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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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사건에 대한 한국의 두 얼굴
2012년 08월 02일 15시 00분  조회:6521  추천:3  작성자: 김정룡

살인사건에 대한 한국의 두 얼굴

 

 

지난 7월 18일 12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추모집회가 대한문 앞(덕수궁)에서 열렸다. 비가 구질구질 내리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열린 추모집회의 슬로건은 “이주여성들이 죽지 않을 권리”였다. 참으로 몸이 오싹해나는 비장하고 처절한 슬로건이다.

한국에 시집오는 외국여성들은 한국이 본국에 비해 여러모로 발전하여 좋다는 동경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낼 부푼 꿈을 안고 입국한다. 그러나 그 가운데 상당수가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는커녕 지옥과도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소수이긴 하지만 한국인남편들의 경제수입이 없다든가, 알코올중독자이든가, 정신이 이상하거나 등등의 이유로 비인간적인 삶을 보내고 있다.

남존여비관념이 뼛속까지 스며든 전통유교국가에서 살아온 외국인여성과 결혼한 일부 한국인 남편들이 자신의 주제가 말이 아니면서도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는 이유 하나로 아내를 무시하고 폭력을 밥 먹듯 한다. 폭력이 심하면 살인으로 번지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올 한해만 보아도 3월 7일 베트남 여성이 강원도 정선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남편에게 살해당했고, 6월 30일 강원도 철원에서 조선족 결혼이민자(김영분, 81년생)가 남편에게 맞아 4일 동안이나 뇌사상태로 있다가 7월4일에 사망했고, 7월 2일 또 다른 조선족 여성(강동구 리선옥씨 53년생)이 남편이 휘두른 칼에 찔려 죽었다.

이날 추모집회에서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이주여성 리스트” 10명의 사연을 공개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결혼이민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추모집회에서 있었던 연설문의 한 대목을 살펴보자.

“우리 이주여성들의 두려움과 다르게 한국 사회는 너무나 조용합니다. 이주여성이 남편에 의한 폭력으로 죽어갈 때마다 남편의 도움 없이 이주여성 스스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국제결혼 하는 남성들의 신원을 확실히 하여 위험할 수 있는 남성의 결혼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재한조선족이 한국인을 살해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체 대한민국이 시끌벅적하게 떠든다. 물론 한국 언론이 선두에 서서 마치 조선족을 하나의 무시무시한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고 네트진들이 추방하라는 목소리를 높이며 그야말로 난리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인들마저 오원춘의 살인사건을 정쟁에 써먹는다. 재한조선족사회에서 언론이나 단체장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신분이면 조선족이 한국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화통이 불이 나고 인터뷰에 응하느라 그야말로 난리법석이다.

이와 정반대로 한국인이 조선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아주 조용하다. 조용할 뿐 아니라 인터뷰하겠다고 찾아오는 기자가 없고 아예 전화 한 통도 걸려오지 않는다.

인간이 사는 동네는 범죄가 있기 마련이고 살인사건도 발생할 수 있다. 같은 살인사건이지만 한국인이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르다. 즉 조선족이 살인하면 조선족집단이 범죄의 소굴로 둔갑되고 한국인이 조선족을 살해하면 떠들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인이 조선족한테 살해되면 큰 난리가 나고 야단법석을 떨고 조선족이 한국인한테 살해되는 것은 그저 그렇거니 넘어가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약자인 외국인이주여성들의 법적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 같다. 한국 언론들이 조선족이 한국인을 살해한 사건에 대한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기울인다면 법적보호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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