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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목에 진주목걸이
2021년 06월 08일 09시 05분  조회:1233  추천:0  작성자: netizin-1

글 궁금이 · 방송 전금화

 

 

    “요즘엔 다들 휴대폰으로 찍어서 화보에 쓸 사진을 건지기 힘듭디다.”

    어느 화보사 기자의 말이다. 신매체시대라 휴대폰으로 찍어서 심지어 후기 가공도 필요없이 현장에서 올리면 기사가 되는 세월이다. 그러다보니 카메라가 찬밥 신세가 되고 중무장의 촬영기도 서서히 실내 스튜디오에만 자리하고 있다. 

    “일반인도 그냥 휴대폰 하나로 틱톡을 잘만 만들어가고 있구만은 웬 설비타령입니까.”

    신매체시대에는 수치가 영웅을 낳는다. 어마어마한 건물까지 갖춘 거물급 매체든 오막살이 집에서 컴퓨터 하나에 마이크만 올려놓은 개인 매체든 똑같이 결과로 승부한다. 아무리 화질이 좋고 발음이 표준적이고 내용이 긍정적일지라도 보고 듣는 사람이 없으면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매체가 어떻게 발전하더라도 기준이라는 건 없어지지 않는다. 신매체가 웬만한 사진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하여 고화질을 요구하는 화보에서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굶어죽지 않으니 영양가를 따지지 말라는 말과 같다. 먹고 사는 건 최저선일 뿐이고 잘먹고 잘사는 게 모든 생명체의 일관한 목표이고 당연한 요구이다. 

    지금은 설비가 발달하여 고급 사진기로도 TV기준의 촬영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기자들이 체적도 작고 가벼운 간이 설비를 갖고 다닌다. 그런데 아직도 항간에서는 어깨에 멘 둔팍한 촬영기를 들이대야 정규 매체로 인식한다. 사유의 관성이다.

    송충은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송충이 어느날 나는 왜 평생 뾰족하고 딱딱한 솔잎만 먹어야 하냐며 반란을 일으켜서 갈잎을 먹으면 죽어버린다. 산에 가면 산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 하고 자리를 보고 발을 펴라는 것도 바로 이 도리다. 오기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닭알로 바위를 백년을 쳐봐야 천년을 깨진다.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면 머리도 숙여야 되고 큰일을 념두에 뒀다면 작은 양보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밖에서 혹시라도 시비가 붙으면 그냥 잘못했다고 넘어가세요. 의미없는 시비에 승부를 걸만한 가치도 리유도 없습니다.”

    선배의 조언이다. 보복운전을 하는 차량을 만나면 그래 니가 잘났다고 양보하고 지하철에서 발을 좀 밟혔다고 노발대발하지 말라는 얘기다. 

    얼마전에 상해 대중교통 환승역에서 젊은 녀성이 발뒤꿈치를 좀 밟히웠다고 경찰을 부르고 구급차를 호출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구급차와 경찰이 도착했는데도 자기는 아버지를 기다려야 된다며 시간을 지연시켜 공공자원을 랑비했다. 결국 현장 감식 결과 이 녀성의 발꿈치는 껍질 하나 벗겨지지 않았고 부어오르는 일은 더욱이 없어서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대중교통에서 흔히 발생하는 극히 일상적인 현상임에도 난리부르스를 추면서 아버지까지 불러낸 이 크지 못하는 녀아는 경찰과 의료인의 허구픈 웃음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꼭두각시극을 총망히 마무리해야 했다. 

    오늘 아침 뉴스를 보니 북경 현지 할머니가 버스에서 외지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썩을 외지인이 북경에 밥을 구걸하러 와서 무슨 잘난척 하느냐는 기가 막힌 우월성 발언을 했다. 정말 누워서 침뱉기다. 이런 차별시 발언을 하는 자체가 저소질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기준은 사람이 정하지만 지키는 사람에 따라 결과를 달리 한다. 주말에 산책을 나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복도에서 연기냄새가 난다. 누가 복도에서 담배를 피웠구나 싶으며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일이 그렇게 되려니 그랬는지 이날따라 엘리베이터가 늦게 와서 계단으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내내 연기냄새가 나더니 결국 중간의 어느 층에서 그 발원지를 발견했다. 창가에 통졸임통을 놓고 재떨이로 사용했나 본데 그 안에서 연기가 어구를 꽉 채우며 올라오고 있었다. 누가 담배불을 끄지 않은 채 그 안에 던져버렸나보다. 

    그게 계속 타다가 불길로 번져 화재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까운대로 손에 들었던 생수병의 물을 부어서 끄기는 했는데 나중에 병에 남은 물을 마시려니 연기냄새가 배여서 그냥 버렸다. 북경시 금연규정에 따르면 지붕이 있는 곳은 실내로 인정돼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여 있다. 복도도 엄연히 실내고 공공장소인데 담배를 피웠으면 뒤처리라도 깔끔하게 할 일이지 참 리기적인 처사다. 자기 집에 연기가 차는 건 싫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복도는 괜찮다는 건 어떤 심리일가.

    세계는 넓고 인간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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