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국자가가 싫어지고 옛친구가 살던 시골이 그리워 진다 그래서 먹기싫은 아침도 아예 뭉때버린채 무작정 친구가 살던 그 마을로 향하는 뻐스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세수도 하지 않은채다.
한식경이나 몸을 흔들리우며 먼지가 이는 시골길로 달리다 보니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아침 한때를 걸러서 배고픈걸가? 아님 덜렁거리는 뻐스땜에 더 시장기가 빨라진걸가? 암튼 배에서 연신 나오는 꼬르륵 소리보다 친구가 살던 마을모습이 그립고 거기에 거친풀처럼 그냥 남아있을 친구의 숨결이 더 간절하다
굽이 굽이 자아올라 깊이 파고 들어가니 칙- 하고 뻐스도 숨찬지 서버렸다. 친구네 집 울타리가 보인다 그만 고심하고 뻐스에서 내려버렸다.
겅정겅정 걸어서 친구네 집 사립문을 열었다. 인기척이라곤 없다 그저 고양이 한마리가 여느때와 마찬기지로 야옹거리며 두리번 거리다가 저 쪽으로 사라지고 이웃집 황둥개가 비린내를 확- 풍기며 꼬리젖는다. 하지만 친구는 없다 아니 없는걸 알고서 일부러 온것이 아닌가? 딱히 친구를 만나보자는것보다 이 거친 풀숲과 저기 저 강, 저나무숲속 옛추억의 향기나 맡아볼 양으로 온것이 아닌가.
7년전 친구의 안해가 숨막힐듯 정막한 이 시골이 싫어져 한국에 날아간것이 다시는 무소식이 돼버렸다…그후 우리는 서로서로 몇편의 시쪼각을 잡지나 신문에 낸것이 인연이 되여 마치도 옛친구나 만난것처럼 대하자부터 허물없는 친구가 돼버렸다.
친구가 이사간지도 벌써 거의 2년은 되여온다. 헌데 뜨락은 모든것이 예전 그대로다. 좀 더 초라해진 벼짚이영과 그리 빤빤하지 않은 앞마당이며 바자밑의 능쟁이 풀까지 다가 그대로다.
이 스산한 집에서 이 고적한 마당에서 이 인적기 드문 시골에서 그와 나는 열렬하게 중국인기 시인들인 해자며 로향이며 흑마의 시들을 열변했고 익지도 않은 시구를 목에 피대를 세우며 하늘에 별들이 도글도글 여물때까지 토론했었다.
헌데 그는 지금 여기에 없다 그래도 도회지가 살아가는데 나을듯 싶어 집은 “팔집”이란 간판을 내달고 훌쩍 A시로 이사가 세방살이를 한다. 참 좋은 결단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괜한 짓을 햇다고나 할지? 나로서도 판단하기가 좀 그렇다.
그는 한낫 농사군 후예이고 시골에서 잔뼈를 굳혔다지만 농사일에는 별로 재미를 붙이지 못한것 같다. 그 친구의 밭은 이미 다른 주인을 찾은지가 오래다 마당의 채마전이나 조금 남아있을뿐이다 그래도 시골티가 나고 시골냄새가 나는 글은 몇편 멋있게 조겨낸 그였다. 아마도 안해없는 살림에 문학은 그의 애인으로 둔갑한것이나 아닌지? 도회지에 가서 여기저기 눈동냥 귀동냥하면서 각종 문학세미나같은데 참가하면서 전전한것이 밑천이 되여서 그냥 그게 재밋다고 도회지의 한쪽 구석에 발을 묻었는가 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하겠기에 도회지의 어느골목에 풍막을 치고 신수리를 하고있는게 나한테는 자꾸만 마음에 걸려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도 나생각엔 어쩐지 이 시골이 그한테는 안성맞춤한 삶의 토양이라고 늘 생각되여온 터다
그래도 그의 글에서 황소의 씩씩 거리는 숨결소리가 나고 흙내가 나고 땀내가 나는건 바로 이 한적한 시골의 생활경력때문이 아닐가고 생각해 본다.
뒤뜨락엔 아직도 그가 예전에 심었던 오이씨가 싹터올랐는지 오이넌출이 그냥 기여가고 있었는데 손가락 두개만큼한 오이가 몇개 댕그랗게 걸려있다 배고프던 차라 몇개를 따서 먹어보니 오이냄새와 더불어 친구의 냄새가 묻어난다. 나는 스적스적 걸어서 마을앞 시내가로 갔다 맑은 시내물이 나더러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듯 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세수도 안했음을 알고 맑은 물에 세수를 했다 몹시도 차고 시원하였다. 이 물가에서 그가 “천렵놀이”이란 수필을 건진건 아닐가?
그리고 이 물가에서 그가 미나리를 뜯던 장면을 “들나물캐기”란 글로 묘사한것은 아닌지? 참미나리들이 누구도 뜯어가지 않아 무성하게 자라올랐다 나는 손가는대로 미나리 한묶음을 뜯었다
그날밤 나는 나의 심방을 파고드는 이 시골의 신령한 정취와 친구의 묻어나는 그 추억속에 감싸여 아예 려관집을 찾아 하루밤 지새웠다. 친구의 생각에 또 시골의 고요한 밤장막속에서 잠시나마 속세를 잊을수가 있고 홀로인 나만의 공간에 잠길수가 있어 더없이 편하고 좋았다 산을 맘껏 느끼고 달의 향기를 맘껏 마시고 곤충들의 합창을 맘껏 듣고 …또 며칠전 내가 다녀왔던 경기도 안성부근의 숲속에 조용히 깃들어있던 조병화시인님의 문학관도 다시금 새김질해 보았다.그리고 빛과 바람과 이슬과 그리움에 대한 시도 몇편 긁적거려 보았다…
지금 친구는 정녕 A시에서 행복감을 느끼며 살고있을가? 매일같이 펼쳐지는 여러가지 문학이벤트속에 잠겨서 들뜬 기분에 행복한건가? 아니면 분위기가 제대로 안된듯하던 시골을 활활 털어버린데서 나오는 자유로운 기분일가? 아님 문학을 한답시고 번마다 이쁘게 단장하고 행사에 나와 웃음을 날려주는 그 해반주그레한 녀성문학도들을 대하는 기분좋은 멋 때문일가? 나는 새벽까지 시골의 햇달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많은 생각을 풀었다 감았다 해보았다…
이튿날 나는 논두렁옆에서 한송이의 이슬묻은 이쁘장한 풀꽃을 꺾어들었다 어쩌면 그 풀꽃이 이 순간 도회지의 녀성문학팬들보다 더 진한 싱그러움을 나한테 속삭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삽시에 멀리로부터 나의 몸을 안아주는 차고 시원하고 부드런 시골바람이 내달아 와서 나의 얼굴이며 온 몸을 속속들이 애무해 주어 한결 가쁜하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여 이 돈주고도 못사는 시골의 청신한 바람으로 나의 페부를 가셔냈다. 나는 되회지가 숨막혀서 시골로 내리달리고 그는 시골이 싫어서 도회로 올리달리고 우린 서로 다른 분위기를 찾고있는거나 아닌지?
정오가 되여오는때 뻐스가 저만치서 빵빵-하고 나를 부른다 나는 거의 하루반동안 이곳에서 친구의 그림자와 시골의 정취와 함께 놀았으니 이젠 돌아갈때도 됐다고 생각하고 뻐스있는데로 걸어갔다…
문뜩 어느 시인의 시구가 떠오른다
…쩌린 몸을 활- 털어보려고
도회지를 떠나 시골로 올때는
시골의 밝은 달이 좋아서
내달아 왔거늘 한적한 시골
그 적막의 밤을 몇일 지나고 나니
샨데리야 불빛이 번쩍거리는
도회지가 또 생각난다 …
…
그렇다, 나도 이제 어느날 갑짜기 또 이 시골로, 친구가 가고 없는 이 시골로 달려올것이다. 그러면 논두렁옆의 풀꽃이며 시내물속에 빠진 둥근달이며 저 꼬불길로 달려오는 황둥개가 또 나를 짜릿하게 맞아줄것이다…하지만 거푸 몇밤을 못지나 또다시 인간들 오염속에 돌아눕는 도회지로 올라오고 말것이다. 인간의 심성이란 원래는 이같이도 미련한것일가?…
(연변일보.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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