대상을 텍스트(text)라고 하고 옷감을 텍스처(texture)라고 하잖아요. 문화나 옷이나 같은 계통이얘요. 허구지요. 자연계에 비추면 인간의 (제도를 포함) 모든 것이 허구입니다. 그것을 리얼리즘으로 벌거벗겨 버렸을 때 존경할 대상을 잃고 문화자체가 붕괴, 야만과 반달리즘(도시의 공공시설이나 문화 예술을 파괴하는 행위) 으로 욕망과 알몸으로 만나고 있는 겁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 권위와 존경을 받았던 계층은 물론 아버지, 어머니까지 모두 벌거벗겨 버렸어요. 어떻게 다시 이들에게 옷을 입힐지 걱정입니다.>>
존경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낸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존경이라는 것이 생성되자면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을 우리는 일회용시대, 속찬시대라 일컫는다. 그래서 공리화, 자신이 중심이 되는 나르시시즘이 팽배하면서 거래나 계약대상은 있지만 존경의 대상은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은 일회용 속찬이 아닌 무궁한 정신적 식량을 생산하고있는 지성인들을 존중하고 그들이 사회의 주류가 되여 이끌어가는 사회가 되여야 이 사회가 진정 합리적이되고 론리적인 사회로 변모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가치의 무정부 상태에서 실추된 문인과 문단의 위상을 살리고 공동체를 조화시킬 존경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안타깝고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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