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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3)
2022년 07월 25일 12시 43분  조회:1705  추천:0  작성자: 예술세계
영화를 사랑하는 우리가족들(3)
□ 손룡호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는 어쩌다보니 화룡시 룡수평사람들이 주력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많다. 그들은 아마츄어배우들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주역이든 조연이든 개의치 않고 연기에 열연한다. 소박하고 진실하고 자연스러운 그들의 연기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협회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룡수평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보기로 하자.


미니영화 《량심》에서의 박철룡

다재다능한 박철룡
박철룡은 한때 영화해설원이였다.
어릴 적부터 박철룡은 여러가지 소리를 잘 모방하여 동네에서 재간둥이로 인기가 많았다. 저녁에는 고양이 울음소리로 친구를 불러냈고 이른새벽에는 수탉 울음소리로 동네사람들을 깨운 적도 있었으며 개구리 울음소리로 또래 친구들을 논판으로 불러내기도 하였다. 학교를 오가는 길에서는 친구들의 뒤에서 느닷없이 개 짖는 소리를 내여 모두를 놀라게 하는 지꿎은 장난도 쳤다. 박철룡의 소리모방 기교를 따라해보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모두 두손을 들었다고 한다.
목소리에 변화를 주는 이런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기에 1970년대 중반기에 조선영화 《꽃 파는 처녀》가 중국의 여러 마을에서 상영되였을 때 화룡현영화발행상영공사에서는 박철룡에게 제6방영대 영화해설을 맡기였다. 당시 영화화면을 보면서 남녀로소의 목소리와 억양을 이야기의 발전과 정서에 맞게 변화시키며 표현한 박철룡의 해설에 많은 시청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고 한다.
박철룡은 60대 중반을 넘었지만 지금도 40여년전의 《꽃 파는 처녀》 영화 해설을 대본도 보지 않고 줄줄 외우면서 연기해낸다. 그 때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으면 지금까지도 그 실력이 녹 쓸지 않았을가 그저 놀랍기만 하다.
박철룡은 한때 신문사 통신원이였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연변일보사 통신원으로 오래동안 활약하였다. 배움에 게으르지 않고 새로운 문화현상에 남달리 민감했던 그는 처음에 기사만 쓰다가 주인공의 모습을 신문에 사진으로 올릴 필요성을 느끼고 사진기를 사서 촬영기술을 터득하였다. 하지만 인생이란 생각 대로 안되는 법이다. 다재다능했던 박철룡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고향에 돌아가 조용히 살기 시작했다. 가을이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평강벌이 좋았다. 덩실한 기와집, 쭉 뻗어나간 콩크리트길, 아담한 채소밭, 끼마다 하얀 이밥, 시원하고 얼큰한 배추김치, 보글보글 토장국, 한잔 술… 모든 것이 그에게는 행복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 설립 소식을 듣게 되였다. 영화해설원, 신문사 통신원으로 활약했던 그의 가슴 밑바닥에서 새로운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는 한달음에 협회 설립현장으로 달려갔다.
2017년 1월,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에서 미니영화 《눈물》을 제작하기로 결정하였다. 영화 스토리는 간단하다. 《눈물》이란 영화를 제작하기 위하여 모 영화제작사에서 배우모집을 왔고 배우마다 눈물연기를 하기 위하여 자기 삶을 돌이켜보면서 가장 눈물나는 장면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이다.
나는 박철룡에게 안해가 장기간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외롭고 초라한 남편 역을 맡겼다. 이미 60 고개를 넘어선 박철룡은 대사암송에서는 약간 뒤처졌지만 표정연기와 눈물연기에서는 다른 사람을 뺨칠 정도였다.
2021년, 국경절 경축작품으로 미니영화 《량심》을 촬영하게 되였다. 《량심》은 김령감이 몸이 아플 때 지부서기한테서 꾸었던 돈을 채 갚지 못하고 있다가 병이 도져서 숨지면서 자기 안해와 딸에게 두 손가락을 쳐들어보이며 2만원을 꼭 갚아주라는 내용의 영화이다.
영화 주역을 맡은 박철룡은 안해 역을 맡은 구정희와 딸 역을 맡은 현순자를 불러 련 며칠 연기훈련을 지도하면서 영화의 순리로운 제작에 최선을 다하였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두 손가락을 쳐드는 장면을 찍을 때, 그의 리얼한 연기에 현장에 있던 모든 제작진들이 눈물을 떨구었다.
사람이 사람인 것은 ‘량심’이 있기 때문이다. 박철룡은 그 량심을 지켜 평강벌을 떠나지 않았고 영화문화에 몸을 담그고 혼신을 다 바치고 있다. 협회의 일이라면 밤이고 낮이고 룡수평에서 연길까지 무작정 달려오는 그다. 폭우도 설한풍도 그의 열정을 막지 못한다.
박철룡이 우리 영화문화의 발전에 헌신한 업적과 그의 재능을 기리여 협회에서는 화룡시 룡수평 룡원촌에 있는 박철룡의 집을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 촬영기지로 정하고 박철룡을 지사장으로 임명하였다.
이제 머지않아 박철룡 극본, 박철룡 주역이 된 새 영화가 출품될 것으로 보여진다.
 


미니영화 《눈물》에서의 김기운

훌륭한 영화인이자 만능해결사인 김기운
2018년 2월의 어느 날 오후, 미니영화 《눈물》의 배우 선발에 응해나선 후보들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한 남성이 발음이 똑똑치 않아 탈락되자 박철룡이 자기 친구를 추천했다. 일찍 영화해설원으로 일하면서 영화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잘 알고 있는 그의 안목을 믿고 나는 추천을 받아들였다.
부름을 받고 달려온 김기운은 준수한 이목구비, 똑똑한 발음과 부드러운 음성으로 즉시 테스트에 통과되였다. 나는 대본을 주면서 다음날 연기훈련장소로 나오라고 했다. 이튿날 훈련장소에 등장한 김기운은 다른 배우들과 달리 손에 대본을 들고 있지 않았다. 놀라웠다. 어제 늦은저녁에 대본을 받았는데 하루밤 사이에 다 외웠단 말인가?
김기운은 침착하게 대본내용과 정서에 따라 연기를 쭉 이어갔다. 눈가에 고였다가 눈귀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은 연기가 아닌 진실이였다. 대본을 완전히 소화하여 자기 것으로 흡수하여 아무런 꾸밈도 없이 소박하고 진실하고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쳐냈다. 그의 놀라운 연기는 현장을 감동시켰다.
그후로 나는 여러 영화에서 그에게 부동한 인물 역을 맡기였다. 《눈물》에서 사랑했던 님을 잃고 가슴 터지는 인물 역을, 《생명》에서 의사 역을, 《설날》에서 뒤집 령감 역을, 《아버지의 유산》에서 약삭바르게 리익을 추구하는 둘째사위 역을, 《빚》에서 암으로 앓고 있는 남편 역을,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니》에서 ‘홀아비’ 역을, 《깊은 인연》에서 아버지 역을, 《량심》에서 촌의사 역을 맡게 하였다.
그는 그 어떤 역할이든지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어떻게 다각적 인물연기를 그토록 잘해낼 수 있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의 연기를 두고 억지스러움이 없이 아주 편안하고 익숙한 이웃처럼 여겨진다는 시청자들의 평도 끊이지 않았다.
보매 원체 출중한 영화배우감이였다. 김기운은 교원가정에서 훌륭한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왔었기에 례의범절에 밝고 정을 귀중히 여기는 사람이였다. 동창들의 모든 일에 솔선수범으로 나서서 직심으로 자기 일처럼 돕는다. 사회활동무대가 넓고 생활경력이 풍부하며 인간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과 일들에 부딪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대담히 주견을 세워 옳바르게 처사하기도 하며 힘 약한 사람들의 고초를 헤아리고 해결해주기도 했다.
그의 성숙한 연기 자체가 곧 그가 살아온 생활이였고 그가 거쳐온 감정세계였기에 연기를 함에 있어서 그는 막힘이 없었고 꾸밈이 없었다. 자기가 느끼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연기였다. 아마츄어배우들로 모인 협회에서 이런 훌륭한 연기실력을 갖춘 사람을 만난 것은 정말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김기운은 그동안 수차 여러 영화에서 주역을 맡으면서 다방면 인물연기는 물론 촬영설비, 복장, 소도구, 차량 등 필수품들의 준비와 사용방법에 대해서까지 머리속에 환하게 기억하고 있었기에 현장 조직자 역할을 하는 부감독으로 적격이였다.
영화 《엄마》의 부감독을 맡은 김기운은 주제곡 작곡가를 섭외하는 일에 발 벗고 나섰다. 확신이 없이는 쉽게 나서지 않는 그였다. 과연 그는 국가 1급 작곡가 박송철을 섭외했다. 위해에 있는 박송철은 영화 주제가사를 받은 후 그 날 밤으로 창작에 들어갔다. 미구에 애통함과 후회막급해하는 주인공의 심리와 정서를 아주 잘 반영한 선률이 탄생했다.
이뿐만 아니라 합창을 록음하는 데 드는 비용 역시 김기운이 해결하였고 영화제작인까지 섭외하여 필요한 제작자금을 마련하게 되였다. 부감독이란 이름만 달아주기에는 그의 공로가 너무나도 컸다. 영화제작인이 해낼 일을 그가 거뜬히 해낸 것이다. 그리하여 《엄마》의 제작인 세명중에 그의 이름도 올리게 되였다.
촬영과정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영화 《아버지의 유산》을 촬영할 때였다. 이미 지정한 녀배우가 중도에서 사유로 그만두게 되였다. 촬영 도중에 어데 가서 알맞는 배우감을 물색한단 말인가? 당황해난 나는 인맥이 넓은 김기운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내로 적중한 인선을 물색해주세요.”
과분한 요구임에도 김기운은 두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를 몰고 떠나갔다. 한시간 만에 그는 녀성배우를 모시고 왔다. 이목구비가 유순하고 평온하여 보모 역에 적중하였다. 김민정이라고 부르는 그녀는 대본내용을 읽어가면서 연기를 상상해보더니 그 날 오후에는 직접 촬영에 나서서 만족스러운 연기실력을 과시하였다.
김기운은 그후에도 허승한, 구정희, 정철복 등 여러 배우들을 추천했다. 이들은 아마츄어배우임에도 《설날》, 《아버지의 유산》, 《황혼의 정》 등 작품에서 주역을 맡아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영화현장기록(场记) 업무는 십분 중요한 일환이다. 대본을 손에 쥐고 극본에 표기된 대화내용과 촬영요구, 촬영순서가 루락되는 것이 없는지 하나하나 체크하는 일이다. 내가 영화를 찍으면서 내내 마땅한 현장기록원이 없어서 속을 태웠었다. 그러던 중 김기운이 연길시 건공소학교에서 교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로미선선생을 추천해왔다. 나는 로미선에게 영화 《엄마》의 현장기록원을 맡기였다. 로미선은 쾌히 접수하고 기록원 업무를 열심히 수행하였다. 빠진 대목은 즉시 지적하였기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착착 진행할 수 있었다.
현재 김기운 자신은 물론 그가 추천한 인원들 모두 협회에서 주역배우로, 책임일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김기운은 현재 협회 상무부회장 책임을 맡고서 나와 함께 하나 또 하나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가는 데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미니영화 《아버지의 유산》에서의 고 허승한

생의 마지막 5년을 빛낸 촌민배우 허승한
내가 허승한을 알게 된 해, 그의 나이는 63세였다. 28세 때 차사고로 취장적출수술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영양섭취가 잘되지 않아 얼굴은 온통 주름투성이였다. 그래서 제 나이보다 열살 넘게 늙어보였다. 할아버지 역으로 충분히 가능한 얼굴이였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웅글진 중음이였다. 후에 가까이 지내면서 알고보니 그는 아주 소박하고 정직하며 속세에 물젖지 않은 착한 분이였다.
처음 그한테 미니영화 《설날》 출연을 제안했을 때 그는 화뜰 놀라면서 뒤로 물러앉았다.
“내 평생 연기를 못해봤습니다.”
그러나 곁에서 그를 추천한 김기운이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주자 그는 특유의 중음으로 조용히 말했다.
“잘 지도해주시면 시키는 대로 해보겠습니다.”
그 한마디에 시름이 놓이였다. 배우선택을 하면서 대개 보면 얼굴에 연기실력이 실려있다. 극본내용에 따라 처음 보는 사람도 그의 얼굴에서 채용가능성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한다. 그만큼 허승한은 자각 못한 잠재적 연기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허승한은 설날을 맞으면서 출국한 아들며느리를 애 타게 기다리는 아버지 역을 맡았다. 설날이면 온다는 엄마, 아빠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여섯살짜리 손주 정우가 새벽부터 일어나 할아버지, 할머니를 달고친다. 음식상을 다 차려놓았는데도 기다리는 자식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허승한은 뒤집 령감과 함께 뻐스가 바라보이는 동구 밖 언덕에서 추위에 떨면서 눈뿌리 빠지게 기다린다.
촬영 당일은 정말로 몹시 추웠다. 앞집 령감 허승한과 뒤집 령감 김기운은 바람막이 하나 없는 허허광야에서 추위를 이겨내면서 연기임무를 훌륭하게 완성하였다.
허승한의 연기는 소박하고 진솔하고 자연스러웠다. 말수는 적지만 마음속 깊이에 두고 있는 내면적 흐름은 진중했다. 억지로 연기하는 티가 전혀 없었다. 이것이 허승한의 보귀한 특징이였다.
시청자들은 허승한을 영화배우가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자주 만나보았던 익숙한 이웃집 로인처럼 친숙하게 받아들이였다.
그후 《아버지의 유산》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허승한은 죽음의 연기를 실감 있게 해냈다. 미니영화 《고목은 봄을 그린다》에서 허승한은 치매에 걸린 안해를 살틀히 보살펴주는 남편 역을 맡았는데 어찌나 자연스럽고 감동적이였던지 촬영하는 내내 모든 사람들이 눈물을 떨구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음의 물결이 흘러가는 곳》, 《황혼의 정》에서도 자기가 맡은 역할을 뛰여나게 완수했다.
리창균 감독은 총화모임에서 허승한을 이렇게 칭찬하였다.
“허승한의 연기는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억지감이 없는 생활모습 그 자체입니다. 웅글진 목소리는 진짜 성우의 목소리입니다. 성우로 될 기회가 있었다면 크게 성공했을 것입니다.”
허승한은 연기를 잘했을 뿐만 아니라 무던하고 정이 많은 사나이였다. 석달 반이란 촬영기간 내내 그는 자가용차에 배우들을 태우고 다녔다. 아마 1,000킬로메터를 달리였을 것이다. 촬영이 한밤중에 끝나든 새벽에 끝나든 싫은 내색 한번 내지 않았다. 그리고 몸이 허약함에도 청가 한번 맡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맡겨진 촬영분량을 끝냈다.
말없이 묵묵히 협회 일에 헌신해온 허승한, 협회에는 그와 같은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하여 그한테 촬영후근을 책임진 부회장직을 맡겼다. 허승한은 자기 직책에 걸맞게 촬영현장이든 협회 행사장이든 어디서나 허실없이 뒤수습을 깐지게 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인연이 다한 걸가. 지난 3월 25일, 허승한은 아쉽게 생을 마감하였다. 허승한에게 생의 마지막 5년은 영화와 인연을 맺은 보람찬 연기자의 삶이였다.
아쉽다. 눈물겹다. 우리는 계속 더 좋은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고인의 령전에 성과작을 올릴 것이다.
 


영화 《황혼의 정》에서의 구정희

연기를 모르는 진솔한 연기자 구정희
리창균 감독은 구정희배우를 이렇게 평가한다.
“구정희는 연기지도가 별로 필요 없는 자연연기실력파이다.”
그래서 리창균 감독은 구정희한테는 연기훈련을 별로 시키지 않는다. 처음으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을 살펴보면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구정희는 아니다. 리창균 감독의 평가처럼 그녀는 자연스럽고 자발적인 연기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하였던 것이다.
어느 생일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구정희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실처럼 가는 눈, 해빛에 타서 까무잡잡한 얼굴, 거의 다 빠진 웃이발이 ‘밉상’이였다. 그런데 그 ‘밉상’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능글거리며 비위를 부릴 줄이야.
“나 같은 사람은 영화에 못 나감둥?”
그 때 나는 미니영화 《설날》에서 뒤집 로친 역을 맡을 배우를 물색하던 차였는데 ‘밉상’얼굴이 바로 내가 찾고 있는 우리 농촌할머니의 얼굴이였기에 기뻐서 얼른 맞장구쳤다.
“되구말구요. 부를 때 꼭 와주십시오.”
구정희는 그 말을 롱담으로 받아들이며 사람 좋게 웃었다. 곁사람들도 내가 롱으로 하는 소리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솔직히 나는 진심이였다. 그녀의 얼굴 생김새나 말투가 농촌주제 영화에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후 그녀는 배우로 발탁되였다.
과연 내 예상 대로 그녀는 훌륭한 연기실력을 보여주었다.
미니영화 《설날》에서 뒤집 로친 역을, 《고목은 봄을 그린다》에서 치매로친 역을, 《황혼의 정》에서 치매로친 역을 맡았는데 연기를 실감나게 하여 시청자들과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인정하는 배우로 뜨게 되였다.
구정희는 우선 생김새로 보나 자그마한 키에 약간 구부정한 체구로 보나 지숙한 농촌아낙네, 농촌할머니 역으로 적격이였다. 그리고 대본에 대한 리해력이 높았고 연기할 때는 자기만의 표정과 언어, 몸짓으로 극 줄거리에 맞게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대본에 따라 지정된 연기를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표출해야 할지를 적중하게 고민할 줄 알았다. 훌륭한 배우기질을 갖춘, 실력파 연기자로 거듭나기에 손색이 없는 사람이다.
 

미니영화 《마음의 물결이 흘러가는 곳》에서의 정철복

감성이 빠른 연기자 정철복
정철복은 1996년에 중국과학기술대학에 입학하였고 졸업후 중앙민족대학에서 민족사연구에 종사하다가 북경시정부에서 공무원으로 20년간 근무하였다. 현재는 연길에서 영어학원과 로보트제조양성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협회의 부회장 겸 비서장직을 맡고 있다.
중어 실력이 뛰여나고 언변이 좋은 그는 협회에서 상영식을 할 때면 숙련된 실력으로 사회를 맡아본다.
이뿐만 아니라 정철복은 연기에서도 남다른 특성을 보였다.
극 줄거리를 잘 장악하고 정서에 빨리 녹아들며 깊이 있고 폭넓게 연기한다. 그러므로 그의 연기는 단조롭거나 애매한 느낌이 전혀 없다.
그리고 부정인물연기에 아주 적합한 배우이다. 지금까지 《빚》, 《마음의 물결이 흘러가는 곳》, 《황혼의 정》, 《량심》 등 4부의 영화에 출연하였는데 전부 부정인물 역할을 맡았다. 도박에 미쳐 가정을 몰라라 한다든가 조강지처가 출국한 기회에 첫사랑 녀자에게 끌려 방황한다든가… 부정적인 역할들을 너무 실감나게 소화해냈다. 여기서 에피소드 하나를 살짝 곁들이려고 한다. 정철복에게는 여섯살짜리 아들이 있는데 아버지가 영화 《빚》에서 도박에 빠져 한창 마작을 놀고 있을 때 웬 할아버지가 불시에 뛰여들어 지팽이로 자기 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을 보고는 진짜인 줄 알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온 아버지를 보고 울면서 “아빠, 영화를 찍지 마. 자꾸 맞아대면서…”라고 말하더란다.
“나는 지구촌에 사는 모든 선량한 사람들을 위하여 서로 돕고 서로 아끼면서 행복한 삶을 만들어 가는 데 빛과 소금이 되고 싶습니다…”
연기자로서의 감성이 빠르고 생활에서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정철복의 연기인생이 더욱 빛날 것임을 확신한다.

 

손룡호 │ 연변영화드라마애호가협회 회장

《예술세계》 2022년 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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