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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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학은 김문학현상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2010년 08월 18일 16시 43분  조회:5456  추천:21  작성자: 김정룡


김문학은 김문학현상을 미리 예측하고 있었다.



김문학 선생은 35세에《벌거숭이 3국지》를 발표하였고 한중일 삼국에서 일부 대학 혹은 고등학교교재로 활용되었다. 36세에 한국과 일본에서 발표한《한국인이여 ‘상놈’이 돼라》로 한국(조선일보)에서 해외지한파 4인에 선정되었다.

김문학 선생이 한국과 중국을 비판하는 책을 한국과 일본에서 내니까《장백산》잡지사의 남영전 사장이 우리조선족을 비판하는 책을 쓰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마침 그가 쓰고 싶었던 글이고 1994년부터 자료수집하고 현지조사도 해왔다. 오랫동안 미뤄오다가 2000년 여름방학에 써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해외에서 고향을 바라보면서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조선족이 체질을, 살아가는 방식을 갱신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는 이 글을 쓰자면 간이 커야하는데 쉽게 말해 맞아죽을 각오가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영전 사장께 원고를 보내면서 “잡지사가 폭격당할 준비를 하라”고까지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장백산》에서 연재하기 시작하자 ‘장백산’에 화산폭발이 일어났고 마치 연변이 큰 폭탄이라도 맞은 분위기에 젖어 위기의식을 갖고 반대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잡지사는 큰 홍역을 치르게 되었고 저자는 벼라 별 수식어가 다 붙었고 테러말도 나왔고 혹자는 전화로 암살하겠다고 협박했다. 물론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섰고 일명 김문학현상으로 연변이 들끓었다.

그렇다면 김문학 선생은 어떻게 미리 ‘김문학현상’이 일어나게 되고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 것을 예측하고 있었을까?

그는 우리민족의 비판문화와 반성의 태도가 매우 취약한 데서 미리 답을 찾았다. “1920년대 이광수가 우리민족사에서 처음 민족개조론을 발표해 친일역적으로 몰렸고 80년이 지난 21세기에도 비판문화에 관련해 변한 것이 전혀 없다.”

사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우리민족의 열근성을 반영한 글을 발표하면 반민족자로 몰리고 타민족을 비판하는 글을 쓰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출세한다. 마찬가지로 만약 일본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글을 쓰면 친일파로 내몰리는 것이 한국인의 풍토이다.

일례로 1993년 한국의 전여옥이《일본은 없다》는 글을 발표해 초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필자가 읽어보았는데 괜히 돈 팔고 산 것을 후회할 만큼 글의 내용이 형편없었다. 다시 말해 저자는 일본의 역사문화와 현실문화 및 진정한 일본인의 민족성의 유래 혹은 그런 현상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그저 어느 뒷골목에서 떠도는 풍월을 토대로 써냈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저자는 한국과 한국인에게도 존재하는 현상을 갖고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고 자신이 하면 로맨스라는 식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말하자면 “일본어는 아름답다. 하지만 일본인은 그 아름다음 자기 말을 팽개치고 외래어를 많이 사용한다. 아마 일본인은 우리처럼 나라를 잃은 슬픔 같은 감정이 없어서 외래어를 쉽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저자는 말했다. 이 대목을 보고 필자는 한심한 글이고 이런 책도 출간되나 하고 어이없어 덮어버리고 말았다. 1993년 당시 저자는 한국 언론인으로서 한국이 외래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김문학 선생과 필자는 ‘일본은 없다’를 놓고 이야기를 꺼냈다가 서로 허허 웃고 말았다.

수년이 지난 후 한국 유명가수 조영남씨가 일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내용을 담은《맞아죽을 각오로 쓴 친일선언》을 발표해 자신이 만들고 10여 년을 진행을 맡아온 <삶의 체험현장>이란 KBS프로그램에서 쫓겨나는 불상사를 맞았다. 얼마간 가수활동도 하지 못하는 불행을 겪어야 했다. 한국은 이상하게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나라지만 일본을 폄하하는 글을 쓰면 스타덤에 오르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는 책을 내면 쓰레기로 취급된다.

어찌되었든 우리민족은 비판문화와 반성문화가 매우 취약하다.

해외에서 사는 조선족이래야 다를 바가 없다. 조선족은 개혁개방 전 사이즈가 거대하고 인구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나라, 인종이 56개나 되는 다민족국가에서 무엇도 제일이요, 무엇이 으뜸이요라는 찬양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마치 장점만 있고 단점이 없는 민족인양 흘러왔다. 특히 연변은 한족과 어울려 사는 산재지구 일명 안쪽사람들을 연변사람에 비해 좀 개명치 못한 인식으로 보아 올만큼 우월의식이 강했다. 물론 우리조선족의 우월성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칭찬은 남이 해주고 스스로는 비판하고 반성할 줄 알아야 민족발전에 도움이 되건만 우리조선족사회 특히 연변은 이런 풍토가 전혀 이뤄지지 못했다. 그래서 가령 그 누가 민족비평의 글을 쓰면 반민족주의자로 몰고 쓰레기로 취급하기가 일수이다.

우리민족은 남이 잘 되는 것을 못 봐주는 민족이다. 허나 그 누구를 막론하고 민족공동체가 잘 못 되기를 바라는 자는 아무도 없다. 아니 100% 확신한다. 그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사람이 지구촌의 천애지각을 자유로이 떠돌아도 자신의 출신 공동체에 대한 애착정신만은 잊지 못한다. 한국국적을 취득한 조선족출신 및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조선족은 출신국인 중국이 여러모로 낙후되어 있어도 만약 한국인이 중국을 비하하는 말을 하면 모두 반발한다.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소집단인 출신 공동체인 조선족사회가 잘 못 되기를 바라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 인간은 자신이 출신 소속공동체와 출신국이 힘이 크면 어깨가 펴지고 그렇지 못하면 위축되기가 일수이다. 김문학 선생과 필자는 입을 모았다. “세상에 자신의 출신공동체를 비하하고 헐뜯으려고 글을 쓰는 자가 없다. 다만 글을 읽는 인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유감스럽게도 민족비평의 글을 쓰면 반민족주의자로 모는 것이 우리조선족의 현주소이다.

물론 표현에 있어서 타당치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고 일부 착오적인 대목도 있을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엮어졌다는 성경도 말이 많고 탈이 많은데 하물며 김문학 선생의 작품임에랴 더 말할 것 없이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김문학 선생 자신도 이 점에 대해선 이미 명확히 밝혔다.

천년만년 썩을 것이라던 유소기도 죽어 십년 만에 평판을 받았는데 이젠 1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김문학 선생의 ‘명예를 회복’해 줄 때가 되었다고 보고 이 연재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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