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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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야!
2013년 05월 04일 17시 25분  조회:1726  추천:1  작성자: 리창현
       여느때와 달리 그처럼 지겹던 겨울방학이 다 지나가고 애들은 희망으로 부푸는 가슴을 열고 즐겁게 학교로 가고 있었다. 영수도 새옷은 아니지만 깨끗하게 차려입고 퍼그나 흥분하는 모습으로 교실로 들어섰다. 애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그리움을 금치 못하였다. 키가 큰 애가 있는가하면 몸이 많이 실팍해진 애도 있었고 평소에 참새처럼 재잘거리던 일호가 갑자기 어른스럽게 변한것을 보고 모두가 엄지를 내밀었다. 일호는 조용히 영수의 곁으로 다가 앉으면서 뭔가를 유심히 살피는듯싶었다.
그러는 일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영수가 입을 열었다.
  “야, 임마. 왜? 내가 어디 잘못된데가 있냐? 이상하게 사람을 빤히 쳐다보면서.”
일호는 아무 일도 없듯이 슬그머니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영수를 힐끔 쳐다보면서 가벼운 미소를 보냈다.
개학 첫날은 모두가 이처럼 반가운 기분속에서 하루를 보냈다. 선생님도 애들도 모두가 하나같이 기뻐하는 그 풍경은 실로 짙은 향기를 남기였다. 애들은 모두가 신나게 집으로 돌아갔고 교실에는 반장인 영수와 학습위원인 일호만 남아서 지저분하게 널린 교실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말없이 그저 눈길로 뭔가를 받아들이고 전달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딘가는 좀 이상함을 밀어내기도 하였다. 얼마후 정리가 끝나고 담임선생님께서 새 학기 반급공작에 대하여 간단히 말씀드리고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셨다.
둘은 약속이나 한듯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런 일도 없듯이 그처럼 태연하게 말이다. 하지만 가만히 눈치를 보니 일호가 어딘가 많이 궁금해하는 기색이 보였다.
 얼마나 일호가 한참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야, 영수야, 너 그일 알고 있지?”
“응? 무슨 일 말이니?”
“그거 있잖아. 우리 엄마하구 너네 아버지 그일 말이야.”
영수는 순간 한방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상 영수도 그 일을 언녕 알고 있었지만 겉으로 내놓고 말하고는 싶지 않았던것이다. 요즘 세월에 이런 일쯤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한 영수였으니깐 말이다. 예전같으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복잡할지도 모르지만 요즘은 많이 개방되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니 말이다.
“아, 그일. 알고있어. 그런데 왜?”
“아, … 아니구. 그저 너하구 말하는거지. 말하지 않자니 어딘가 무엇하기도…”
일호는 꼭 마치도 가슴속을 오래동안 눌리웠던 그 어떤 무거운 짐을 덜어버리기라도한듯이 가벼워지는듯싶었다. 하지만 영수가 이 일을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넘기는것이 어딘가는 많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혹시 영수가 아버지의 무슨 특별한 교육을 받은것이 아닐가하는 궁금증도 컸었다. 일호가 이생각 저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 영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야, 일호야, 그럼 우리는 이제 무슨 관계가 되는거니? 형제? 아니면…”
“엉? “
두눈이 휘둥그래서 영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영수는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일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다리고 있는듯싶었다.
“ 글쎄말이야. 우리는 구경 무슨 관계가 되는거니? 나도 잘 모르겠는데…”
“하하, 임마, 너네 엄마하구 우리 아버지가 진짜 좋아하면 우리는 당연히 형제가 되는거지. 안그래? 왜? 나하구 형제하는거 싫은거야?”
“’아, 아니. 그게 아니구.”
일호는 저으기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그러는 일호를 지켜보면서 영수는 조금도 이상함이 없이 그처럼 평범하였다.
둘은 한참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마도 가장 정확한 답을 찾는것만같았다. 하지만 그 정답은 그들로서의 결정이 아니였다. 그것도 부모들이 완전히 리혼을 하고 당당하게 다시 결혼식을 올린다면 모르겠지만 그냥 부모들이 리혼도 없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니깐 해답을 줏기엔 많이 어려운일이기도 하였다.
영수엄마도 한국으로 간지 이미 10여년이 되였고 뭐 거기에서 애를 낳았다는 수소문도 돌았고 일호아버지도 거의 비슷한 소문을 달고 다녔다. 뭐 한국에서 연변의 어느 녀자하구 살림을 꾸렸고 애를 둘이나 보았다는 심한 소문이 날아들기도 하였다.
 “일호야, 그럼 너는 너네 엄마하구 우리 아버지가 좋아하는걸 어떻게 보니?”
점점 이상한 물음을 집어내는 영수가 참으로 놀랍기만 하였다. 일호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실은 나도 우리 엄마가 저렇게 혼자 외롭게 사는게 보기는 좋지 않다. 너네 아버지하구 좋하나는걸 나는 최저한 반대는 안하는거야.”
실상 영수 아버지와 일호 엄마가 좋아 한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어느 누가 병신이라구 펀펀한 세월을 그렇게 랑비할수는 없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애들의 눈치가 두려워서 감히 내놓고 승인하지 못했을따름이였다. 다시 말하면 그들부모로서는 하나의 큰 고민이 아닐수 없었다. 이제 소학교를 졸업할 나이의 자식들이깐 그들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영수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네 생각을 좀 들어보자꾸나.”
영수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더니 가슴을 쭈욱 펴면서 입을 열었다.
“나는 두 손 두 발로 찬성한다. 그리구 요즘은 이런 일이 뭐 별거아니잖아. 그러니깐 우리가 먼저 부모들에게 모르는척하면서 슬쩍 한코 떠보는게 어떨가?”
“아, 좋다. 그렇게 하자. 괜히 부모들을 힘들게 하지 말구말이야. 내가 저녁에 우리 엄마하구 슬쩍 짚어볼게. 너두 슬그머니 한방 놓아보렴.”
“그래, 그렇게 하자. 혹시 두 분의 마음에 파아란 하늘을 선물할지도몰라. 안그래?”
  영수와 일호는 굳게 손을 잡았다. 아니, 형제처럼. 그처럼 정다운 형제처럼 말이다. 둘은 나란히 걸었는데 그들의 어깨우에서는 뭔가 보기좋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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