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플래시와 질문 세례에도 여유있게 미소
아들 관련 대목에선 예민하게 반응하며 찡그려
이대 특혜 질문엔 밝은 표정으로 해명 “죄송하다”
‘돈도 실력’ 솔직하게 사과…뇌물 의혹엔 한숨도
“대학 전공이 뭔지도 모른다” , “임신 중이어서 운동복을 입을 수 없엇다.”
31일 해외 도피 8개월여 만에 한국으로 강제송환 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럭비공’으로 불릴만한 입담을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대한항공 KE0926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정씨는 ‘스마일’ 무늬가 새겨진 티셔츠와 에메랄드색 후드 점퍼 차림으로 입국장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는 단정하게 묶는 대신 갈색으로 염색한 긴 생머리로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 송환을 거부해오다 덴마크에서 체포된 지 150일만에 강제귀국한 피의자 신분이었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도 간혹 눈만 깜빡거릴 뿐 조금도 위축되는 기색 없이 오히려 차분하고 여유 넘치는 태도를 유지했다.
정씨는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긴장감이나 피곤한 내색도 드러내지 않고 시종 당당하게 임했다. 예상과 달리 많은 질문에 적극적인 태도로 답변을 해 잠시 포토라인에 선 게 아니라 본격적인 인터뷰나 검찰 신문에 나선 모습을 연상케할 정도였다.
이런 여유를 보이던 정씨가 정색을 하고 예민하게 반응한 대목은 아들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였다. 답변 도중 미간을 찌푸리거나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느껴지기도 했다.
귀국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씨는 “애기가 거기서 가족도 없이 혼자 오래 있다 보니…. 빨리 입장을 전달하고 오해를 풀어서 해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들어왔다”고 밝혔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모친 처지보다 아들을 앞세워 언급한 것이다.
아들의 입국 시점을 묻는 질문에도 미간을 찡그리다 “별로 말하고 싶지 않다”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들의 덴마크 체류 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모른다”고만 답했다.
이화여대 입학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간간이 미소까지 띠며 왠지 모를 밝은 표정으로 거침없이 발언을 이어갔다.
정씨는 “학교를 안 갔기 때문에 입학 취소는 당연히 인정한다. 전공이 뭔지도 잘 모른다. 한번도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입학 취소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 다소 애교섞인 표정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대학 면접시험 때 승마복을 입고 금메달을 목에 건 채 응시한 경위에 대해서도 ‘튀는’ 발언을 이어갔다.
정씨는 “제가 단복을 입고 가지는 않았고 단복은 다른 친구가 입었다”면서 “제가 확실하게 기억을 하는 게, 제가 그때 당시 임신 중이어서 단복이 안 맞았다. 단복을 마지막 식사 때 이후로 한 번도 입은 적이 없다”며 대학 입학 전 이미 임신 상태였던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최씨의 재판을 지켜본 심정을 묻는 질문에 대답을 잠시 머뭇거렸던 정씨는 국정농단 의혹에 연루된 것이 억울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일단 저는 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과거 자신의 SNS 계정에 ‘돈도 실력이다’라는 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서는 “죄송하다. 돈으로만 말을 탄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나도 욱하는 마음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가 있는데 내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속상할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나름대로 솔직하게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죄 혐의 수혜자로 지목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숨을 쉰 뒤 “딱히 드릴 말씀은 없고 나도 지금 상당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저도 계속 퍼즐을 맞추고 있는데도 사실 잘 연결되는 게 없을 때도 있다”며 억울함을 표현했다.
앞서 정씨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4시8분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을 출발한 대한항공 기내에서 체포됐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후 두 수사관에 이끌려 기내를 나온 정씨는 포승줄은 하지 않았으며 파란색 수건으로 수갑을 감싼 채 일반인이 이용하는 입국장 대신 별도의 경로를 통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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