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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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선물
2008년 09월 02일 00시 08분  조회:5078  추천:97  작성자: 박문희



귀중한 선물

--서언을 대신하여



박문희


   사석에서 나는 신승우선생을 로형, 혹은 신형이라 부르고 승우선생은 나를 아우라고 부른다. 풍운세월을 적잖이 겪은 나이지만 우리만이 조용히 마주 앉으면 둘다 순진무구한 동년시대로 돌아간듯한 기분까지 든다. 한없이 편하고 부담감이 없다.

   신형의 《렌즈와 붓끝에 세월을 담아》는 이순을 맞아 정년퇴직을 하면서《신승우 촬영미술전각작품집(辛承佑影美篆刻作品集)》,《남영전토템시자구인(南永前图腾诗字句印)》에 이어 내놓는 또 하나의 작품집이다. 신문보도사업에 종사해온 20년간 사회발전궤적의 단편들을 기록한 이 작품집은 신승우에게 있어서 첫 두 작품집과는 다른 특수한 의미를 갖는다


   신형이 신문사에 몸담근 20여년은 중국 개혁개방시대가 열려서 파죽지세로 변화를 거듭해온 가슴벅찬 세월이였다. 격정시대에 살면서 신형 역시 시대에 걸맞는 촬영기자의 보람찬 삶을 살아왔다. 20여년간 열근도 더 되는 카메라가방은 항상 그의 어께에 강력점착제처럼 붙어다녔다. 독실한 서예전각미술애호가였던 그의 붓과 전각칼은 이 20년간 서랍속에 깊숙히 묻혀서 한번도 빛을 보인적이 없었다. 판화나 전각예술에 대한 신형의 애정이 신문사에 들어온 그날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던것은 아니다. 신문사치고 전업촬영기자는 신형 한 사람뿐이였던지라 전 성 각지를 골고루 누벼야 하는 상황에서 신문취재외 그 어떤 개인의 애호를 아쉬워하기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것이다. 아니, 그보다도 개인적인 애호를 아쉬워하기엔 하루 다르게 변하는 세월과 그 세월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호소와 부름이 너무 강하고 절박한것이였다
.

   설령 그렇다 쳐도 그가 만약 업간시간을 조금이라도 할애해서 서예창작을 하려고 맘먹었더라면 본부에서 떨어져있는 지역의 기자로서 그만한 “자유의 시간”을 트텨낼수 없는것은 결코 아니였다. 하지만 그는 그런 시간뿐만 아니라 의당 가정과 개인에게 돌려야 할 휴일마저도 깡그리 신문보도에서의 “자유의 왕국” 만들기에 돌렸다. 다른건 제쳐놓고 지방 선전부문에서 주로 촬영미술창작사업에 종사하면서 조선글을 단 한쪽도 써본적이 없었던 그가 각종 쟝르의 보도문을 조선어로 아무런 구애없이 구사하게 된 한가지 사실만 보아도 본직사업에 대한 그의 드높은 책임감을 충분히 감지할수 있다
.

   그는 말그대로 혼신의 정열과 심혈을 다 쏟아 만폭으로 헤아리는 사진보도와 대량의 문자보도에 시대의 창상지변과 인간의 온정을 담아낸것이다. 이러한 신형이였으니 신문사 직원들이 거의 해마다 만장일치 그를 선진일군으로 선거한것은 전혀 이상할것 없는것이다
.

   정년퇴직후에야 그는 비로소 시간을 조그만큼이나마 자기에게 드텨낼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였다. 아주 짧은 시간내에 촬영작품집을 묶어내고 이어 만강의 열정으로 전각작품을 창작하여《자구인》을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자기의 성과를 단지 자기 개인의 노력의 결과라고 보지 않는다. 그는 자기가 몸을 담그고 있는 신문사가 아니였다면 자기의 성과도 있을수 없는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의 작품은 취재대상자, 독자, 신문사 동사자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파되는것임을 강조하며 때문에 그들 모두에게 감사한다
.

   이것이 정년 후 그가 가정 경제상황이 아직 궁핍한 형편임에도 책 3권을 륙속 자비로 출판하게 된 주요 동기이다. 그는 이 책들을 도서시장에 내다 팔려는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안해와 자식, 그리고 손자에게 기념으로 선물하고 고마운 이들, 동료와 벗들에게 선물하려는 것이다. 승우형의 깊고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이 선물들은 참으로 귀중하다 아니 할수 없다
.

   명리에는 취미가 없고 평생동안 책 수백권을 새겨 세상에 내놓은 청나라 때 문인 장해붕(張
海鵬)이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장서(藏書)는 불여 독서요 독서는 불여 각서(刻書)이니라.” 여기서 말하는 “각서”란 오늘에서의 책출판을 일컫는다. 그의 뜻인즉 이러하다. “독서”는 자기 한사람만을 위한것이지만 “각서”는 남을 위한것이다. “독서”는 저자의 정신수명이 그것을 읽는 자기의 몸에서 연장되게 할수 있지만 “각서”는 후대들이 그 혜택을 누리게 할수 있으니 그 용처가 훨씬 더 많지 아니한가?

   이미 출판한 《신승우촬영미술전각작품집》, 《남영전토템시자구인(字句印) 》과 지금 펴내는 이 책자는 정년퇴직(동시에 환갑)의 기념이기도 하고 다년간의 업무와 창작에 대한 한차례 총화이기도 하다. 그중 《촬영미술전각작품집》은 전 10권으로 된 《중국예술가총서》의 한권으로 그 예술수준이 중국의 유명한 예술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있으며 시대문예출판사에 의해 최근 출판된《자구인》은 또 하나의 서예정품으로 갑골문체와 전서체를 자유자재로 그리고 창조적으로 구사하면서 고대 씨족의 동물에 빙자한 징표도형을 훌륭히 활용하여 평론가 주정(朱晶)씨도 그 재간이 너무 부럽다고 할 정도로 성과작이다. 개혁 개방의 력사현장사진을 대량 곁들인 본 작품집도 우리가 방금 겪어온 유정세월을 되새기는데 감흥깊은 자료로 될것이다. 물론 이 몇권의 책은 신형으로 말하면 창작의 마감인 것이 아니라 인제 시작일뿐이다
.

   신형은 퇴직한 후에도 신문보도 사업을 위해 두발이 다슬게 뛰여다니고있다. 이순을 제2 인생의 시작이라고들 하는데 신형이 바로 새 인생을 초시작부터 멋지게 장식하고있는것이다. 형수님과 더불어 인생을 좀 더 다양하게 살면서 그속에서 풍만한 각서(刻書)를 잉태하고 출산하기를 기대해마지 않는 바이다
.

2007
10 1일 장춘에서

박문희: 현임 부사장, 고급편집

<신승우신문작품집>(연변출판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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