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shuohua 블로그홈 | 로그인
말(說話)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 -> 좋은글 -> 펌글

나의카테고리 : 오늘의 좋은 글

오늘의 좋은 글 242 - 사과 좀 깎아 주세요
2015년 12월 21일 22시 24분  조회:3761  추천:0  작성자: 말(話)


사과 좀 깎아 주세요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 때였다.
새벽 다섯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헬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 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사과를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깍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이번에는 먹기 좋게 잘라 달라고 했다.
나는 귀찮은 표정으로 사과를 반으로 뚝 잘랐다.
그러자 예쁘게 잘라 달란다
할일도 많은데 별난 요구하는 환자가 못마땅해
못들은 척 사과를 대충 잘라 주었다.

나는 사과 모양새를 여전히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그를 뒤로하고 서둘러 병실을 나왔다.
며칠뒤, 그는 상태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삼일장을 치른 그의 아내가 수척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사실 새벽에 사과깎아 주셨을때 저 깨어 있었어요.
그 날 아침, 남편이 결혼기념일 선물이라면서
깎은 사과를 내밀더라고요.
제가 사과를 참 좋아하는데
남편은 손에 힘이 없어 깎아 줄수가 없었어요.

저를 깜짝 놀라게 하려던 마음을 지켜 주고 싶어서요.
그래서 간호사님이 바쁜 거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누워 있었어요.
혹시 거절하면 어쩌나
얼마나 가슴 졸였는지...정말 고마워요."

차마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렸다.
나는 그 새벽, 가슴아픈 사랑 앞에
얼마나 무심하고 어리석었던가.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세상의 전부였던 환자와 보호자.
그들의 고된 삶을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웠다.

그녀가 눈물 흘리는 내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며 말했다.
남편이 마직막 선물을 하고
떠나게 해 줘서 고마웠다고,
그것으로 충분했노라고...



파일 [ 3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1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92 오늘의 좋은 글 190 - 왜 걱정하십니까 2015-10-29 0 1817
191 오늘의 좋은 글 189 - 살다보니 알겠더라 2015-10-28 0 2085
190 오늘의 좋은 글 188 - 지나가버린 것을 슬퍼마라 2015-10-27 0 3091
189 오늘의 좋은 글 187 - 말 한마디가 당신입니다 2015-10-26 0 2192
188 오늘의 좋은 글 186 - 세월은 가고 사람도 가지만 2015-10-22 0 1953
187 오늘의 좋은 글 185 - 그럴 수도 있잖아요 2015-10-22 0 1785
186 오늘의 좋은 글 184 - 자기 옷을 입어야 편한 것입니다 2015-10-20 0 2262
185 오늘의 좋은 글 183 - 기다림 하나쯤 있어도 좋겠지 2015-10-19 0 2611
184 오늘의 좋은 글 182 - 긍정적 사고가 승리자를 만든다 2015-10-19 0 3924
183 오늘의 좋은 글 181 - ♡ 이 생에 잠시 인연따라 왔다가 ♡ 2015-10-18 1 2671
182 오늘의 좋은 글 180 - '있나' 와 '있지'의 인격 2015-10-17 0 2982
181 오늘의 좋은 글 179 - 인생의 8가지 맛 2015-10-16 0 5123
180 오늘의 좋은 글 178 - 인생 삶 고쳐서 쓰시고 사시게 2015-10-15 0 2822
179 오늘의 좋은 글 177 -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것들 2015-09-30 0 4198
178 오늘의 좋은 글 176 - 당신의 오늘은 정말 소중합니다 2015-09-29 0 3365
177 오늘의 좋은 글 175 - 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 2015-09-28 0 5506
176 오늘의 좋은 글 174 - 추석에 보면 좋은 글,명언,가훈 2015-09-27 0 2691
175 오늘의 좋은 글 173 - 존경받는 삶을 사는 법 2015-09-25 0 2800
174 오늘의 좋은 글 172 - 우산 보다 같이 비를 맞아 주는 친구에게 2015-09-24 0 3233
173 오늘의 좋은 글 171 - 지금 내 곁에 있는 숱한 행복 2015-09-23 0 3861
‹처음  이전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