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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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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소년
2014년 06월 18일 08시 46분  조회:2260  추천:15  작성자: 김혁

 


. 시나리오 .

 

 

불량소년

 


김 혁



시놉시스-


고등학교 애 하나가 살인하고 경찰서에 자수한다. 죽인 사람은 자기 아버지다.

그의 친구들인《비디오공주》,《연변잭슨》,《뚱뚱컴》이 하나하나 경찰서로 찾아와 검문에 응한다. 
그 과정에 성장기 한 소년의 마음의 여정을 따라 흔들리고있는 중국조선족공동체의 현황이 여실하게 펼쳐진다. 

주인공 국영이는 어머니가 한국으로 품팔이를 떠나고 아버지와 함께 살고있는 고등학교 애이다. 그의 친구들인《비디오공주》,《연변잭슨》,《뚱뚱컴》모두가 아버지가 한국으로 노무를 나간 편부모 자녀들이다.

아침마다 간식용으로 요구르트를 챙겨주기도 하며 아버지가 자상하게 대해주나, 그는 어머니가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한국 가서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고깝게 대한다. 하여 아버지가 아침마다 주는 요구르트를 넝마 줍는 거지에게 주어버린다.

아버지는 매일이고 비디오를 빌려 한국드라마만 본다. 
자전거를 사달라는 그에게 구두쇠인 아버지는 중고품을 사준다. 
아버지에 대한 국영의 불만은 점차 쌓여만 간다. 
국영에게는 드라마나 요리 만들기에 집착을 보이는 아버지보다 친구들의 아버지처럼 세대주다운 아버지를 보기가 소원이다.

그 와중에 친구 《연변잭슨》은 중국학교로 전학 가고, 국영의 가정교사였던 《뚱뚱컴》의 할아버지는 조선족학교가 폐교된 뒤 울화의 술만 마시다가 쓰러진다. 국영의 꿈속의 연인이었던 안마 원 집 누나는 영업이 잘 안되어 한국으로 시집간다.

국영의 마지막 한 가닥 희망은 작문콩쿠르에 입상하는 것이다. 입상자들은 한국방문을 갈 수 있고 그러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 친구들은 입상하나 그는 등수에 들지도 못한다. 울며 집으로 들어서던 그는 뜻밖에도 자기의 여자친구인 《비디오공주》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것을 목격한다.

밤, 국영은 요리를 즐겨하는 아버지가 애지중지하는 프라이팬으로 잠든 아버지의 머리를 강타한다. 아버지를 헛간으로 숨기던 그는 뒤늦게 야 헛간에서 아버지가 사놓은 새 자전거를 발견한다. 
국영이는 새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로 가서 자수한다.

구치소에서 국영이는 뭘 먹고싶으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요구르트를 사달라고 한다. 
국영이 눈물을 머금고 달기도  시기도 한 요구르트를 마신다.


 

등장인물-
 

 국영- 주인공, 초중(고등학교) 3학년 학생, 어머니가 한국으로 노무를 떠난 편부모 학생
 아버지- 국영의 아버지, 실업자
《비디오공주》- 주인공의 급우, 공부여가에 어머니의 비디오방일을 거들어 주고있음
《연변잭슨》- 주인공의 급우, 부모가 모두 한국으로 나가고 이모의 집에 얹혀 삼. 
              《지붕우의 미아(迷兒)》댄스 팀 팀장
《뚱뚱컴》- 주인공의 급우, 비만으로 고민하다 체념해버린 애. 
             주특기- 컴퓨터 다루기.
 누나- 족발안마 원 안마사, 국영이네가 세주는 방에 족발안마 원을 차리고 있음
《뚱뚱컴》의 할아버지-  모 향촌 학교 원 교장

 外《비디오공주》의 어머니
《연변잭슨》의 이모
 댄스 친구들, 경찰, 넝마 줏는 영감

 

 

#1 파출소 취조실-
(국영 철제의자에 앉아있다. 
나이 지긋한 경찰이 들어선다. 국영 자세를 바로 한다. 
경찰 의자를 끌어당겨 마주앉는다. )
경찰: 왜 그랬냐?
(국영이 경찰을 바라본다. 아무대답도 없다.)
경찰: (다시 묻는다) 왜 그랬냐?
국영: (마지못해) 그저요
경찰: (소리를 높인다) 왜 그랬냐고?
주인공: 그저요
(경찰 담배를 꺼내 문다. 라이터를 켠다. 라이터의 불이 일지 않는다. 경찰 라이터를 내던지더니 와락 달려들어 국영의 뺨을 친다. 한 대 한 대 치면서 말을 뱉는다.) 
경찰: 내가 경찰생활 13년에 네 같은 놈 첨 본다. 우리 파출소에 규정이 있지. 범인을 함부로 구타 못한다는. 허지만... 매 한 대에 내 노임 한 장씩 날아나도 니같은 지아빌 죽이고도 뻔뻔한 후레놈 새끼 가만둘 수 없다. 가만둘 수 없어!
(국영 부어오른 얼굴로 경찰을 쳐다본다
타이핑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장국영》
성별: 남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범죄경위: 살인

(국영의  눈동자에 눈물이 괴어오른다. 
국영의 흐릿한 시각 속에 화면이 바뀐다. )


#2 주방, 아침-
(라디오 뉴스소리가 들린다 
가스레인지에 불이 확 인다
칼 도마 위에서 식칼이 춤을 춘다
김치찌개가 보글보글 끓는다
전기밥솥에서 김이 피어오른다
주걱으로 밥을 푼다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낸다
수저를 챙겨 놓는다
익숙한 솜씨로 일을 마치고 일껏 마련한 아침상을 바라보는 사람, 아버지이다.)

#3 침실-
(침실의 벽에 붙어있는 홍콩스타 장국영의 사진
국영이가 마구 엎드린 채 아직도 잠에 곯아떨어져 있다.
아버지 들어와서 두드려 깨운다)
아버지: 국영아, 국영아! 해가 한발 떴다. 또 지각하곤 이 애비 탓하지 마라.
(국영이 마지못해 일어난다.)

#4 주방-
(아침상에 마주앉아 풍성한 아침상을 시들하게 지켜본다.)

#5  집 앞, 아침,-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서는 국영
아버지가 따라나오며 무언가 쥐여준다. 
요구르트이다.)
국영:(귀찮아하며)싫어요
아버지: 넣어둬, 세 번째 수업시간 끝날 참이면 얼시덩 먹어라. 몸에 좋으니깐.

#6 거리-
(달려가는 자전거 
국영이 달리다가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7 길 녘의  쓰레기통-
국영이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위에 요구르트 두 개를 가지런히 놓는다. 
다시 자전거를 몰고 달려간다. 
클로즈업되는 요구르트.
자전거를 타고 달려가는 주인공의 모습위로 자막이 뜬다)

<<요구르트>>

#8 파출소 취조실.
(단아한 용모의 여학생이 앉아 있다.)
여학생: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머뭇거리다가) 걘 좋은 애였어요. 
(여학생 말머리를 흐리며 흐느낀다. 
타이핑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비디오공주》
성별: 여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9 비디오방, 낮-
(《비디오공주》 대여 점에 앉아 비디오를 되감는다. 
국영이 손에 테이프를 들고 들어선다.)
《비디오 공주》: 벌써 다 봤냐?
국영: (심드렁하게) 응.
《비디오 공주》: (비디오를 넘겨받으며) 뒤 부분 그냥 볼래
국영: (역시 심드렁하게) 응.
《비디오 공주》: 근데 넌 취미가 독특하다. 다른 남자애들은 비디오라면 성룡의 쿵후편 같은걸 보는데... 여자들처럼 《겨울연가》가 뭐니. (몸을 일으키며) 참, 나 일등 재밌는 걸 추천해 줄게 (선반에서 테이프를 꺼내어 내민다) 《반지의 제왕》 3이 나왔다. 
국영: (머리를 젓는다) 그냥 보던 쪽으로 줘. (임대료를 낸다)
《비디오 공주》: (국영의 손을 밀친다) 그냥 넣어둬 동창끼리 
국영: (매장 안쪽에 돈을 뿌려 던진다. 비디오방을 나서다 말고 문가에서) 사실 이 비디오 내가 보는 거 아냐. 
《비디오 공주》: 누가 보는 건데?
국영: 울 아부지

#10 족도관 (足道館) 앞-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가던 국영 집 부근의《족도관》앞에 멈춰 선다. 
안마사가 하얀 수건 수십 장을 빨래 대에 널고 있다. 
빨래 대에 브래지어도 한 장 걸려 있다.
국영 멍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안마사 돌아서다 국영이와 눈이 마주친다.
국영이 덴겁해 눈길을 돌리며 길 가는체 한다. 
안마사 빨래를 널고 나서 《족도관》 앞에 쪼그리고 앉는다. 해바라기 씨를 한 줌  움켜쥐고 깐다.)

#11 건물 모퉁이-
(국영이 건물모퉁이에 숨어 안마사의 모습을 넋 놓고 훔쳐본다.)

#12 국영의 집-
(아버지 비디오를 본다. 드라마《겨울연가》 보면서 아버지 눈물을 흘린다 
국영이 자기 방에서 나온다. 아버지 급히 눈가를 훔친다.)
국영: (아니꼬운 어조로) 아부지, 비디오 이제 그만 보세요.
아버지: 왜?
국영: 하필이면 때 지난 《겨울연가》애요. 
아버지: 네들은 몰른다. 얼매 잘 맨든 영환지. 남조선 사람들 영화 하난 정말 잘 맹근단 말이.
국영: 그럼 이제 다시 나에게 비디오 심부름 같은 거 시키지 말아요.
아버지: 그야 비디오방 네 같은 반 애네 집에서 하는 거니 그런 거지 뭐. 그 뭐더라 《비디오공주》인지 하는 애. 
국영: 볼려면 이제 주제 좀 바꿔요. 남들이 웃어요.
(아버지 그냥 본다. 국영 리모콘으로 비디오를 꺼 버린다. 자기 방으로 들어가며 방문을 소리나게 쾅 닫아 버린다.) 
아버지: 허! 그 눔 참 
(다시 켜놓고 본다.)

#13 파출소-
(귀에 헤드폰을 꽂은 애가 앉아 있다. 
내레이션으로 곡이 흐르고 애가 곡에 맞추어 머리를 흔든다.
경찰이 들어오고 애가 덴겁해 헤드폰을 뺀다.) 
남자애: 걘 나쁜 애가 아니었어요. 
(타이핑 소리와 함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연변잭슨》
성별: 남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14 옥상-
(노래 소리 시끄러운 가운데  국영이 《연변잭슨》등 과 함께 댄스를 추고 있다. 
곡이 끝나자 애들이 그 자리에 난간에 기대어 캔 콜라를 마신다. 
《연변잭슨》: 이대로 하면 이번 학기 댄스콩클 등수 먹을 것 같다. (국영을 가리키며)국영이  브라보! 진보가 빨라.
국영: (시뚝해 하며) 내가 누구니? 장국영이 아니니. 이름만 봐도 음악세포 있는 거 알리 잖냐.
댄스친구1: 그래서 니 이름이 국영이냐? 너네 아부지가 국영회사서 짤리고서 국영회사 이름 달아 지었다던데
(일동 웃는다. 국영이 금세 시무룩해진다.)
친구2: 그래도 국영이네는 한국서 돈 부쳐보내는 엄마 땜에 이곳서 족발안마집도 차려놓구 돈 잘 버는 아버지에 호사 땡! 이다!
《잭슨》:  씨베, 또 족발안마냐. 한 집 건너 안마 원인데
댄스 친구1: 이곳 사람들 술집 말고 뭘 차릴 줄 아는 거 있냐? 한국 가서 떼돈 벌어 갖고 돌아와선 차린다는 게 술집이요 사우나 그리구 다방이지. 
《연변잭슨》: 국영아 니 엄마 나간지 얼마 됐더라?
국영: 6년째다
《연변잭슨》:(댄스친구 1을 보고) 넌? 니 엄만 더 오래되지?
댄스친구 1: 비슷해 7년
댄스친구2: 울 엄만 어떻고. 니들 엄마 서울이면 울 엄만 대구다. (다른 친구를 돌아보며)정말 니 엄마도 대구 쪽이었지. 
댄스친구3: 그래 아부지구 엄마구 한꺼번에 나갔지. 아버지는 배타고 엄마는 대구에서 일자리 찾구. 
댄스친구 1: : 대구 나가는 판이야 대구! 어른들은.  아버지와 엄마가 함께 나갔어. 내가 유치원 대반 다닐 적에 나갔다. 어쩌지? 이제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던지 가물가물 잊어질까 하는데. 고아가 따로 있냐? 이런 게 바로 고아지.
댄스친구 3: 그래. 나도 전화로 아는 엄만 그저 목소리만 익숙해. 이제 그만 와달라고 전화로 애걸해도 안 와. 몇 해만 더 기다려라. 엄마가 떼돈 벌어 가지고 가서 그때 우리 잘살자 그러면서
댄스친구 1: 떼돈 벌어오면 또 어쩔 건데. 있어야할 때 없는 엄마가 그때가면 소용없을지도 모르는데
《연변잭슨》: 씨베, 여하튼 부모들 우리들과 마음의 번지수가 달라
댄스친구 1: 그래. 알고도 모를게 우리 부모 맘이야. 세모 돌인지? 네모 돌인지?
《연변잭슨》: 우리 부모들 모두가 정오 표를 내야 돼
국영:(혼잣말처럼) 그러고 보니 우린 다리 부러진 노루 한자리에 모인 거구나
댄스친구 1: 그러게 우리팀장이 팀 이름도 근사하게 지었지.《지붕우의 미아(迷兒)》
《연변잭슨》: (으스대며) 나야 뭐 춤 빼고 춤밖에 아는 거 있냐. 재미없어 모든 게. 그저 댄스 하나만 빼고. 그 왼 씨베, 아무런 맛도 없네
댄스친구 3: 근데 다른 팀은 어떤 쪽으로 준비한대?
댄스친구 2: 또 사랑 아니면 리별이겠지.
국영: 우리가 선제한 것도 그저 그렇잖아 결국 사랑이지
댄스친구 1: 야 근데 니들 그 《분노한 메주》팀 얘기 들어 봤냐?
댄스친구 3: 무슨 얘기??
댄스친구 1: 《분노한 메주》팀 팀장하고 한 팀 애 좋아하는 거
댄스친구 3: 그 새침데기 같은 애하고 
댄스친구 1: 그래
댄스친구 2: 하필이면 그 애하고 좋아 한다냐. 팀 이름처럼 꼭 메주 같은 넘 하구
댄스친구 1: 문제는 그게 아니고
댄스친구 2: 그게 아니고 뭔데?
댄스친구 1: 극 비밀인데 니들만이 알어. 나가서 말하면 절대 안돼
국영: 뭔데? 신비한척하며 그러니?
댄스친구 1: 고 새침데기가...
일동: 고 새침데기가?
댄스친구 1: 메주의 애기를 밴 거야!
일동: 얼씨구! 우와~ 그게 정말이야? 사실이야? 진짜야?
국영: 어른들 말에 얌전한 개  골로 빠진다더니
댄스친구 2: 확실해. 둘이 셋방까지 맡고 살았다는 정보가 있어.
《연변잭슨》: 좆나게 한심한 넘들. 걔가 몇 살인데? 울하고 동갑 아니야?
댄스친구 1: 울보다 한 살 더 많을까?
국영: 걔들 부몬 뭘 한다냐? 애들한테 관심도 없다냐?
댄스친구 1: 부모 같은 소리하고 있어. 출국한지 언젠데 
댄스친구 3: 어휴 이제 어쩐 다냐? 걔들은?
댄스친구 1: 학교 그만 뒀잖아. 원인은 그거야.
《연변잭슨》: 가도 한참 갔구나. 좆나게 너무 갔어 
댄스친구 1: 간 거야 그 애들 부모지 기실은
《연변잭슨》: 됐다. 씨베, 남 말 그만해. 걔들도 우리하고 같은 처지야. 사실 난 걔들이 부러워.
국영: 야 팀장 넌 또 왜 이래? 
《연변잭슨》: 나도 걔들처럼 세집 나와버렸음 좋겠다. 
댄스친구 1: 왜? 너 이모 잘 해주잖아. 
《연변잭슨》: 잘 해는 준다만 아무리 잘한들 부모만큼만 하겠냐. 명색이 교원이랍시고 말끝마다 그저 훈계야. 훈계. 소리가 사이렌이애요 사이렌.
  기실 이모네 쓰고 사는 집 울 엄마 부쳐보낸 돈으로 산 집이야. 그 덕에 불때는 집 스팀 집으로 바꾸고 신세 고쳤지. 그래도 날 은근히 시끄러워하는 눈치가 보이데. 
  내가 엄마하고 삼촌 사이에서 비빔밥처럼 비비 우며 살아야할 리유가 뭐야? 엉? 집 들어가기가 씨베, 정말 싫어. 아예 pc방 전세 내고 거기서 살가보다. 씨베, 나하고 함께 셋방 맡을 여자앤 없냐?
댄스친구 1: 큭큭, 셋방 집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떤 앨 또 미혼모 만들어 볼려고
국영: 됐다. 시시껄렁한 소리 그만하고 본제로 돌아가
댄스친구 2: 그래. 다른 팀 보다 더 나은 곡 선제하자 그게 화제였지.
《연변잭슨》: 여하튼 좆나게 신나거나 새로운 것이 보이는 쪽으로. 씨베, 사랑은 이젠 신물나. 그렇찮아도 귀찮아 죽겠는데 사랑이요 리별이요 이런 노랜 관두자. 관둬
국영: 이별은 더 싫은 거구
댄스친구 1: 그래. 지금 사람들 머리 싸매고 덤벼야 하는 주제는 싫어해
국영: 그럼 사랑이나 이별 주제를 빼고 어떤 주제로 춤을 만들어 보겠니
댄스친구 3: 이건  어떠냐?
  지금도 이해할수 없는 얘기로
  넌 핑계를 대고 있어
댄스친구 1: 아이고 증조구식이잖아
댄스친구 3: 아냐 가사를 바꿔 하는 거야. 출국만 하면 우리 자식들은 감감 잊어버리는 우리 아버지 엄마들께 하는 노래야. 노래 말에서 《너》라는 단어를 《엄마》로 바꿔 불러봐

-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엄마가 지금 나 라면은 
 웃을 수 있니
 혼자 남는 법을 내게 가르쳐 준다며
 농담처럼 진담인 듯 건넨 그 한마디
 이렇게 쉽게 날 떠날 줄은 몰랐어
 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게 
 슬픈 사랑을 가르쳐준다며
 엄마는 핑계를 대고 있어

(애들이 공감하며 따라 부른다. 옥상에서 춤 무대가 벌어진다. 
문득 춤이 둑 멎는다.
옥상입구에서 실팍한 여인이 허리에 두 손을 올린 채 그들을 노려 보고 있다.
애들이 일제히 《연변잭슨》을 바라본다.
《연변잭슨》: (낮은 소리로) 귀막아 이제 사이렌이 울린다. 
이모: (째지는 소리로) 이 놈들아!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15 족도관 (足道館) 앞, 낮-
(비디오 테이프를 들고 가던 국영 또《족도관》앞에 와 멈춰 선다. 
노출이 대담한 옷을 입은 안마사가 수건을 빨래 대에 널고 있다. 
국영 멍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안마사 빨래를 널고 나서《족도관》앞 층계에 쪼그리고 앉는다. 해바라기 씨를 한 줌  움켜쥐고 깐다. 
안마사의 눈과 집 건물 모퉁이에 숨어 훔쳐보던 국영이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국영이 덴겁해 도망친다.)

#16 꿈 -
《족도관》앞
미모의 안마사 누나가 해바라기 씨를 까고 있다.
해바라기 씨를 땅에 버린다. 
주문을 외운다.
해바라기가 집 높이처럼 자라나고 지붕 갓처럼 큰 해바라기 꽃이 핀다.  
해바라기 꽃대를 돌며 안마사 누나가 관능적인 춤을 춘다
국영이 해바라기 꽃술 위에 누워 춤을 감상한다. 


#17 파출소-
(몸집이 실팍한 애가 앉아 있다.) 
남자애: 걔가 그런 일을 치다니요. 걘 좋은 애였는데요  
(타이핑 소리와 함께 신상명세가 자막으로 뜬다.)

별호: 《뚱뚱컴》
성별: 남
연령: 16세
××학교 초중 3학년 1반

#18 《뚱뚱컴》의 집-
(《뚱뚱컴》 컴퓨터 앞에 마주 앉아 있고 곁에 국영이 서있다.
초콜릿 파이를 먹으며 컴퓨터를 다룬다. 
백두산 그림이 나오고 국영이와 중년여인의 사진이 나온다.)
국영: 울 엄마야. 미인이셔. 
  엄마가 부쳐준 돈으로 백두산 유람 갔었는데 웬일인지 천지를 못 봤어. 그후도 작문에서 대상 따먹고 또 집체로 갔는데 역시 못 봤지. 날씨가 유독 잘 해주지 않는 거야. 모두들 뜻깊게 천지 앞에서 가족 사진 남긴다던데...
(《뚱뚱컴》포토샵으로 그림을 합성한다. 국영이 곁에서 초콜릿 파이 포장지를 찢어 넘겨준다. 맑게 개인 백두산 천지 앞에 국영과 어머니의 모습이 합성된다.) 
국영: (흥분하며)《뚱뚱컴》 너 정말 천재야. 연변의 빌게이츠다. 저녁 내 한턱 쏘마. 양고기 뀀 사 줄게.

#19 국영의 집-
(국영의 컴퓨터 화면에 백두산 천지 가의 합성사진이 깔려있다. )

#20 주방-
(술상이 차려져 있고 영감 한 분과 국영의 아버지가 대작하고 있다. )
아버지: (술을 권하며) 김교장님, 우리 애 부탁합니다. 
영감: (곁에서 국영과 놀고 있는 《뚱뚱컴》을 보며) 교장은 무슨, 그냥 뚱뚱이 할배라 불러주오. 학교 다 폐교되고 교장자리 말아먹은 지 몇 해 잘 되우다 .
영감: (아버지에게 술을 권하며) 성 쌓고 남은 돌한테 애를 맡겨서 감사하오, 자 한잔 받으시오.  
아버지: (미안쩍게) 난 원래 술 담배라면 꼼짝 못합니다. (요구르트 병을 들어 보인다) 이것으로...
(국영이를 부른다) 국영아, 네 와서 한잔 붓으려무나. 김교장이 네 가정교사 맡아주셨는데
(국영이 술을 따른다. )

#21 골목길-
(아버지와 국영이 곤드레만드레 취한 영감을 어깨를 부축하여 바랜다. )
아버지: (바래고 돌아서며) 촌 학교지만두 수학 올림픽에 애들 몇이나 키워보내신 선생이시다. 다 좋은데 술에 넘 착착해 가지고. 
국영: 그러잖아도 학교 내는 돈이 많은데 이젠 돈 잔뜩 주고 가정교사까지 청하니...
아버지: 네 엄마 뜻이다. 그러게 공불 착실하게 해얀다.

#22 주방- 
(아버지 술상을 치운다)
국영: (주방 문가에서 멈칫거리며) 아버지
아버지: 왜?
국영: 저, 나 자전거 사고 싶어
아버지: 너 자전거 있잖냐. 아직두 탈만한 거
국영: 그런 증조구식 말고요. 지금 애들 다 타는 거.
아버지: 빨리 자라. 밤이 늦었다. 
국영: (볼멘 소리로) 사줘요? 안 사줘요?
아버지:  이따가 보자

#23 뜰, 아침-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서는 국영
아버지가 따라나오며 무언가 쥐여준다. 요구르트이다.)
국영:(귀찮아하며)싫어요
아버지: 넣어둬라, 세 번째 수업시간 끝나문 얼시덩 먹어라. 몸에 좋다는데

#24 거리-
(달려가는 자전거 
국영이 달리다가 멈춰서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길 녘의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위에 요구르트 두 개를 가지런히 놓는다. 
넝마주이를 하던 영감 하나가 냉큼 요구르트를 가져간다.)

#25 파출소-
《비디오 공주》: 걔가 아버지를 좀 싫어하는 눈치가 좀 보이긴 했는데...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비디오만 본다고 좀 신경 쓰는 거 같았어요.

#26 골목길, 밤-
(비디오방에 네온사인 간판이 불 밝혀져 있다.
국영이 비디오 테이프를 든 채 창문으로 비디오방을 들여다본다. 
《비디오 공주》홀로 앉아 책을 본다.
국영이 얼른 들어간다.)

#27 비디오방 -
《비디오 공주》: (들어서는 국영을 보고 웃으며) 다 봤어? 재밌대?
국영: 몰라 
《비디오 공주》: 뒷부분 그냥 본대?
국영: 응. 세 번째 다시 본다. 중독이야. 씨-  아낙네들처럼.
(《비디오 공주》웃는다. )
국영: 근데 넌 왜 그냥 혼자냐? 엄만 어데 가고?
《비디오 공주》: 엄마가 몸이 안 좋으셔. 하루종일 앉아 있으려니 오죽 답답하겠니 그래서 내가 좀 도우려는 거야. 
국영: 아버지가 한국 가서 잘 벌잖아. 그만 두라 해. 요즘 비디오방들 잘 되는 거 같지도 않은데 
《비디오 공주》: 엄마 맘이야. 아버지가 한국서 고생하시는데 어떻게 펄쩍하니 앉아 돈 깍지만 기다리겠냐며 그냥 하셔. 좀 힘들긴 해도 엄마 몫은 나와. 
국영: 누구나 다 우리 아부지보다는 나아. 
《비디오 공주》: 니 아버지가 어때서? 너한테 잘해 주잖아? 
국영: 니들은 몰라! (비디오 방 둘러보며) 혼자서 무섭잖냐. 이제 밤마다 내가 와서 동무해  줄까?
《비디오 공주》: 걱정 붙들어 매셔. 난 괜찮으니 너나 잘하세요. 
(국영 비디오를 빌려들고 임대 값을 치른다.)
《비디오 공주》: 됐다, 그냥 가져다 봐
국영: 이거 내가 보는 거 아니다, 그러니 울 아버지 돈이야.
《비디오 공주》: (웃으며) 참, 한 집안에서 뭐 네 돈 내 돈 있니
국영: 그래. 사실 울 엄마 돈이지. 울 아부진 한 게 없으니까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 비디오방에 들어선다.) 
어머니: (국영이를 보고) 국영이 왔구나. 이젠 우리 집 단골이네. 
(어머니 국영에게 테잎 하나를 건넨다. )
국영: 먼데요?
어머니: 새 영화다. 아버지 가져다 보이셔. 보너스야. 뭐더라 《천국의 계단》
  아버지가 좋아하실 거다.
국영: 아이고 이렇게 곁에서 구제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아부지가 종일 비디오만 먹고사는 거지. 
어머니: (웃으며) 난 그런 분들이 좋아. 그런 분들이 계셔야 우리 비디오방도 먹고 살 것 아니냐. 근데 국영아. 너 왜 자꾸 아버질 흉볼 가하고 그래? 그럼 못쓴다. 아버지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는 거야. 
(국영 아무 말도 없다. 머리를 숙여 보이고 나서 비디오방을 나간다.)

#28 족도관 앞, 낮-
(국영이 또《족도관》부근에 멈춰 선다. 
안마사가 수건을 빨래 대에 널고 있다. 
국영 멍한 눈길로 그 광경을 지켜본다.
안마사 빨래를 널고 나서 《족도관》 앞 층계에 쪼그리고 앉는다. 해바라기 씨를 한 줌  움켜쥐고 깐다. 
안마사의 눈과 집 건물 모퉁이에 숨어 훔쳐보던 국영이의 눈이 서로 마주친다.
국영이 덴겁해 도망친다.)

#29 골목길-
안마사: (날래게 쫓아온다) 서랏! 서! 너  거기 못서?
(국영이 멈춰 선다)
안마사: (국영의 팔뚝을 부여잡는다. 헐떡이며) 너였지?
국영: (떨떠름해서) 뭐? 뭐 가요?
안마사: 시치미를 뗄 작정이냐? 가자 니 부모한테 가
국영: (그냥 오리무중에 빠져) 왜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안마사: 가자 일단 니 부모들 앞에 가서 얘기해
(등뒤에 국영의 아버지가 나타난다.) 
아버지: 내가 걔 부모요. 무슨 일인데
안마사: (깜짝 놀라며) 어머 주인님, (국영이와 아버지를 번갈아 보며) 그럼 얘가 주인님 자제 분이셨어요?

#30 족도관 응접실-
(안마사 아버지와 국영에게 음료를 권한다.)
안마사: (어쩔 바를 모르며) 빨래들이 자꾸 잃어지는 바람에
아버지: 그럼 우리 앨 여자들 빤쓰나 훔치는 그런 나쁜 놈으로 안 모양이구만
안마사: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애가 날 보자 달아나기에... 
아버지: (몸을 일으키며) 남의 귀한 자식 억울하게 몰지 말고 셋방 값이나 날래 무오. 보름이나 밀렸네 (국영이를 향해) 가자!
안마사: (국영이를 보고 낮은 소리로) 미안해!
(국영이 빙그레 웃는다)

#31 국영의 방, 밤-
(《뚱뚱컴》의 할아버지 국영이의 공부를 지도하고 있다.
영감: 작문 짓기에 취미 있는 걸 보매 너 문학가가 소망이냐?
국영: 아뇨 그냥 써 보는 거예요. 나 대상 몇 번 먹었다구요. 이번에도 꼭 등수 들어야겠는데...
영감: 너무 상에 집착해도 못 쓰느니라.
국영: 대상이나 우수상타면 수상자들은 한국 갈 수 있대요. 그러면, 그러면 어머니를 불 수 있잖아요!
(영감 사색에 잠긴다)

#32 응접실-  
(아버지가 영감 앞에 봉투 하나를 내민다.)
영감: 먼데?
아버지: 약소하지만두 약주 사 드십쇼. 우리 국영이 잘 해주시는데
영감: (돋보기를 벗으며) 내가 돈보고 이런 줄 아나. 
아버지: (그냥 내민다.) 그래두...
영감: 우리 며느리가 시골에 혼자 있다고 모셔 왔소만은 솔직히 이 딱딱한 시내 사람들 속에서 내 얼마나 갑갑하겠소. 그래서 재미로 하는 거네. 
아버지: (머뭇거리다가) 그럼 오늘저녁엔 이만하시고 약주나 한 잔 드시죠
영감: (화색을 띠며) 음 그건 괜찮아!

#33 주방-
(영감 거나하게 취해 있고 아버지 곁에서 요구르트를 만지작거리며 응수해 주고 있다.) 
영감: (취기 어린 어조로) 50년 교령을 가진 학교였다우. 내가 마지막 교장이었지.
  운동장 둘레에 백양나무 우거지고 하-얀 곱돌(滑石)이 박힌 화단에 백일홍이 곱게 피던 정말 정이 붙는 학교였는데...
아버지: 시골마다 있던 학교들이 이젠 옛말로 사라지는구먼요.
영감: (악청 지르며) 경신년 토벌 때 일본 놈들이 불질러 폐허로 만든 것을 다시 복구해 냈던 학교였어. 
영감: (후둘 거리며 한 잔 비운다.) 그렇게 일본 놈들의 탄압 속에서도 식을 줄 몰랐던 우리 교육열이,  왜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나? 엉? 
(영감 또 한잔 따르는데 국영의 아버지 말린다.)
아버지: 과하심다. 교장님. 오늘은 이만 하지요
영감: 교장? 학교도 지켜 못 낸 몸이 무슨 교장? 그냥 뚱뚱이 할배라 불러주오. 속이 타 들어가는데 이 눔 술이라도 마셔야지 (한 잔 따라 마시고 나서 홀연 교가를 부른다)
  
  구름이 흘러가는 언덕아래
  두 겹 창문 아담한 작은 기와집
  겨레의 얼을 키우는 우리네 모교...

(《뚱뚱컴》이 들어온다. 할아버지를 당긴다.) 
《뚱뚱컴》: (볼멘 소리로) 그만 마셔요. 몸도 좋지 않으면서 (국영의 아버지를 보고) 울 엄마가  이젠 술 좀 권하지 말래요.

#34 골목길-
(국영이와 《뚱뚱컴》이 할아버지를 부축해 모셔드리고 있다. 
영감: (혀 굽은 소리로) ... 백양나무 우거지고 하-얀 곱돌이 박힌 화단에 백일홍이 곱게 피던 정말 정이 붙는 학교였는데..

#35 환몽-
학교마당에서 애들이 일매지게 줄 서서 할아버지의 훈시를 듣고 있다.
홀연 애들이 요술처럼 하나둘 사라진다.
할아버지의 격앙 높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무성영화에서처럼 입만 뻐끔 인다.

#36 파출소-
《연변잭슨》: ...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주지 않는다고 화내는 거 본적 있긴 한데요...

#37 학교 대문 앞, 늦은 밤-
(밤 복습을 끝낸 아이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급우들이 둘의 다정한 모습에 휘파람을 불며 지나간다. 
웃으며 자전거를 끌고 가던 국영이 문뜩 멈춰 선다. 뒤를 돌아다본다.  
국영이의 아버지가 구석 쪽에 자전거를 끌고 서있다. 
《비디오 공주》 급히 먼저 가버린다. )
국영: (아버지에게로 다가가) 오지 말라는데 왜 또 왔어요? 유치원 애인가 뭐
아버지: 그래두 밤이 깊어지면 위험해 
국영: 뭐가 위험해요?
아버지: 빨리 가자, 내 맛있는걸 잔뜩 만들어 놨다. 우리 아들 영양보충 단단히 시켜야지. 
 
#38 밤거리- 
(국영이 혼자서 자전거를 빨리 타고 간다. 아버지 힘겹게 따라온다. )
아버지: 누가 쫓냐. 좀 천천히 타라. 넘어질라.
국영: (그런 아버지를 보다가)  아부지. 우리 내기해요. 누가 더 빨리 타나. 내가 이기면 자전거 사 줘야 해요. 
아버지: (생각하는 듯 하다)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올 기말고시  10등 안에 등수 드는 걸 약속해라. 
국영: 좋아요!

#39 네거리- 
(두 사람 필사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국영이 조금 앞서 가는 듯 하나 아버지 겨우 따라 잡는다. 
슬로모션으로 달리는 자전거. 
밤 깊어 조용한 가로등 밝은 거리에서 두 사람의 웃음이 구은다. )

#40 꿈 -
국영이 아버지를 앞지르고 자전거를 탄다.
오토바이를 앞지른다.
승용차를 앞지른다.
모두들 국영이를 놀랍게 지켜본다. 
새 자전거를 신나게 타고 가는 국영이.  
멋진 자전거는 바퀴가 네 개이다.

#41 국영의 집, 아침, - 
(뜰에 자전거 한 대가 놓여져 있다.) 
국영 : (버럭 소리지른다.) 누가 남이 타던 중고품 사 달랬어요?
아버지: (걸레로 꼼꼼히 닦으며) 이거 새것과 마찬가지야. 
국영: 지금 자전거 뭐가 비싸다고 그래요? 똥값이에요. 똥 값! 남들 우리 집 돈 많은 줄을 아는데 중고품이나 타고 다니니 내 체면이 막 구겨지잖아요. 
아버지: (사색이 되어) 돈이란 거 아껴 써 낭패 없다. 하물며 어떻게 모은 돈인데. 니 엄마가 외국 가서 피땀으로 번 뼈 돈 아니냐! 
(국영 막무가내로 자전거를 끌고 간다. 아버지가 따라오며 싫다고 뿌리치는 그의 호주머니에 요구르트를 넣어 준다. )

#42 거리-
(국영 달리다가 멈춰서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길 녘의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위에 요구르트 두 개를 가지런히 놓는다. 
넝마주이를 하던 영감이 또 요구르트를 가져간다.)

#43  옥상, 한낮-
(애들이 댄스에 열기를 올리고 있다. 
댄스가 끝나자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운다.)
국영: (《연변잭슨》을 보고)나도 한 대 주라
《연변잭슨》: 희한하네. 오늘은 어찌 된 일이냐. 이제 기저귀 갈았니? 
(국영 서투르게 담배를 붙여 피운다.) 
《연변잭슨》: (국영이를 보며)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국영: (연신 기침을 하다가 담배를 땅에 힘껏 메쳐 던진다.) 나 원 열 받아서 
《연변잭슨》: 무슨 일이냐 말해라. 우리 《지붕 우의 미아》끼리 뭐 못할 말이라도 있냐 
국영: 있잖아 울 아부지,  자전거 사달라니까 글쎄 남들이 실컷 주물고 난 중고품을 사 준거야. 
《연변잭슨》: 니들 집 나라구제명단에 오를 집도 아니고 왜 그런 다냐? 
댄스친구 1: 혹시 저 앞거리서 넝마 줍는 영감태기 걸 되 산 거 아닌감?
국영: 몰라. 알고도 모를 사람 우리 울 아부지야. 
댄스친구 1: 니 아버지 비디오 임대료 값 체불해서 그러잖냐?
(애들 허리 까부라지게 웃는다. 국영이 댄스친구1을 못마땅하게 쏘아본다. )
《연변잭슨》: 됐다. 스톱! 마지막 소절 한번 맞춰 보자. 씨베, 우리 이모 또 사이렌 울리기 전에 
(요란한 곡조가 울리고 애들 다시 춤동작을 맞춘다. 댄스친구1 자꾸 국영이를 보며 웃는다. 국영이 참지 못하고  녀석한테 달려들어 한 매 친다. 댄스친구 1 반격하고 둘이 멱을 잡고 땅에 뒹군다. 애들이 말리고 옥상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44 밤, 국영이네 집 마당-
(얼굴에 생채기가 난 국영이 과일칼을 들고 나온다. 
자전거 바퀴를 찌른다. 
씨근덕거리며 미친 듯이 찌른다. 
드디어 자전거 바퀴가 터지며 피시식~ 김이 새나간다.
국영이 이를 앙다물고 자전거를 지켜본다.)

 #45 아침, 국영이네 집 마당-
아버지가 자전거를 손질해 놓았다. 
국영이 타지 않고 절뚝이며 간다.
아버지가 자전거를 밀고 쫓아온다.

#46 거리-
국영이 택시를 불러 탄다. 
아버지 멈춰 선다. 멀어져 가는 택시를 지켜본다. 
호주머니에서 무언가 꺼낸다. 
요구르트이다. 
그 요구르트를 내려다보며 한 숨 짓는다.

#47 오후, 족도관 앞-
(안마사《족도관》앞 층계에 쪼그리고 앉아 해바라기 씨를  깐다. 
아직도 얼굴에 생채기 난 국영이 다리를 절뚝이며 나타난다. 
안마사 지나가는 국영이를 손짓으로 부른다.
국영이 멈칫하며 다가간다. 
안마사 웃으며 해바라기 씨 한줌 내민다. 국영 어색하게 받는다. 곁에 앉으라고 한다. 국영 부자연스레 층계에 앉는다.)
안마사: 저번엔 미안했어
국영: 괜찮아요
안마사: (국영이를 지켜보며) 아버지를 꼭 떼 닮았네
국영: (부끄러워하며 해바라기 씨만 까다가) 아뇨 엄말 닮았어요.
안마사: 꼭 아버질 닮은 상인데  눈도 그렇고 입도 그렇고 
국영: 아뇨 엄말 닮았대두요.
안마사: 왜 아버질 닮았다면 싫어?
국영: (아무 말도 없다가) 잘돼요? 족도관
안마사: (한 숨을 쉬며) 잘 될 리가 있겠냐? 지천에 널린 게 안마 방인데. 셋 값도 안 나온다. 그래서 니 아부지가 성화다 .어린년이 겁 모르고 투자해 놓고 자기 깨지고 남 부서뜨린다고 
(국영 동정의 눈길로 안마사를 쳐다보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머리를 숙여 버린다.)
안마사: 얼굴이 왜 그래? 싸웠어?
국영: (머리 숙이며) 아뇨
안마사: 싸웠지? 응? 자 내 발목 볼까? 심하게 절던데 자, 날 따라와 (국영의 손을 잡아끈다)

#48 족도관-
안마사: (싫다는 국영의 발목을 잡고 안마해 주며) 내 손이 약손이야. 이 짓하고 밥 먹는데...  
(숙인 안마사의 패인 옷깃 사이로 가슴의 윤곽이 보인다.) 
국영: (덴겁해 눈길을 돌리며 묻는다) 어떻게 해요?
안마사: 뭘?
국영: 장사 잘 안돼서 
안마사: 글쎄다. 나야 남보다 가방 끈이 짧지, 인물도 평범하지, 하니깐...
국영: 아뇨 예쁜데요
안마사: 하니깐 나중에 이래저래 안 되면 한국으로 시집가는 수밖에 (고개 들어) 나 예뻐?
국영: (머리를 끄덕인다) 예!
안마사: (웃으며) 이만한 용모면 한국 영감태기가 날 데려갈 것 같애?
(국영 아무 말도 안 한다. 
족도관 간판에 드리운 갓 등이 작은 불빛을 쏘고있다.)

#49 비디오방-
(족도관의 네온사인이 비디오방 네온사인으로 변한다.
국영 비디오방에 들어선다.《비디오 공주》 홀로 비디오를 보고 있다.) 
국영: 또 혼자냐
《비디오 공주》: 응, 엄만 친척집에 가셨어. 외삼촌이 낼 한국으로 떠난대(국영이를 보고)
《천국의 계단》 다 봤대? 
국영; 몰라 나 이제 그런 시시껄렁한 심부름 안 해. 
《비디오 공주》: 아이고 그럼 우리 단골 한 분 잃게 되겠네
국영: (TV화면을 보며) 혼자 뭘 보냐? 
《비디오 공주》: 응 한국 영화야 《클래식》
국영: 요즘 감독들은 왜 이런 영화만 만들고 이래? 좋은 세월에 하필이면 사람들에게서 눈물 짜내야 시름 놓아요. 누구한테 눈물 빚이라도 졌나?
《비디오 공주》: 넌 그래 울지 않고 사냐? 
국영; 그래. 남자는 피를 흘리지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어느 이름난 사람이 말했던 거 같애
《비디오 공주》: 난 잘 울어
국영: 여자니깐. 
《비디오 공주》: (리모콘으로 비디오를 끈다. 정서가 하락되어) 나 아빠 노무 떠날 때 엄청 울었다. 
국영; 난 엄마가 떠날 때  울지 않았어. 
《비디오 공주》: 어쩜 사람이 그렇게 독하니?
국영: 독한 게 아니고 그때 엄청 어려놔서 뭐가 뭔지 몰랐던 거지. 여하튼 나 울음 같은 거 몰라. 아부지가 죽어도 울 것 같지 않아.
《비디오 공주》: 애두 참, 못됐다. 
국영: (멈칫거리다가 신비한 기색으로) 야, 그거 있냐?
《비디오 공주》: 뭐?
국영: (목청을 한껏 낮추며) 그런 비디오.
《비디오 공주》: 그런 비디오라니 뭐?
국영: 그거 몰라? 야한 비디오
《비디오 공주》: (국영의 어깨를 때리며) 미쳤어,  미쳤어! 야가 오늘은 왜 이래?
국영: 비디오방들에선 다 그런 거 몇 개쯤은 감추어놓고 단골들 빌려준다던데 
《비디오 공주》: 우리 집엔 그런 거 없어요. 그런데 있다면 너 볼려구?
국영: 응 볼려구
《비디오 공주》: 참 못됐다. 그러지마 남들이 욕해. 엄마가 곁에 없으니 애를 버렸다고 
(국영 금세 시무룩해진다.) 
《비디오 공주》: (다시 비디오를 켠다) 영화감상수준 좀 높여라. 이 영화 봐. 참 좋은 영화야. 진짜 참사랑이란 뭔지 알려주는 그런 영화야. 
(둘이는 비디오를 본다. 화면에 키스장면이 나온다. 《비디오 공주》덴겁해 비디오를 끈다. )
《비디오 공주》: (얼굴이 빨개지며) 이젠 늦었으니 문 닫아야겠어. 너도 집에 가 
(《비디오 공주》가게를 정리하고 국영이 거들어 준다. 서투르게 쌓은 비디오 테이프가 와르르 무너지며 비디오 테이프 사태가 진다. 
국영과 《비디오 공주》쪼그리고 앉아 줍는다. 서로의 호흡을 느낀다. 국영이《비디오 공주》
의 얼굴에 입술을 가져다 댄다. 
《비디오 공주》마다하지 않고 잠자코 있는다. 둘 이는 서투르게 입을 맞춘다. 
클로즈업되는 비디오방 벽에 붙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 )

#50 꿈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포스터.
포스터 속 포옹한 인물이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로 바뀐다.

#51 아침, 국영이네 집 앞-
(아버지 국영의 호주머니에 요구르트를 넣어 준다.)

#52 거리-
(국영 달리다가 멈춰서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낸다. 
팬더 모양의 쓰레기통 곁에 넝마주이를 하던 영감이 서있다. 
국영 꺼냈던 요구르트를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영감 시무룩해져 국영이를 쳐다본다. 
국영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린다.)

#53 교실, 점심시간-
(애들이 왁작 떠들며 도시락을 먹는다.
국영이 의 옆을 지나치는 척 하며 《비디오 공주》의 책상에 요구르트를 놓아준다. )

#54 주방-
(아버지 프라이팬을 닦다가 이맛살을 찌푸린다. 
그런 아버지를 국영이 지켜본다.)
아버지: 프라이팬이 넘 낡아서 이제 음식 못해 내겠구나 (회심에 잠겨) 하긴 니 엄마가 쓰다가 두고 간 거니깐. 니 엄마가 간지도 이제 몇 해째냐? 
(아버지 프라이팬을 구석 쪽에 소중히 간직한다.) 
아버지: (국영이를 보며) 가자, 오늘은 밖에 나가 한번 먹자
국영: (눈을 둥그렇게 뜨며) 외식요? 아이고 아부지가 웬일이세요? 깍쟁이 넘버원 울 아부지가. 
아버지: (그냥 회심에 잠겨)  엄마가 돈 부쳐왔어. 
국영: 한 달에 한번, 목구멍 때 벗기는 날이군요.

#55  양고기 꼬치 집, 밤-
(빈 양고기 꼬치대가 수북히 놓여있다. 국영이 콜라를 마시고 아버지 요구르트를 마신다.)
아버지: (빨대를 지근지근 씹다가) 니 엄마가 한국에 일하러 나가게 된 건 다 이 요구르트 때문이란 거 넌 아냐?. 
(국영 머리를 후딱 쳐든다.)
 아버지: (양고기를 구우며) 지금은 이렇게 백수가 됐지만 이전엔 아버지가 번 돈으로 먹고 살만했어. 그런데 아버지가 남한테 이자 돈을 놓았거든. 엄마가 그렇게 반대했지만두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이 쫄딱 망해 뿌린거야. 그 사람 뭐 하던 사람이였냐면 (요구르트 병을 쳐든다) 이런 걸 만들던 사람이였다!
  그 사람이 이자는커녕 본전도 물기 어려워 대신 요구르트를 대용으로 갚겠다고 했어. 온 집안에 요구르트 박스가 꽉 찼댔다. 그러다 안 되니 야밤도주로 달아나 버렸지. 우린 요구르트에 전 재산을 날려 버렸던거야. 
   
#56 추억- 
(요구르트 박스로 꽉 찬  방에 아버지 멍하니 앉아있다. 어린 국영이가 그 곁을 엉금엉금 기여 다닌다.) 
  아버지의 내레이션: 난 원쑤처럼 요구르트를 먹어댔다. 멀쩡하던 우리 집을 풍지박산 낸 그 사람의 즙액을 빨아먹는다 생각하고 말이야.

#57 플랫폼-
(플랫폼은 노무송출을 나가는 사람들을 바래느라 눈물바다가 펼쳐져 있다.
국영의 어머니도 노무송출 대열에 끼어 있다. 
아버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국영이를 안고 어머니를 바랜다
국영이 요구르트를 먹느라 여념 없다. 
기차가 멀리 떠나버리고 아버지의 눈 귀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아버지 그냥 철모르고 먹어대는 국영의 입에서 요구르트를 떼 낸다. 땅바닥에 메쳐버린다. 
그제야 국영이 울음을 터뜨린다. )

#58 다시 양고기 꼬치 집-
아버지: 근데 한국 나가서 엄마가 또 요구르트 만드는데서 일한대. 운명이지 운명이야. 
(국영이 아버지를 지켜본다.)

#59 비 내리는 옥상-
(비속에 《연변잭슨》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다. 그 모습을 애들이 지켜보고 있다)
댄스친구1: (《연변잭슨》 의 귀에서 헤드폰을 빼내며) 됐다 그만해라 무슨 일인지 말해야 알 거 아니냐. 비오는데 다 불러놓고
《연변잭슨》씨베, 나더러 전학하래
국영: 누가?
《연변잭슨》: 울 이모가
댄스친구: 어디로 전학하는데?
《연변잭슨》: 돈만 대면 좋은 학교 어디라도 갈 순 있지만 문제는...
댄스친구 2: 문제는?
《연변잭슨》: 이모가, 그 《사이렌 이모》가 나더러 중국학교 가라는 거야. 
댄스친구 1: 왜 그런 다니? 네 이모는
국영: 요즘에야 중국학교 가는 애들 푸술하지 않냐? 뭐 이상한 일이 아니지
댄스친구 2: 요즘 중국학교 가는 바람 불잖아 중국어 확실히 배워둬야 장래 사회에 나가서도 길이 열린다는 거야.
댄스 친구 3: 우리 반에도 중국학교 간 애 몇이 잘 된다. 
《연변잭슨》: 니들도 나 중국말 못하는 거 알지. 씨베, 한어 하면 음조 다 틀리는 거
댄스친구 1: 그래 완전히 음치지 음치
《연변잭슨》: (울상이 되어) 씨베. 나 춤 빼고 아는 거 춤밖에 없는데...
댄스친구 1: 무슨 방법 없을까?
《연변잭슨》:방법이라니?
댄스친구 1: 니 이모 말려내는 법
《연변잭슨》:  누가 이겨요? 그 어거지 대왕을? 매일이고 집에 불난 것처럼 난리 칠걸. 씨베, (악청을 지른다) 전학수속 까지 다 해 논거야 이미!
(모두들 말을 잃는다)
《연변잭슨》: (울상이 되어) 어쩌냐? 난? 우리 《지붕우의 미아》는 또 어쩌고?
 (애들의 어깨를 하나 씩 부여잡으며 묻는다) 나 없이도 해 낼 수 있어 응? 해 낼 수 있어 응?
(애들이 머리를 떨군다.)
댄스친구 1: (입 속으로 웅얼거리며) 니가 없이야  우리 팀 대가리 떨어진 파리지. 
(《연변잭슨》애들을 둘러보다 다시 헤드폰을 귀에 꽂는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연변잭슨》: (격렬하게 춤추며) 와라 이리와! 나와 춤 한번 춰 바! 씨베, 마지막으로 추는 거야 와라 이리 와라!
(애들이 하나둘 다가간다. 《연변잭슨》의  정서에 옮아 비속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60 환몽-
《지붕우의 미아》들이 비속에서 춤을 추는데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물이 발목을 덮고 종아리를 덮고 나중에 애들이 손 만 내놓은 채 허우적거린다.

#61 국영의 집, 낮-
(아버지가 눈물을 훔치며 .드라마를 보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자 비디오 테이프를 절반 빼고는 멍하니 앉아 있다.
무슨 생각이 났던지 몸을 일으켜 국영의 방으로 들어간다)

#62 학교대문 앞 골목-
(국영이 자전거를 끌고 교문을 나서는데 댄스친구 1 자전거를 끌고 다가온다.
댄스친구 1 국영을 향해 손을 내민다.
국영 의뭉스런 눈길로 바라본다.)
댄스친구 1: 우리다 사회서 말하는 《편(偏)부모 자녀》 아니냐.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이젠 《잭슨》도 곁에 없는데...
(국영 그 손을 잡는다. 둘이 나란히 걷는다.)
댄스친구 1: 《연변잭슨》이 간지도 이젠 한 달이 넘었구나. 
국영: (한 숨을 쉬며) 한달 반이야.
댄스친구 1: 걔가 없으니 우리가 정말로 미아가 됐구나.
(이때 한 무리의 애들이 다가온다
댄스친구 1: (긴장해 하며 낮은 소리로) 걔들이야. 《메주 팀》
《메주 팀》팀장 : (국영이를 부른다) 야, 일로 와봐 
(국영이 마지못해 다가간다. 댄스친구 1 그 사이에 줄행랑을 놓는다)
《메주 팀》팀장 : 너 댄스하는 애 맞지. (발로 자전거를 툭툭 건드린다) 거 뭐라 더라  뭐《지붕우의 미아》? 지붕우의 에미없는 넘들은 아니고. 하기야 요즘세월에 니같은 넘들이 쌔고 버렸지.  
  니들이 우리 팀 꺾어볼려고 아주 난리가 났다면서. 근데 그 짹슨인지 찍슨인지 하는 놈은 안보이네. 그놈 중국학교 갔다면서 웃기는 넘, 이제 제  랩도 우리말 랩은 못하겠구나. 
(국영이 흘겨본다)
《메주 팀》팀장 : 이 놈 봐라 너 봤냐? (국영의 머리를 툭툭 친다) 눈  깔아. 너 눈 못 깔아? (국영이 그냥 노려보자 《메주 팀》팀장 자전거를 넘어뜨린다.) 이 새끼 아주 교양 덜 된 놈이로구나. 애들아 얠 《체조》 좀 시켜줘라
(떼거리들이 모여들어 국영이를 에워싸고 발길질한다.)

 #63 국영의 방-
(아버지 서투르게 컴퓨터를 켠다. 화면이 밝아지며 국영이와 어머니가 천지가 에서 웃고 있는 합성 사진이 드러난다. 
아버지 그 사진을 멍하니 지켜본다.
문득 국영이 들어선다.)
국영: (짜증나는 목소리로) 뭐해요? 내 방에서
아버지: (와뜰 놀라며) 너, 너 어째 벌써 왔냐? 
국영: (아버지의 시선을 피하며) 그저요.
(침대 위에 아버지를 등지고 누워 버린다. )
아버지: 어째 벌써 왔냐고?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
국영: (이불을 머리위로 덮어쓰며) 그저요.
아버지: (침대 곁에 앉으며) 너 어데 아푸냐? 배냐? 머리냐? 병원 갈까? 아님 뭐 먹고픈 거라도 없냐? 아부지 해줄께.
국영: (짜증나 버럭 소리 지른다) 아버지가 싫어 그래요. 나가요! 나가!
(아버지 멍해졌다가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나간다.
국영이 이불을 젖히고 멍든 눈을 어루만진다. 컴퓨터를 말끄러미 지켜본다. 메인화면의 합성사진이 보인다. 국영이 소리 없이 운다.)

#64 환몽(幻夢) -
컴퓨터 합성사진 속의 어머니가 나온다. 침대 곁으로 다가가 국영이를 보듬어 안는다. 안고 쓰다듬어준다. 국영이 울면서 어머니에게 몸을 맡긴다.


#65 족도관 앞 낮-
(손 하나 빨래 대에 널린 여자의 속곳을 훔친다
급급히 품에 쑤셔 넣고 종종 걸음을 놓는다.
다름 아닌 댄스친구 1이다 
이때 족도관에서 안마사가 나오다 의심쩍은 눈으로 그 뒷모습을 지켜본다.) 
안마사: 여봐요. 게 좀 서요
(댄스친구 1 급기야 줄행랑을 놓는다. 안마사 소리치며 뒤를 쫓는다. 골목길에서 댄스친구 1 분리 수거함 뒤에 숨는다. 안마사 스쳐 지난다. 댄스친구 1 오물을 뒤집어 쓴 채 일어선다)

#66 골목길-
(댄스친구 1 안도의 숨을 쉬며 다른 골목길로 접어드는데 주먹하나 날아온다. 국영이다.)
국영: (댄스친구 1의 품에서 브래지어 하나를 뒤져낸다) 치사한 새끼
(국영의 주먹에 뒹구는 댄스친구 1. 한참 후, 둘이 벽에 기대여 거친 숨을 몰아 쉰다.
국영: 너 왜 그렇게 살아? 응?
댄스친구: (입 귀를 실룩거리다가) 솔직하게 말할게 너 제발 다른 데 가서 말하지 마라. 
  나 할아버지하구 함께 있다. 엄마고 누나고 이모고 다 나가버렸어. 남은 거란 할아버지하고 나. 쇠통 남자 꼬라지들뿐이야. 여자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어
국영: (그의 뒤통수를 또 한번 후려친다) 그렇다고 여자 옷 훔치나? 엑 못 봐줄 새끼! 나도 아부지하고 살아. 남들도 다 네 같으면 여자속옷 공장서 횡재하겠다 새까!
(이때 골목길 저쪽에서 안마사 다가온다. 국영이 급히 브래지어를 감춘다)
안마사: (댄스친구 1 유심히 뜯어보며) 너였지 방금?
국영: (앞에 나서며) 왜 그래요 누나? 
안마사: (옆구리에 손을 지르며) 놓쳤어. 변태새끼 놈 거이 잡다가 (다시 댄스친구 2를 뜯어본다)
국영: (능청스레) 얜 나하고 함께 있었는데요 뭘, 우리 같은 댄스 팀이래요. 얘가 보기엔 좀 그렇게 보여두 전혀 그렇지 않은 애라고요
안마사: 내 못살아 영업 방 하나 차렸는데 영업은 안되고 , 별 치사한 변태새끼들 땜에 속곳조차 남은 게 없고. (푸념 질하며 사라진다)
1 댄스친구: 감사해!
국영: (뒤통수를 후려치며)감사는 무슨, 이제 밤이 되면 다시 가서 걸어 놔

#67 옥상-
(《비디오 공주》와 국영이 옥상에 서있다.)
《비디오 공주》: 주제가 뭐니? 이렇게 옥상에 불러놓고
국영: 너 내 친구 맞지?
《비디오 공주》: (머리를 까딱인다.) 
국영; 그럼 내 요구 한번 들어 주라
《비디오 공주》: 뭔데 설마 저번처럼 그런 테이프 빌려달란 건 아니겠지
국영: 나 심각하다. 
《비디오 공주》: 말해봐!
국영: 이번 작문 콩클 너 참가하지 마라. 
《비디오 공주》: 무슨 소리야. 선생님 이미 명단에 뽑았는데
국영: 그럼 등수 들지 말라. 대충 응부해. 
《비디오 공주》: 왜? 
국영: 우리 반에 작문 실력 나와 맞짱 뜰 사람 너 밖에 없어. 좋아한다면서 친구 위해 한번 희생해 주라.
《비디오 공주》: 뭐야? 뭐가 뭔지 쇠통 모르겠어.

#68 파출소-
《뚱뚱컴》: 걔 아버진 걔를 위해서 전문 요리를 배웠대요. 
  그런데 걘 그런 아버지 모습을 싫어했어요. 사실 그렇게 매일 밥상 가꿔주는 아버지가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69 슈퍼-
(국영의 아버지 식기 매장에서 프라이팬을 들고 유심히 고른다.
남자가 식기를 깐깐히 고르는 모습에 판매원 조용히 웃는다.
프라이팬을 사들고 돌아서다 자전거매장 코너를 본다. 
아버지 자전거들을 한동안 지켜본다.)

#70 주방, 저녁-
(아버지와 국영이  식사를 한다.) 
아버지: 오늘 만든 채가 더 맛있을 거다.
국영; 왜요?
아버지: (프라이팬을 쳐들어 보이며 희열에 넘쳐) 오늘 아버지가 새 프라이팬 샀거든, 맘먹고  산 거다.
국영: (혼자소시로) 못 말려
(국영의 밥그릇에 연신 채를 집어준다) 많이 먹어라. 엄마 없다고 때를 제대로 못 갖춰먹는 애들이 젤 불쌍해 보여.
(국영이 슬며시 아버지가 집어준 채를 다시 내려놓는다.)
아버지:(머뭇거리다가) 국영아, 저 컴퓨터
국영: 뭐요? 
아버지: 컴퓨터에 깐 그림...
국영: 《뚱뚱컴》이 만들어준 겁니다.
아버지: 참 잘 맹글었다.
국영: 걔 울 반서 《컴도사》예요. 걸 알고 걔 아버지가 한국에서 돈 부쳐줘서 컴도 젤 좋은 거로 샀어요.
아버지: 잘 맹글었다. 심통 맹글었어. (심각한 얼굴빛으로)그런데... 그런데 그 사진에 왜 나는 없냐?


#71 음향매점-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 영화테이프들을 고른다. 
국영 곁에서 거들어 쇼핑바구니를 들어준다. 
국영 호주머니에서 요구르트를 꺼내 권한다.)
《비디오 공주》: (받다가)  근데 너한텐 어떻게 매일 요구르트가 있니?
국영: 널 주려고 내가 그냥 산다. 
《비디오 공주》: 피, 거짓말
《비디오 공주》: (국영이가 또 한 병 꺼내 권하는데 떠밀며.) 너도 마셔
국영: 안 마셔 
《비디오 공주》: 마셔 몸에 좋대두
국영: 사실 우리아버지가 매일 두 병씩 넣어준다. 난 싫지만두. 
《비디오 공주》: 어머 자상하셔라. 그러니까 중뿔난 내가 아니고 네가 마셔야는 거야. 마셔
국영: (마지못해 한 모금 마시다가) 이런 들큼한걸 왜 마시니? 꼭 우리 아부지 같애.
《비디오 공주》: (이상한 기색으로) 뭐가 니 아버지 같은데
국영: 이 요구르트 맛이 울 아부지 닮은 데 있단 말이다. 콜라처럼 쏘는 맛도 없고, 녹차처럼 개운한 맛도 없고, 어쩐지 맛이 간 거 같애 시쿨기만 한... . 
《비디오 공주》: 얘가 왜 이래? 얼마나 좋은 아버진데
국영; 난 아부지가 싫다
《비디오 공주》: 왜?
국영; 엄만 아부지 땜에 한 국가서 고생고생 하시는 거야. 무능한 아부지 땜에 
(《비디오 공주》테이프를 살펴보다가 머리를 들어 심각한 낯빛으로 국영을 쳐다본다.) 
국영: (화제를 돌리며) 작문 콩클 눈앞이구나. 이번 콩클서도 한방 확실히 쏴 야는 건데
《비디오 공주》: (걱정스레 쳐다보며) 이전처럼 차분하게 해봐. 너 잘 할거야 너 될 수 있어.

#72 비디오방 문 앞, 낮-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가 비디오방 앞에서 위를 쳐다본다
국영의 아버지가 걸상에 올라서서 비디오방의 네온사인간판을 살펴보고 있다.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 콜라를 들고 나와 권한다. 아버지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일을 재우친다. 아버지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손수건을 권한다. 아버지 쑥스러워하면 땀을 닦는다.
국영이와 《비디오 공주》나란히 자전거를 밀고 나타난다.)
국영: 아버지 계서 뭐해요?
아버지: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누나. 고쳐 볼려구
《비디오 공주》: (낮은 소리로) 얼마니 좋니 아버지가 곁에 계셔서
국영: (까닭 없이 볼 부어 하며) 쳇!

#73 족도관 앞, 낮-
(아버지와 안마사 문 앞에 말없이 서있다. 두 사람 다 흐린 기색이다. 안마사가 불안해서 연신 해바라기 씨를 깐다.)
아버지: 이번 주까지 세 값 못 내면 나도 방법 없소. 자릴 내야지
안마사: (해바라기 씨를 권하며)한 달만 더 참아주면 안되겠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방법이 있을 거예요. 
아버지: (밀치며) 그걸 누가 믿어? 난 당할 만큼 당한 사람이라고. 
안마사: 야 넘 딱딱하시다. 겨우 한번 밀린걸 가지고 그래요. 나도 사정이 딱해서.
아버지: 나도 사정이 있소. 애 엄마가 한국서 번 돈으로  겨우 셋방 집 하나 맡고 세주는데 것 마저 잘 못하니 애 엄마께 부끄럽소. 
안마사: 잘 될 거예요. 모두 
아버지: (돌아서다 말고) 알아두오 이 집 위치가 좋아서 영업하려는 사람 줄지어 서있다는 걸.
(건물 모퉁이에서 국영이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74 국영이네 집, 밤-
(《뚱뚱컴》의 할아버지 국영의 공부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다.)
영감: 낼 작문경색 한다지
국영: 네 
영감: 등수에 들 자신 있냐
국영: 네, 나 작문 하나만은 잘해요. 대상은 장담 못해도 우수상쯤은 따먹을 거 같아요.
영감: 짜식! (대견하게 어깨를 두드려 준다.) 좋아!
(아버지 들어온다)
아버지: 이제 그만하시죠. 약주나 좀 드시고...
(영감 머리를 젓는다.)
아버지: 아니 한잔만 드십시다. 처음이네요. 술 마다하는 모습
영감: ( 머리를 절레절레 저으며) 왠지 속이 더부룩한 것 이 좋잖네. 그만 가서 좀 누우려네 (나가다가 국영이를 돌아보며) 낼 작문 잘 쳐라!

#75 작문콩쿠르 경색 장-
국영이 열심히 답안지를 쓰고 있다. 
《비디오 공주》도 댄스친구 1도 보인다.
국영이《비디오 공주》를 보고 V 자세로 손가락을 펴든다.

#76 밤, 국영이네 집-
(아버지 드라마를 보고 있다. 국영이 방에서 나와 아버지 곁으로 다가간다)
국영: 아버지, 나 좀 할말이...
아버지: (드라마에 빠져 눈 굽을 훔치며) 가만 긴요한 대목이다. 좀 있다 보자 
(《뚱뚱컴》이 홀연 들이닥친다.)
《뚱뚱컴》: (울며)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쓰러졌어요. 엄만 집에 없고...
 
#77 《뚱뚱컴》의 집-
《뚱뚱컴》의 할아버지 피를 토하고 쓰러져 있다. 
국영의 아버지 들쳐업으려나 무거워 쩔쩔 맨다
국영 아버지를 와락 밀치고 자기가 업는다.

#78 비 내리는 골목길-
아버지가 거리에서 택시를 부른다
국영이 할아버지를 업어 택시에 눕힌다.
멀리 비디오방의 네온사인간판 꺼져있다.

#79 《뚱뚱컴》의 방-
(《뚱뚱컴》할아버지 컴퓨터의 화면에서 웃고 있다. 
《뚱뚱컴》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고 국영이 뒤에서 그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다. 
《뚱뚱컴》 초콜릿 파이를 씹다가 울음 터뜨린다. )

#80 족도관 문 앞, 낮-
(인부들이 족도관의 간판을 내리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국영이 놀란 기색으로 다가간다.)
국영: 왜 이래요?
인부: 왜긴? 영업 그만뒀지. 
국영: 네에? 이곳 사람들은요?
인부: (귀찮아하며) 몰라


#81 국영이네 집-
(아버지 드라마를 보고 있다)
국영: 아버지 족도관 문닫았어요?
아버지: (드라마에 빠져) 쪼끔만, 요긴한 대목이다.
(국영이 리모콘을 들어 TV를 꺼버린다. 아버지 빼앗아 다시 켠다. 국영이 또 한번 끈다.)
아버지: (목청 높인다) 얘가 왜 이래? 안 하던 버릇하면서
국영: 족도관 문닫았어요? 문 닫았는 가고요?
아버지: 응
국영: 왜요?
아버지: 왜긴? 장사가 안돼 그랬겠지
(아버지 다시 TV를 켠다)
국영: (리모콘으로 또 한번 TV를 끈다.) 아버지가 쫓았죠?
(성을 내려던 아버지 놀란 기색을 짓는다. 국영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국영: (울며) 아버지가 쫓은 거야. 씨- 분명 아버지가 쫓은 거 맞죠?


#82 족도관 앞-
(간판을 철수해 버린 집 앞에 국영이 멍하니 서있다.)

 #83 환몽-
(무연한 해바라기 밭.
국영이 밭으로 달려간다.
국영: 누나- 누나-
밭 복판에 누나가 서있다.
국영 달려가 누나의 손을 잡는다. 
누나가 아니라 한 구의 허수아비이다.)

#83 교정 게시판 앞-
(애들이 몰려 작문콩클 경색 결과를 본다
국영 애들을 밀치며 게시판 앞에 다가간다. 
국영의 얼굴이 잔뜩 흐려진다.)

#84 옥상-
(옥상에서 국영이 건물아래를 내려다 보고있다. 그 곁에 《비디오 공주》가 서있다)
국영: 내 이름이 뭐니?
《비디오 공주》: (어리둥절해) 왜 그래? 
국영: 내 이름이 뭐냐고
《비디오 공주》: 니 이름 국영이지 
국영: 그래 내 별명이 장국영, (난간을 잡고 훌쩍 몸을 기울이며) 나 지금 장국영이처럼 뛰어내리고 싶어!
(《비디오 공주》덴겁해 잡아당긴다.)
국영: (울부짖는다) 왜? 왜? 결과가 이런 거야?
《비디오 공주》: 무슨 로봇이라고 번마다 장원하겠니. 됐다 그만해.
국영: (야비하게) 넌 니가 등수에 드니깐 배부른 타령하는 거지.
《비디오 공주》: 얘가 무슨 소릴 해. 난 네가 입상하길 얼마나 바랐는데. 됐어 다음이 또 있잖아
국영: 다음? 다음이 언젠데? 또 한해 기다려야 잖아.
《비디오 공주》: 상이 네게서 그렇게 중요해?
국영: (이를 물며) 중요해! 니들은 상 타는 거 그저 명예쯤으로 생각하지만 난 아니야. 
《비디오 공주》: 그래 뭔데?
국영: 입상하면 수상자들 한국방문 갈 수 있잖냐.  나 그걸 노린 거야. 그걸 노린 거라고. (주저앉으며 머리를 싸쥔다) 입상하면 한국 갈 수 있잖아. 한국 가서 엄말 볼 수 있잖냐구. 
(울음을 터뜨린다.) 《비디오 공주》 어쩔 바를 모르는데 국영이 벌떡 몸을 일으킨다. 
국영: (야비하게 웃으며) 근데 너 왜 입상했어? 왜 입상했냐구?  너 지금 날 웃는 거지? 이 꼬라지 웃는 거지.? 정말 우리 팀서 댄스 추는 그 호박골 새끼도 상 하나 먹었더라 그 골빈 새끼도 다 등수 타는데 내가 왜 못타? 내가 왜? 옳다! 니들 짜고 든 거지. 짜고 들어 날 골탕먹이는 거지 
《비디오 공주》: 야, 진정해! 나 상 탔다지만 겨우 가작상이야; 사실 나도 우수상 타고 싶었어. 대상 타고 싶었다고. 그런 마음 누가 없겠니. 나도 대상 타고... 한국 가서 아버질 만나고 싶었다고. (말머리를 잇지 못 하고 흐느낀다)
(국영이 그제야 정신이 든 듯 멍한 눈길로 《비디오 공주》를 지켜본다.)

#85 국영의 집-
(옥상에서 내려 온 국영이 문을 와락 열어 젖히며 들어선다. 
응접실을 들여다보던 국영이 그 자리에 굳어진다.
응접실에서 아버지와 《비디오 공주》의 어머니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다.
일그러지는 국영의 얼굴)


#86 주방- 
(아버지 밥상을 차려놓고 홀로 앉아 있다.
국영의 방으로 다가간다. 문을 노크한다.)
아버지: 국영아, 국영아 그만 나와 밥 먹어라. 밥은 먹고 봐야지.

#87 국영의 방-
(국영이 컴퓨터 화면의 어머니와의 합성사진을 지운다.
차가운 표정으로 앉은 국영이 아버지의 부름이 들려오나 응대조차 앉는다.) 

#88 주방-
(응답이 없으니 아버지 다시 주방으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 있다가 프라이팬을 닦는다. 열심히 닦는다. )


#89 응접실, 늦은 밤- 
(국영이 방에서 나온다. 
TV가 켜진 대로이다. 비디오가 끝나 빈 화면이 씩 소리를 내며 지글거린다. 
아버지가 소파에 꼬부라진 채 잠에 골아 떨어져 있다. 
아버지의 못나게 잠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국영의 눈에 발광체가 어린다.)

#90 주방-
(국영이 무언가 찾는다. 식칼을 찾아든다. 다시 내려놓고 과일칼을 찾아 든다. 다시 내려놓는다. 국영 금방 닦아놓은 반짝반짝 빛나는 프라이팬을 본다. 
국영이 그 프라이팬을 거머쥔다.)

#91 응접실-
(아버지 그냥 잠에 곯아져 있다. 
국영이 이를 악물고 나서 프라이팬으로 아버지의 머리를 후려친다.
아버지 소리 없이 꼬꾸라진다. 
국영이 광분하며 연이어 후려친다.)

#92 국영이네 집 뜰-
문을 빠끔히 연 국영이 머리를 내 밀고 사위를 두리번거린다. 
아버지의 시체를 끌고 나온다
헛간으로 끌고 들어간다.

#93 헛간-
국영이 허둥거리며 옷가지로 시체를 덮는다. 
얼굴에 튄 핏자국을 닦으며 돌아서던 국영이 무언가 발견하고 돌아선다. 
헛간 구석으로 다가간다.
국영이의 눈동자가 커진다 
반짝이며 실체를 드러내는 그 것은 자전거이다. 국영이가 그처럼 바라던 새 자전거이다. 

#94 밤거리-
(국영이가 새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다.)


#95 밤, 파출소의 뜰-
(국영이가 멈춰 선 곳은 파출소이다.
국영이 파출소 옥상 위에 걸린 휘장을 쳐다보다가 뜰로 들어간다.
국영이 자전거를 타고 파출소의 뜰을 맴돈다. 
파출소의 당직경찰 창으로 내다본다.
경찰: 뭐야 저 사람?
국영이 그냥 맴을 돈다.
경찰 뜰로 뛰쳐나온다.)
경찰: 야! 넌 뭐야? 이 곳을 니들 집 마당으로 알어?
국영이 듣는 척도 않고 그냥 맴을 돈다. 
경찰: 이런 미친 새끼봤냐
(경찰 붙잡으려 한다. 국영이 속도를 내여 맴을 돈다. 
경찰과 국영이 쫓거니 잡거니 파출소 뜰에서 각축전을 벌린다.)

#96 구치소 면회실-
(《뚱뚱컴》면회를 와있다)
《뚱뚱컴》: 뭐 먹고 싶은 거 없냐?
국영이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없다. 
《뚱뚱컴》: 뭐 딱 요구하는 거 없냐구?
국영이 머리를 쳐든다.

#97 구치소 면회실-
(댄스 친구1 면회를 와있다.)
댄스친구12: (말머리를 찾다가) 나 한국 간다. (국영이를 훔쳐보며) 미안해! 나 작문 딱히 잘 쓸려 한 건 아닌데 운이 좋았나봐

#98 구치소 면회실-
(《연변잭슨》 면회를 와 있다.)
《연변잭슨》: (아무 말도 없는 국영에게 중국말로 묻는다) 워이썬머??? <왜 그랬냐?>

#99 구치소 면회실-
(《비디오 공주》면회를 와 있다.
국영이 앞에 요구르트 한 두름을 내놓는다.)
《비디오 공주》: 왜 하필이면 요구르트 생각이 났어? 좋아하지 않더니
(국영 아무 말도 없이 요구르트포장을 찢는다.)
《비디오 공주》: 다 가져. 다 가져다 마셔. 다 마신 다음 내 또 가져다줄게. (말을 잇지 못하고 운다.)
(국영이 요구르트를 한 개만 달랑 든 채 몸을 일으킨다.)

#100 감방-
(감방 구석에 국영이 쪼그리고 앉아 있다. 
요구르트를 들여다 보다 빨대를 꽂아 마신다.
요구르트가 굽이 나고 빨대에서 끄르륵 소리가 난다.
국영이 눈에 눈물이 그득한 채 빨대를 그냥 입에 물고 있다.)

#101 밤거리-
(아버지와 국영이 밤거리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다
슬로모션으로 달리는 자전거. 
가로등 빛이 찬란한 거리에서 부자간 웃음을 흘리며 어디론가 가고 또 가고 있다.
자막으로 스텝진영의 이름이 올라간다.)


#102 《뚱뚱컴》의 방-
《뚱뚱컴》이 초콜릿 파이를 씹으며 컴퓨터 합성을 하고 있다
화면에 드러나는 합성사진
백두산 천지 가에서 국영이와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가 웃고있다.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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