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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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母’한테 ‘養母’ 흉 보면 못난 자식…" (김정룡)
2008년 02월 15일 10시 36분  조회:5558  추천:74  작성자: 김정룡

4. "‘生母’한테 ‘養母’ 흉 보면 못난 자식…" 


김정룡

 

 “얘야, 인간이 똑똑하다는 기준이 뭔지 알아? 매사에 앉을 자리 설자리를 제대로 똑바로 알고 처신하는 자가 똑똑한 거야!” 이것은 내가 어릴 때 마을에 ‘교수’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는 식(識)이 뛰어난 노인한테 들은 이야기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 말을 예수의 어록처럼 받들고 살아왔다.

 사실 인간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우선 나의 처지부터 똑바로 인식해야만 앉을 자리 설자리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우리조선족은 참으로 자신의 처지(정체)에 대해 혼란스럽고 처신하기가 쉽지 않다.

 故정판룡 교수는 조선족의 정체를, 한반도에 친정을 두고 중국에 시집온 며느리와 같다고 지적하면서 시댁에서 소외되지 않게끔 며느리 노릇 잘하려면 친정에만 치우치지 말고 시댁의 법도를 잘 지키고 시댁식구들과의 화목에 노력하라고 충고했다.

 김강일 교수를 비롯한 소장학자들은 우리조선족은 엄연한 중화인민공화국공민으로서 응당 주인공 의식을 갖고 떳떳하게 살아야지 웬 눈치 보는 ‘며느리’를 들먹이느냐면서 반박하고 나섰다.

 필자는 이상의 학계 어르신님들 간의 논쟁에 왈가왈부할 생각이 없다. 다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진리라면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다는 또 하나의 진리를 지키면서 올바르게 처신하는 것이 우리조선족의 입장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개별적인 조선족지성인들은 키운 정을 헌 신발을 버리듯 하면서 ‘양모’의 흉을 보고 있는 것에 좀 싱거운 소리를 해보려 한다.

 <<한겨례신문(2007-03-12)>>에 <우리말 소설근원은 소수민족 슬픔>이란 제목의 글에 조선족 작가 허XX의 다음 같은 말이 실려 있다.

 


 “······중국이 소수민족 우대정책을 펴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표면적으로만 그렇다. 소수민족 우대정책이란 것 자체가 실은 완전히 중국인이 될 수 없다는 걸 역설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늘 소수자의 외로움, 고독을 느낀다. 우리 문학을 우리말로 써서 보람을 느끼기도 하지만 실은 그게 슬픔이다. 차라리 중국인으로 태어나거나 한국인으로 태어났어야지. 난 뭔가? 중국 주류도 한국 주류도 될 수 없는 이방인이다.”

 


 소수민족으로 태어난 것은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다. 따라서 조선족이 정부당국으로부터 우대정책을 받고 사는 것도 역시 좋은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세상에서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이 으뜸이라는 것을 세인이 모두 긍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족은 중국에서 살면서 중국정부의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감사한 맘을 갖고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것이 표면적인 것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허XX 씨의 말대로 “조선족이 영원히 한족이 될 순 없는 존재다.” 조선족이 한족이 될 수 없을 바엔 우대정책을 받고 사는 것이 뭐가 나쁘단 말인가?

 필자가 이해력이 모자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허XX씨는 소수민족 우대정책에 만족하고 사는 사람들에 대해 ‘사실본질이 그것이 아니’라고 알려주는 것으로 불만을 갖도록 부채질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서글프다.

 허XX 씨는 우리말로 문학을 하는 것이 슬픔이라 했는데,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말로 문학을 하는 것은 개개인의 취미에 따른 것도 있겠으나, 이는 ‘우리 것’을 지켜가는 데 소중한 기여이기도 하다. 만약 그것을 슬픔으로 표현한다면 시장이 너무 좁아 아무리 써내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조선족 작가들이 원고료를 상징적으로 받네 하고, 단행본을 내려면 후원이 없이는 매우 힘들고 어렵게 책을 내도 팔리지 않아 돈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윤림호와 같은 쟁쟁한 작가도 가난에 쪼들려 딸애가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글쓰기를 못하게끔 쥐어 패면서까지 말렸다고 한다. 가령 조선족 작가들이 돈을 팡팡 벌 수 있다면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데 한 가지 의문스러운 것은 상기 신문기사에 따르면 허XX 씨는 국가 1급 작가로서 환화로 환산하면 2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증거임에도 불구하고 뭐가 모자라서 ‘양모’에 대해 불평을 부리고 있는지? 그녀는 이렇듯 엄청난 대우를 받고 있으면서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3개월만 있으면 한국에 오고 싶어 못 견디고 1년에 적어도 3개월 비자로 2번 정도 한국에 온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녀는 “인정이 많고 아기자기하고 서비스도 좋고 남자들이 너무도 친절한(중국에 비해) 한국은 천국”이라고 했다. 여기서 그녀의 한국에 대한 개인적인 인상에 대해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작가라면 한국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도 알아보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즉 한국에 온 대다수 조선족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정이 메마르고 무시와 냉대와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허XX 씨는 한국을 중국에 비해 천국이라고 칭찬했는데, 그렇다면 중국은? 중국에서 250만 원 정도의 녹을 받고 있는 그녀가 중국을 여지없이 보고 한국을 천국이라고 칭찬한 것은 지나친 행위가 아닐까?

 상기 신문에 실린 허XX 씨의 지나친 언행들이 본의 아니게 잘못 전달 되였는지에 대해선 알 길이 없으므로 필자는 그저 신문만 보고 느낀 것을 두서가 없이 적었을 뿐이다. 그리고 가령 허XX 씨와 같은 지나친 언행들이 조선족의 입에서 나왔다 손치더라도 한국 언론들은 중한교류, 나아가서 남북통일의 가교역할을 할 조선족을 ‘생모’와 ‘양모’ 사이에서 잘 처사하게끔 밀어주는 것이 올바른 처사가 아닐까? 그렇지 않고 반세기 떨어져 있던 ‘생모’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을 찾아온 자식이 ‘양모’의 흉을 보는 것을 귀엽다고 떠든다면 잘 대해주었던 ‘양모’가 얼마나 서러울까? 이런 일이 잦아지면 결국 ‘양모’는 키웠던 애를 멀리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나는 한국 언론이 자기 목적을 위해 특정인을 너무 띄운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임도 250만원이 아닌 25만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나저나, 언론에 보도된 것을 믿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니 나는 허 작가에 대해 반론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

 앉을 자리 설자리를 살피면서 산다는 것이 피곤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이것이 우리 조선족의 운명이라면 스스로 똑똑하게 살기에 노력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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