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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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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2008년 08월 18일 08시 37분  조회:3076  추천:71  작성자: 김혁

 

. 아동소설 .


가 서쪽에서 뜬다면

 
김 혁


(제2회 "윤정석 아동문학상" 소설본상 수상작품)
 

 


1

 비행선은, 아이가 연필심 약한 연필로 도화지우에 선을 긋듯이 천공을 죽 긋고 있었습니다. 천공에는 보석상이 현시하듯 쥐여뿌린 다이야몬드처럼 커다랗고 빛나는 별들로 총총했습니다. 비행선은 술래잡이를 하는 아이처럼 그 별 사이를 누비고 있었습니다.
기내는 조용했습니다. 비행선은 몇시간째 태양계에서도 멀리 떨어진 “그린”별을 향해 날고있었습니다. 비행선이 리륙하면서 들떴던 려객들도 시간이 지나자 흥분이 어지간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앞좌석에 부착된 스크린으로 뉴스를 보거나 귀에 에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용이만은 아직도 한껏 달아오른 모습이였습니다.
용이는 우주려행이 처음입니다. 돈많은 집의 애들은 방학이면 “금성 하루 려행”, “화성 1박2일 려행”같은데를 다녀오군 했지만 려행비가 엄청 드는지라 용이네 처럼 여느 집들에서는 엄두를 못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다 가까운 금성이나 화성이 아니라 이처럼 하외성계에 있는 멀고도 먼 “그린”별로 가본 애는 용이 말고는 반급에 아직 없습니다.
학교에서 열린 “우주사랑 우주정복”활동의 일환으로 열린 웅변회에서 용이는 금상을 따냈습니다. 큰 상이였습니다. 그 상을 바라고 용이는 웅변련습에 땀을 쏟았습니다. 노력을 바친 결과 소망했던 상을 따게 된것입니다. 기쁜나머지 용이는 교실이 좁다하게 훌쩍 뛰였습니다. 만약 무중력상태였다면 용이는 그대로 하늘로 날아올랐을것입니다.
주어진 상품은 다름아닌 학부모와 함께 “그린”별로 려행하는 티켓 석장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내 들뜬 기분으로 아버지를 모시고 “그린”별로 향하는 우주선에 오른것입니다.
꿈에도 바라던 우주려행을 하게 되였습니다는, 그것도 자신이 따낸 금상으로 당당하게 하게 되였다는 상념에 용이는 오래토록 부푼 가슴을 눅잦히지 못해 했습니다.


비행선에서의 간단한 식사를 마치자 로보트 승무원에 의해 기내 후식이 나왔습니다. 빨갛고 파랗고 노란 캡슐이 그릇마다 듬뿍 담겨있었습니다.
그 무슨 영양제 같은 캡슐을 미심쩍어 하며 맛보니 사과맛, 파이내플 맛, 딸기 맛, 키위맛… 세상의 과일은 다 모여있었습니다. 참으로 꿀맛이였습니다. 지금 용이에게는 세상 무엇도 다 달콤한 맛의 향연입니다.
비행선 A구역에 앉은 아버지는 앞좌석에 부착된 스크린으로 “로보트 프로축구리그전”을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로보트들이 펼치는 축구대항경기, 인간들이 하는 경기보다 사뭇 달라 경기장이 세배쯤 넓고 꼴문대도 두배는 큽니다. 선수도 량쪽이 네명씩뿐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나름 치렬했습니다. 로브트선수들이 펼치는 발놀림은 묘기에 가까웠습니다. 한쪽팀이 약세로 몰려 경기는 181대 7로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용이는 축구에 관심이 없습니다. 또 참지못하고 안전벨트를 풀었습니다. 과일캡슐을 한웅큼 집어 입에 넣으며 몸을 일으켰습니다. 축구에 빠진 아버지를 향해 말했습니다.
- 나 잠간 화장실 갔다올께요.

 

2

 

- “그린”별은 표층이 록색의 흙으로 덮여있기에 “록색의 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기내 스피카에서 승무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려행지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있습니다.
- “그린”별은 45억 5천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암석과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엷은 대기층으로 둘러싸여 있어 생물들이 살 수 있는데 “그린”족이라는 외계인
들이거주해 살고있습니다.
완전한 구(球)가 아닌 회전타원체에 가깝고 적도 지름 약 6378㎞입니다.다. 태양까지의 거리는 약 1억 5000만㎞ 입니다.
23시간 56분 4.091초의 주기로 자전하고 있으며 궤도 속도는 평균 초속 30km 정도이다.
려행지에 대한 소개를 들으며 용이는 비행선의 B구역으로 찾아왔습니다. 스피카에서 승무원의 음성이 그냥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 “그린”별에는 고층건물처럼 높이 치솟은 용암기둥, 깊은 계곡, 그리고 “그린”별의 원주민인 작은 외계인들로 동화속 선경과도 같은 신기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최대의 볼거리는 이 별의 해돋이입니다. 다른 행성과 달리 동에서 서로 자전하는 별, 즉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입니다.


B구역에 나타난 용이는 아직도 한껏 달아오른 모습이였습니다.
학교에서 열린 “우주사랑 우주정복”활동의 일환으로 열린 웅변회에서 용이는 금상을 따냈습니다.
주어진 상품은 다름아닌 학부모와 함께 “그린”별로 려행하는 티켓 석장이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내내 들뜬 기분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그린”별로 향하는 우주선에 오른것입니다.
비행선 B구역에 앉아 앞좌석에 부착된 스크린으로 드라마를 보고있던 어머니가 용이를 향해 의뭉스런 눈길을 던졌습니다.


- 너 왜 이렇게 부산스러워? 어데갔다 인제 오는거냐?
- 저길 보세요 어머니!


용이가 대답을 피하며 기창으로 보이는 밖을 가리켰습니다. 기창에 부착되여 있는 줌 렌즈를 틀자 하나의 행성이 깜짝 놀래키기라도 하듯 커다랗게 나타났습니다.
푸르른 별, 어찌보면 사과같기도, 야구공같기도 한 푸르디 푸른 별이였습니다.
- 존경하는 려객 여러분, 12시간의 긴 려행을 거쳐 우리들의 목적지 “그린”별,
“그린”별에 도착했습니다.
- “그린”별이다아!
승무원의 안내원의 말과 동조하여 기내에서 환성이 터져올랐습니다.

 

3

 

비행선은 “그린”별에 조용히 내려앉았습니다. 비행선이 착륙하면서 내뿜는 기류에 록색의 먼지가 자오록히 분만해 올랐습니다.
로보트 승무원의 안내로 모두들은 헬멧을 쓰고 우주복의 지퍼를 올렸습니다. 등에는 원주형의 공기통을 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중력극복장치가 되여있는 가죽장화를 신었습니다.


- 존경하는 려객여러분, 드디여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그린”별의 원주민들이 지구인을 마중하려 나와 있습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우주복 안의 소형 인터콤을 통해 승무원의 안내말씀이 그냥 들려왔습니다.


- 외계인들이라서 “그린”별 원주민들의 생활습성이 지구인들보다 몹시 다릅니다. 우리모두 외계인들과의 례절을 지키고 존중하며 평화로운 우주인으로 거듭납시다.
비행선 기체의 앞부분으로부터 승강대가 내려왔습니다. 려행자들은 줄을 지어 승강대를 따라 우주선에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온통 푸르름으로 넘치는 행성이였습니다. 지구인이 선호하는 푸른 색을 띄고 있기에 이곳 려행이 요즘들어 부쩍 인기를 얻는 코스라고 합니다.
아스라니 너른 벌판에 가담가담 용암기둥이 높이 솟아 있었습니다. 용이가 살고있는 도시의 무역빌딩보다도 더 높은 용암기둥입니다. “지구보다 중력이 작기에 용암기둥이 기상천외로 높이 솟아 있다”고 승무원이 소개하는 말이 들려 옵니다.
곳곳마다 풍력발전소의 거대한 풍차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찬 행성인데 그 바람을 생활에 리용한다고 합니다.
류성의 마찰로 생긴 거대한 웅덩이속에 수박을 절반 쪼개여 놓은듯 한 반구형의 집들이 지어져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였습니다. 마치 막 촬영중인 과학환상영화 세트장에 온 기분이였습니다.


- 애개개! 이건 또 뭐야?


용이는 또 한번 놀란 탄성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그린”별의 원주민들이 어데있을가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승무원의 안내의 말대로 허리를 굽히고 보다가 그만 탄성을 지르고 만것입니다.
둥근 공처럼 생긴 것들이 일렬로 서있었습니다. 꼼지락거리는 것으로 봐선 살아있는 생명체임이 분명합니다. 온몸에 푸르른 잔털이 나 있었고 눈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그 눈이 온 몸의 3분의 1이 되도록 컸습니다. 지구의 애들이 즐겨보는 카톤만화속의 아이들처럼 말입니다. 머리꼭대기에는 저마다 “안테나” 같기도 “더듬이”같기도 한 것이 달려 한들거리고 있었습니다. “더듬이”의 맨끝이 록색 형광등을 켜놓은듯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가느다란 팔로 그들은 프랑카드를 쳐들고 있었습니다. 프랑카드에는 상형문자같기도 꼬맹이의 락서같기도 한 글발이 씌여져 있었습니다.


- 지구인을 환영한다고 씌여있구나


아버지가 희한한 눈길로 그들을 굽어보다 말했습니다.


- 어머, 아버진 “그린”별의 언어를 알아요?


용이가 놀라며 아버지를 쳐다보았습니다. 아버지가 용이의 헬멧을 기리켰습니다.


- 언어 번역 공능이 되는 헬멧이야. 아까 승무원이 가르칠 땐 뭘했냐? 부산
하게 비행선을 쏘다니기만 하고. 엉덩이에 뿔이라도 났냐?


아버지가 가볍게 꾸짖으며 헬멧에 달려있는 중의 하나의 버튼을 눌렀습니다.
헬멧에서 안경이 내려왔고 그 안경으로 보자 프랑카드의 글이 우리언어로 변해서 보였습니다.
프랑카드에는 “지구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린”별 주민 일동”이라고 씌여져있었습니다.
   “그린”별의 원주민들이 지구인들을 향해 손가락이 세개밖에 없는 손들을 쳐들어 보였습니다. 아버지도 그들을 향해 오른손의 새끼 손가락을 뽑아들었습니다.


- 지금 뭐하는거애요? 아버지?


용이가 깜짝 놀라며 아버지의 괴의쩍은 행동을 지켜보았습니다.


- 적의가 없고 우호적이라는 뜻이야. 이 별에서는 이런 식으로 한다나. 려행수첩 좀 읽어봐라.
아닌게 아니라 다른 지구려행자들도 저마다 “그린”별의 원주민들을 향해 새끼손가락을 쳐들고 있었습니다.
- 인사법 한번 괴상하네. 하고 중얼거리며 용이도 그들을 향해 새끼 손가락을
뽑아들어 보였습니다. 지구에서는 자칫 욕설로 보일 그 동작을 인사로 하려니 어쩐지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가까이 반구형의 금속외각 건물이 보였습니다. 용이네가 머무를 태공려인숙이라고 승무원이 알려주었습니다.
건물은 마치 거대한 딱정벌레가 내려앉은듯 보였습니다.

 

4

 

원하는 려행자들에게는 “그린”별의 원주민이 가이드를 맡아주게 되였습니다. 부과되는 팁이 엄청나기에 거절하는 려행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적지않은 이들은 “그린”별의 원주민 가이드를 원했습니다. 금액이 좀 비싸더라도 외계인들과 함께 한다는 기이한 체험을 맛보려는것이였습니다.
용이네도 “그린”별 가이드가 배치되여 있었습니다. 용이가 금상으로 딴 티켓은 가장 비싼 VIP고급석이였기에 당연히 “그린”별에서의 모든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려인숙에 들어서 짐을 풀기 바쁘게 아버지는 벽에 걸려있는 TV를 틀었습니다. “로보트 프로축구리그전” 하반전이 계속되고 있었던것입니다. 지구려행자들의 편리를 위해 려인숙내의 배치는 모두 지구의 습성처럼 설계되여 있었습니다. 다만 다르다면 곁에 공처럼 생긴 “그린”별의 원주민이 바싹 따라붙어 있는것이였습니다. 
  용이의 뒤를 묻어선 “그린”별의 원주민은 어쩌면 야구공을 꼭 닮은 모습이였습니다. 한 손에 품을수 있게 둥근 몸체도 그렇고 몸체에 난 파르슴한 잔털, 그리고 몸체를 한바퀴 돌며 생긴 자국은 야구공의 봉합자국을 방불케 했습니다.
 용이는 “야구공”을 아니 “그린”별의 원주민을 손아귀에 품어보았습니다. 공처럼 생긴 것이 생명체라는것이 도무지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저도모르게 벽에 대고 힘껏 내쳤습니다. 그러자 “공”에서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 ㅠㅠ ㅠㅠ
다급한듯한 소리였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눈은 화등잔마냥 더 커졌고 머리우에
달린 “더듬이”에서 록색의 빛이 구급차의 등처럼 다급히 반짝였습니다. 그제야 그것이 하나의 생명체라는것이 실감된듯 용이는 혀를 홀랑 내밀었습니다.
- 너 이름이 뭐니?
용이가 커아란 호기심을 보이며 물었습니다.
- #&*-*/X$?",?!#;⊙ø ⊙ø#&*-£&£
   “공”에게서 도무지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외래어를 할줄 모르면서도 안다고 허풍치며 아무소리나 섞어 하는 애들의 소리 같기도, 취한 사람이 혀를 꼬며 얼버무리는 소리같기도 했습니다.
- 이름이 뭐냐고? 그리고 몇살이냐?
- #&*-£&£*/X$?",#&*-£&£*/X$?"#;⊙ø
  또 쇠통 알아들을수 없는 소리를 내뱉습니다.
  - 변역기를 한번 써봐
  곁에서 둘이의 모습을 재미나다는듯 지켜보던 아버지가 에어폰 하나를 건네주었습니다. 겉보기에는 꼭 마치 MP3을 듣는 보통 에어폰같았지만 그것은 다공능 번역기로서 려행자들 저마다에게 하나씩 지급되여 있었습니다.
에어폰을 걸자 거짓말처럼 원주민의 소리를 가려 들을수 있었습니다.
- 난 그린 3세야
조금 가느다란 소리였습니다. 입도 보이지 않는데 어데서 나오는 소리인지 용이는 그저 신기하기만 합니다.
- 난 용이야. 드래곤이라는 그 용자. 반갑다
용이는 손을 내밀다가 급기야 이곳의 례법이 생각나서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그린 3세”도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머리우에 달린 “안테나”가 홍조를 띄듯 반짝 반짝 빛났습니다.
- 나 열한살이야 넌?
잠재울수 없는 호기심에 용이는 끝없이 의문을 쳐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순간,
용이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 지고 말았습니다.
- 난 99살이야.
- 뭐? 99살이라고? 네가?
잘못 듣기라도 한듯 용이는 다시 캐물었습니다.
- 그래 99살.
(그럼 이렇게 작고 갸날프게 생긴 것이 나의 증조할아버지뻘이란 말인감?)
  용이는 그만 할말을 잃었습니다.
- 우릴 처음 보는 지구인들은 모두 놀라고 그래.
“그린 3세”가 해석을 주었습니다.
- 우리 “그린”별 원주민들은 평균수명이 3천세야.
- 뭐 3천세? 동박삭이 따로 없고나.
용이는 또한번 입을 딱 벌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면서 옛이야기에서 들었던 3천살을 산다는 “삼천갑자 동방삭”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 그러니 난 아흔아홉이지만 지구사람들 나이벌로 따지면 아직 소학생년령대
야. 너하고 비슷한 뻘이지. 우리 친구할가?
“그린3세”의 머리우 “더듬이”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그린3세”가 새끼 손가락
을 뽑아들었습니다.
- 그래 우리 친구하자!
용이도 그를 향해 흔쾌히 새끼 손가락을 뽑아들었습니다.

 

5

 

- 어머니 나 친구하고 바깥 구경 좀 하고 올게요.
어머니에게 외계인친구 “그린3세”를 소개시키고나서 용이는 그와 함께 밖으로
나왔습니다.
처음하는 우주려행에 지쳤던지 어머니는 그런 용이를 말리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쏘파에 편히 기대여 “그린족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책자를 읽고있는 중이였습니다.
그만큼 오늘따라 천방지축인 아들애를 어머니는 말려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그
저 안전에 주의하라 바가지를 거듭 긁으며 용이가 태공복을 입는 것을 꼼꼼히 거들어 주었습니다.
그사이 부쩍 친해진 “그린3세”와 용이는함께 태공려인숙을 나섰습니다.


려인숙 직원이 “그린”별 관광에 나선 그들에게 썰매 하나를 내주었습니다.
땅크처럼 바퀴에 레인이 씌워진 썰매였습니다. 썰매마다 기압조절기가 작은 굴뚝처럼 달려 있었습니다. “그린”별은 거개가 구릉지대인데 이렇게 레인이 씌워진 썰매는 구릉도 톺아오를수 있다고 려인숙 직원이 설명하면서 썰매 조종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용이가 썰매를 몰고 “그린3세”는 용이의 헬멧우에 앉았습니다.
커다란 계곡을 따라 관광썰매는 달렸습니다. 계곡 언저리에 둑이 지어져 있
었고 둑의 가장자리에는 금속란간이 설치되여 있었습니다. “그린3세”의 안내에 따라 둑을 따라 썰매는 미끄러져 갔습니다.
이윽고 용이는 썰매에서 내렸습니다. 금속란간을 부여잡고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골짜기가 깊었고 맞은 켠 봉우리는 멀고도 멀었습니다.


헬멧에 부착된 망원경의 줌렌즈를 틀자 천태만상의 봉우리가 한눈에 안겨왔습니다. 지구의 산은 비교가 안될 아아하게 높은 산맥들, “그린”별의 아름답고 웅장한 풍경에 용이는 저도모르게 감탄을 내뿜었습니다. 
- 저쪽으로 가볼래
“그린3세”가 용이의 왼쪽 어깨우에 내려앉아 한눈이 모자라게 저쪽 봉우리를
쳐다보는 용이를 보고 물었습니다.
- 저 먼곳으로 언제간다고 그래. 또 저렇게 높은 곳으로
계곡이 너무 넓고 산봉우리가 너무 높아 용이는 기겁한 소리를 했습니다.
- 날아가지 뭐
    - 뭐? 날아가? 뭘 타고?
용이는 잘못 듣기라도 한듯 “그린3세”를 쳐다보았습니다.
“그린3세”가 용이의 어깨우에서 내렸습니다.
두팔 벌리고 계곡의 변두리에 섰습니다.
“그린3세”의 “더듬이”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더듬이의 맨 끝이 꽃봉오리가 터져나오듯 갈라졌습니다. 갈라져 몇 쪽으로 나뉘였습니다.
이어 그 몇쪽으로 나뉜 “더듬이”가 직승비행기의 날개처럼 빙빙 돌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그린3세”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습니다.
용이의 입이 또 한번 떡 벌어졌습니다. 멍청하니 눈앞의 놀라운 광경만 지켜볼
뿐이였습니다.
“그린3세”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가느다란 팔이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나더니 얼빠져있는 용이의 손을 감쳐쥐였습니다.
- 자, 가는거야!
앗차! 할 사이도 없이 용이는  “그린3세”의 손에 이끌려 허공중에 떴습니다.
그 가느다란 손에는 커다란 힘이 실려있었고 그 힘에 끌려 용이는 허공으로 날고 있었습니다. 콩나물줄기 같이 가느다란 그 손에서 어떻게 이렇게 큰 힘이 생겨나는지 용이는 놀라왔습니다.
   - 손에서 힘 빼, 무서워 하지마! 우리 “그린”족은 모두다 날수 있어. 설마 추락한다해도 네가 입은 우주복에 락하산이 달려 있어.
용이는  “그린3세”의 힘을 빌어 새처럼 하늘을 날았습니다. 푸르른 계곡우를
날았습니다. 반구형의 려인숙이며 태공역앞에 내려앉은 비행선이며가 장난감처럼 작게 보였습니다.
- 야호! 신난다!
용이는 차차 두려움을 잃고 두팔을 한껏 벌렸습니다. 새매처럼 어깻죽지를 한
껏 펴들며 목청껏 환성을 질렀습니다.
  둘은 잠간새에 맞은 켠 봉우리에 다달았습니다.


- 아름다운 고장이였어. 우리 별…
맞은 켠 봉우리우에 내려 아직도 비행의 여흥을 삭이지 못하고 있는 용이를 보며 “그린3세”가 입을 열었습니다. 산봉우리에서 “그린”별의 풍경을 살펴보며 말했습니다. 조금전보다 가라앉은 목소리였습니다.
- 그런데…
“그린3세”의 목소리가 차분해졌기에 용이는 정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름다움을 잃기시작했어. 우리 별.
무슨 사연이 있나보다하고 용이는 “그린3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 “분홍별”이라고 있어. 저 멀리에
“그린3세”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허공 멀리를 가리켰습니다.
- 언제부터인가 모두들 그곳으로 떠나가기 시작했어. 언제부턴가.
“그린3세”가 눈을 느스름히 내리 깔았습니다.
- 우리 누님. 우리 이모, 지어 우리 어머니들까지. ㅠㅠ, ㅠㅠ…
  “그린3세”가 울고 있었습니다. 용이가 벽에 뿌려던?을 때 아파하던 그 모습,
그 괴상한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용이는 “그린3세”의 말을 귀담아 들으련듯 언어번역기가 달린 에어폰을 두손으로 꼭 잡았습니다. “그린3세”가 말을 이었습니다.
- 좋은 곳이라고 해. 좋은 곳이기에 우리 누나들이 우리 엄마들이 엄청 비싼
우주티켓을 돈을 빌려 사가지고는 날아가는거지. 다 그래. 이곳에선 엄마 아빠가 갈라져서라도 그곳에 가. 그곳만 가면 먹을 거리가 많다고 해, 잘 살수 있다고 해.  
하지만 그곳에만 가면 우린 다신 엄마를 볼수 없어. 너무 머니깐 너무나도 머니깐.
용이는 숲속의 꼬마요정같던 “그린3세”를 이윽토록 지켜보았습니다. 그의 정서에 이끌려 말없이 그가 하는 긴 이야기를 듣고만 있었습니다.
- 원체 우리 “그린”별 가족들의 몸은 합체가 될수 있어 기쁠때나 슬플때면 엄
마, 아빠 그리고 아이들이 합체가 돼. 한덩이가 되여 커다란 원을 만들지. 날씨가 ?으나 추워도 합체가 되여 비를 막고 추위를 막지.
그리고는 기쁠땐 공처럼 구을고 튕기기도 해.
이야기를 하는 “그린3세”의 더듬이는 풀이 죽어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 부모와 갈라진 애들은 모두 흉터가 남게 돼. 이렇게 나처럼 흉터 가 난 애
들은 부모가 갈라지고 홀로 남은 애들이라는 징표야.
그제야 용이는 “그린3세”의 몸에 난 야구공의 봉합자리 같은 흉터의 래력을
알수 있었습니다.
- 부모들은 왜 좋은 고향을 버리고 다른 별로 가는거야? 왜 갈라지는 거야?
합체가 되면 얼마나 좋은데! 합체가 되면 얼마나 따뜻한데…
“그린3세”는 혼자말처럼 중얼거렸습니다. 그의 하나밖에 없는 커다란 눈에 액
체 같은 것이 고여들었습니다. 그 눈물은, (용이는 그것이 바로 이들의 눈물이라고 단정지었습니다.) 록색의 그 “눈물”은 장마철에 벌창해진 보도랑의 물처럼 드디여 눈확에서 넘쳐났습니다. 흘러나온 눈물은 무중력 때문에 허공중으로 날아올랐습니다. 날개다 돋친듯 눈물은 “그린3세”가 엄마가 가 있다며 멀리를 가리켰던 그곳으로 날고 있었습니다.


용이는 얼음망치에라도 맞은듯 그자리에 굳어져 버렸습니다. 그 날아오르는 푸른 눈물에서 용이는 다른 눈물을 보고 있었습니다.
용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갈라졌습니다. 요즘들어 용이네와 같은 집들이 너무 많았기에 어른들은 괜찮다고 말했습니다.
용이는 두 사람이 석달에 한번 꼴로 번갈아 부양하기로 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로 용이를 잘 대해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용이의 마음에 짙게 어린 응달을 지울수는 없었습니다. 아버지곁에 가면 어머니가 그립고 어머니 곁에 가면 아버지가 그리웠습니다.
못 견디게 그리울때면 용이는 립체앨범을 꺼내곤 합니다.
립체앨범속에 아버지어머니와 함께 놀이터에서 함께 찍은 3D립체사진이 있습니다. 사진속의 세사람은 함께 회전목마를 타고 있습니다. 회전목마는 빙빙 돌고 있습니다. 회전목마우의 아버지는 웃고 있습니다. 어머니도 웃고 있습니다. 중간에 품어안은 용이도 함박웃음을 웃고 있습니다.
하지만 앨범속으로 손을 뻗어 만져보면 아버지의 얼굴도 어머니의 얼굴도 현실감이 없습니다. 질감은 느껴지되 차기만 합니다.
웅변회때에도 다른집은 부모가 모두 와서 응원해 주었지만 용이네는 아버지밖에 오지 못했습니다. 금상이라는 커다란 영예를 따냈지만 부모와 함게 경축하지 못하고 따로따로 가서 축하해야 했습니다. 마냥 그 반쪽의 빈자리가 용이에게는 가슴아린 커다란 빈구석입니다.
용이는 앨범속이 아닌 현실에서 진짜 두분과 함께 있기가 정말로 소원입니다.
용이는 먹먹해 오는 마음의 파동을 느끼며 “그린3세”를 손아귀에 꼭 품어쥐였
습니다.

 

6

 

“그린”별에서의 이튿날 아침. 지구에서 온 려행자들은 일찍이도 잠에서 깨였습니다. 시차가 바뀌면서 불편을 겪어서가 아닙니다. 려행코스가 아침 일찍 배치되여 있는 까닭입니다.
잠만 들면 곁에서 장구치며 노래해도 깨여나지 못하는 잠버릇이 있는 아버지는 아직도 코를 골고 있습니다. 밤늦게 까지 “로보트 축구경기”를 관람한 탓도 있을겁니다.
어머니의 방에서 빠져나온 용이는 급급히 아버지가 투숙하고있는 방으로 가서 코골이로 벨칸토창법을 연주하고 있는 아버지를 깨웠습니다.
급급히 씻고 승무원이 부르는대로 려인숙밖의 둑으로 모였습니다.


둑에는 먼저 나온 려행자들로 가득했습니다. 잠기가 가셔지지않은 모습들이지만 또 어덴가 들뜬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저저마다의 손에는 디지털카메라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번 려행에서 가장 큰 볼거리인 “그린”별의 해돋이를 보려고 몰려 든것입니다.
밤새 용이를 동무했던 “그린3세”가 용이의 왼쪽 어깨우에 앉아있습니다. “그
린”별의 사람들은 평생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까닭에 용이는 잠이룰수 없는 밤을 “그린3세”와 끝간데 없는 이야기로 보낼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깨울가 베란다로 나가 온밤을 지냈습니다.
“그린”별의 밤은 아름다웠습니다. 주먹만한, 수박만한 별들이 가까이에서 빛났습니다. “그린3세”의 머리우 “더듬이”도 조도가 알맞춤한 탁상등의 빛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 빛속에 둘은 지구와 “그린”별의 차이며 엄마없는 꼭 같은 서러움이며에 대해 이야기 하고 또 했습니다.
그러면서 용이는 오로지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날이 밝아 해가 막 뜰 때면 용이가 일껏 계획해 왔던 이번 우주려행의 프로젝트가 실시되는 시각입니다. 용이는 벌렁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자기가 직접 대본을 쓰고 감독을 맡은 그 시각을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용이가 아버지의 손을 이끌었습니다. 아버지의 손을 이끌고 두리번거리며 누군가 찾았습니다. 저마다 태공복을 입은데서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중에서 한 사람의 앞으로 다가가 멈춰섰습니다. 용이가 그 사람을 소리높여 불렀습니다.
- 어머니!
어머니가 기겁한 모습을 지었습니다.
- 너 대체 어데 갔다오는거야? 왜 이렇게 들말처럼 날뛰고 그러냐.
자꾸만 자리를 비우는 용이를 두고 걱정의 푸념을 하던 어머니의 말이 문뜩 멎었습니다. 용이의 손을 잡고있는 아버지의 얼굴을 그제야 헬멧아래에서 가려본겁니다.
아버지의 얼굴에도 놀란 기색이 력력했습니다. 어색하게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이 동시에 용이의 몸에 몰부어졌습니다. 도대체 웬 감투냐 는듯한 눈길들이였습니다.
이때 어색한 사이를 비집으며 려인숙 가이드의 안내소리가 메가폰을 통해 높이
울려 왔습니다.
- 자, 여러분, 서쪽으로 돌아 서 주십시요. 자, “그린”별의 진풍경입니다. 해가
막 뜨고 있습니다.
몰려섰던 려행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면서 가이드가 안내하는 쪽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서쪽 하늘편이 물감을 들인 듯 온통 자홍색으로 물들어 올랐습니다. 그 붉은
기운을 머금은 색조의 너울을 헤치며 둥근 해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침전물처럼 차츰차츰 륜곽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 해가 뜬다아! 
누군가 흥분되여 감탄사를 터뜨렸습니다. 썰매우에 앉아있던, 용암기둥에 기
대여 기다리고 있던 려행자들이 이 금쪽 같은 시각을 목격하려 후닥닥 뛰여일어났습니다. 망원경, 카메라와 육안들이 일시에 그 해를 바라고 몰 부어졌습니다.
용이는 격동에 심장이 당금 밖으로 뛰쳐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아쥐였습니다. 그들을 쳐다보며 간절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 아버지, 어머니, 그때 갈라지면서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 “만약 해가 서쪽
에서 뜬다면 몰라도” 하고 말했잖아요.
용이의 목소리에 울음이 잔뜩 섞여 들었고 목소리도 겉잡을수 없이 높아졌습니다.
- 어머니, 아버지. 지금 해가 서쪽에서 뜨고 있어요, 그러니 이젠 만나줄거죠.
이젠 돌아올거죠. 아버지 어머니.
- ㅠㅠ
용이의 귀전에서 “그린3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우리 엄마도… 우리엄마도 해가 동쪽에서 떠야 돌아온다고 했어.ㅠㅠ…
    “그린3세”의 록색의 “눈물”이 허공으로 날아올랐습니다. 용이의 눈물에 선글라스가 뿌옇게 흐려졌습니다. 아버지, 어머니의 선글라스도 부옇게 흐려져 있었습니다. 곁에서 남의 일 같지않게 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선글라스도 부옇게 흐려져 있었습니다.
- 왜 우린 갈라져야만 해요? 왜 우린 이렇게 살아야만 해요?
돌아와주세요! 어머니! 돌아와 주세요! 아버지! 지금, 지금 해가 서쪽에서 뜨고있잖아요_

용이의 절규하는듯한 호소가  “그린”별의 상공으로 울려펴졌습니다.
“그린”별의 깊은 계곡을 배경으로 해가 막 서쪽에서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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