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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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동포, 한국시민 아니지만
2015년 06월 06일 14시 50분  조회:5401  추천:7  작성자: 김정룡



중국동포, 한국시민 아니지만

 

지난 22일 저녁 19시 가리봉동에 위치한 진달래식당 웨딩홀에서 서울시가 후원하고 재한동포연합총회가 주최한 <중국동포 시민아카데미>가 첫 개강을 맞이하였다. 필자는 영광스럽게 <조선족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개강 특강을 맡게 되었다. 그런데 타이틀이 맘에 걸렸다. 즉 중국동포는 대한민국 시민이 아닌데 왜 중국동포와 시민을 한데 묶어 타이틀을 정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네이버 선생의 해석에 따르면 시민은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력을 창출하는 주체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한다. 이 개념에 따르면 시민이란 정치참여의 일원이어야 하며 쉽게 말하자면 투표권이 있는 도시거주자를 뜻한다. 중국동포는 70만 되는데 그 중 10만쯤 한국국적을 취득했거나 회복한 조선족출신들은 투표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이 맞다. 그 나머지 60만은 투표권이 없어 한국정치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시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중국동포는 국적취득자 제외하고 등록증에 한글이름도 아닌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고 30만3천 되는 H-2소지자들은 외국인등록증을 부여받고 있다. 정서상 시민으로 다가가지 못한다.

하지만 시민의 개념을 투표권 하나를 갖고 전부를 말할 수는 없다. 시민이란 그 도시에서 사는 사람을 일컬을 수도 있다. 즉 그 도시에 살아가려면 책임과 의무를 다 하면서 생활해야 한다. 세금납부는 물론이고 쓰레기처리와 횡단보도 지키기 및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는 등 한국사회 공공질서를 지키며 살아야 하고 대한민국의 제반 법규도 잘 준수하고 대한민국국민에게 미안한 일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이쯤하면 시민의 자격으로 생활한다는 의식을 갖고 한국사회에 융합되어 공존할 수가 있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공공질서도 잘 지키지 않고 입만 벌리면 한국과 한국 사람을 욕하고 등 행위로 살아간다면 시민의 자격을 운운할 수 없는 것은 차치하고 무시와 기시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조선족이 한국에서 무시당하는 이유가 곧바로 낙후한 농경문화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서울과 같은 현대화 도시문명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변변히 해보지 못한 다수 조선족이 한국에 와서 직장생활하려니 적응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며 이로하여 한국인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재한조선족은 몸은 현대화 도시에 살고 있지만 머리는 여전히 육칠십년대 중국농촌사람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도시시민으로 살아가는데 괴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쉽게 말하자면 다수 재한조선족은 서울과 같은 현대화 도시생활이 어쩌면 머슴이 비단옷을 빌려 입은 것만큼이나 어울리지 않는 환경에서 억지로 살아가고 있어 무시당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재한조선족 다수는 현대화 도시시민이 되기엔 아직 먼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의식전환 노력이 없이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재한조선족사회는 희망이 없다. 너무 야박한 판단이라고 비판할 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어디까지나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말이 나온 김에 시민이란 용어의 유래를 알아보기로 하자. 시민이란 용어는 중국문화권에는 없었다. 19세기 일본이 중국과 조선보다 발 빠르게 서양을 따라 배우면서 많은 서양의 어휘를 한자어로 번역하였는데, 예하면 과학, 화학, 물리, 지식인, 시민 등등이다. 일본인이 서양어휘를 한자어로 번역해낸 것이 중국과 조선에 전파되었던 것이다. 일본인이 서양의 어휘를 한자어로 번역하는 과정에 그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리(物理)라는 어휘는 먼저 일본어 한자로 ‘궁리학(窮理學)’으로 번역되었는데 궁리는 일본어로 きゅぅり라 발음하는데 야채 오이도 きゅぅり로 발음되어 잘못하면 오이학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다시 연구 끝에 물체의 운동원리라는 의미를 요약하여 물리라고 번역하였던 것이다.

시민이란 용어가 서양의 산물임에 틀림없는데 그 유래를 살펴보자.

고대 그리스(希臘)는 민주화가 잘 되어 있었다. 물론 현시대의 서양의회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지만 아무튼 나름대로 민주화가 활성화된 사회였다. 그런데 당시 민주화는 시민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시민에는 외국인, 여자, 노예가 배제되어있었다. 역사적으로 여자가 시민이 된 것은 1920년 미국 대선에서 여성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면서부터였다. 그러니까 여자가 시민이 된 시간을 따져보면 기껏해야 100년의 역사도 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현대사회에 노예라는 신분이 사라졌지만 외국인은 점차 더 늘어나는 추세인데 아직도 나라마다 외국인을 시민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의 찬란했던 문화는 기원 324년 로마가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함에 따라 서구는 신이 통치하는 1천년의 암흑의 세계에로 빠져든다. 그 시기 신의 노예만 있을 뿐 시민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유럽에서 시민이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이 계기였다. 당시 프랑스는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강국이었다. 경제적으로도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으나 경제발전에 기여한 중산층 이상 부르조아들은 목소리를 낼 힘이 없었다. 이들이 혁명을 주도하여 시민역량을 강화시켰다. 이때부터 서구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발전하게 되었던 것이다. 현재 서구는 시민사회가 민주화를 주도할 만큼의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시민이란 개념이 없었고 대신 공민이란 어휘를 사용하였다. 공민이란 개념의 등장은 제국의 시작에서 비롯된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함에 따라 천하의 모든 것은 공공의 것인데 이것을 역사에서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 부른다. 따라서 모든 귀족세습제를 타파하고 관원대리제도를 실시하였고 나라의 것은 공가의 것, 나라를 위해 일하는 사람을 공무원, 국가의 공공문서를 공문(公文), 나라에서 닦은 도로는 공로, 나라의 구성원인 백성은 공민 등등의 개념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공민이 아니라 황제의 신민이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시(市)’란 개념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중국은 성(城)은 고귀하고 시는 비천하다는 사상이 뿌리 깊었다. 북경을 말하자면 가장 중심은 궁성(宮城), 궁성을 둘러싸는 황성(皇城), 황성 외곽이 바로 경성(京城)이다. 성 안에 사람들이 곡식을 먹어야 하고 야채도 먹어야 하며 과일도 먹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고귀한 성 안의 어르신들이 먼 시골에 가서 직접 구매해 올 수가 없어 시골 사람들이 성 가까이에 시를 펼쳐놓고 매매가 이뤄졌던 것이다. 후에 성 안의 인구가 부단히 증가함에 따라 성과 시는 하나가 되어 성시라 불렀다. 시의 탄생은 이렇게 생겨났던 것이다. 그래서 중국 사람들은 도시를 성시라 부른다. 한국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차별을 도농차별이라 표현하는데 비해 중국에서는 성향차별이라 말한다.

성은 고귀하고 시는 비천하다는 사상이 뿌리 깊기 때문에 중국역사에서는 시민이란 어휘가 없었다. 그러다가 일본문화가 중국에 수입되고 중국도 민주혁명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현대화시기에 시민이란 어휘를 사용하긴 하지만 아직도 중국에서는 유렵처럼 한국처럼 시민문화가 발달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북경사람들이 자신을 首都人라는 우월의식은 있으나 기타 지방 사람들과 그런대로 잘 어울리는 편이지만 유독 상해 사람을 굉장히 무시한다. 이유는 북경은 전통적인 城이기 때문에 고귀한데 반해 상해는 순수한 市이기 때문에 자기이익만 따지는 소시민의식이 팽배한 집단이란 것이다. 공자의 말을 빌려 말하자면 북경은 전통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는 군자의 세상이지만 상해는 사사로운 이익을 따지는 장사치 소인배 세상이라는 것이다. 상해사람도 무든 기타지역 사람들을 鄕下人이라고 깔보고 업신여기지만 유독 북경사람만은 무시하지 못하고 비교적 客氣한 태도로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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