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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터밭에 심은 옥수수가 가뭄에도 오동통 살이 잘 올랐다. 옥수수가 잘 달리는 이맘때 여름이면 온 집구가 마루에 앉아 삶은 옥수수를 먹던 시절이 생각이 난다. 밖에서 실컷 놀다 해가 져 집으로 달려가면 어머니가 집앞 땅가마에 한가득 삶은 옥수수가 노오랗게 익어갔다. 여름철이면 거의 매일이다싶이 먹던 옥수수를 나는 아주 싫어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이런 말을 한다.
“예전에 보리밥을 많이 먹은 사람은 보리밥이 싫고 국수를 많이 먹은 사람은 국수가 싫어 어른이 되여서도 별로 즐기지 않지”
먹거리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은 때였으니 감자나 옥수수를 삶아 간식거리로 때우는 살림이였다.
하지만 그때가 더 사람 사는것 같았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남의 집에 불쑥 들어가도 흉이 아니였다. 집집마다 다 먹는 옥수수도 사람이 찾아오면 꼭 쥐여주며 먹여보냈지 그냥 보내는 일이 없었다.
지금은 먹을게 넘쳐나 너무 먹어서 맹꽁이배로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또 될수 있으면 안 먹는 련습을 하면서 살을 빼느라 고생이다. 이 넘치는 풍요속에 인심은 가난해져만 간다.
이웃과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의지하는것도 마음 붙일데가 없어서이다. 부모들은 돈 버느라 아이들과 눈 맞추고 놀아줄새가 없고 친구들은 방과후 끝나면 각기 다른 학원에 가느라 놀새가 없고 집에 가면 형제가 없어 놀아줄 사람이 없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수 없다.
예전엔 학교 갔다 오거나 밖에서 놀다 돌아가면 엄마가 계셨다. 엄마가 기다리고 계신다는것은 큰 위안이였다. 엄마가 계시지않으면 집안이 텅빈것 같아 온 동네를 찾아 다녔다. 요즘은 엄마도 바쁘다. 그러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엄마삼아 놀게 된다. 엄마를 대신하는것들은 시간이 갈수록 발달하는데 그 문명속에서 인간은 점점 소외되여가고있다.
이제 여름방학도 지나갔다. 아이들은 방학동안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란다. 윤이 반지르르 흐르는 옥수수 하나를 먹으며 배부른 세상에서 아이들이 마음이 고프지 않도록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그런 방학이였기를 기대한다.
연변일보 201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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