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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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축구, 조선족은 누굴 응원할까?
2014년 10월 15일 12시 23분  조회:8060  추천:7  작성자: 김정룡
남북축구, 조선족은 누굴 응원할까?

지난 세월 한국인은 조선족이 중국과 한국이 축구하면 누굴 응원할까? 궁금했고 큰 화제 거리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만약 중국을 응원한다면 조선족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고 같은 핏줄 나눈 민족인데 그럴 수 있느냐며 매우 서운해 하였고 조선족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요즘 필자는 이와 비슷한 새로운 화제 거리를 만들어 보았다.

10월 2일 저녁 8시 인천문학경기장에서 ‘2014인천아세아게임’ 축구결승전이 열렸는데 묘하게도 남과 북이 금메달 놓고 생사결판을 내는 승부를 펼쳤다. 결과는 남한의 승리로 끝났다. 필자는 재한조선족이 남과 북 누굴 응원했을까? 궁금했다.

가. 나이 많을수록 조선(북한), 나이 어릴수록 남한을 응원

주변인 20여 명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40대부터 위로 올라갈수록 다수 조선족이 북한을 응원했다는 대답이고, 30대는 거의 반반이고 20대는 남한 응원수자가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 조선족사회 연령층이 높을수록 북한을 응원하는 수가 많고 연령층이 내려올수록 남한을 응원하는 비례가 늘었다.

만약 이 ‘설문조사’ 결과가 현재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사회 반응이라면 얼마든지 수긍이 가겠으나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재한조선족사회에서 이와 같은 반응이 나온 것은 조금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간단하게 말해서 70만 명에 육박하는 조선족이 남한의 덕분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져 자녀 대학공부 시키고 중국에 집 사놓고 어느 정도 노후를 보장하고 있으면 남한의 신세를 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데 왜 아직도 이북을 응원하고 있을까?

나. 조선(북한)을 응원하는 이유들

중국과 이북은 같은 사회주의 체제로서 공산주의 이념과 사상 교육을 공유해 왔기 때문에 조선족사회 40대로부터 위로 올라가면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아 뿌리가 굳건히 내려 아직도 이북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고 있어 이북을 응원하는 수가 많다는 것이다. 남한은 미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하였고 중국과 반세기 동안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에 같은 민족이긴 하나 남한에 감정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감정을 단지 코리안 드림을 통해 돌려세우기는 너무 멀리와 있어 앞으로 더 긴 세월이 필요할 것 같다.

그 외 언어를 비롯해 문화적으로 중국조선족은 이북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에 이북을 지지하는 수가 많다고 볼 수 있다. 또 일부는 이북에 연고가 있어 그 영향에 의해 이북을 응원하고 있다. 이른바 안쪽으로 불리는 흑룍강성이나 심양에서 온 조선족도 부모가 이북출신이기에 이북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다.

또한 일부는 남과 북이란 개념을 떠나 축구팬으로서 약체를 응원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에 북한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즉 이북은 열악한 경제 여건 속에서 결승전까지 올랐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응원 받아 마땅하다는 것이다.

일부 20대 젊은이들은 이북에 대한 감정이 전혀 없기에 현실에 충실하여 남한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대답이다.

다. 한국은 좋은데 한국인이 싫다

많이 들어본 말이다. 즉 한국인이 미국에 가면 미국은 좋은데 양키가 싫다, 일본에 가면 일본은 좋은데 쪽발이 싫다는 식으로 조선족도 한국은 좋지만 한국인이 싫다는 것이다.

잘사는 나라 사람이 못사는 나라에 가면 대접받고 거꾸로 못사는 나라 사람이 잘사는 나라에 가면 무시당하는 것이 인류사회 보편적인 흐름이일진대 조선족이 한국에 와서 한국인으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이 그리 이상할 일이 아닐 것이다.

다만 조선족은 대한민국을 할아버지가 살던 고향으로서 같은 피를 나눈 족속끼리 너무 무시하는 것이 싫다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조선족으로 하여금 정서적으로 한국은 좋지만 한국인은 싫다는 심리를 키워왔던 것이다.

또 한국정부가 조선족을 외국인 취급하면서 불법체류자는 그렇다 치고 열심히 일을 해 잘살고 있는 조선족 일부를 비자문제(F-4)로 벌금 때리고 강제추방 시키는 등 너무 각박하게 대해 싫다는 정서도 만연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라. 조선(북한)을 응원하나 한국을 떠나지 않는 조선족

이유가 어찌되었든 남한 신세에 의해 돈을 벌면서 잘사는 조선족이 북한을 응원한다면 남한 사람들의 감정이 좋을 리가 만무하다. “당신들, 북한을 응원하겠으면 남한을 떠나 북한에 갈 것이지 왜 가지 않고 남한에 머무르고 있느냐?”고 질타를 받아도 사실 할 대답은 없다.

재한조선족은 참으로 남과 북 사이에서 심리적인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매우 비극적이다. 이 비극이 오로지 통일로 치유되는 길밖에 없다. 언제 통일이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조선족이 하나의 코리아를 응원하는 세상을 맞이한다면 현재에 비해 어깨에 힘주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 조선족이 조선(북한)을 응원하는 것은 미래의 큰 자산

남한정부와 국민들이 북한을 응원하는 재한조선족이 많은 것을 단지 서운해만 할 일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오히려 득이 되는 자산이라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유지인사들은 조선족의 고국에 대한 기여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독립운동에 기여하였고, 한국기업 중국진출에 기여하였고, 남북통일에 가교역할 기여를 할 것이다.

조선족 집단이 남과 북 통일 가교역할을 하려면 신세 지고 있는 남한에만 치중하고 감정적으로 이북을 멀리하거나 심지어 싫어한다면 다리역할에 나서지 않을 것이나, 북한과의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면 가교역할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점 한국정부와 한국국민들이 상기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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