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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알리는 소리들이 많이 달려졌다. 옛날 시골에서는 수탉이 목에 힘을 주고 새벽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렸고 도회지에서는 두부장수의 “두부 삽소”하는 사구려 소리가 새벽을 알리는데 한몫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두부장수의 사구려소리가 도통 들리질 않는다.
하긴 먹거리가 별로 없어 두부 한모면 아침 한때를 뚝딱 해결했던 예전과는 달리 눈과 입맛을 즐겁게 하는 먹거리천지인 요즘엔 별 모양새 없는 두부에 눈길이 가지 않나보다. 더구나 슈퍼에 나가면 인스턴트 밥에 두부도 종류별로 가격별로 크기별로 입맛대로 얼마든지 고를수 있고 전화 한통이면 국과 밥, 반찬에 과일까지 배달해주는데 누가 바쁜 새벽 시간을 쪼개 두부장수의 두부를 살가?!
게다가 이제는 콩만 씻어 안쳐놓으면 기계가 알아서 따끈따끈한 두부를 만들어준다. 두부장수도 그 첨단기기계에 밀려났다. 꼭두새벽부터 몇시간을 고생해야 겨우 두부 한판을 만들수 있었으니 이제 두부장수의 손두부는 시장경쟁에서 밀려난거다. 세상의 변화에 맞춰 두부장수들도 재빠르게 직업을 바꿨나보다.
하지만 아무리 발빠르게 변하는 요지경같은 세상일지라도 어느 순간 오래 묵은 추억들이 더 빛나게 다가오는 때도 있다.
그 시절 두부장수 아저씨는 이른 아침이면 어김없이 두부를 가득 담은 큼직한 사각판을 삼륜차에 싣고 골목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그리고는 다 팔릴때까지 쩌렁쩌렁 목이 쉬도록 “두부 삽소”를 웨쳐댔다. 그때 그 두부장수의 쏘프라노 목소리가 하도 독특해 지금도 귀에 선하다.
두부장수가 나타나면 골목길은 아침 찬거리를 준비하려는 아주머니들로 북적거렸다. 간혹 아빠트에서 내려오기를 꺼리는 “게으름뱅이” 주부들은 창문을 통해 바줄로 단단히 묶은 그릇을 두부장수에게 내려보내군 했다. 가끔가다 기분이 좋은 날이면 두부장수는 덤으로 콩비지를 한바가지 푹 떠 주기도 한다. 그럴때면 주부들의 입은 귀에 가 걸려 좋아 어쩔줄을 몰랐다. 두부 한모에 두부장수도 동네 주부들도 즐겁기만 하던 때였다.
평생 두부를 팔아 번돈으로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다던 두부장수, 이제 두부장수와 우리에게 그 시절의 작은 일상들은 되돌릴수 없는 먼 옛날의 아스라한 추억이 되고말았다.
우리의 곁을 그저 그렇게… 흐르는 물처럼 스쳐지나간 두부장수는 지금쯤 뭘하며 어떻게 살고있을가
연변일보 6월 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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