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5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이처럼 세월이 빨리 흘러서인지 우리 사회도 빨리 움직이는 것 같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절주도 빨라진 것 같다. 모두가 숨 가쁘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음의 여유 없이 무언가 원하는 것을 바라고 종종걸음을 걷는 것 같다. 오죽했으면 광고에마저도 빠름, 빠름, 빠름이라고 했겠는가?
이런 시대의 흐름을 발맞추어 살아가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 듯하다. 빠르게 흐르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이라도 하듯이 20여 년 전부터 우리 동포들도 한국행을 선택했고 그 속에서 지금은 50여 만 동포가 숨 쉬고 있다. 그들이 한국행을 선택한데는 공동한 목표가 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내 아이를 보다 잘 먹고 잘 살게, 그리고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동포정책이 좋아져서 H-2소지자 자녀는 만18세까지 한국에서 부모와 동반체류가능하게 되었고 만25세 이하도 출입국에서 인정하는 국가기능사자격증만 취득하면 F-4비자로 장기체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져 있다.
이처럼 좋은 정책이지만 많은 가족들의 자녀 초청서류를 접수할 때면 나는 마음 아픈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겨우 13살인 딸이 부모 몰래 중퇴하여 전학수속증명서를 떼 오지 못해서 안타까워하던 김00의 어머님, 아빠와 엄마는 전화통화만 하면 싸우니까 중국에서 살던 한국에서 살던 사는 재미가 없다고 하던 20살도 되지 않은 박00의 한숨소리는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더욱이 이런 일들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기에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나도 10여 년 전 한국에서 여행 사업을 해보고자 중국에 아이와 남편을 남겨둔 채 홀로 한국 땅을 밟았다.
“
오늘 어머니가 한국에서 왔다. 어머니가 해준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한국에 가지 않으면 안 될까? 나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하면 길가에서 자도 되는데….”
이것은 당시 8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일기장에 발견한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노라니 눈물이 앞을 가리고 가슴이 뭉클해났다.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어린아이의 가슴에는 보이지 않는 멍이 들고 있었던 것이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 않은가!”
나는 그 일기장을 보고 많은 깨달음을 얻고 얼마 안 지나서 아들을 한국에 데려왔다.
한국에서 아이를 공부시키며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문화가 달라 학교생활 적응에 힘들어하는 아이 때문에 아픔을 겪어야 했고, 남들처럼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학원도 보내게 되니 경제적인 부담도 커져만 갔다. 그러나 세 식구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일에 지쳐 집에 오면 효도 안마를 해주는 아이의 따뜻한 손길, 날이 너무 덥다며 팥빙수를 만들어 주는 아들, 중국에 있을 때는 친구가 최고인줄 알더니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할 줄 아는 가정적이 되어버린 남편.
그동안 한국에 정착하면서 나름대로의 고민을 하면서 살았기에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가족 모두가 한국에 정착한 지금, 아이는 벌써 중학교 3학년생이 되였고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했던 일기장은 가족과 함께한 즐거운 이야기들로 채워져 가고 있다.
세상에 자식농사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 현실에서 눈앞에 보이는 돈보다는 자식에 대한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은 없을듯하다.
한국에 와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주말부부가 아닌 식구들이 함께 하는 그런 가족이 많았으면 좋겠고 기능사격증 따기가 힘들다고 중국에 다시 가버리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한창 공부할 20대인데 돈 벌러 보내는 부모보다는 30대를 위한 준비로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부모가 많았으면 좋겠다.
부모사랑을 먹지 못하고 자라온 동포4세이다. 이제 겨우 가족이 함께 했는데 또다시 돈으로 인해 아이들이 받는 상처가 없었으면 좋겠고 부모와 함께 있어 행복한 아이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부모들의 코리안 드림으로 방황하고 심적으로 지쳐있는 아이들이 나의 아들애처럼 행복한 가정애가 담긴 일기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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