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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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간자체를 거부하는 이유
2010년 04월 25일 15시 38분  조회:5380  추천:54  작성자: 김정룡




한국이 간자체를 거부하는 이유



1992년 8월 24일 중한수교 이후 양국 간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한국인이 중국의 간자체 때문에 많은 불편을 겪고 있고 한국 내 간자체도입에 대한 시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이 왜 간자체를 거부하고 있을까?

내적·외적으로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

내적 이유로서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한문은 중국한자를 그대로 베껴 옮겨온 것이 아니라 2천년 동안 수많은 자체 한자를 만들어 왔으며(한국 집문당 출판사에서 출간한 관련 책을 참고하기 바란다), 한자 어휘가 70%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에서의 사용의미와 다른 것들이 굉장히 많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간자체가 한자의 의미를 상징하는 상형문자와 회의문자의 뜻이 상실된다는 것이다. 흔히 사랑 ‘愛’를 예로 든다.

몇 년 전 필자는 대만00신문기자와 약자와 정자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기자 왈, “소탕이 아무리 좋다지만 소금이 빠진 국물을 상상해보라. 어쩐지 약자는 소금이 없는 소탕을 먹는 기분이다.” 여기서 이 비유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한국인도 약자에 대해 정서적으로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익과 좌익 개념의 유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은 오른 손으로 밥 먹고 글쓰고 하면서 굳어진 관성에 의해 일상생활을 영위해 오던 것을 갑자기 왼손으로 바꾸면 습관적으로 정서적으로 매우 큰 불편을 겪게 된다. 그러므로 이미 한국인의 습관과 정서에 배인 정자를 버리고 약자를 도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외적 이유로는 현재 약자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싱가폴뿐인데 간화체(間化體) 본산지인 중국마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

중화민국 초기 陸費逵, 錢玄同 등 유명 인사들이 번체자가 근대화실현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한자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움직임에 의해 신문화운동시기 노신이 처음으로 문언문을 타파하고 백화문으로《아큐정전》을 지어냈다.

신중국 들어 1956년에《사기》를 비롯한 二十五史의 문장부호를 완성하는 동시기에 간화체 방안을 마련했고 1964년에 총표를 발표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간화체가 실시된 45년이 지난 2009년 봄 북경에서 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때 이미 물밑에서 논쟁이 많았던 間·繁 문제를 정협 위원인 潘慶林이 정식으로 ‘앞으로 10년 안에 간화체를 버리고 전통번체자를 회복하자’는 건의를 수면 위로 제안했다.

한 달이 되기 바쁘게 4월 8일 중국사회과학원 인문사철학부 산하 언어연구소의 주최로 간·번 문제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이 나선다는 것은 간·번 문제가 그만큼 의미 있고 가치가 크다는 증거이다. 물론 간·번 문제가 너무 복잡한 사안들을 안고 있기 때문에 한 번의 포럼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서 장기적인 논쟁을 거쳐 해결될 사건이므로 현재 계속 논의 중에 있는 상황이다.

간화체 본산지인 중국마저 번체자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마당에 만약 한국이 가볍게 간화체를 도입했다간 또 다시 번체자로 돌아가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일이 벌어지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대만도 현재 간·번 문제에 있어서 대륙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자체약자를 만들어 사용해오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간·번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일본도 중국의 간자체를 도입하라.”고 발언하는 사람들은 뭘 좀 알고나 입을 열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국이 간자체를 거부하는 데는 내적·외적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다 쑤어놓은 팥죽에 왜 곰방술을 들지 않느냐고 가볍게 떠들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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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작성자 : 카리스마
날자:2010-04-26 19:30:17
살벌한 사회분위기에서도 "죽음의 굿판을 집어치우라!"고 호령하는 맹필을 휘둘렀던 한국의 김지하 시인같이 조선족 사회에도 뚝심있게 틀린 것은 틀렸다고 외칠 수있는,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탁월한 두뇌의 용기있는 카리스마가 필요한데 김정룡씨에게 그런 기질이 보인다. 김정룡씨의 이런 기질은 사실 한국에서 상당한 메니아를 끌 수있다. 선지자는 자기 고향 말고는 모든 곳에서 환영받는다는 만고의 진리를 명심하시고 혹 고향인 연변의 반발 개의치마시고 소신있는 글들 써주세요. 極陰은 다시 陽으로 돌아가고 또 極陽으로 흘러가듯 극심한 비판자가 어느 순간에 김정룡씨의 극렬 지지자가 되는 것을 명심하세요.
2   작성자 : 바로서기
날자:2010-04-26 17:23:18
정말로 지극하고 타당한 글입니다. 바로보기와 바로서기가 한국에가 있는 우리 동포들에겐 정말로 중요하다고 봅니다.자신이 누구인가 왜 왔는가 무얼해야 하는가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 즉 앉을 자리와 설자리를 보고 주위를 보고 자신의 위치를 생각해서 올바른 발언을 해야합니다. 화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라 그지역에서 고락을 같이하고 공헌이 있는 사람은 발언권도 커집니다. 동포들은 한국에서 중국의 좋은 소식을 전해주고 중국에오면 한국의 좋은 소식을 전해와야합니다. 한국에서 중국은 어떠어떠한데하며 비하해선 안되고 중국에 잠시 돌아와도 한국은 어떠어떠한데하며 중국을 비평해도 다르게나 반대로 들리므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조선족은 자신의 입장에 맞는 발언을 해야합니다.큰 나라나 무엇을 대표하는것처럼 판결을 낼것처럼 정치를 운운하거나 큰소리로 쓴소리해도 타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자신의 입지와 정도에 맞게 말을하고 행동을해야 품격이있고 존중을 받을수있습니다. 고국이나 중국이 곤난할땐 같이 고락과 맥락을 해야지 천암함사건중 일본이 독도를 들고 나온것처럼 상처에 소금을 쳐선 안됩니다. 그리고 평시 문명 소양과 예우 같은 교육도 필요합니다.모르면 약이라지만 그냥 막무가내할수없습니다.
1   작성자 : 곰방술
날자:2010-04-25 17:12:09
내적, 외적 요인 두가지 다 꼭 집어서 잘 설명했읍니다. 거기다 한국에서 안쓰는 단어인 "곰방술"도 인터넷에서 확인해 배웠네요. 그런데 인터넷 상에서는 간자체를 몰라도 중국말 읽는데 불편이 없읍니다. 간자체로 된 글은 바로 컴퓨터의 tool(도구)로 가서 translation(번역)을 치고 Chinese -> English 를 택하면 바로 영어로 번역되니 문제없읍니다. 물론 영어번역이 좀 조잡하기는 하지만 아마 웬만큼 간자체 공부한 사람보다 더 빨리 읽을 수있읍니다. 조글로에 가끔 간자체로 올리는 글도 이 덕택에 재미있게 읽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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