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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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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렬차속의 미녀
2014년 08월 04일 09시 22분  조회:1630  추천:3  작성자: 림금산
기자사업을 시작해서 얼마 안되던 때의 일이다. 그러니깐 지금으로부터 25년전의 일이겠다…

도문-북경행렬차에 몸을 던졌는데 렬차안엔 시루속의 콩나물처럼 온통 사람천지다.

 장춘역을 지나니 모두 하품이 나오기 시작했고 피곤기가 갈마들어 시들어갔다. 온 차바곤은 생기라곤 없고 차체는 거의 죽은 뱀이 그냥 꾸물거리며 기여가는상 싶다…

 심양역에서 한 25-30세쯤 되여보이는 미모의 녀인이 우리 차바곤에 올랐다. 사람들이 너무많아 앉을 자리는커녕 설자리조차 거의 없는데 그녀가 미니스커트를 따악 받쳐입고 우리옆에 다가와 멈춰섰다.

 그녀의 몸과 머리에선 진한 향수냄새가 가득 풍겨나와 주위의 오염된 공기를 세탁해주고 있었다.

하아얀 신다리까지 미끈하게 올리신은 스타킹과 두귀에 달랑거리는 귀걸이며 더우기 호수같이 찰랑이는 눈동자는 온 차바곤을 환히 비춰주었다.

 줄곧 내앞자리에 앉아 끄떡끄떡 졸고있던 한 사십대의 사나이가 깨여나더니 푸접좋게 일어나 그녀한테 자리를 권하는것이였다. 그분도 아마 이 천하절색인 처녀가 그냥 서있는것이 못마땅하다고 생각되였던 모양이다.

 피곤에 몰리고 로독에 주눅이 들던 려객들이 그녀의 출현으로 하여 차츰 기분이 피여나기 시작했다. 지독한 쌈지담배도 그녀앞에선 말아물기 점직해하는 려객이 있는가하면 자기의 흩어진 자세를 바로 잡느라 어색하게 움직이는 치들도 있었다.

 서있던 그녀가 앉으니 앉은 자세 또한 별멋이다. 진짜 선녀가 내려앉은것 같다. 복장모덜들은  서있는것도 멋지지만 걷는 자세나 지어 엉뎅이를 삐딱거리는것까지 아름다운것과 같은 리치이리라.

 여기서 피끗 저쪽에서 피끗 꽃같은 그 얼굴을 감상한다. 한번 피끗 보고는 그냥 눈감고 오래오래 그 꽃맛을 새김질하는이가 있는가 하면 좀 수준이 낮은치들과 뻔뻔스런 치들은 지어5분내지 10분까지도 남들의 어깨너머로 그냥 퀭-그녀의 얼굴을 쳐다본다.

 하건만 그녀는 도고하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고 아주 자연스럽고 평온하게 오래오래 꽃같은 얼굴에 부드런 빛만을 달고 있는게 고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사건이 생겼다. 그녀가 귀걸이 하나를 살짝 뽑아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그만 부주의로 떨궈버렸다. 몇천원은 잘될것 같은 귀중품이니깐 그녀는 저으기 당황해했다. 주위사람들이 하나 둘 자기의 의자밑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누구든 그 귀걸이를 감히 자기가 주어가지려는 기색은 없었다. 이 아름다운 녀인을 위해 저그나마 자기들의 성의를 보이고 싶어하는 낌새였다.

이 경우 만약 다른 그 어떤 불청객이 이렇게 귀걸이를 떨구었다면 서로 찾아주기는커녕 임자가 찾는것마저 짜증낼것이다. 허나 이 녀왕앞에선 누구도 유순한 지원자의 손길을 내미는게 퍼그나 흥미로왔다.

 바로 내옆에 앉은 나그네가 자기의 의자밑 멀리에 반짝거리는걸 발견하고는 환성을 올렸다. 뿐만아니라 그녀를 눌러 앉히고 자기가 손수 허리를 깊이 구부려 손을 뻗쳐서는 그 귀여운 귀걸이를 짚어내여 옷소매에다 살살 문질러 그녀에게 공손히 바치는것이였다. 그녀는 얼굴에 홍조를 띠우며 <감사해요.>하고 머리를 까땍인다.

 두어시간만에 처음 뿜어낸 그녀의 음성, 실로 사과같이 맛있는 사근사근한 음성이다…

 미인이 웃고있는 렬차는 화기애애하다. 미인이 많은 민족은 행복하다. 미인을 존중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남자는 진짜 멋진 남자다.
 뿡- 렬차는 미인을 싣고 평화를 싣고 동북평원을 쭉-가르며 화북평원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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