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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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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단절된 시대, 그럼에도 무대는 계속 돼야” 댓글:  조회:609  추천:0  2022-06-24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것은 ‘비대면’이라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했다. 많은 아티스트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자신의 무대를 통해 팬들과 만나는 기회를 박탈당했고 이에 대한 아쉬움을 해소하고저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또 다른 콘택트를 만들어갔다. 그런 와중에 뮤지션과 팬들이 마음을 모아 기대했던 온라인 콘서트가 있었다. 19일 저녁, ‘아버지의 날’을 계기로 틱톡 라이브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대중음악콘서트는 더 많은 무대가 사라지기 전에 공연계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결코 가볍지 않은 무대였다. 리예화, 최명권, 전예정, 류철석, 권명, 허광, 량춘화, 함미자 등 우리에게 익숙한 가수들이 온라인 플랫폼을 빌어 한자리에 모였다. 아나운서 최명옥이 진행을 맡고 120분의 러닝타임으로 이어진 공연은 성공적이였다. 800여명의 관객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었고 20여만개의 하트를 기록했다. 가수들 대부분이 단순히 각자의 라이브방송을 통해 팬들과 소통을 해오다가 지난 4월에 이어 두번째로 사라진 콘서트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이번 콘서트 기획자인 연변대중음악협회 박영일 비서장에 따르면 예전 같은 단순한 온라인 콘서트에서 탈피, 사전 이벤트를 실시하고 공연 수익금 전액 기부, 공연 도중에 토크 콘서트도 진행하는 등 내용을 가미했다. 참여 음악인들이 모두 만족했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온라인 콘서트 중간중간 각자 소감을 말하는 시간, 결혼과 출산으로 무대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가수 권명이 울먹거리였다. “여전히 가수 권명을 기억해주는 팬들이 있어 너무 기쁘다. 오늘 공연 전까지 우리가 뭘 해야 하는 사람들인지 까먹고 있었다. 이렇게 여전히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를 드린다.” 그녀의 반가운 등장에 ‘8살 권명이 떠오른다.’, ‘권명이 드디여 돌아왔다.’ 라는 팬들의 실시간 댓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에 감정이 북받쳤던 모양이다. 항주에서 살고 있는 함미자의 등장에도, 청도에 거주중인 전예정에게도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이날 불려진 노래도 대부분이 우리가 익숙히 들어 알고 있는 연변노래들이여서 더욱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온라인 콘서트의 장점은 먼저 관람인원의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공간과 시간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인터넷으로 접속만 한다면 공연을 즐길 수 있다. 박영일은 “오랜만에 무대에 선 터라 모두 흥분되고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무대는 ‘나’를 확인하는 장소와도 같다. 음악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대는 삶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뜻을 같이 했다. 무대가 있어야 우리도 존재한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콘서트의 시작은 거창하지는 않았다. 연변대중음악협회의 비서장인 박영일이 동료들과 뭔가 해보자며 시작했던 일이다. 그리고 두번의 콘서트를 추진했고 자발적인 음악인들의 참여와 팬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지금은 더 많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저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던 음악인들에게는 더욱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연변대중음악협회에서 준비중인 후속 프로젝트도 의미가 깊다. 한번의 축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공연의 과정과 결과를 자료로 남겨 기록했다. 소규모 온, 오프라인 공연도 론의중에 있고 그들의 행보를 다큐멘터리로 촬영해 지난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기획중에 있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박영일은 “우리는 바람잡이일 뿐 거창하게 시작한 일은 아니였다. 그동안 음악인들이 많이 위축돼있었다. 다양한 무대를 기획함으로써 위축된 업계가 고무되고 자신감을 가진 효과가 있었다는 반가운 이야기가 자주 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춤하던 우리 음악계가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우리 지역이 문화예술분야에서 자부하고 있지만 정작 다양한 뮤지션과 예술가들이 설 무대가 점점 사라진다면 결국 속 빈 강정 같은 음악생태계가 되지 않겠냐.”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음악과 예술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많이 마련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신연희 기자/연변일보  
32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이다 (신연희) 댓글:  조회:1235  추천:1  2022-05-18
지난 2013년,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는 그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작가 줄리언 반스의 책도, 케이트 앳킨스의 책도 아니였다. 농부의 아들로 태여나 문학을 사랑했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자 했던 내성적인 한 남자의 일생을 그린 소박하기만 한 이야기, 《스토너》가 바로 그 주인공이였다. 특별한 계기가 있거나 새삼스러운 이슈로 주목받은 것도 아니였다. 언뜻 초라한 실패담에 불과해 보이는 이 책은, 누구의 탓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방식으로 슬픔을 받아들이는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유럽 독자들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스토너》는 영국, 프랑스, 독일, 화란 등 유럽 출판계와 평론가, 독자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50년의 시차를 가볍게 뛰여넘어, 작가 존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만에 비로소 제대로 된 세상의 평가를 받게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넘어 전세계에 ‘늦고도 새로운 감동’을 전한 베스트셀러로 소설로 이름을 알렸다. 농부의 아들 윌리엄 스토너는 열아홉살에 농업을 배우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스스로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선택했던 길이다. 그런데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접한 쉐익스피어의 일흔세번째 소네트가 그의 인생을 온통 바꾸어놓는다. 문학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고향에 돌아가는 대신 대학에 남아 영문학도의 길을 택한 스토너는 사랑하는 녀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교수가 되여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교내의 정치나 출세보다는 학문에 대한 성취에 더 열중하고 가정을 사랑한 그였지만 어찌된 일인지 대학에서도 집에서도 그의 위치는 불안하기만 하다. 가족과 동료들로부터 고립되여 슬프고 쓸쓸한 그의 삶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실패와 다름없다. 그러나 세계대전과 대공황 속에서도, 개인적인 불행과 사랑의 실패에 시달리면서도, 갑작스러운 병마와 싸우면서도, 그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으로 살고자 한다. 일생을 바친 그의 연구처럼 자신의 일생을 통해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듯 말이다. 때론 세상은 너무나 쉽게 ‘성공한 삶’과 ‘실패한 삶’을 나누어놓는다. 스토너 또한 몇번의 소소한 성공과 실패를 겪지만 세상의 기준에서 그의 삶은 실패자의 그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작가 존 윌리엄스가 스토너의 삶을 그리는 방법은 조금 달랐다. 작가는 특유의 집요하리만치 세밀한 서술로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인생을 진실하고 강렬하게, 인간에 대한 련민을 품고 펼쳐 보인다. 주인공 스토너에 깊이 공감하며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들이 그가 작은 성공을 거두는 순간에조차 처연함을 느끼는 것도 그래서인지 모른다. 이야기는 스토너의 탄생으로 시작해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평범한 한 사람의 일생에 인생의 모든 빛나고 특별한 순간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통찰과 감동은 책을 덮은 후 갑자기, 한꺼번에 독자의 마음에 찾아온다. 그것은 ‘쓸쓸한 삶’이였으나 우리는 누구나 철저히 혼자라는 인생의 진리, 그럼에도 자신의 고독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성취한 이의 묵묵한 투쟁이 전하는 감동이다. 남보다 특별한 주인공을 설정하고 극적 성공과 화려한 몰락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대부분의 고전 문학과는 대조적인 접근, 서술이지만 전하는 감동은 다르지 않으며 오히려 더욱 깊고도 비밀스럽다. 이것이 평범이 쌓여 만들어내는 비범함이자 소설 《스토너》를 50년의 세월이 지나 주목받게 한 원동력은 아닐가. 1965년 출간 당시 문단과 평단의 호평에도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긴 세월 동안 잊힌 소설 《스토너》, 가치를 아는 작가들이나 교수들만 어렵게 구해 읽던 책이 50년의 세월이 지나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뜨겁게 읽히기까지 눈 밝은 작가와 출판인들의 노력이 있었다. 영미권 최대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계렬사 ‘빈티지 클래식스’ 출판사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전자책에 《스토너》의 1장을 넣는 방법으로 《스토너》를 홍보했다. 담담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꽉 찬 문장으로 섬세하게 묘사된 이야기와 조용하고 내성적인 ‘스토너’라는 인물은 놀랍게도 화려한 삶, 막대한 부, 성공에 대한 열망이 넘치는 주인공 개츠비와는 정반대의 매력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책의 일부분을 공유한다. 윌리엄 스토너는 1910년, 열아홉살의 나이로 미주리 대학에 입학했다. 8년 뒤, 제1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그는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의 강사가 돼 1956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강단에 섰다. 그는 조교수 이상 올라가지 못했으며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중에 그를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동료들이 그를 추모하는 뜻에서 중세 문헌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했다. 이 문헌은 지금도 희귀서적관에 보관돼있는데 명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영문과 교수 윌리엄 스토너를 추모하는 뜻에서 그의 동료들이 미주리 대학 도서관에 기증.”   가끔 어떤 학생이 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하고 윌리엄 스토너가 누구인지 무심히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 호기심을 충족시키려고 애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토너의 동료들은 그가 살아 있을 때도 그를 특별히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로장교수들에게 스토너의 이름은 그들을 기다리는 종말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젊은 교수들에게는 과거에 대해 아무것도 일깨워주지 않고 동질감을 느낄 구석도 전혀 없는 단순한 이름에 불과할 뿐이다. 연변일보  2022.5.11
31    ‘좋은’ 부모 댓글:  조회:1927  추천:0  2019-03-12
친구 부부가 얼마 전 아이의 교육과 의료 등 각종 복지혜택을 리유로 카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아이에게 최상의 성장환경을 마련해주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란다. 카나다로 이민을 떠나면서 이들 부부가 들인 돈은 수백만원, 맞벌이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기도 하다. 이민을 떠난 이들 부부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뜨거운 감자’ 였다. 아이가 태여나서부터 아이에겐 모든 걸 명품만을 고집했던 부부, ‘너희들 애는 좋겠다. 좋은 부모를 만나서.’, ‘나도 애한테 좋은 부모 노릇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는 식의 주변 친구들의 부러운 목소리는 끊기질 않았다. 돈 없으면 좋은 부모도 될 수 없다는 우리의 의식에 왠지 짠해진다. ‘흙수저 부모’는 ‘흙수저 자식’으로 대물림된다는 포기와 체념마저 엿보인다. 아니면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며 우리 사회를 뒤집어놓았던 일부 재벌3세의 영향일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최고의 조건이자 최대 걸림돌이 ‘경제력’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북경시교육과학연구소가 최근 공개한 ‘현시대 부모됨 인식과 자녀양육관 연구’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경제력’을 꼽았다. 말인즉, 자녀와의 소통이나 인내심, 바른 인성, 자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뒤로 밀려났다는 뜻이겠다. 좋은 부모가 되는 가장 큰 걸림돌로 많은 부모들이 꼽은 것도 본인의 경제력이였다. 사교육 만능사회에서 부모 경제력에 따라 자식 앞길이 달라지는 현실을 마냥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재력 가진 부모가 좋은 부모의 보증수표도 아니다. 모 재벌그룹의 아버지와 자녀가 같은 날 법정에 출석한 뉴스의 한 장면이 남긴 씁쓸한 교훈이다. 경제력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사랑, 인내심 등이 충족되지 못하면 자식농사에 성공하기 어렵다. 언젠가 ‘부모는 아이를 당장 변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국 변하게 하는 사람’이라는 글을 읽은 적 있다.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리유가 있다.’는 똘스또이의 소설 《안나 까레리나》의 첫 문장처럼, 이 ‘안나 까레리나 법칙’은 부모의 성공조건에도 적용된다. ‘좋은 부모는 엇비슷하지만 나쁜 부모는 저마다 다른 리유로 실패한다.’ 연변일보 
30    특별한 듯 평범한 사랑 댓글:  조회:2057  추천:0  2017-07-12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작가 피터 스완슨의 데뷔작, 《아김없이 뺏는 사랑》은 인간들의 생 속에 찾아오는 ‘선택’과 ‘만남’이 우리를 얼마나 아둔한 동물로 만들수 있는지, 어디까지 내몰 수 있는지를 서술한 소설이다.   소설 제목에 ‘사랑’이란 단어가 포함되여 있다고 해서 진부하고 달콤한, 그럴듯한 로맨스 소설을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사랑’의 정의는 무엇인가, 어디부터 어디까지 그 령역안에서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읽는 내내 고민하게 만드는 소설이였고 설렘보다는 긴장감이 깊이 스며드는 소설이였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의 문법은 스릴러에 가깝다.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다. 완급조절을 잘한다. 아쉬운 점은 인상적인 부분도 그만큼 드물다는 것이다. 딱히 밑줄 그을 만한 장면은 없었다. 말하는 내용은 발칙한데 다루는 방식은 정직해서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마지막 페지까지 놓칠수 없었던 것은 너무나 매력적인 녀주인공 때문이다.   소설은 20년전 사건과 현재의 사건을 교차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녀자의 성격과 작업하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주인공에서 그리고 독자들에게 묻는다. 이 녀자를 리해할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러면서 조지는 그 녀자와의 과거의 만남과 현재의 만남을 필사적으로 되돌아보고 되돌아본다. 그러면서 점점 조금씩 그녀를 리해하게 된다. 독자인 나도 그 녀자가 좋아했던 책의 다음 구절을 보고 조금은 그녀를 리해하게 됐다.   사랑은 동전의 량면과 같다. 한면은 천국이고 다른 한면은 지옥이다. 그 차이는 동전 두께처럼 얇아 우리는 사랑하는 동안 동전 뒤집기보다 더 자주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피터 스완슨의 이 소설은 아낌없이 주고 아낌없이 뺏는 동전의 량면같은 사랑이야기이다. 평범하고 유복하게 자란 조지 포스는 대학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오드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첫눈에 반하고 뜨거운 사랑에 빠지는 그들의 로맨스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한다.   피터 스완슨의 전작인 《죽여 마땅한 사람들》에서 사이코패스 기질을 타고난 녀성 련쇄살인범에 대해 이야기 했다. 두 작품 모두 반사회적 녀성 살인마를 다루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전작의 릴리가 상처를 준 사람을 찾아가 하나씩 죽이는 감정 살인범이라면 후자의 리아나는 치밀하고 계획적으로 타인을 리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랭철한 살인기계에 가깝다.   타인을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이 자신을 얼마나 위험한 상황까지 내몰 수 있는가를 이 소설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그렇다.   독자로 하여금 련애감정을 매만지면서 추리를 시작하더니 돌연 호러물이 되는 듯하다가 결국엔 로맨스추리로 돌아오는, 그리고 그 속에서 많은 것들을 빼내 곱씹게 만드는 소설이다.   《아낌없이 뺏는 사랑》을 읽으면서 반복적으로 던졌던 물음은 “내가 이 캐릭터였다면 어떻게 했을가?”하는 것이다. 진부하게 그를듯한 예상 가능한 평범한 일상을 살아내는 우리에게 조금 신선하기도 충격적이기도 한 이야기일 수 있기때문이다. 추격, 폭력, 마약, 총격, 살인, 신분세탁, 변호사와 탐정, 희귀 다이아몬드 등…   리아나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들은 나름 재미있었다. 분량도 많지 않고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좀 더 다양한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는 지인에게 얼른 권해보고 싶어졌다. 시원한 록음 아래서 읽기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다. 연변일보 2017-7-10
29    우리의 문화 ‘자존심’ 댓글:  조회:1855  추천:0  2017-07-07
우리 지역의 문화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관련 지자체가 꿈꾸는 창의적 미래가 과연 뭘가 궁금해진 건, 북경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로 시집을 온 한 지인이 신문사 문화부 기자로 뛰고 있는 필자에게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서부터 비롯됐다.   “연변에 무슨 문화가 있어요? 시집온 지 8년이 다 됐지만 음식 말고는 딱히…”   한동안 멍한 상태로 있었다. 이런 상황과 마주하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를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아쉽게도 내 의식 속에는 매일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 지역문화에 대한 존재감이 희미해져 가고 점점 ‘지역문외한’으로 변해갔다.   나름 ‘문화예술’도시라는 자부심이 큰 우리 지역은 그동안 지역 문화를 알리기 위한 많은 프로젝트들이 가동이 됐지만 여전히 문화콘텐츠 개발에 큰 성과를 얻지 못하고 빈틈을 보여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관광차 연변을 찾고 있다. 때론 음식문화에, 또 때로는 자연경관의 매력에 찾아오지만 지역성과 강하게 결합된 문화를 알리는 제대로 된 인프라는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관광산업도 변화되고 있다. 현지음식과 자연경관만을 위한 관광에서 이야기를 입힌 스토리텔링관광, 일명 공연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다.   프랑스 수도 빠리에서 고속철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리옹, 리옹은 전세계 관광객들이 그곳의 지역문화를 담아낸 공연을 보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꼭 찾는 도시로 유명하다. 리옹을 찾는 이들은 그렇게 공연을 통해 한 도시, 한 지역민족의 문화와 력사를 알아가기도 한다.   우리 나라 유명 관광지도 례외 없이 려행을 가면 대개 그곳의 력사와 문화를 담은 공연을 보게 된다.   대표적으로 절강성 항주에 가는 관광객들이 관광 필수코스로 꼭 보는 라는 공연이 있다. 항주의 력사와 전설, 문화 소재로 한 공연은 볼거리가 풍성하다. 3000명을 이상 수용 가능한 극장은 비수기에도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빈자리가 거의 없다고 한다.   력사 깊은 도시 서안에서 열리는 공연 도, 운남성의 려강에서 열리는 시리즈 문화공연 모두가 관람객들이 필수로 찾는 코스로 브랜드화 되면서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짧은 시간안에 지역의 력사와 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공연에도 이제 창의적 기법으로 문화적 이야기를 입혀준다면 앞으로 우리도 여느 유명 관광지에 견줄만한 매력적인 문화, 예술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가 생각을 가져본다.   그만큼 우리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예술가와 정착한 각 분야의 예술인들을 조명하면 당장에 만들 수 있는 소재가 너무나 풍부하기에 가능한 자부심이다. 이미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이고 무엇인가 해보려 해도 부족한 시설, 공간 문제 등으로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이 새로운 시도를 위한 발판이 될수도 있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문화를 토대로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지 않는 한 한결같이 우리는 문화 자존심을 잃어가는 립장을 떠나지 못한다.   1년전 의 제작자인 길림성조원문화관광발전유한회사 강양순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녀는 “민족을 알리는데 그 민족의 력사와 문화예술이 큰 몫을 담당하더라구요. 우리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우리의 정서가 다분한 공연관광이 필수적인 코스로 자리잡을 날이 꼭 올겁니다.”라고 민족공연에 대한 넘치는 애착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모두의 예상대로 지난해 그녀는 공연에 투자한 돈 대부분을 거두어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6월 관광시즌에 맞춰 또다시 야심차게 공연을 내놓은 그녀는 여전히 문화공연에 대한 자부심으로 충만돼 있었다.   언젠가 그녀의 이 작은 행보가 씨앗이 되여 지역 고유의 콘텐츠로 가득한 문화행사가 외부에 보도되는 날을 꿈꾸어 본다. 연변일보 2017-7-6
28    “문화강주”로 가는 길 댓글:  조회:2337  추천:1  2017-04-07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미국인 부부가 있다. 연변에 정착한지 10여년, 어느 한번 자그마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들 부부의 저녁식사 초대를 받은적이 있다. 된장찌개와 김치 대신 햄버거와 오이피클, 젓갈 대신 참치통조림, 고추장 대신 도마도케찹 등 미국인들의 식문화가 반영된 밥상을 기대했는데 웬걸,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김치찌개가 한솥 푹 끓여져나왔다. 깍두기김치와 함께 말이다. “에이 그냥 빛갈만 흉내냈겠지” 하고 한술 떠넣은 김치찌개의 맛에 저으기 놀랐다.   “내가 직접 만든 김치찌개야, 물론 우리 식구들 모두 즐겨먹는 음식이고.” 남편 토미가 어깨를 으쓱해보인다.   이들 식구는 미국이 아닌 연변의 먹거리와 볼거리가 그들의 정서에 더 맞다고들 한다.   고속철시대에 들어서면서 우리 지역 관광산업이 크게 발전하면서 전례없던 호황을 맞았다. 그중 우리만의 음식문화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크게 한몫을 담당했다는 뉴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수 있다. 그만큼 우리의 지역문화가 흡인력이 있다는 얘기이다.   글로벌환경은 끊임없이 변화를 재촉하고있다. 그 변화를 재촉하고있는 가장 큰 힘이 바로 문화라고 감히 적어본다.   조직이 크건 작건 사회와 직장, 가정에서도 사람이 모이면 문화가 형성된다. 문화는 사람들의 사고, 행동, 태도, 신념, 가치관 등이 오래동안 통용되면서 공인되여와 정착된, 현재 조직의 분위기이고 조직의 풍토이다.   요즘 어느 분야건 문화의 중요성에 대해 잘 리해하고있다.   특히 우리 주는 오래전부터 문화브랜드 창출을 목표로 “문화강주”전략을 적극적으로 실시해왔다.   “문화강주”의 문화는 우리의 선조가 삶의 지혜로 일궈낸 각종 유산과 생활양식을 가리킨다. 많은 진정한 “우리것”이 세계, 국가, 성 급 등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따지고보면 우리는 분명 “문화강주”이다. 문제는 더 이상 계승, 발전시켜 브랜드화한 실적이 많지 않다는 점에 있다. 우리에게는 지역의 전통과 력사, 문화적 특성들을 드러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널려있으나 체계적인 기록과 전승 노력의 부족으로 점차 잊혀져가고있는것들이 많다. 이러한 문화유산을 숨쉬게 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발굴해 콘텐츠화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풍부한 전통먹거리와 장엄한 자연경관만이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것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주 관광수입 대부분이 서비스업과 자연경관관광이 차지했다. 우리의 력사와 문화가 다분하게 담겨진 문화예술 “축제”다운 “축제”가 많은 관광객들을 끌여들인건 아니다. 사람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만들어 문화소비가 활성화됨으로써 주민소득이 향상되고 삶의 질을 높여야만이 그야말로 스토리가 있는 오감만족 “문화강주”를 실현할수 있다.   “문화강주”는 “누구나 행복한 도시”, “살고싶은 도시”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가.   이는 분명 예술문화부터 생활문화까지 늘 우리 주변에서 다양한 문화적 행위가 일어나고 또 시민들은 그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만나고 즐기는것, 바로 문화도시에서의 행복한 삶일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문화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역이 살아나고 경제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의 특색과 개성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대표할수 있는 문화브랜드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이다. 연변일보 2017-4-7
27    지역문화속 '인문학' 댓글:  조회:1953  추천:1  2017-03-17
정확히 언제부터였다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우리 나라에도 인문학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기업가들사이에서도 경영학만으로는 미래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것이다. 북경대학, 청화대학을 비롯한 전국 많은 대학에서 다투듯 CEO들을 위한 특별강좌를 만들고 강좌를 제대로 들은 사람에게 수료장을 주는 식의 교육관행도 생겨났다. “인문학”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의 사상 및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령역으로 되여있다. 우리와는 별개로 먼 얘기인듯 공감이 가지 않을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에서도 10여년전부터 인문학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꼽을수 있는게 올해로 16기까지 이어지는 연변대학AMP최고경영자과정이다. 강의 대부분이 인문학강좌로 채워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심지어 백화점에서까지 인문학 강좌를 들여놓고 직원들 직업교육을 시키는가 하면 공무원이나 주 및 기타 현시 사업단위 직원 연수교육과정에 인문학을 끼워넣기도 하고 조선문독서사나 푸름이독서사에서도 인문학강좌를 정기적으로 조직하고있다. 그런가하면 최근 몇년사이에는 인문학 서적이라 부를수 있는 책들이 쏟아져 나와 베스트셀러 된것도 여럿 있다. 그러나 들인 노력에 비해 결과가 많이 모자라다는 사람이 많다. 우리 지역의 CEO인문학 강좌가 취지와는 달리 기업인들의 사교장으로 변했다는 말도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인문학 강좌는 주입식이다. 처음 만나는 청중을 향해 한시간 남짓 강의를 한 후에 10분 정도의 질문시간이 주어진다. 질문 자체가 적은데다 형식적인것이 대부분이다. 생각의 주고받음이 안되는것이다. 학부모와 학생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이 서점을 모르면 간첩”으로 통하는 서점이 있다. 연길시 태평거리 진학소학교 부근에 자리잡은 “신학서점”, 20여년을 서점운영만 해온 책방지기 갈복산씨는 오래전부터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몇년간 갈복산씨는 유명작가나 국내 유명인사를 청해 독자들을 위한 인문학강좌도 여러차례 조직해왔다. 그는 우리 주변에서 부는 인문학 열풍에 대해 그만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인문학은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사이의 회화를 대화로 만드는 작업이다. 다시 말해 서로 상대방의 가치를 인정하며 대화를 할수 있는 용기를 얻게 하는 촉진제이다. ‘아는것이 힘’을 앞에 내세우는 장치가 아니다. 한두번의 강의로 얻는 지식의 대부분은 이제 스마트폰으로도 얻을수 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는 지역의 문화가 활성화되여야 된다고 생각된다. 기업은 인문학이 뒤받침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해본다.” 그는 지금의 “주입식 인문학”보다는 “실속있는 인문학”이 주목 받았으면 한다는 자신의 속내를 내비쳤다. 우리가 인문학을 가까이 해야 하는 리유를 여기서 다 표현할순 없지만 인문학적 사색을 통해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사람중심의 삶”에 대해서 “앎”을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물론 그것을 깨닫고 실천하는것은 우리의 몫이다. 요즘 세태의 흐름을 보면 인문학의 위상에 대해 좀 상반된 느낌을 갖게 될때가 많다. 한편으로는 여기저기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외치고 인문학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만 정작 대학이나 관련 기구 정책 등을 보면 갈수록 인문학의 립지를 축소시키는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북경대학 중문학부 진평원교수는 “인문학은 우선 사람과 사회에 대한 통찰력을 키워준다. 이제 인문학은 최대의 실용학문이다. 첨단기술이라는 지식은 불과 1년만 지나도 과거의 지식이 되고만다. 반면 인문학은 한번 체득해 평생 다른 학문과 융합, 새로운 지식으로 자가발전하는 폭발적인 힘을 가진다.”고 말했다. 다행히 올해로 11번째 독서절을 이어오고있는 우리 지역에서 올해에는 “다양한 내용을 담은 도서들을 독자들에게 많이 추천하고 인문학 관련 아카데미를 더욱 활성화시킨다”는 주최측의 소식으로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인문학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가 당연히 사회의 바탕이 되여야 한다는 믿음, 인문학적 소용이 개인의 삶에 풍요로운 근원이 된다는 사실, 이것을 우리 삶의 바탕에 깔아가는 그러한 사업이 되였으면 한다. 연변일보 2017-3-16
26    새해 출판계 최고의 키워드 “나” 댓글:  조회:1767  추천:0  2016-12-05
트렌드를 알아야 미래가 보인다. 2016년을 이제 두달 남겨둔 요즘, 2017년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분석서가 잇달아 출간되고있다. 앞으로 100년 동안 세계 경제 전반을 전망하는 분석부터 빅데이터에 기초한 분석까지 5. 6 권의 책들이 저마다의 예측을 내놓고있는 가운데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바로 “나”라는 키워드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시대, 전세계적인 저성장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에 “나”의 존재는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있다.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 세계 경제 침체위기설 등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사건들은 안전한 삶에 대한 고민을 던져주고있다. 갈수록 불확실성이 늘어나는 시대속에서 나는 누구이고 앞으로 어떤 변화에 처하게 될가.   세계의 트렌드- 오직 “나”만의 삶을 강조한다.   오직 나만을 위한 삶이란 “리기적인” 휴가려행이다. 과거 려행은 친구, 가족과 함께 떠나는것이였다. 나혼자라고 해봐야 고생스러운 배낭려행이 전부였다.   그러나 요즘 나홀로 려행의 인기가 뜨겁다. 그저 구경하고 체험하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며 나 자신을 돌아보는 “웰니스”려행이다. 오스트랄리아의 “솔로 트래블러”는 혼자 려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블로그다. 일정을 내 마음대로 조정하는것은 물론 나 자신과 1대1로 마주칠 기회를 만들어준다는게 특징이다.   솔로 트래블러가 추천하는 최고의 나홀로 려행 코스는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에 위치한 귄가나 휴양지이다. 올해 세계 럭셔리 스파 어워즈 우승지인 이곳은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최고의 휴식을 제공한다. 가격은 2박3일 패키지에 인당 인민페로 약 5000여원으로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자신을 위해서 개인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그래서일가? 출판계에서도 “나”에 눈을 맞춘 도서 출간을 빠르게 준비하고있다.   아마존중국이 11월 29일 밝힌데 따르면 래년에는 “나”를 중심으로 하는 려행에세이집들이 대거 독자들과 만나게 될거라고 전망했다.   아시아 트렌드-“신”개인의 탄생   신화넷에서 공개한 “2017년 중국 트렌드”에서는 향후 문화, 경제 소비자들에게 나타날 경향 6가지를 꼽았다. 브랜드의 권위 추락, 즉시적 행복과 만족감 추구, 나홀로 활동의 증가, 개인감정의 중요성, 저렴한 차별화, 사회의 극장화 등이다.   여기서 보면 6가지 경향중 2개가 개인적 감정과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1인 가구와 달리 “나 홀로족”은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 매우 큰 변화를 예고하기에 사회적, 문화적으로 폭넓은 의미를 지닐수밖에 없다. 실제 의식주는 물론 문화생활과 놀이, 여가 활동 및 려행, 자기계발 등 모든 부문에서 혼자 활동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나홀로족은 시장에서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르고있다.   “나”만의 브랜드를 찾자   신화넷의 분석기사에 따르면 모든 가치관의 중심에 “내”가 있다. 지금의 사람들은 옛날처럼 내 집 마련에 집착하지 않는다. 내 집 마련에 인생을 저당 잡히는 삶에 거부감이 강하다.   북경대학 인문학과 교수들의 공동편찬으로 된 저서 《뉴노멀 시대의 문화마케팅》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찾기를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분석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15세 이상 국민이 여가를 홀로 보내고 특히 10대와 20대에서는 그 비중이 70% 이상이였다.   그들은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날수록 외로움이 깊어지는것도 사실이다. 그들의 고독을 달래줄 솔 브랜드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나홀로”바람은 출판계에도 이미 영향을 미친지 오래다. 아마존이 통계한 올 한해 베스트셀러를 놓고보더라도 “나”를 중심으로 내놓은 자아계발, 려행에세이집들이 대부분 앞자리를 차지했고 이 추세는 2017년에도 이어질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화사는 올해 적지 않은 작가들이 “나” 중심의 키워드를 적지 않게 신간에 수놓을것이라고 단정지었다. “나를 뽑아달라”며 고단한 경쟁을 펼치는 “픽미”세대는 각자 살길을 도모하는데 지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자화상과도 같다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결과이다. 연변일보 2016-12-5
25    안녕은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 댓글:  조회:2066  추천:1  2016-07-04
  불치병에 걸린 엄마가 있다. 절대 치료될수 없는 병이고 오히려 하루하루 나빠지기만 한다. 남편과 남겨질 세 아이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책을 남겼다면 생각만 해도 너무 뻔한 스토리가 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통속적인 느낌이 들것 같고 과거를 회상하며 눈물을 짜내게 만드는 신파적인 이야기가 될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속에서만으로 그만, 이 글의 저자인 수전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였다. 자기가 루게릭환자라는것을 인정하고 왼손을 쓸수 없는 상태에서 발견된 병이 앞으로는 점점 더 진행되리라는것을 알고있었다.   책의 내용은 여기까지 털어놓기로 한다.   이 책은 병에 걸린 환자의 투병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떠난 모든 곳을 따라다니면서 즐겁게 볼수 있는 려행기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가지 못했던 곳을 그녀를 따라 돌아다니고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의 립장에서 남겨지는 세 아이들이 왜 걱정이 되지 않을가? 뒤로 갈수록 그녀의 상태는 나빠지고 남겨질 아이들을 걱정하며 스크랩북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하면 그녀 특유의 유쾌함으로 그것을 날려버렸다. 자신의 마지막을 이토록 유쾌하게 준비하는 사람이 있을가 싶을 정도로 그녀는 활기찼다.   2011년에 진단을 받은 저자 수전은 2014년 6월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녀가 엄지손가락 하나로 톡톡 눌러 쳐서 썼다는 이 글은 남아서 지금의 사람들에게 웃음을, 감동을, 때로는 그속에 숨겨진 눈물을 보여주고있다. 그녀의 아이들뿐만아니라 그녀를 사랑했던 모든이들이 이 책으로 인해서 소중한 추억을 아주 오래도록 잘 간직할수 있을것이다.   그녀가 벌렸던 백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했던 망고 파티를 기억하며 나도 그속에 있었던 사람처럼 망고향이 가득한 그날을 가장 행복하게 기억하고싶다.   죽음앞에 머문 따뜻한 사랑을 담은 책,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마음을 사정없이 두드렸던 책의 30쪽에 실려있던 구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저 한다. …… “훑어만 봤어.”   내가 솔직히 말했다.   “자살을 할가 하는 생각도 했어. 하지만 계획을 세운적은 없어.”   “수전, 제발…”   “안할거야. 당신한테 못할 짓이야.”   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우리 아이들한테 못할짓이야.”   나는 내 죽음이 내 가족의 삶을 망쳐놓을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것은 내가 죽는 방식이 내 가족이 즐겁게 살아가는 능력에 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사실이였다. 기쁘게 살아가는 그들의 능력, 자살은 자식들에게 내 나약함을 알려줄것이다.   하지만 나는 강한 사람이다. 연변일보 2016-7-4  
24    가슴이 말랑말랑 댓글:  조회:2250  추천:1  2016-06-07
꽃이 만발하는 계절, 살랑거리는 바람에 괜스레 두근거리는 마음이 서글퍼진다. 나만 빼고 다 련애하는 기분이라면 뜻대로 되지 않은 사랑이 고민이라면 사랑을 담음 소설로 달래봄이 어떨가? 달달하지만은 않으니 안심한다. 그럼 풍요로운 사랑을 위해 오늘도 사랑을 글로 배워볼가 한다. 《서른 넘어 함박눈》,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 련애소설, 련애소설이라는 말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는 녀자가 몇이나 있을가?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랑에 대한 기대감, 뭔가 환상적이고 뭔가 로맨틱한 일이 벌어질것 같은 그런 기대감,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보지 않았을가? 우리에게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로 더 유명한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집, 련애의 쓴맛과 인생의 쓴맛을 알아버린 서른 넘은 녀자들이 다시 사랑 좀 해보자고 덤벼드는 조금은 안스러운 실화 같은 이야기 아홉편으로 채워졌다. 유머와 풍자로 구구절절 코믹하게 풀어낸 비극적인 사랑과 왠지 내 이야기 같이 뜨끔한 에피소드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달달함을 기대하는것은 금물! 책을 읽기도 전에 기대감을 한순간에 날려버렸나? 하지만 그 달달함 대신에 지극히 현실적인, 나도 모르게 공감할수 있는 그 무언가가 그녀의 글에는 분명히 있다. 아홉편의 짧은 소설들, 그렇지만 긴 여운이 남는 그 소설들속에서 나도 모르게 공감하고있을지도 모른다. 비단 서른 넘은 그녀들의 사랑을 다룬다고 해서 꼭 서른 넘은 이들만이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풋풋한 스무살의 그녀가, 불혹을 바라보고있는 그녀가 읽어도 공감할수 있는 내용일것이라 분명히 말하고 싶다. 물론 내가 경험한 사랑과는 사뭇 다를수 있지만 그럴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공감이라고 해야 할가? 실제 련애 같다는 느낌을, 실제로 어디선가 펼쳐지고있는 이야기일것 같다고 생각하는것은 나뿐이 아닐것이다. 특히 “지금 몇시예요?” 단편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지금 몇시예요?”라고 물어본 기억이 언제였는지, 아니 그런 기억이 있었는지도 잘 떠오르지 않지만 그 “지금 몇시예요?”이 말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지, 남녀사이에 그 말 한마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나도 언제 낯선 곳을 려행하며 낯선 남자에게 그 말 한마디를 건네고싶어진다. 룸메이트의 남자가 남기고 간 특대 하얀 팬티를 보며 환상을 가진 그녀가 등장하는가 하면 여기저기 남자를 만날 궁리를 하는 그녀가 등장하기도 한다. 20대의 서툴고 풋풋한 느낌이 전해지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뭔가 완숙미가 느껴지는 더이상 꿈속을 헤매고있는것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며 사랑을 겪어본, 이제는 사랑이 모든걸 책임져주지만은 않는다는것을 알아버린 그녀들의 씁쓸한 사랑이야기들속에서 그녀들이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 말들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내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랑을, 다나베 세이코는 아무렇지 않게 써내려가고있다. 정말로 그냥 읽어내려갔다면 이거 뭐야! 뭐 이런 사랑이 있어! 라고 한마디 내뱉을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었던것은 그녀가 만들어낸 상황이, 그녀가 만들어낸 현실이 사뭇 진지하면서도 웃을수 있는, 내가 그녀였다면 어땠을가? 라는 그런 의문을 이끌어냈기때문이라 믿는다.   연변일보 2016-6-6
23    “엄마”라는 직업 댓글:  조회:2201  추천:0  2016-05-10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녀자이고 인간이였다는것, 모르고 살아온건 아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면 그 사람이 갖고있던 다른 정체성-녀자, 딸, 로동자… 우리는 늘 무시하고만 살아왔다. 지금껏 엄마는 아이에 대한 모성애, 책임, 의무, 헌신 혹은 강한 비난 등과 결부된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개념이였다. 이제 엄마라는 직업을 수행하는 이 시대 녀성들이 처한 개인적, 사회적, 가치적 현실이 사회가 말하는것과 실제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말하고 대답을 요구해야 할 때가 되였다. 책의 저자 헴마 카노바스 사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교육학과 림상심리학을 전공했다.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한 심리치료로 폭넓은 경험을 쌓은 전문 림상심리학자이며 녀성, 모성애 및 유아심리학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엄마라는 직업》의 저자는 엄마가 되고싶은 욕구, 모성애, 직업 세계와 일상생활의 관계, 조부모의 역할, 새로운 가족의 형태, 아빠의 역할 등과 같은 주제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다루며 녀성들의 심리적 고통을 예방할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또 녀자로서 엄마로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과 고통에 다각적으로 접근해 녀성을 둘러싼 환경의 복잡한 측면들을 파헤침으로써 무수한 워킹맘과 전업맘이 일과 가정생활속에서 감정적으로 좌절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장시간 로동에 혹사되는것을 어떻게 극복할수 있는지 그러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모색한다. 엄마가 되면 무조건적이고 희생적인 모성이 발현될가? 엄마가 되면 그 사람이 갖고있던 녀자, 딸, 로동자라는 정체성은 무시해도 되는걸가? 책은 그동안 우리가 갖고있던 엄마라는 개념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독특한 개념이였다. 사회에서는 녀자를 배려하지 않은채 그저 기존도구속에서 엄마노릇을 하도록 하기 위한 교육법과 가치관을 퍼뜨렸다. 이 시대 엄마들은 자녀를 돌보고 동시에 자신과 일에 집중하면서 완벽한 가정을 일궈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떠올렸던 물음, 왜 엄마는 “엄마노릇”말고 개인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면 안되는가? 왜 아이 양육과 관련한 여러 문제와 해결책에 아빠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가? 만약 누군가 이 사회에서 엄마가 되기로 결심했다면 자녀를 돌봄과 동시에 자신과 일에 집중하면서 완벽한 가정을 일구어야 하는 “100점짜리 엄마”가 되여야 한다는 모순된 메시지를 담고있는 사회적 통념에서 오는 불쾌감, 임신때문에 직장에서 겪는 불리익과 불편, 가정과 직장 사이를 오가며 수많은 일을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 등을 모두 감수해야 한다. 녀자로서, 엄마로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과 림상에 기초해 헴마 카노바스 사우는 모성애를 둘러싸고 녀성들의 심리적 고통을 예방할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이 책에서 제시했다. 책은 첫페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우리의 엄마를 떠올리게 되는 마법 같은 존재였다. 책의 18쪽에 담겨진 구절을 기억하고싶다. 30대까지 잠재하고있던 모성애의 감정이 생물학적 시계와 만나면 비로소 암호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 메시지를 쏟아낸다. 바로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전통적인 구실을 따를것인가? 전통적인 남성의 지위에 순응할것인가? 어쨌든 할머니 시대의 기준과 현재의 기준을 통합해낸다는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연변일보 2016-5-9  
22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댓글:  조회:1857  추천:0  2016-04-25
세 아이의 엄마이자 성공적인 중산층 주부로 살던 39세의 앨리스는 운동교실에서 머리를 부딪치는 사고를 당한다. 그는 의식을 회복하지만 지금이 1998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2008년. 분명 자기는 아이를 낳을 예정인데 주변에선 자신을 세 아이의 엄마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장 의지하던 친언니와 남편을 애타게 찾지만 그들은 웬지 모르게 랭랭하다. 심지어 남편과는 리혼소송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당황한다. …    리안 모리아티의 소설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가 우리 말로 번역돼 나오자마자 사들였던 책 그리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답게 10년간의 삶을 잃어버린 앨리스가 그것을 되찾기 위해 애를 쓰는 과정이 간결하지만 따뜻한 문체로 그려져있다.    앨리스가 잃어버린 기억은 대체 어떤 기억들일가? 소설을 읽는 내내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알지 못할 그 무언가가 가슴 한구석에서 꿈틀거린다. 그 해답을 찾고저.    작가는 소설을 통해 앨리스가 잃어버린것이 무엇인지 담담히 말한다. 지금 앨리스는 좋은 집에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있지만 스물아홉부터 10년 동안 사랑이라는 가장 큰 선물이자 기쁨을 조금씩 잃어버리며 살아왔다. 앨리스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살면서 어떤것을 얻었으며 또 잃어버린것은 무엇이냐고. 가족의 소중함, 결혼과 인생의 의미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 소설의 마지막 페지를 넘길 때에야 나는 앨리스가 바로 퍽퍽한 현실을 살아가고있는 나 자신 그리고 주변 모든 사람들이라는걸.    아울러 인생에 있어서 진정한 행복이란 멀리 있는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는것, 특히 내 주변사람들,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을 때 찾아온다는것을 잔잔한 웃음과 감동으로 전한다.    “어느날 문득 내가 바라고 꿈꿨던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어떤 모습으로 돌아갈것인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나에게 던졌던 물음이다.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에 나는 소설책 한권 읽는게 년중행사가 될만큼 감정이 참 메말라가고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주하게 된 책에서 리안 모리아티를 다시 만나게 됐다. 그러면서 현실속에서 잊고 살았던 우리의 삶에 대해, 결혼생활에 대해, 가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어찌보면 기억을 잃어버리고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다는 설정이 조금은 진부하다 생각되기도 했는데 책장을 한장한장 넘길수록 탄탄한 기승전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한권의 소설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동요시키며 움직이게 할수 있다는건 정말 엄청난 매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책에는 한번쯤 꿈꿔 봤음직한 판타지 같은 이야기,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이여서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혼을 앞두고있거나 이미 결혼에 안착한 대다수의 분들이라면 혹은 살면서 한번쯤 “그때 그순간으로 돌아갈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는분들이라면 누구나 유쾌하게 재미있게 공감하며 읽어나갈수 있을것이다. 연변일보 2016-4-25
21    오, 역시 오쿠다 히데오! 댓글:  조회:1656  추천:0  2016-03-28
오쿠다 히데오를 처음 만난건 독자로서 그의 소설인 《나오미와 가나코》를 통해서였다. 그렇게 시작된 첫 만남, 시작부터 “오, 오쿠다 히데오!”라는 감탄사가 련발했던 순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지금은 오쿠다 히데오의 참으로 충실한 팬이 되였다. 그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 참 여러모로 이상한 소설이였다. 퇴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무렵 사무실에서 차례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도중에 멈추지 못했다. 책을 들고 뻐스에 올라서 뻐스가 정거장이나 신호등앞에 잠시 서는 틈틈이 읽다가 집으로 돌아와 밤새 내처 읽었다. 이런 경험은 드물다. 《나오미와 가나코》, 작품은 어쩌면 특유의 유머와 페이소스로 사랑받은 오쿠다 히데오가 서스펜스 스타일의 새로운 작풍을 시도하면서 완벽하게 변신한 덕분에 많은 팬들을 끌어모았는지도 모른다. 오쿠다 히데오의 기존 팬들에게는 《나오미와 가나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어? 이게 정말 오쿠다 히데오?”라는 의구심은 페지를 넘길수록 “오, 역시 오쿠다 히데오!”라는 감탄으로 바뀌게 된다. 소설의 줄거리는 오다 나오미와 시라이 가나코라는 강력한 두 녀성 캐릭터가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가나코의 남편에 대항하여 “클리어런스 플랜”을 계획하고 실천한 이후 궁지에 몰리는 과정을 그리고있다고 짧게 요약될수 있다. 엄청난 트릭이나 이러저러하게 얽히고 설킨 관계없이 이렇게 간단한 줄거리만으로 어떻게 480여 페지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며 몰입을 이끌어낼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또 하나, 리유야 어찌되였건 분명 살인이고 범죄를 저지른 철없기도 한 두 녀인인데 그녀들을 미워할수는 없다. 독자들은 나오미, 가나코와 동범이 될수밖에 없다. 두꺼운 책을 쉴새없이 읽어내려 가게 만드는 작가의 상상력과 구상력이 정말 대단하다. 한장면 한장면이 너무나도 세세하게 머리속에 그려진다. 그녀들의 살인계획이 등장하고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되기 전부터 매우 흥미롭다. 나오미는 폭력남편에 시달리는 자신의 베스트프랜드 가나코를 그냥 보고만 있을수가 없었다. 나오미의 배짱과 우정, 사랑, 용기는 정당화 될수 없는 살인조차 당연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모든 경우의 수를 치밀하게 계산한 완전범죄라고 믿었던 계획의 허점들이 하나씩 드러나면서 나오미와 가나코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두 녀자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이야기는 점점 사건이 전개될수록 그 향방이 달라지면서 결말도 좀처럼 예측할수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쿠다 히데오 작가 역시 “결말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끝까지 망설였다”고 소감을 밝힐 정도로 결말에 대한 궁금증이 그 후반부까지 계속 이어지면서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책을 덮고도 그냥 떠오르던 책속의 구절을 함께 공유한다. “무엇보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을 때 사실은 범인인, 피해자인 이웃이 태연한 얼굴로 텔레비죤 인터뷰에서 ‘좋은 사람이였습니다. 별 문제 없었던것 같은데요’ 라고 대답하는 장면도 많은걸 보면 인간이란 원래 이렇게 의뭉을 잘 떠는 생물인지도 모른다.” “가나코는 자신들의 안이한 생각을 후회했다. 실행하기전에는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실행에 옮기자 허술한 부분이 계속 나타났다. 세상은 그리 만만치 않다. 이건가. 아니,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겠다. 자신에게 확실한건 한가지는 죄를 인정할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점이다. 후회하지도 않는다. 가나코는 어금이를 꽉 깨물었다.”   연변일보 2016-3-28
20    “마녀”를 만나다 댓글:  조회:1916  추천:0  2016-03-14
모름지기,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 마음속 최고의 소설작가이다.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작가 데뷔 30돐을 기념해 선보이는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추리소설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저자는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가?”라는 상상에 구체적인 과학적근거들로 리어리티를 부여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책은 제목과 “아빠, 이 세상은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이고있어”라는 표지속에 적힌 문구에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된 책이였다. 솔직히 읽기전까지는 “마도카”가 주인공이고 그녀와 관련된 사건들을 그녀의 능력으로 해결해나가는 과정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읽고보니 “라플라스의 악마(겐토)”와 “라플라스의 마녀(마도카)”, 이 둘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 둘보다 더 놀라왔던건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인 “아마카스 사이에이”, 그의 선천적결함으로 인해 시작된 한 사건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였다. 특히 작가가 “나 자신이 상식이라는것에 사로잡혀있었다. 지금까지의 내 소설을 깨부수고싶었다. 그랬더니 이런 작품이 나왔다”라고 자기의 소설을 평했던것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소설은 토네이도가 주인공 마도카 모녀를 덮치면서 시작한다. 이날 엄마는 어린 딸 마도카를 살리고 목숨을 잃고 뇌의학계의 권위자인 아버지 우하라박사는 수술일정으로 화를 면한다. 그로부터 8년 뒤 전직 경찰 다케오는 열여덟살 된 마도카를 경호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그무렵 D현의 온천지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60대 영화 프로듀서가 사망한다. 이를 조사하던 나카오카형사는 지구화적 전문가 아오에교수를 찾아간다. 이어 또 다른 온천지에서 황화수소 중독사고가 일어나고 아오에교수는 사고현장에서 마도카와 마주치면서 서서히 사건에 휘말린다.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8년전 사고에 대한 열쇠를 쥔 소녀 마도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서스펜스는 물론 물리학과 수리학의 난제와 뇌의학의 세계, 교묘한 범죄에 얽힌 주인공들의 가족사와 그들의 사랑과 복수를 그리고있다. 읽어나가면서 보니 이 소설은 변신쪽에 훨씬 가까왔던것 같다. 수학자 라플라스와 그의 리론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였는데 절묘하게 작품속에 녹아들어간 점에서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이 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도카와 아오에교수 콤비의 조합은 시리즈로 이어가도 좋지 않을가싶을 정도로 좋았다. 하지만 소재는 좋았으나 뭔가 이도 저도 아닌듯한 느낌이 어느정도 드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미스터리물이라 해야 할지 SF물이라 해야 할지 잠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대목도 많았다. 그래도 역시 점점 책속으로 빠져드는건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마력이 아닌가싶다. 책을 읽으면서 공감했던 구절을 함께 공유해보고저 한다. “아에오로서는 충격적이라고 할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하는것의 정체가 뇌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고 그것이 결락된 인간의 심리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것이다.” “당신은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그중 가장 큰 잘못이 무엇인지 알려줄게. 대다수의 범용한 인간들은 아무런 진실도 남기지 못한채 사라져버리고… 이 세상에 존재의의가 없는 개체따위는 없어. 단 한개도.”   연변일보 2016-3-14
19    읽다보면 진하게 물든다 댓글:  조회:2297  추천:0  2015-10-26
  이 책을 말하기에 앞서 영화 “아무도 모른다”를 말하고싶다. 영화의 첫 장면은 기차안, 한 소년이 무릎우에 트렁크를 안고 어디론가 향하면서 시작되는데 숨겨진 속내를 알수 없는 덤덤하고 무표정한 소년의 얼굴이 영화가 끝나고 난 뒤에는 참담할 정도로 아프게 기억되고만다. 영화속 4남매의 처절한 비극이 사람들의 담백하고 반복된 일상속에 아무도 모른채 묻혀지는걸 목격하면서 내가 사는 세상이 일순간 다르게 보였다. 한편의 영화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충격의 의미를 바꿔버리는 경험이였다. 그리고 오늘의 책, 《걷는듯 천천히》는 바로 그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이 쓴 에세이집이다. 이 책을 읽게 된 리유는 그의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좀더 깊이 있게 알고싶어서였다. 그리고 궁금했다. 이토록 슬픈 이야기에 슬픔을 다 떼여버리고 세밀하고 절제된 장면들만 남겨 장면들사이에 비여있는 감정들을 관객들의 감정들로 스스로 채우게 만드는 이 멋진 감독과 그의 작품이 그토록 궁금했다. 이 에세이는 매우 쉽다. 그리고 군데군데 비여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책 이름처럼 “걷는듯 천천히” 그의 문장을 쫓다보면 비여있는 문장의 행간에서 잔잔한 여운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깨닫게 되였다. 그의 영화에 담긴 장면들의 디테일이 그의 일상에서의 소소한 발견과 깨달음에서 비롯되였다는것을 깨닫게 되였다. “영웅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구질구질한 세계가 문득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그리고싶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의 말처럼 그의 책은 큰 울림을 남겨주고있었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중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아무래도 “자가용” 이야기랬다. “어떤 가정에든 다른 집과는 구별되는 그 집만의 약속이나 습관이 있기마련이다 우리 가족만의 남다른 가풍은 사진을 찍는 방법이였다. 고레에다 집안에서는 옛날부터 밖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남의 차앞에서 찍는다고 정해져있었다.” 이 책은 담담하게 배우와 영화를 대하는 그의 생각과 신념과 그런 그를 만든 어릴적 이야기들이 잔잔하고 짧은 글로 이어져있다. 신문에 게제하거나 잡지에 실었던 글을 모았지만 어느 글에서나 고레에다 그다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생각과 소신도 뚜렷했고 편안하게 넘기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무겁지 않은 책, 고레에다감독 팬이라면 더욱 그를 좋아하게 될만한 책, 제목마저 그다운 《걷는듯 천천히》… 책을 다 읽고나서 이 제목이 정말 그에 맞다는 생각이 든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이 책은 의미를 강박적으로 찾는 세상속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작고 느린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자신이 목욕할 때 아이스크림을 먹는걸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린 시절에는 어떤 풍경속에서 살았는지 같은 소소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다. 영화에서 죽음과 그 이후를 다루는것에 대한 문제,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배우들, 방송과 영화의 륜리, 자칫 두서없을것 같은 다양한 주제가 한책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리유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와 꼭 닮은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덕이다. 일상속 “쉼표”를 찾고싶은 날, 이 에세이집을 꺼내여 읽으면 될것 같다. 연변일보 2015-10-26  
18    나눔과 실천 댓글:  조회:2495  추천:0  2014-12-10
“…내미는 나눔의 손 따뜻하여 언땅마저 녹일지니…” 어느 이름 모를 한 시인의 시에서 따온 한구절이다. 어느새 세밑이다. 모두가 행복할것만 같은, 아니 행복해야 하는 년말년시이지만 아직은 추운 겨울을 쓸쓸히 보내고있는이들이 많은것 같다. 이들에게 있어 요즈음 같은 년말년시의 들뜬 분위기란 그저 먼 남의 이야기일뿐이다. “우리 민족은 력사적으로 나눔의 뉴대감이 매우 강했던 민족중 하나다. 상부상조와 같은 아름다운 미풍과 전통을 지닌 민족이다.” 대학시절, 아니 글을 읽기 시작해서부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늘 강조해서 가르쳤었다. 하지만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문화적변화때문일가. 빠른 물질적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정신문화의 지체현상때문일가. 오늘날 우리의 나눔과 기부 문화는 그다지 높은 성적표를 얻지 못하고있는것 같다. 분명 과거에 비해 꾸준히 량적 성장세를 이어온것만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남음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것이다. 얼마전에 일면식이 있는 한 기업인이 전화를 걸어왔었다. “년말이니 소외계층에 봉사 좀 하려는데 홍보 좀 해주실래요? 그래야 기업 이미지에도, 리윤창출에도 도움될것 같아서요.” 년말년시에 한시적으로 치우친 기부분위기이다. 이 한가지 사례로 모든 기업들의 기부행태를 부정할수는 없지만 진정성이 결여된 홍보성기부 풍토가 엿보인다. 수준 높은 기부문화를 론하기에는 우리는 아직도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님에 어딘가 허전했다. 미국인들에게 기부활동은 일상화로 된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미국인들의 전체 기부액이 34억딸라에 달한다고 한다. 가히 미국사회의 보편화된 기부문화와 미국인들의 나눔에 대한 의식수준을 가늠할수 있는 의미있는 수치이다. 다행히 우리 주변에서도 평범한 우리의 시민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바람이 최근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참으로 고무적인 현상임에 틀림없다. 병든 로부모를 모시면서도 수입의 대부분을 어려운 아이들에게 돌렸던 안도현 한 시골마을의 푸근한 인상의 박춘권아저씨, 퇴직금 한푼 없어도 꼬깃꼬깃 모아두었던 돈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나서는 리성복할머니…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주위의 이웃을 생각해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가. 너무 거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또 마음으로만 격려하고 박수치는 “무임승차”에서 내려 작은것에서부터 소중한 나눔을 실천함이 필요하다. 조금만 돌아보면 작지만 큰 사랑을 얼마든지 만날수 있다. 진정한 기부의 의미란 무엇일가? 년말년시 나눔과 실천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겨본다. 연변일보 2014-12-10        
17    베짱이의 로동도 필요하다 댓글:  조회:2509  추천:2  2014-11-27
  소학교 조선어문 교과서 한페지에 남은 그림 한장의 기억이 새롭다.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이의 한 장면이다. 앞치마를 두른 개미가 문앞에 서있고 베짱이는 문밖에서 오들오들 떨며 “밥 좀 줘” 하는 그림이다. 개미 집안에는 난로에 물이 끓어오르고있었다. 따뜻하고 풍요로워 보였다. 우리는 “개미와 베짱이”이라는 이 이솝 우화를 읽으며 자랐다. 개미는 여름철 내내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했다. 반대로 베짱이는 뜨거운 여름동안 그늘에 앉아 노래를 부르며 편안한 나날을 보냈다. 개미는 여름에 모아놓은 량식으로 추운 겨울에도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베짱이는 매서운 추위와 함께 굶주림과 싸워야만 했다. 그래서 선생님은 개미가 되라고 늘 말해왔다. 해서 우리는 개미가 되려 했다. 두손에 힘을 꽉 주며 “그래 우리 개미가 되자”라고 일기장에도 썼던것 같다. 모두들 예술을 사랑하고 현재를 즐기는 베짱이는 한심하게 여겼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개미처럼 겨울에 먹을 낟알을 열심히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우리에게 필요한것은 개미의 로동만이 아닌 베짱이의 로동 역시 반드시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요즘처럼 어린 아이들에게까지도 달릴것을 요구하고 미래를 위해 더 많은것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는 이 시대에 “베짱이”는 분명 불편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원하는것은 비단 개미가 축적해놓은 겨울 “식량”뿐만은 아니라고 단정지어 말하고 싶다. 우리에겐 바쁜 세월을 살아가다 잠간 멈춰서 우리에게 필요한 꿈과 사랑, 위안을 찾아보아야 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익숙해진 우리 모습에 주위 자대를 들이대면 비뚤어져 보일때가 있다. 북경대학의 경제학 교수는 “우리 나라는 일터에 오래 머물다 보니 산업구조도 비틀어졌다”고 했다. 최근 우리 나라가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오면서 제조업 비중은 세계에서도 큰 영향력을 미치지만 서비스업 비중은 꼴찌란다. 배우고 즐길 여유를 제쳐둔 결과가 아닐가. “일과 삶의 균형”을 다짐하는 나라가 늘고있다. 노르웨이는 이미 1970년에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캠페인을 벌렸고 5년전에는 우리와 가까운 나라인 일본도 이 캠페인에 동참했다. 행복이란 그저 “량식”이란 존재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먹을 곡식만 있다고 미래의 행복이 오는것은 아니다. 현재를 즐기고 삶을 더 깊게 느낄수 있어야 행복이 있다. 베짱이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다. 우리 내면에 함께 존재하며 균형을 이뤄야 할 두가지 태도를 의미하는건 아닐가. 연변일보-2014-11-26
16    마음의 때” 벗겨내고 싶다 댓글:  조회:2848  추천:0  2014-10-29
  물부족 문제로 도시 전체가 비상에 걸렸다. 요즘은 한산하던 집부근 목욕탕이 하루종일 북적인다. 주머니가 두둑해져서 그런지 늘 까칠한 얼굴을 하고있던 때밀이 아주머니가 요즘은 찾아갈때마다 함박웃음을 웃으며 반갑게 손목을 잡아끈다. 목욕탕을 자주 찾다보니 목욕을 즐기시던 엄마가 부쩍 보고싶어진다. 엄마는 용돈중에 가장 요긴하게 쓰시는것이 때밀이 료금이였다. 고질병인 허리디스크때문에 늘 기운이 없고 불편한 몸이여서 목욕을 즐기는 엄마가 스스로 때를 밀기는 고통이였던것이다. 엄마는 생각지도 않은 돈이 생기면 “때 몇번은 밀겠네” 하시며 좋아하셨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고 자리잡은 직장에서 받은 첫 월급으로 어쩌다 처음으로 “엄마 때값”하고 용돈을 드렸고 엄마는 활짝 웃으며 아이처럼 좋아하셨다. 참 띄염띄염도 드렸던 "때값"용돈이였다.  왜 그렇게 엄마에게 가는 돈은 늘 손이 오그라들었는지 당장 내 옷 한벌이 더 급해서 엄마 때값이라 접어두었던 돈은 언제나 석장에서 한장을 빼고, 두장에서 다시 한장을 빼 외롭게 한장을 드렸던 기억에 손끝이 저리게 울린다. 요즘은 엄마에게 드렸던  때값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웬지 살아가면서 몸의 때가 아니라 마음의 때를 벗기라고 엄마가 넌지시 나에게 귀띔하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장생활 4년차, 이제 학생시절 그 순하고 어리고 가냘픈 손목도 굵어지고 수줍음도 없이 많이도 뻔뻔해졌다. 대신 잔인한 랭정함도 무관심까지 덕지덕지 붙여졌다. 나도 때가 많이 묻었다. “생각과 행동의 때” 말이다. 나이 먹으면 주름이 생기듯 때도 묻을것이다. 주름은 남에게 페가 되지 않지만 때는 행여 남에게 페를 끼칠수도 있다. 게다가 요즈음 같이 복잡한 세상을 살면서 점점 헬수 없는 가면을 얼굴에 쓰고 살아간다.  내 삶이 무겁다고 남의 삶을 이죽거리면서 그것이 남의 탓인듯 말해왔는지 모를 정도로 나뿐만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도 때가 많이 묻어있지 않을가? 부쩍 목욕탕을 자주 찾는 요즘, 때밀이 수건으로 닦지 못하면 철사줄을 가지고서라도 있는 힘을 다해 우리의 몸과 마음 아니 이 사회의 눌러붙은 때를 벗겨내고싶다. 그리고 조용히 사랑하는 일상을 돌려받고 싶다. 연변일보 8월 28일
15    “행운”과 “행복”의 길목에서 댓글:  조회:2390  추천:0  2014-10-15
  가을의 정점, 온 산야가 만산홍엽으로 눈이 시리다. 나무도 단풍이 들려면 많이 아프다는데 얼마나 심한 몸살을 앓았으면 저리도 고울가. 눈물겹도록 고운 잎들은 소슬한 바람에 몸을 떨며 우수수 쏟아져내린다. 참으로 오랜만에 수북이 쌓인 락엽을 자박자박 밟으며 계절이 가져다주는 행복에 도취되여본다. 그러다 문득 지난 시간동안 나는 오직 행운만을 바라며 소소하지만 소중한 행복을 미처 느끼지 못한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져 내려온것 같다. 요즘은 드문 모습이 되였지만 예전에는 동네친구들과 클로버가 있는 곳이 나타나면 무심코 주저앉아 혹시 네잎의 클로버가 있는지 찾게 되고 혹시라도 발견되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토록 열심히 찾는 네잎클로버는 열심히 찾아도 잘 보이질 않는다. 그것도 큰맘 먹고 차분히 찾다보면 어쩌다가 얻게 된다. 반면에 “행복”의 꽃말을 지닌 세잎클로버는 우리가 네잎클로버를 찾는다고 뭉갠 그 자리에 가득하다. 행운만을 기대하기에 앞서 잠에서 깨여 눈뜨면 가까이 있는 가족, 하루일과중 제일 중요한 시간에 함께 하고있는 내 옆자리 동료, 우리 이웃사촌들과 콩 한알이라도 나눠먹고싶은 그 소박한 마음이 우리앞에 주어진 일상의 행복인 세잎클로버가 아닐지? 인상 깊었던 어떤 TV프로그램속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한 남자가 사업에 실패한 결과로 가족이 해체되고 로숙자로 생활한지 2년쯤 되였을무렵 습관적으로 복권을 구입하였는데 1등에 당첨되여 중학교시절부터 꿈꿔온 유럽려행을 실컷 즐기고 왔다고 한다. 그렇게 하고도 돈은 남아있었지만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1등에 도전한다고 한다. 그 남자는 1등 도전외에는 다른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그럼 그것이 행운을 가져다준것일가? 다시 1등에 도전하는 일이 먼저가 아니라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것이 더 우선일텐데 말이다. 내가 선택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가? 세잎클로버였을가 아니면 네잎클로버였을가? 그러나 아주 가끔은 꼭 필요할 때 네잎클로버가 되고싶다는 욕심도 떨쳐버리진 못했을것이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기간동안 네잎클로버만 추구하다 흔히 주변에서 볼수 있는 세잎클로버는 무시한채 살아왔는지…그래도 지금 돌이켜 보면 세잎클로버속에서 온통 행복한 시간이였음을 수줍게 고백해본다. 연변일보 2014-10-14  
14    푸대접 받는 쌀밥 댓글:  조회:3715  추천:1  2014-09-24
  얼마전에 시골에 계시는 큰아버지가 쌀 몇자루를 가져왔다. 무공해 입쌀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만 먹자면 2년도 족히 넘길 량이였다. 맛 좋은 쌀이라기에 가까운 친구에게 나눠줄 료량으로 친구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지만 둬달정도 기름이 자르르한 맛있는 쌀밥을 먹을 친구 생각에 무거운줄도 몰랐다. “어, 쌀이네” 친구는 쌀주머니를 받아 쏘파곁에 놓았다. 그리고 두주쯤 지나 다시 그곳에 들렀는데 두주전에 내가 두고 간 쌀주머니가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친구가 미안해 하며 “그렇잖아도 오늘은 가져갈 참이였다”며 게면쩍게 웃어보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쌀에 대해 생각해봤다. 오랜전 이야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나 어릴때만 해도 쌀은 귀한 선물이였다. 햇쌀이라 특별히 맛 좋다며 가져다주는 쌀을 어머니는 뒤주에 쏟으면서 그렇게 흐뭇해 하실수가 없었다. 쌀을 받으면 늘 집안이 넉넉하고 훈훈해지는 느낌이였다. 정성스럽게 쌀밥을 새로 지어 상을 내오는것이야말로 어려운 시절 최대의 손님접대였다. 그런데 그 쌀이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여버린 셈이다. 그때에는 밥이나 한번 먹자는 인사는 말 그대로 잘 담근 포기김치에 하얀 쌀밥과 송송 무 썰어 넣고 끓인 소고기국 한그릇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것이였다. 그러나 밥이나 한번 먹자는 인사는 이젠 식사나 한번 하자로 바뀌였다. 쌀밥 먹을 기회는 줄어드는데 외식할 기회는 많아졌다. 식사나 한번 하는데 식당 고르는 일부터가 여간 머리 아프지 않은것이다. 쌀밥 나오는 식당을 굳이 못찾을 리유도 없지만 상대 립장을 고려하자면 일식집이나 레스토랑쪽으로 알아볼때가 많다. 문제는 이 식당들이 너무 비싸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비쌀수록 속은 허하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번지르르한 식당에 가면 나누는 대화 또한 어쩐지 속정깊은 내용은 잘 안나오는것 같다.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나누는 이야기와는 사뭇 다를듯하다. 우리의 음식이 세계화로 나간다는 얘기가 나올때면 혼자 픽 웃곤 한적이 많다. 지금의 아이들이 쌀밥에 된장국이며 김치보다도 피자나 스파게티를 더 찾고있는데 아무리 세계화를 한들 무엇할가. 가끔씩 시내의 번화가에 나갔다가 부쩍 시장기를 느낄때가 많아진다. 발음도 어려운 식당간판들이 요란하다. 그럼에도 내가 느끼는 허기와 공복은 왜서일가? 연변일보 201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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