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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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나무다리에서 우왕좌왕하는 동포들 (김정룡)
2008년 03월 30일 15시 09분  조회:5280  추천:79  작성자: 김정룡

재한조선족문제연구집

제5부 제2차 동포자진출국 시 정부정책 허점과 동포들의 반응

4. 외나무다리에서 우왕좌왕하는 동포들

김정룡 재한조선족칼럼니스트


 이번 제2차 자진귀국지원 프로그램에 중국조선족과 러시아고려인이 포함되었으나 러시아고려인은 그 수가 매우 적어 사실상 중국조선족을 위해 마련한 정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실로 한국정부가 중국조선족을 위한 한차례의 큰 배려와 관심을 보인 실질적인 조치라고 말할 수 있다.

 허나 유감스러운 것은 불법체류동포들은 마땅히 기뻐하고 따라야 할 대신 정부정책에 반신반의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적극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6월 30일까지 만 명도 안 되는 적은 수가 귀국한 것이 이를 증명하고 또 필자가 자진출국을 원하는 동포들과의 상담과정에서 정부정책에 반신반의하는 심리를 확연하게 읽을 수 있었다.

 불법체류동포들이 한국정부정책을 믿지 못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은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자신들이 ‘죄인’이라는 인식이 믿음을 가로막게 하고, 다른 하나는 조선족과 한국인이 비록 같은 핏줄이라고는 하지만 필경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보다 불법체류동포들이 자진출국을 망설이게 하는 더 큰 용인은 중국 측에 대한 온갖 억측이 헛소문으로 퍼지고 또 각종 유언비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첫째 자진출국자가 중국해관심사원에게 출국확인서를 내보일 경우 그들이 찢어버리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는 그들의 악의적인 태도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한글을 모르고 또 입국심사에 불필요한 종이짝이라 판단해서 찢어버린 것이지 결코 조선족을 미워서 취한 행위는 아니다. 그렇지만 이 사실이 결국 조선족에 대한 적대감에서 비롯된 것처럼 소문이 잘못 퍼지고 있다.

 둘째 자진출국자가 여행증을 갖고 귀국하였을 경우 중국 측에서 여권을 발급해주지 않는다는 헛소문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4월말부터 귀국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여권을 신청한 사례가 극히 적거니와 중국공안당국에서 여권을 발급하지 말라는 조치가 없는데도 그냥 불법체류동포들이 자신들의 억측으로 하는 말이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밀입국자는 나라를 배반한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 다시는 그들을 출국시키지 않는다는 소문이 동네방네 떠돌고 있는데 이는 실로 한심한 억측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헛소문이 자진출국자들의 발목을 크게 잡고 있다. 요즘 들어 8월에 자진출국 하는 자는 재입국이 될 수 없다는 황당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실제로 필자는 7월 3일 하루에만 이런 내용의 전화를 십여 통이나 받았다. 분명히 자진출국 프로그램 실시일이 8월 31일까지인데도 일런 어처구니없는 소문이 8월에 자진출국을 원하는 동포들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한국 내 불법체류동포들 사이에 퍼지고 있던 각종 헛소문이 중국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지금은 중국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만일 귀국하면 다시는 출국할 수 없으니 오지 말라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귀국을 가로막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조선족은 분명히 한국인과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의 너그러운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고, 동시에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정부를 믿지 못하고 각종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있는데 있다.

 만약 조선족이 지금 상황처럼 한국정부도 중국정부도 믿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다면 자신을 외나무나리에 몰아넣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동포들이 떳떳이 살아가려면 자신을 샌드위치로 여기지 말고 ‘주인공’의식을 갖고 한국정부와 중국정부를 믿고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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