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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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다는 말의 유래(김정룡)
2007년 10월 23일 15시 17분  조회:6209  추천:102  작성자: 김정룡

15. 구리다는 말의 유래


김정룡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을 저질러 놓고 뒤가 켕기거나, 똥과 같이 더러운 냄새거나 퀴퀴하게 안 좋은 냄새를 흔히 구리다고 말하는데, 이 구리다는 말의 유래는 아래와 같다.

 중국역사에서 진(秦)에 이어 두 번째 통일왕조였던 한조(漢朝)는 서한과 동한을 거쳐 선후 400년 동안 중국을 통치했다. 한조 초기 ‘문경지치(文景之治’를 통해 정치, 경제, 문화, 의학 등 다 방면에서 전례 없던 발전을 가져왔고 한무제 때 강토가 전례 없이 넓어졌으며 본래 화하제족(華夏諸族)이 하나의 통일민족인 한족(漢族)으로 통합되었다. 지금 중국인을 한족, 중국어를 한어, 중국문자를 한문, 중국의학을 한의학이라 부르게 된 것이 곧바로 한조의 전례 없는 업적에 의해 얻어진 호칭들이다.

 그렇듯 강성했던 한조가 후한(後漢) 말기에 이르러 조정의 기강이 해이해졌고, 관리들이 부패했으며, 붕당(朋黨)이 심해 갈기갈기 분열되었고, 내시들이 권세를 잡고 배만 채웠으며, 수만 명의 신도를 보유한 태평도(太平道)라는 사교집단이 사처에서 봉기를 일으켰고, 국고는 거덜이 났다.

 재정난에 허덕이게 된 조정은 벼슬자리를 팔아 돈을 모으려 했다. 당시 감투 값은 벼슬자리에 따라서 값이 매겨졌다. 영제(靈帝) 때 관직을 파는데 값을 매겨놓고 공개입찰(招標)까지 있었다. 가격은 4백 석짜리 벼슬이면 4백만금, 2천 석짜리 지방장관이면 2천만금, 이렇게 1석에 1만금씩 가격을 높였고 임명되면 절반 값을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반은 부임한 후 백성들을 수탈해서 문다.

 최열(崔烈)이란 돈 많은 부자가 5백만금을 주고 사도(司徒:지금의 문교부장관에 해당함)관직을 사게 되었다. 그런데 아마 이 양반이 양심이 있었던지 아무래도 세상 사람들이 자기를 비웃는 눈길로 보는 것 같이 느껴져 아들 최균(崔鈞)에게 “이상한 소문이 없더냐?”고 물었다. 아들이 대답하여 말하기를 “별로 나쁜 소문은 없었으나 사람들이 사도자리에서 구리 냄새가 난다고 하더랍니다. 아마 구리 냄새가 싫은가 보지요.” 이 말을 들은 최열이 아들놈이 제 아비를 놀린다고 곤장으로 때리려 드니 최균이 뺑소니쳤다. 더 열 받은 최열이 최균에게 “아비의 매를 피하는 것은 불효가 아니냐?”고 하자, “당년에 대순(大舜)이 아버님을 모실 때 작은 곤장으로 때리면 맞고 큰 곤장으로 때리면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래도 대순은 효자였지요.”라고 최균이 당당하게 말했다. 이에 최열은 할 말을 잃었다. 왜냐하면 돈 주고 관직을 산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구리 냄새는 당시 돈이 구리로 만든 동전이었기 때문에 돈 냄새라는 뜻이다. 지금 50원짜리, 100원짜리, 500원짜리 돈이 구리로 만든 것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세 때(철)’ 로 만들어진 돈을 동전이라 말하는 것이 곧바로 옛날 돈은 모두 동전인데서 유래된 것이다.

 아무튼 후한 때 돈이 구리로 만든 것이고, 돈 많은 최 열이 금전으로 관직을 산 것이 께름직하고 뒤가 켕겨 사도자리에 구리 냄새가 난다는 말이 생겨났고, 이 이야기가 세세대대로 전해지면서 구리다는 말이 일상 언어로 자리매김 되어왔다.

 위 이야기는 <<후한서(後漢書)>>에 실려 있는 고사이며, 이것이 중국문화권에 속해 있던 한반도에 전해져 구리다는 말이 일상 언어로 되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그리고 조선족은 뒤가 켕기거나, 똥 냄새거나, 퀴퀴하게 안 좋은 냄새를 ‘쿠리다’고 하는데 이는 마치 상욕을 쌍욕, 상놈을 쌍놈이라 된소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쿠리다’는 구리다에서 유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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