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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 사진이 없었던 봄(궁금이)
2020년 04월 30일 14시 10분  조회:1156  추천:0  작성자: netizin-1



벌써 4월도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다. 북경의 오늘 최고 기온은 32도 주말은 33도로 일기예보에 나와 있다. 우리는 이렇게 어정쩡해서 봄을 보내고 바야흐로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고온에 약하다고 해서 여름이 많이 기다려졌지만 그래도 이대로 흘러가버리는 봄은 허무하기도 하다. 올해 봄은 사람들의 복잡한 심경속에서 특수한 계절로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해마다 초봄이면 아침 산책길에 개나리가 언제 꽃을 피우나 유심히 살폈다. 어떤 해에는 성급한 개나리가 겨울도 채 끝나지 않았는데 버젓이 피여 있는 걸 보면서 꽃의 세계에서도 성격이 무섭게 급한 이들이 있구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첫송이 개나리꽃을 찍기 시작해서 노랗게 무성할 때까지 찍고 또 찍었던 개나리를 올해에는 다른 사람들이 모멘트에 올리는 사진에서조차도 보기 드물게 이 봄은 지나갔다. 

지난 주말에는 식물원에 다녀왔다. 해마다 봄이면 이 곳에서는 튤립의 잔치가 열린다. 갈 때마다 장관이고 볼 때마다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대면적에서 갖가지 색상으로 교차시켜 설계해놓은 원예사들의 지극정성을 우리는 눈으로 호강하고 사진으로 기록만 하면 된다. 이 시기에는 사람들이 몰리면 안되니까 사진도 여유를 가지고 각도를 찾아가면서 찍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또 약 5분의 1일 꽃들은 이미 진 상태여서 거의 막차를 타고 꽃구경을 했다. 하지만 미적인 감수는 충분히 만끽하고 온 가는 봄의 주말이였다.

어느 계절에도 마찬가지지만 여러 할머니들이 기다란 렌즈가 달린 사진기를 들고 작업하는 장면이 참 보기 좋다. 휴대전화의 카메라가 아무리 진화해도 예술의 의미나 성격에서는 전문 사진기를 따라가지 못한다. 옆에서 보기에도 휴대전화로 찍으면 왠지 성의가 덜해 보이고 묵직한 사진기로 렌즈를 돌려가면서 찍어야 뭔가 작품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은 나만 그런지 모르겠다. 이건 마치 글씨체가 예술이면 펜으로 써도 충분히 미가 살아나지만 그래도 붓으로 완성한 서예작품보다는 어딘가 무게감이 결여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봄은 좋아”란 제목으로 꽃 위주의 사진 작품을 모멘트에 련재하는 선배가 계신다. 워낙 촬영에 조예가 깊은 선배지만 올해 봄은 더욱이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누구나 다 만날 수 있는 꽃이지만 벌과 꽃의 만남은 한결 생기와 숨결을 부여해주고  담벼락우에 핀 꽃을 포착하는 관찰력은 색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눈은 생활에 대한 열애와 미에 대한 추구와 식을줄 모르는 열정을 그대로 작품에 반영한다. 손가락으로 누르고 카메라가 찍지만 결국엔 마음의 창-눈의 발견이다. 어쩌면 꽃과 자연은 우리 옆의 커다란 빈자리를 애써 메워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 모멘트에 시를 올리는 친구가 있다. 늦은 저녁에 귀가하다 만나는 가로등도 다시 쳐다보고 창가에 소박하게 핀 꽃에서도 애수를 느끼고 구름에 반쯤 가려진 달에서도 누군가를 떠올리는 애절함은 본인 외에는 아무도 잘 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질 거면 왜 피였냐는 꽃에 대한 감정 기탁은 그 시를 쓴 사람만이 안다. 그 외의 사람들은 기껏해야 가끔식 만나는 친구일 뿐이다. 어떤 자리는 누구도 대체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시에 담은 애환은 그냥 시에서 마무리하고 간혹 전화 한통 받아도 항상 밝은 목소리인 친구가 있어서 좋다.

“김현철 이 분은 오빠가 일년 쓴 글을 하루에 기가 막히게 종합했네. 두 사람 배합이 잘 되오.”

그제 위챗 “봄에 만난 가을”을 보고 사촌동생이 보내온 문자다.  “다 쉽지 않다”는 내가 썼지만 김현철님의 글을 보면서 어떤 내용은 내가 그렇게 썼던가 싶게 되새겨보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여야  보배라더니 이리저리 널어놓은 위챗을 김현철님이 이렇게 잘 모아서 분석해놓으니 내가 좀 쑥스러울 정도로 원작보다 해몽이 더 좋다. 나는 전에 나온 두 책도 한장도 펼쳐보지 않았다. 내가 쓴 위챗이지만  스스로 다시 읽는다는 게 손이 오그라들 것 같아서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샅샅이 읽고 분석했다니 고맙기만 할 따름이다.

    “내 하루도 수필이 될까요?”

동창이 김현철님의 글을 모멘트에 돌리면서 남긴 글이다. 뻔한 얘기지만 누구의 인생도 유일하다. 유일하다 함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기 때문이고 그 구별이 글로 옮겨지면 그게 곧 수필이다. 다만 우리는 매일 수필을 만들어가지만 그걸 기록하여 발표하지 않을 뿐이다. 혹자는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은 무게가 없어서 문학성이 결여된다고 하지만 문학이 아니라고 해도 상관없다. 그냥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감하는 분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책 소개글을 많은 사람들이 돌려주는 걸 보면서 다른 분들의 글도 내가 그렇게 해드렸었던지 돌아보게 된다. 전에는 댓글마다 일일이 답복을 드리다가 나중에는 소위 바쁘다는 핑게로 일절 답글을 못했는데 미안하게 생각하면서 모든 댓글을 반드시 확인은 한다. 그리고 댓글에 따라 위챗의 소재와 방향도 찾고 더욱이는 거기에서 힘을 많이 얻는다. 

개나리는 놓쳤지만 이 봄에 많은 분들의 따뜻한 모멘트가 있어서 어려운 시기를 잘 버텨왔다. 사실 “생활이 없는 글은 없다”로 한단계 마무리할가 생각도 했었지만 이 글에 달린 댓글은 물론 김현철님이 또 저렇게 써주셨는데 자취를 감추기도 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어제도 작사가들의 지혜를 빌려서 조금 쉽게 하루를 넘기고 이제 5.1절련휴 환충기도 있으니 이틀만 더 견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오늘의 위챗을 완성한다.

래년의 개나리는 분명 더 아름다울 것이다.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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