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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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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젤라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4379  추천:73  작성자: 김혁


. 칼럼 .

 

부부젤라

 “남아공 월드컵” 우감(偶感) - 2

김혁

1

월드컵이 열리던 날, 흥분을 머금고 남아공과 메히꼬의 개막전을 보려고 TV앞에 앉았다가 그만 당혹을 금치못했었다. 화면 가득 메우며 뿜겨져나오는 소음에 해설에 집중할수가 없었던것이다. 중계방송에 차질이 빚어졌나 하여 채널을 돌리며 보았으나 여전히 마찬가지였다.
뒤미처 알게되였지만 중계음 사이로 비집고 든 그 소리는 남아공 특유의 악기- 부부젤라의 소리였다.

2

부~ 부~
코끼리 우는 소리같기도, 둥지 털린 벌들이 우는 소리같기도 한 부부젤라(Vuvuzela)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축구경기의 응원도구로 사용되는 나팔 모양의 전통악기이다.

길이가 60~150㎝ 정도밖에 안되는 이 자그만 취악기가 120데시벨이나 되는 엄청난 소리를 빚어낸다. 이는 사격장에서의 총성(115), 기차가 내달리는 소리(110), 벌목장 전기톱의 소음(100), 정원에서 잔디깎는 기계(90)의 소리보다 더 높은 수준이라한다.

당지 토속어로 "시끄러운 부부 소리를 만든다."라는 말에서 유래했으며 혹은 소나기를 뜻하는 비속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도 한다.


부부젤라는 기원이 분명하지 않다. 아프리카 부족들이 사람을 불러모을때 불었다는 양뿔나팔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고 열혈축구팬이 맨처름 만들어 불면서 대중화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1965년경, 프레디 사담 마케라고 하는 남아고의 한 열혈 축구팬이 알루미늄제 부부젤라를 만든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자전거 벨에서 검정 고무를 제거하여  입으로 불기 좋게 만들었다. 이후 마케는 자신이 만든 부부젤라가 너무 짧다고 생각하여 파이프를 련결하여 길게 만들었다. 마케는 1970년부터1980년대 남아공 축구경기뿐 아니라 1990년대의 국제 축구 경기,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알루미늄 부부젤라를 들고 있는 사진을 보이면서 자신이 이 악기의 비조(鼻祖)라고 증명한다.
2001년 남아공의 한 기업체가 플라스틱 부부젤라를 대량 생산하면서 폭발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부부젤라는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전세계에 더욱 알려졌다.  7만명을 수용하게끔 신축된 더반스타디움 대형 경기장은 부부젤라의 소리로 가득차 있었다. 동시다발적으로 울려대는 부부젤라의 굉음은 관객들의 정신을 쏙 빼놓곤 한다.
그 독특한 시끄러운 소리로 불만의 대상이 되였다. 주위 사람들이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이고 그래서 경기장밖에서는 귀마개가 엄청나게 팔려 나간다고 한다
경기장을 뛰는 선수들에게도 “부부젤라의 소음을 이겨내라”는 감독들의 특명이 내려지기도 했다.

국제축구련맹은 부부젤라의 경기장 반입을 허용하느냐 마냐에 대해 고민했으나 결국 "부부젤라를 아프리카의 전통으로 인정한다. 사용을 막을 리유가 없다."라고 결정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선수와 관중을 괴롭히는 응원은 로마시대 검투장이래 모든 경기장에 존재해왔다"며 "내겐 성가신 소음이라도 어떤 이에겐 소중한 문화일 수도 있다"며 "자신들의 응원 방식을 아낀다면 부부젤라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부젤라의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또한 화제다.
“중국넷” 사이트에 따르면 부부젤라의 90%는 중국 절강성과 광동성 일대 플라스틱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고한다.
절강성의 한 플라스틱 공장 공장장은 "올해 초부터 지난 4월까지100만개가 넘는 부부젤라를 만들어내 무척 바빴다""며 "이곳에 4~5개의 부부젤라 생산 공장들이 있다"고 밝혔다.
광동의 “굉대” 플라스틱 장난감공장 관리자도 "20가지 종류의 월드컵 부부젤라를 생산해 화란, 한국, 남아공, 브라질 등 해외시장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여하튼 부부젤라가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아이콘이 된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3

요즘 월드컵 열기와 각약각색의 응원문화를 목도(目睹)하면서 우리 연변팀과 연변축구팬들을 되돌아 보았다.
부부젤라의 소리에서 매양 경기장 저변에서 굼닐던 우리의 장구소리, 꽹가리소리, 징소리를 떠올려 보았다.

부부젤라처럼 그렇게 높은 소리나 그렇게 모나게 삐여진 소리가 아니여도 절주맞은 가락에는 분명 우리의 분위기가 있고 우리의 기품이 있고 우리의 모습이 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자의던 타의던 여러가지 소리와 맞닥뜨리게 된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분명 자기만의 소리를 갖고있다. “귀에 쏙쏙, 입에 착착” 감기는 친숙한 우리의 소리는있는 음색으로 들으면 감동을 느끼게 되고 희망을 갖게 된다.
그 소리는 우리의 민족적 정서와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 있고 희로애락을 가장 심도있게 표현해주고있다. 이러다보면 축구 경기는 단지 구기 경기가 아닌 민족의 응집력과 향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성격을 띠게 되며 경기장을 감도는 응원의 소리도 단 음악이라는 쟝르를 넘어선 웅숭깊은 울림으로 된다.

이제 마음속에 자기만의 “부부젤라”하나씩 간직하고 싶다.

 
"종합신문" 2010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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