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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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황제와 소녀》

2. 龍素相逢(황제와 소녀 장편연재)
2012년 02월 06일 16시 39분  조회:3896  추천:0  작성자: 김정룡
2. 龍素相逢: 용소상봉

헌원이 소녀를 만나다

우주 만물은 신의 창작품이다. 조물주인 신은 우주를 영원불멸의 무한한 존재로 만든데 비해 땅 위의 동물과 식물 등 생명체는 시간이 지나면 죽어 사라지는 유한한 존재로 만들었다. 인간이 비록 보통의 동물들에 비해 수명이 긴 편이지만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세상에는 보편적인 것이 있는 동시에 특수성도 있는 법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것들은 세월의 흐름 속에 묻혀버리는 것에 반해 특수한 것들은 후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그중 특별한 것은 숭배의 대상으로 남는다.
옥녀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정 기간을 살다가 죽는 자연법칙을 어기고 수만 년을 살아왔다. 그러기에 무지몽매한 사람들은 그녀를 인간이라 여기지 않고 신으로 받든다. 허나 이것은 당시 사람들의 무지에서 빚어진 결과이다. 실은 옥녀도 땅을 딛고 세상을 사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비밀이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옥녀는 제사장이자 다산의 왕이다. 많은 자식을 낳으려면 우선 음기가 왕성해야 한다. 물론 옥녀는 세상의 그 어떤 여인보다 음기가 왕성하다. 그런 그녀에게는 당연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주(阿注: 성 파트너)가 있다. 상제를 비롯한 천신들과 신선들 그리고 흙을 먹고 사는 지상의 사내들까지 모두 그녀의 아주들이다.
아주가 많은 연유로 옥녀에게는 수많은 자식들이 있다. 그녀 자신조차도 정확히 그 수를 알지 못한다. 따라서 그 많은 자녀들은 전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며 오로지 어머니만 알고 살아간다. 그 많은 자식들 중 가장 능력이 출중한 딸 하나를 골라 옥녀의 환생으로 삼는다. 그 딸은 옥녀가 죽으면 후계자로서 역시 옥녀가 된다. 옥녀의 환생으로 선택받으려면 흙을 먹고 사는 사내와 교합해서 낳은 아이는 배제되고 반드시 천신과의 교합을 통해 낳은 딸만이 자격이 주어진다.
그러나 옥녀가 때로는 사내들과의 방사가 너무 지나치게 빈번한 탓에 그녀의 자식들이 신의 종자인지 아니면 인간의 씨앗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가끔 옥녀의 환생이 신의 종자가 아닌 인간의 씨앗이 되는 경우도 있었다.
옥녀 주위에는 믿음직스런 신하인 개명수, 우돌, 육오(陸五)와 같은 천하장사들이 포진해 있으나 그들은 모두 괴수이기에 인간미가 없고 머리가 아둔해 참모 역할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영리한 세 마리 파랑새도 있고 능력이 뛰어난 시녀들도 많으나 사내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는 세상에서 여인의 자리를 지키려면 사내를 잘 아는 총명하고 영리하고 상황 판단이 뛰어난 충신이 필요했다.
18년 전의 일이다. 저 멀리 동방에 살고 있는 동방삭이 옥녀의 이런 급박한 상황을 헤아려 중원 출신인 아신(阿辛)을 참모로 추천했다. 아신은 개명수, 우돌, 육오처럼 거인이 아니며 천하장사도 아니었다. 보통 인간에 비해 키가 큰 편일뿐 호리호리한 체격에 귀여운 얼굴을 지녔다. 그런 연유로 여인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으며 더욱이 눈치가 9단이어서 여인들을 사로잡는 재주가 뛰어났다.
아신이 옥녀의 주변에서 맴돌며 믿음을 얻자 두 사람은 군신관계를 뛰어넘어 암수관계로 발전했다. 옥녀에게는 수많은 아주가 있어왔지만 아신만큼 그녀의 속마음을 속속 꿰뚫고 기쁘게 해주는 사내는 없었다. 옥녀는 처음 아신과 교합을 할 때 느꼈던 감회를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처음 옥녀가 그를 안을 때 양손에 힘을 주어 당겨 안았다. 사내가 눈치를 채고 “음부를 서로 접촉하기를 원하시옵니까?”라고 물었다. 옥녀가 양쪽 넓적다리를 크게 벌리니 사내가 음문 윗부분까지 흡족하게 마찰을 해주었다. 옥녀가 아랫배를 힘 있게 내밀자 “곡정(穀精: 남자의 정액)을 간절히 원하시옵니까?”라고 물었다. 옥녀가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사내는 계집이 이미 쾌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두 다리를 구부려 사내의 몸을 휘감으니 양물을 더 깊이 삽입했다. 옥녀가 허리를 옆으로 흔드니 사내는 양물을 깊숙이 삽입하고 또 좌우로 흔들어주었다. 몸을 일으켜 사내에게 바짝 다가가니 이미 절정의 길목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힘주어 꽉 껴안았다. 옥녀가 상체를 뒤로 뻗으니 사내는 계집의 사지백해(四肢百骸)가 이미 쾌락의 정점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음도에서 진액이 흘러내리자 옥녀에게 물었다.
“성감이 이미 산꼭대기에 이르러 고조가 완성되었사옵니까?”
“그렇다네. 자네의 양물은 그런대로 쓸 만하군. 앞으로도 종종 애용할테니 늘 준비하고 있게나.”
“감사하옵니다.”
그렇게 옥녀와 아신은 성 파트너가 되어 쾌락을 즐겼다. 한 번 마음에 들면 두 번 세 번 벌어지는 것이 암수의 법칙이다.

헌원이 출생한 지 두 해가 되는 무렵 옥녀는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딸을 출산했다. 때는 복숭아꽃이 피고 꽃샘추위를 몰고 오는 세설이 내리는 즈음이었다. 옥녀는 악귀를 막고 얼굴에 광택이 나도록 두 가지 비법을 취해 아기의 얼굴을 씻었다. 예전에 동방삭이 알려준 민간비법이었다.
세상 이치는 묘한 것이어서 신이 내린 처방도 효험이 없을 때가 있으며 무지몽매한 인간들이 사용하는 민간요법이 효험을 발할 때도 있다. 동방삭이 알려준 비법을 사용한 덕택에 아기는 무서운 전염병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무럭무럭 자랐고 복숭아를 닮은 고운 얼굴은 참기름을 바른 듯 빛이 났다.
아기가 낯가림을 하기 시작한 무렵의 어느 날 아신이 방문했다. 낯선 사람을 보면 얼굴을 찡그리던 아기가 아신을 처음 보았는데도 웃음을 지으며 전혀 낯가림이 없었다. 오히려 안아달라고 애원에 가까운 눈짓까지 보냈다. 아신은 가슴이 덜컥했다. 혹시 피가 당기는 것은 아닐까? 이 아기가 나의 딸은 아닐까?
옥녀는 아기 이름을 아소(阿素)라 붙였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그냥 부르기 편해서였다. 그녀는 아소가 신의 종자라 했다. 그러나 아기를 처음 본 아신은 아소가 신의 종자가 아니라 인간의 씨앗이라 단정지었다. 아소의 아버지는 분명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소는 커가면서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미인이 되었고 총명하기조차 했다. 영락없는 옥녀의 환생감이었다. 그런데 하얀 피부색이며 갸름한 얼굴 모양이며 검고 짙은 눈썹, 날이 선 오똑한 코, 옹골찬 입, 심지어 어깨를 반듯하게 펴고 걷는 걸음걸이까지 아신을 쏙 빼닮았다. 아소를 신의 종자라 우겨대던 옥녀가 인간의 씨앗이 틀림없고 아버지가 아신이라는 것을 확신하자 부녀의 만남을 가로막았다. 만약 아신이 “아소는 나의 딸이오”라고 주장하면 장차 환생을 이어받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었다.
아소는 여러모로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데다 호기심이 많고 담대함이 사내 못지않은 계집애로 자라났다. 또 바깥세상의 돌아가는 일들에 궁금증이 많았다. 그럴 때면 파랑새에게 부탁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아소가 13살 되던 여름의 어느 날 파랑새가 아소의 처소에 날아들었다. 헌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물어왔던 것이다. 이야기를 다 들은 아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상에! 그토록 훌륭한 소년이 있다니. 정녕 믿기지 않아. 파랑새야. 헌원을 만나게 해줄 수 있니?”
“그... 그것은.”
“제발. 내가 이렇게 부탁한다.”

헌원이 15살 되던 여름, 하늘에 구멍이 뚫렸는지 비가 유난히 많이 쏟아졌다. 홍수가 질 때면 땅 위의 모든 것들이 물에 떠밀려 강물을 타고 정처 없이 흘러내려갔다. 사람들은 홍수가 무서워 동굴에 꽁꽁 숨어 지냈으나 용감하기 그지없고 호기심이 많은 헌원은 비가 억수로 퍼붓는데도 희수로 나갔다.
대지의 흙탕물이 희수에 몰려들어 강물은 누렇게 변하고 나무와 죽은 풀잎들, 숨이 붙은 개, 돼지, 토끼들이 강 위에 둥둥 떠다녔다. 헌원이 돌 하나를 주워 강물에 힘껏 던졌다. 돌은 물 위에 뜨지 못하고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새로운 일에 부딪치면 늘 그러했듯이 헌원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물이라는 것은 어떤 물건은 받쳐들고 어떤 물건은 삼켜버리는구나!
헌원은 강물에 풍덩 뛰어들어 돼지 등에 올라탔다. 그러나 금세 돼지와 함께 물 밑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번에는 풀잎을 타보았다. 풀잎은 사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역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나무 뭉치를 타보니 가라앉지 않았다. 육중한 아름드리나무가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라앉을 것 같았지만 신기하게도 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그 둔중한 나무가 사람을 싣고 유유히 강을 노니는 것이었다.
“아! 바로 이것이로다.”
헌원은 무릎을 탁, 내리쳤다. 곧이어 희수 상류에서 둔중한 나무를 타고 폭포 아래를 무사히 지날 수 있는지 시험했다. 나무는 절벽에서 곤두박질치며 떨어졌지만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고 강물을 따라 홀로 유유히 떠내려갔다. 다만 그 위에 올라탄 사람은 나무 위에 버티고 있을 수 없었다. 나무는 나무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이별하게 되었던 것이다. 헌원은 어떻게 하면 나무 위에서 굴러 떨어지지 않을까 궁리를 했다. 나무에 손잡이를 만들어 굳게 잡으면 절벽을 무사히 지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보니 과연 대성공이었다. 이렇게 해서 땅 위에 최초로 배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 무렵 아소가 옥녀 모르게 파랑새를 타고 희수에 도착했다. 마침 잘생기고 멋진 소년이 배를 타고 유유히 강물을 떠돌고 있었다. 아소가 처음 목격하는 일이라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넋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소년을 태운 배가 절벽에 이르더니 곤두박질치는 게 아닌가. 아소의 가슴은 철렁했다. 저 멋진 소년이 변을 당하지나 않을까? 그러나 소녀의 걱정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까 근심하는 것과 똑같았다. 거친 물살을 뚫고 소년이 탄 배가 갑자기 아소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소년은 아소를 그윽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신가요? 귀하신 몸 같은데 이 강에는 어인 일로 오셨나이까?”
아소는 궁궐에서 거칠 것 없이 자유분방하게 자라고 행동했지만 소년을 마주하니 가슴이 심하게 뛰고 머릿속이 텅 비어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며 숨어버리고 싶었다. 가슴을 진정시키고는 겨우 입을 열어 수줍게 말했다.
“그대의 범상치 않은 소문을 듣고 소녀의 발길이 저절로 이곳으로 오게 되었사옵니다. 소녀의 눈으로 직접 접하니 과연 헛소문이 아니옵니다.”
헌원이 소녀를 가까이에서 보니 매력이 철철 넘쳐났다. 헌원은 여태껏 호기심과 탐구심에 넘쳐 이것저것 발명품을 만들고 자연을 탐험하느라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처음 본 여자인데도 마음이 기울어졌다. 그 역시 소녀처럼 가슴이 심하게 뛰었다. 그러나 소녀가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 궁궐 공주라는 신분을 알아차리고 금세 냉정을 되찾았다. 헌원은 물에 듬뿍 젖은 머리를 두 손으로 털어내며 소탈하게 대답했다.
“이 소년은 그저 한갓 미물일 뿐입니다. 그냥 물이 좋아 노닐다보니 이런 장난을 치게 된 것이지요.”
헌원이 만든 배는 코끼리 몸집만큼 큰 나무를 깎아 만든 것으로 어른 셋이 탈 수 있었다. 헌원은 아소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짓고는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먼 이곳까지 행차하시느라 피곤하셨을 텐데.... 소인과 함께 뱃놀이를 하오시면.”
헌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소는 재빨리 배에 뛰어올랐다. 깜짝 놀란 파랑새가 급한 마음에 아소를 만류했다.
“공주님께서는 자중하십시오. 이러다 변이라도 생기면.”
헌원이 파랑새를 향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걱정 마시오. 소인이 공주님의 안전을 책임지겠나이다.”
헌원은 아소를 싣고는 강물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위를 파랑새가 불안한 눈길로 바라보며 따라 날아왔다. 아소가 배에 앉아 희수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그녀는 옥녀를 따라 곤륜산 일대 여러 곳을 유람 다녔었다. 그때마다 말 잔등에 앉아 다녔고 유람지에 도착해서도 행동이 자유롭지 못해 맘껏 뛰놀 수 없었다. 산천구경의 재미는 뒷전이고 늘 따분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완전히 달랐다. 폭이 오백 보나 되는 희수가 망망대해로 느껴지고 노를 젓는 소년의 굵은 팔과 우람한 등을 보며 가슴이 쿵쾅거렸다. 강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만경창파를 가르는 기분이었다. 대자연의 맑은 공기가 강물의 수증기와 어우러져 가슴을 시원하게 확 뚫었다. 게다가 멋진 소년과 함께 하니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다.
헌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녀에게 정신이 팔려 흥분이 지나쳐 배가 폭포에 이른 것을 까맣게 잊었다. 배는 순식간에 폭포 아래로 떨어져 곤두박질쳤다. 아소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손잡이를 단단히 잡았으나 물살이 워낙 거세 그만 놓치고 말았다. 배는 아소를 뿌리치고 둥둥 떠내려갔다. 아소가 허둥대다가 물속으로 가라앉았으나 헌원이 구해내 강가에 뉘였다. 두 손을 아소의 가슴에 대고 누르니 물을 확 토해내며 감았던 눈을 떴다. 간이 콩알만해진 파랑새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만일 아소에게 변고가 생기면 자신의 목숨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소가 눈을 뜨자 헌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아소는 파랑새의 근심이나 헌원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환호성을 올렸다.
“어맛! 물놀이는 정말 재미있어요. 배를 타는 것보다 더 좋아요.”
아소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떡 일어서 헌원이 만류할 틈도 주지 않고 강으로 달려가 풍덩 뛰어들었다. 파랑새가 뒤를 따르며 소리쳤다.
“제발 공주님! 그렇게 막무가내로 뛰어들지 마세요.”

예나 지금이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대낮에 공주가 강가에서 뛰어놀었다는 이야기는 곧 궁궐로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전에 머리가 좋은 아신은 아소가 자기 씨앗이란 것을 확신하고는 옥녀 모르게 공주를 시중드는 시녀 하나를 골라 심복으로 심어놓았다. 뇌물을 톡톡히 챙긴 시녀는 공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아신에게 고해바쳤다.
아소가 강가에서 헌원과 어울려 배를 타고 헤엄을 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신은 딸이 걱정되어 끓는 솥 안의 개미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자객을 보내 헌원을 죽이고 싶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녀석 뒤에 있는 거대한 용이 떠올라 자객을 보낼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대책은 딱 하나였다. 옥녀에게 하소연을 해 아소가 나돌아다니지 못하도록 단속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는 늘 그래왔듯이 중요하고 급한 일일수록 차분하게 대처했다. 일단 옥녀를 만나 용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기쁘고 즐겁게 해준 다음에 슬며시 본론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는 궁궐로 들어가 옥녀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음란한 기운이 가득 찼다. 좋은 징조였다.
“소인의 관찰이 틀림없다면, 지금 오욕의 경지에 이르러 헤매고 계시는군요.”
옥녀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호호. 어찌 자네를 속이겠는가. 내가 지금 어떤 경지인지를 맞춰보게나.”
아신은 음욕으로 가득 찬 옥녀에게 다가가 치마를 살짝 들추었다. 여 몸종들은 깜짝 놀랐으나 옥녀는 그런 그를 내버려 두었다. 아신은 손으로 옥녀의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음탕한 목소리로 말했다.
“숨을 죽이고 정신을 가다듬으니 상대에게 안기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요, 콧구멍과 입이 벌어졌다 닫혔다 하니 홍목단을 애무할 것을 바라는 욕망이 있는 것입니다.”
옥녀가 그 말을 듣고 몸이 흥분되어 빨개진 얼굴로 몸종들을 바라보니 모두가 뒷걸음쳐 사라졌다. 아신은 옥녀를 번쩍 들어 안아 침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 두 사람만 남자 곧 알몸이 되어 서로의 몸을 탐했다. 아신은 옥녀의 젖가슴과 홍목단을 애무하면서 시를 읊듯이 말한다.
“몸을 요동치면서 사내를 꽉 껴안으니 음액이 흘러넘쳐 교합을 간절히 바라는 욕망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요, 땀이 등으로 흘러내리고 몸을 흠뻑 적시니 절정에 이르러 쾌감이 만족에 이르렀다는 징표요, 신선이 되고 싶기도 하고 죽고 싶기도 하고 몸은 구름 위로 뜨는 것 같고 신혼(神魂)이 가볍게 오르며 눈을 지그시 감고 선경(仙境)을 헤매니 극도의 쾌감에 이른 것이 틀림없소이다.”
그렇게 한바탕 질펀한 방사가 끝났다. 옥녀가 행복하게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교합의 즐거운 여운을 음미했다. 아신은 조용히 뒤로 물러나 잠시 기다리다가 옥녀가 눈을 떼자 입을 열었다.
“황송하게도 아소 공주에 대해 여쭐 말이 있사옵니다.”
옥녀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아신을 내려다보았다.
“아소? 아소가 어쨌단 말인가?”
“아뢰옵기가...”
“망설이지 말고 빨리 이야기를 하시오. 대체 무엇이오?”
“희수에 사는 인간 소년과 어울려 논다고 하옵니다. 체통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잘못되면.”
옥녀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녀 역시 딸을 걱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아신이 아소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기분 나빴다. 또 헌원을 철저히 믿기에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주제넘게도 아신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이다. 옥녀는 방금 전 그가 자신을 즐겁게 해주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짐짓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가 나설 일이 아니로다. 나는 또 헌원이란 천재소년을 굳게 믿노라. 아소가 장차 큰 인물이 되고자 하면 반드시 지금부터 세상 풍파를 겪어보아야 하느니라. 우리 궁궐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헌원이 대신해주니 오히려 그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니라.”
그때 아소가 어미의 침실을 지나치다가 옥녀가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 아소는 그 말을 듣자마자 어머니에게 뛰어가 목을 끌어안고 아양을 떨었다.
“어머님 감사해요.”
아신의 읍소 덕분에 아소는 오히려 지겨운 올가미에서 벗어나 파랑새가 되어 창공을 훨훨 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아신에게 감사해야 할 판이었다. 그날 이후 아소는 매일 궁궐 밖으로 나가 헌원을 만났다. 그는 가장 먼저 아소에게 수영을 가르쳤다. 파도가 심한 급류에서 헤엄을 치고 폭포에서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물 밖으로 나오는 기술 등을 가르쳤다. 아소는 무서운 구곡폭포에 올라가 단숨에 아홉 굽이를 가르며 수영하는 방법도 익혔다. 또 깊은 밀림으로 들어가 들짐승과 싸우는 법도 배웠고 활을 쏘아 날아가는 새를 잡는 방법도 배웠다. 말을 타고 들판을 종횡무진으로 달리는 기술도 익혔다.
소년과 소녀는 밤낮으로 붙어 다니며 세상의 온갖 기술은 다 배웠지만 정작 중요한 불장난 기술만은 배우지 않았다. 참으로 신기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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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작성자 : 000
날자:2012-02-12 09:35:18
이게 어디 소설인가요 론설문 이지요
2   작성자 : www
날자:2012-02-07 20:02:00
이 소설은 재미 있네요~~~~~
1   작성자 : www
날자:2012-02-07 20:01:51
이 소설은 재미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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