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가라는 연길시 도심에는 신흥가 명휘거 23조가 있는데 간칭은 신흥가 162―1―10호이다. 내 아파트가 부동산건물수속처에 등록한 번호는 22042이다. 베란다 바로 앞은 병원건물인데 북경 중남해처럼 붉은 칠을 한 2층짜리 집앞에 화제의 포커스(focus) 주인공― 유표한 매너의 버드나무가 서있다. 별로 희귀한 나무도 아니고 상록수는 더구나 아니다. 언제 반했던가싶게 눈길을 끄는 포인트를 소유한 정원수이다. 아마 무비의 포용력이라도 지녔나부다.
매번 버드나무옆을 지날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별도로 끈적거린다. 마치 내가 륙주비전(六注比廛)을 소풍하지 않나 하는 착각이 방불하다. 로무시장을 옆에 끼고 정좌정립의 차렷자세를 취한 정가(庭柯)의 포즈가 너무나 안쓰럽고도 위풍이 도도하다. 왜냐 하면 원수(園樹)의 시처우가 상처와 오염으로 얼룩진 까닭에서이다.
바로 록색화라지배경이다. 푸른 색과 희나리의 깡마른 색조를 통합해 하나의 모자이크(mosaic) 라벨(label)을 조립한데는 그 자체의 이중성때문이다. 버드나무가 서있는 공간이야말로 소요의 천국이요, 잡음의 독천장이다. 마치 다모아김밥, 돈까스, 오징어덮밥, 야채볶음밥, 카레볶음밥, 쫄면, 라볶이, 쫄쫄짬짬, 수제비매운볶음, 오뎅국, 참치김치찌개, 오무라이스, 샐러드김밥, 누드김밥, 다모아김밥, 새우볶음 등 메뉴가 다종다양한 식단을 방불케 한다. 음식목록은 구미를 당기게 하나 소음이 번잡한 도심속의 버드나무는 질식과 희박을 감내하지 않을수 없다. 더군다나 병원의 혼탁한 오염대기, 병균악취를 맡으며 허리를 편채 고개를 쳐들었으니 거창하지 않을수 없다.
나는 정원수를 찬미하는데만 그치지 않았다. 한것은 나무의 생존섭정이 특별히 이색적이였기때문이다. 여느 식물들은 대개 상록수처럼 초록을 통일로 름름하나 정원수만은 언제 보나 고갈과 엽록소를 동시에 거느렸다. 일목료연케 하는 부위는 바로 정수리이다. 구부정하면서도 헌칠한 식물 전체에 풀빛이 함치르르하다. 그러나 좀더 시선을 목청(木靑)에 유심히 팔면 바로 우듬지에서 푸른 빛과 메마른 장작개비가 공존하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 희나리같은 불구가지야말로 록빈홍안(綠鬓紅顔)이 아닐가?
가로수와 정원수는 도시풍경과 미화에서 한몫을 담당한다.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신도시개발때 나무와 록지면적의 비례와 분포를 합리하게 전망계획에 결부시킨다. 나무와 록지가 없고 포장도로와 고층건물만 있는 도시는 사막과 같다. 2004년 8월, 연길시에만 해도 병든 가로수가 무더기로 죽어 쓰러졌다. 하루밤새에 병목도수(竝木道樹)들이 지천으로 널브러졌다. 이른바 《천우》라는 병에 걸려 유충분비물인 《톱밥》이 나무밑둥주변에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물매미만큼 크고 색상이 까만 죽은 천우성충들은 보기에 모골이 송연했다. 주야로 분무기로 약을 뿌리고 점적주사를 놓느라 야단을 떨기도 했다. 물망에 오른 가로수생존이다. 콜레라, 홍역 등 전염병은 인류의 과학수단에 의해 전승됐으며 페결핵과 문둥병과 같은 악질적인 질병도 인류를 위협할수 없다.
최근에 또 《사스》, 《조류독감》 등 새로운 재난과 질병들이 쇄도하지만 역시 퇴치로 종막을 내렸다. 그러나 내 집앞에 서있는 버드나무라는 록색화라지는 인위적인 퇴치를 피해 자체의 면역력으로 생존을 치른다. 얼마나 장한가!
줄기의 초리를 따라 해살이 호듯호듯 날리며 바레무를 추느라 아양을 떤다. 잎새를 흔들면서 명주바람이 나무겨드랑이를 부쩍 간지럽힌다. 밑둥을 에돌아 개미행렬이 분주히 계절을 지게에 담아 퍼나르며 드나든다. 그늘진 록음속에 청초한 평화가 부들부채를 내젓는다… 비록 랑만에 나붓기는 원수의 춤사위이나 머리우에 떠인 상처는 측은하고 불행하다. 그런대로 나무는 하늘을 떠이고 대지를 부감하면서 옹근 몫에 충정을 고인다. 주변이 떠들던 곪아터진 생채기에 피가 흐르건만 짐짓 모르쇠를 대면서 태연자약하다. 피가 마른 상흔의 허물을 감추려는듯 거창하게 쳐든 고개짓은 지고무상의 위상을 지어냈다. 두가닥으로 갈라진채 해달을 떠인 력사를 만방에 토파하나싶다. 간단없이 턱인사를 전송하는 률동이 그래서 더 다감하다. 뉘라서 이런 강자의 형상앞에서 창유(瘡痏)로만 비애를 자아낼것인가! 턱없다. 생존경영기법과 생활성공비결 그리고 연찬고심의 자세를 현시하는 나무의 지향인지도 모른다. 학자적인 학술탐구를 조형미로 나타낸 발견이길래 내 흥심을 한껏 자아낸것이다. 득실을 배당하려 서두르는 뒤채임… 사익의 편린보다 공리의 편향을 아집한 축소판… 말없이 태를 갖추어 속세를 정화하는 푸른 기상… 보이는 상처를 보이지 않게 감추려고 몸짓을 섞어가는 률동… 그래서 아픔보다 희망을 발산하는 에너지가 산소와 함께 천하에 발산되는것이 아닐가!
입향순속(入鄕循俗)이란 다른 지방에 들어가서는 그 지방의 풍속을 따름을 칭하는 뜻이다. 《회남자》의 《제속편(齊俗篇)》과 《장자》의 《외편(外篇)》에 나오는 말이다. 비록 태고연한 원시림이나 무성한 삼림을 떠났지만 천부적인 속성을 떨쳐온 속성은 여전하다. 인간세상이라는 동네복판에서 긴 그림자를 늘어뜨리며 활력을 뽐내는 나무청춘은 마냥 벅차다. 진대나무나 고목의 편린을 떠인 부식투성이나 나무는 물이 오를 때면 자양분을 한껏 흡수하고 열매를 익힐 때면 탁갑성을 고고성처럼 터뜨렸다.
그런데 나무는 왜서 상처를 떠이고 그처럼 도도하게 그토록 점잖게 생존의 기발을 휘날리는것일가? 나는 5층짜리 남향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2006년 10월 1일부터 부감을 시작했다. 사색을 굴리였고 의문을 빈발했었다. 출퇴근길에 지나면서 감탄부호를 떠올리기에 습관되였다. 뭇별이 잠든 고요한 밤, 책을 읽다가 피곤하면 곧장 가로등아래 희부연 형체를 현신한채 버드나무의 압축판을 구경한다. 2006년 10월 1일 국경절을 맞으며 새로 이주한 아파트단지를 《서식지》로 정한 이 범상치 않은 정원수와 인생을 교감한다. 입향순속의 순리를 금시 새삼스레 절감하면서 삶의 애환을 새로 터득하고 경업의 희비를 정리한다. 아픔과 재생의 희로애락은 처처에서 둥지를 털며 계절을 륜환한다. 나는 주기적이면서도 돌발적인 생업의 질서를 수긍하고 나를 그 와중에 존속시키는것으로 자아완수를 위안한다.
남몰래 혹은 공개창으로 보이는 포토파일처럼 드러났으나 깊이 인고한 동통은 그만의 체감이 아닐것이다. 자꾸 곁눈질로 여겨보는 나무의 화라지가 내 가슴에 멍을 돋친다. 푸른 청춘의 꽃인지도 모른다. 소중한 할애의 몫으로 피여난 불멸의 혼이였으면 좋겠다. 일훈일유(一薰一莸)란 바로 향초와 냄새 나는 풀을 한데 놓으면 좋은 냄새는 없어지고 악취만 난다는 뜻으로 좋은 일은 잘 잊혀지나 나쁜 일은 오래도록 전하여 내려옴을 이르는 말이다. 때론 착한 사람의 세력은 악한 사람에게 미치지 못한다는것을 이르는 말로 통하기도 한다. 반대로 일훈일유를 풀이하면 록색화라지의 이중풍경은 나에게 일희일비로 반복되는 현대일상을 감내하게 하는 좋은 프로필이다. 내 인생의 살아숨쉬는 리정비요, 추억의 향기로운 상록수이다. 매번 나무와 치르는 상우례(相遇禮)가 그래서 멋지고 즐겁다. 신랑이나 신부가 처가나 시가의 친척과 정식으로 처음 만나 보는 례식―상호례가 이보다 더 좋을수 없을것이다. 애훼골립(哀毁骨立)처럼 앙상했으나 나에게는 적어도 활력의 무궁한 힘을 주는 정신기둥인 까닭에서 풋풋하고 싱싱하고 풍만하다.
잎이 마르고 가지가 죽어버린 나무라면 상우방풍(上雨旁風)을 련상케 한다. 저항하다가 지친 오만상 같기도 하고 수능하면서 감내해온 오망부리의 표정 같기도 하다. 죽은 잎과 마른 잎 그리고 생엽들이 동시에 공존하는 하늘공간에서 나무는 그로서의 무대를 두개 가진 셈이다. 생사오페라의 활극을 가장 선명하게 가장 진실하게 그리고 가장 극대화한 장면을 연출한다.
나무는 부족한 영향으로 계속 자라려고 나무의 안쪽 90%를 죽이고 껍질부분 10%만 살아있다. 하여 나무는 오래 살고 고초기를 용케 버틴다. 자연의 규률을 따라배워 인간도 고통을 죽이고 희망을 새움으로 돋구는것이다. 인식의 변화에 따라 생체를 돋구어 위력을 보여주기에 너무나 충분한 나무의 존재가 그래서 삶의 길동무로 가능하다. 블랙유머는 스릴이 짜릿하다. 강한 설득력의 지배처럼 버드나무의 위치를 생존모식처럼 받들가 한다. 도능독(徒能讀)의 타산지석은 새로 깨여난 출발의 계획이고 조연배우의 데뷔신청은 새 야망의 라스트를 노린 파악에 비롯된다.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자면 환경여하, 조건우렬을 론하기 앞서 스스로의 타진이 우선이다. 활력과 탄력을 돋구고 대리만족기능보다는 첨삭의 신축성을 발굴함이 요긴하다. 그러자면 속물근성을 삼가하는 한편 자아편달로 통하는 가교역할의 외교관이 되여야 하지 않을가 기대한다.
버드나무는 개천이나 습지를 버리고 도심에 심어졌다. 좌천(左遷)은 낮은 관직이나 지위로 떨어지거나 외직으로 전근됨을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 중국에서 오른쪽을 숭상하고 왼쪽을 멸시하였던데서 유래한다. 식물의 좌천은 그래서 인류의 창조적인 편승에 힘입었다가 결국 자기실천을 다그치는중이다. 록색화라지라는 정원수의 욕창(褥瘡)은 그 촉매작용으로 시다림을 주고 인고를 받는다. 나무의 껍질이라는 피부가 병상에 닿아 짓물러서 생기는 종기를 하늘에 거풍하고 새로 태여나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허상의 일탈에서 내면에로 귀환한다는 숨결이 씩씩하다.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천사로 나무는 섰다! 시련의 닻을 내린 빈 둥지는 바람에 날려가고 이제 새 출항의 돛을 또 꺼내든다. 허울속의 허상이 가려주는 내막, 숭숭 뚫린 구멍, 조금 발가벗기고 허물을 수납한 자세, 떳떳한 독립을 지켜온 인내, 용케 버틴 지레대! 어쩌면 병들고 구새 먹고 좀먹은 불구가지가 활력의 송신기였고 통합의 안테나였다. 어쩌면 옹근 일색으로 무장한 상록수가 아니길래 더 유정하고 더 돋보이는지 모르겠다.
홀로 서있는 원수의 이미지는 무엇일가? 세상을 멀리하고 결국 속세 복판을 독천장으로 정했다. 고소득의 정착금, 불멸의 서식지, 청춘의 상속인 록색의 계승자, 거듭나는 부활… 지참금 일전 없이 로자 한푼 없이 장도에 오른 구척장신이 도회라는 기착지에서 다리쉼 하나부다. 계절마다 곡물상의 수확을 계산하는 궁냥은 진작 세월을 앞당겨왔다.
나는 슬그머니 나무를 에워싸고 원을 그리는 동작을 환상한다. 해살이 무더기로 쏟아져내려 황금테를 둘러주고 담 넘어 애들의 웃음소리가 초리를 얼싸 껴안는다. 년륜에 정적이 기지개를 켜다가 잠들고 잎새마다 저력이 꿈을 묻힌다. 혼잡한 거리를 물러서고 후원별채 자리 잡은 버드나무를 눈동자에 옮겨온다. 화신은 과연 무엇인가? 농익은 천고마비가 녹아 흐르는 계곡의 감참나무도, 너럭바위를 위시해 돌틈에 숨은 로승도, 계를 받은 녀승의 차잔을 윤기 나게 닦는 모습을 기다리는 초피나무도, 유원지의 록화조경을 돕는 정향나무도 아니다. 그렇다고 또 밤나무, 잣나무, 감나무, 대추나무따위의 유실수도 아니고 산타클로스와 상징적으로 련상하는 크리스마스―트리는 더욱 아니다.
그런데 초토화의 피페상내지 활량함과는 대조적이나 매력은 은은하고 여전하다. 안침지고 유축진 뒤안길에 취한 포즈가 또한 눈길을 끌고 발목을 잡는다. 주목이 덧붙여지고 애정이 새록새록 날개를 젓는 내 추억의 모퉁이요, 집착심의 발상지다. 우수를 띠고 서있는 나무 전체가 고동이 금방 울린 부두의 돛을 방불케 한다. 인위적 식수라기보다 지향의 선택과 환경의 적중을 포착한 하모니(harmony)같다. 악어떼가 우글거리는 늪지대의 고목과는 상태적으로 다르나 락엽의 무리를 거느린 풍경신세는 근사하다. 고급레스토랑의 석가산뒤에 껑충하게 솟은 인조 홰나무는 객적다. 조명과 무대와 열창의 굿판이 그 보조배경이다. 그러나 버드나무는 현실로 살아가는 행인들의 활동체로 생명 그 자체를 확보한 공간식솔이다. 대자연의 기능상실인것 같으나 기실 그로부터의 확장발전진화농축정화세련의 거듭나기이다. 자존심을 내걸고 고요히 숨죽인 심연의 산소가 금방 색조를 달리한다. 언젠가 꿈에 버드나무를 두고 엉뚱한 환상을 했다. 완전히 미친 자의 몽유병이였다. 내가 글쎄 정원수를 통째로 뽑아 메고 연룡도를 뛰여다니지 않겠는가! 정원수가 캐치프레이즈(catchphrase)로 둔갑해 나의 슬로건을 표방하는 로천생방송광고였다. 어즈버, 고목생화(枯木生花), 고목발영(枯木發榮)은 내 거주지로부터 재생하는가! 나는 뿌리를 두고 무언가를 잃었고 또 뿌리를 찾아 무언가를 얻었다. 하늘을 도로 심었다. 태양도 함께 묻었다. 땅이 부스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비상한다. 만물이 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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