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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와 김치
2012년 06월 17일 00시 06분  조회:2304  추천:0  작성자: 구름바다
달이 지고 붉은 해가
창턱에 매달리면
아침상에 오른 김치포기를 앞에 놓고
나는 잘 절여진 전래동화를 맛나게 먹는다
그러면 그러는 내가 대견하다고 안해의 
얼굴도 해처럼 밝아진다
 
그래서 나는 늘 햇김치로 싱싱하고
김치포기를 마주할때마다
그게 바로 나에게 시로 불붙기도 한다…
 
안해는 며칠에 한번꼴로
통통 소리나는 통배추를 사다가
초절이 하고
살진 살색마늘을 많이 다져넣고
김치를 담근다
 
물론 동해에서 
자유로이 노닐던 멸치들의
흥분한 숨결도 
방울방울 골고루 뿌리고
싱그러이 코를 치는 진한
생강도 부벼넣고
 
그녀는 팔려고 이렇게 
많은 김치를 담그는게 아니다
사각사각 먹어버리는
붉은 입들이 많기때문
그 입은 나와 딸년들이 달고있다
 
그녀는 력사를 다 알지못해도
손끝에 향기만은 뭍혀왔다
그녀는 사랑철학은 다 몰라도
깊은 맘으로 잎잎에 애정선률 감는다
 
그녀의 김치는 한포기 두포기
그녀의 손에서 빨갛게 춤추고
나의 시는 한수 두수 
내맘에서 자꾸자꾸 물결친다
 
시집간 딸들이 김치가지러 줄서오면
나는 환한 딸들구경에 신바람이 나고
그녀는 해덩이같은 김치를
꿍져주는게 벅차단다
 
이렇게 그녀손에서 김치는
수십, 수백포기씩 줄줄이 탄생하고
우리들 입에서 김치는 향기를 터치며
우리 몸에 붉은 피를 수혈한다
 
저멀리 푸르른 배추밭은 그냥 파도친다
붉은 땅고추가 퐁퐁 솟는 철길옆 터밭도
노을빛에 찬란하다
줄기줄기 뻗어오는 저 빛은
언제 다 시로 쓰나
눈맛부터 뜨겁다
 
그리고 저 많은 고추와 배추는
언제 다 먹나
눈만 감아도 얼큰한 태양이
입속에 감돈다
 
나는 해와 달에 취해가듯
그녀와 김치에 깊이 절어간다…

(2011년 10월 연변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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