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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뜸부기는 다 네 뜸부기냐
2022년 03월 07일 10시 08분  조회:926  추천:0  작성자: netizin-1
[김경애의 대림칼럼] 조선의 뜸부기는 다 네 뜸부기냐

김경애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장)

750만 한민족 재외동포중 중국 조선족이 200만쯤 된다는 사실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런데 너도나도 잘 알고 있었던 이 사실이 논란의 씨앗이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중국 조선족들이 한복을 입고 국내는 물론 국제적인 무대에 나선 것은 근래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징에서 개최한 2022년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 조선족 여성이 민족 복장을 입고 퍼포먼스에 참가하자 일부 한국 언론들에서는 이를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요, ‘한복 공정’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는 분명 누군가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싶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뜬금없이 불거진 이슈들은 흔히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하고 어떤 사건을 덮기 위한 위장의 무기가 되기도 했었다. 
 
안타깝게도 누군가 바라던 대로 이번 한복 논란은 수많은 중국 조선족들의 반한 감정과 불만을 자아냈다. 또 역사를 잘 모르는 일부 한국 정치인들을 비롯한 소수의 악플러들에게 반중 정서를 표출해내는 좋은 빌미를 제공해주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지성인들은 알고 있다. 이번 논란은 극소수의 한국인들이 중한 수교 30주년을 맞으며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반중 심리를 선동하고 표출하기 위한 ‘작품’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이슈화하여 정치적 논쟁으로 이끌어가려는 수단이라는 것을.
 
세계 각지에 정착한 이주민을 비롯하여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은 이주 지역이 다르고 이주 배경과 단계 등이 조금씩 다르지만 다른 나라에 정착한 재외동포와 마찬가지로 출발지는 모두 반도에서 시작되었다. 즉 중국 조선족의 뿌리는 반도에 있다는 말이다.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인 중국에서 조선족은 중국의 공민이자 반도의 재외동포라는 사실은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국적은 중국이지만 재외동포로서 민족의 생활습성과 문화를 끈질기게 유지하고 또 그것을 지켜온 중국 조선족은 세계 각지에 분포된 재외동포 중 손꼽힐 정도로 민족의 언어와 문자, 그리고 의식주, 민족풍속 등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도 본토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변화시켜서 자신들에게 맞는 민족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켜 왔다.
 
중국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건립을 선포하면서 영토 내의 모든 민족에게 중국 공민의 자격을 부여했다. 이는 어떤 이유로 어디에서 왔는지를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대륙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조선족은 집거지마다 학교를 설립하고 민족의 언어와 문자를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당당하게 전통의상을 입고 물동이를 이고 다녔고, 부뚜막과 구들을 설치하고 메주를 쑤어서 된장과 고추장을 만들어 먹었다. 
 
강제 이주를 당했거나 장사하러 떠났거나 항일투쟁하러 떠났거나 이주한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만주벌판 즉 지금의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주로 농사를 지으면서 생계를 유지했으며 그와 더불어 민족문화를 유지하고 계승하였다. 
 
중국이 해방되고, 조선반도 (한반도)는 분열되면서 점차 국경이 선명해지게 되었다. 그나마 소식통이 빠른 절반은 조선반도 내로 돌아오게 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한동안 광복 소식도 모른 채 중국에서 살게 되었다. 여기에는 봉오동 전투, 청산리 전투, 그리고 민족운동을 한 항일투사들과 구국 활동을 하고 민족투쟁을 했던 국가 유공자 후손들이 포함된 것은 물론이다. 
 
중국 조선족은 이주민 1세, 2세들에 의해 중국 땅에서 민족문화를 발전시키고 오늘날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였다. 민족문화란 “오랜 세월을 거쳐오는 동안 한 민족이 같이 생활하면서 축적하여 온 경험과 지식의 총체를 말한다. 즉, 민족문화는 민족 내부의 어느 특정 계층이나 어느 시기의 문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로서의 민족이 공유하고 있는, 오랜 시간에 걸쳐 발전되어 온 생활 양식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그러므로 우리 민족문화는 어느 한 나라의 것으로 국한된 것이 아닌 한반도를 포함하여 750만 재외동포가 함께 지켜온 것이다.
 
누군가 필자에게 물었다. 중국에서 살지 왜 한국에 왔나? 라고. 그냥 좋아서…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한국은 필자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나라이다. 갓을 쓰고 새하얀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한복은 조선 시대부터 입던 옷이며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이다. 중국 조선족은 물론 모든 재외동포는 언제 어디에서나 당당히 자기 민족의상을 입을 자유와 권리가 있다. 
 
여담이지만 유명한 중국 조선족 작가 림원춘의 “몽당치마”가 1984년 중국 작가협회에서 중국 단편소설 우수문학상을 받게 되었는데 북경으로 수상하러 갈 때 림 작가는 민족의상을 입고 참가했다고 한다. 그때 민족의상을 입은 그가 외투를 벗자마자 현장의 카메라가 모두 집중되어 셔터 세례를 받았다는 일화가 있다. “몽당치마”를 읽을 당시 필자는 단발머리에 노란 저고리, 빨간 치마를 입고 중국의 어느 한 조선족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한복은 교복이자 평상복이었는데 ‘몽당치마’라는 소설은 필자에게 문학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켜 주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스무 해 전 필자는 세 살배기 아들에게 한복을 입히고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에 올라서 천지를 바라보며 추억을 남긴 적이 있다. 그때 수많은 다른 민족 관광객들이 옷이 이쁘다고 부럽게 쳐다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었고, 필자는 우리 민족의 전통의상이라고 자랑스레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 조선족은 우리 말을 당당하게 지켜왔으며 우리 민족의 풍속과 전통을 이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 전통의상을 입고 회사를 다니거나 일상생활을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한국인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조선족도 개량 한복을 디자인하여 서비스 업종에 활용하거나 평상복이 아닌 전통의상으로 설맞이, 운동회 등 각종 공연이나 행사, 결혼식 예복 등 격식을 갖출 때 주로 입는다. 한국인들도 전통의상은 축제 때나 각종 공연, 피로연, 전통 혼례, 한국을 대표하는 공식 석상, 그리고 제를 지낼 때 등 관혼상제를 비롯한 특별한 날에만 입는 줄로 알고 있다.
 
거두절미하고, 역사 시간에 꾸벅꾸벅 졸았던 이들이 이제 막 깨어나서 봉창 뜯는 소리는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더 말해봤자 자신의 무지를 세상에 알리는 격이 되고 민족의 창피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조선의 뜸부기는 다 네 뜸부기냐”라는 말이 있는데 “제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덮어놓고 다 제 것인 것처럼 우기는 사람을 비꼬는 말”이다. 
 
한복은 결코 한국이라는 한 나라의 것만이 아니다. 소위 한민족이라고 하는 우리 민족은 조선(북한)을 포함한 8천 460만 인구를 가리키는데 한복은 우리 민족 8천460만의 전통의상이다. 한복을 민족 복장이 아닌 한국의 것만이라고 우기면서 잘 안 입던 한복을 꺼내 입고 뜬금없이 SNS에 한복 지키기 챌린지를 펼치는 사람들은 여론에 휘말리지 말고 진심으로 한복을 사랑하고 전통의상을 평상복에 접목하여 전통을 이어 나갈 새로운 패션 디자인이나 구상해봄이 어떨까 싶다.
 
오늘날 한국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면서 다른 민족과의 교류는 필연 적이 되었다. 다문화적인 글로벌시대에 우리는 서로 다르게 발전한 민족문화를 폭넓게 수용하고 발전시키기에 노력해야 하며 글로벌시대에 외래문화와 전통문화는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게다가 우리는 같은 민족임을 잊어서는 안 되며 중국에서 조선족이 발전시키고 지켜온 민족문화를 왜곡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디아스포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750만 재외동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일전에 일부 한국 언론이 보도한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니 ‘한복 공정’이니 하는 논란에 대하여 주한 중국 대사관에서는 “한복은 한반도의 것이며 또한 중국 조선족의 것으로, 이른바 ‘문화공정’, ‘문화약탈’이라는 말은 전혀 성립될 수 없다.”라고 명백히 밝힌 바가 있다.
 
민족문화는 민족통일을 근간으로 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민족통일이 아직 안 된 현재 시점에서 단순히 과거를 논하고 누구의 것인지 연구하는 과제에 그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외래문화를 흡수하고 동화하여 미래 지향적인 새로운 민족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문뜩 중국 위나라의 유명한 시인 조식의 칠보 시가 떠오른다.
 
콩깍지를 태워 콩을 삶으니
콩은 솥 안에서 울고 있네
본디 한 뿌리에서 자랐건만
어찌 이리도 서로 들볶아야만 하는가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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