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당선 60세 작가 박찬순씨
한국에 온 조선족 청녕의 비극을 다뤄
예순… 잔치는 시작됐다 - 本社신춘문예 소설부문 최고령 당선 박찬순씨
"요즘 누가 나이 60에 환갑잔치 하나요…
젊은 작가엔 감각, 나에겐 경험이 있어"
“젊은 작가를 기대했을 텐데 죄송해서 어쩌나….”
2006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 소설 부문 당선자 박찬순(60)씨는 40대에 등단을 해도 늦깎이 작가로 불리는 문단에서 신춘 문예 소설 부문의 역대 최고령 당선자로 꼽히게 됐다. 그러나 사실은 글쓰기 전문가다. TV 외화 전문 번역가로 1000여편을 우리말로 옮겨왔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 ‘맥가이버’ 같은 시리즈물이나 여러 다큐물을 번역했다. 그는 자신을 신인이라고 말하지만 패기가 무엇인지 안다.
“요즘 나이 육십이면 젊은 편입니다. 요새 누가 환갑 잔치를 하나요. 그냥 여행이나 떠나고 말지….”
아들 딸 두 아이의 어머니인 박씨가 문학의 불씨를 되살린 계기는 친정 어머니의 죽음이었다. “지난 9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삶의 유한성을 깨닫게 되었고, 이젠 안일함을 벗어나 행동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박씨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줄곧 응모했고, 2003년 소설 ‘블타바의 손가락’으로 최종심에 올라 당선 일보 직전까지 갔지만, 아쉽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그때부터 오기가 나서 계속 소설을 썼다. 5수 끝에 합격이다. “문학은 상처 위에 피는 꽃인데, 그 꽃향기가 비슷한 상처를 지닌 사람에게까지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박씨가 연세대 영문과 재학 때부터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면서 창작의 열정을 남몰래 키워온 결실이다.
박씨의 올해 당선작 ‘가리봉 양꼬캄는 서울 가리봉동 시장에서 꼬치구이 요리사로 코리안 드림을 이루려다가 좌절하는 한 연변 조선족 청년의 비극을 통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소외계층인 조선족 문제를 다뤘다.
“지난 1년 동안 양꼬치 구이 집을 비롯해서 중국 식품점, 노래방, 다방 등에서 조선족 2~3세들을 만났습니다. 경찰서 강력계와 종합병원 영안실에서 중국 동포의 주검은 어떻게 처리되고 장례 절차는 어떤 것인가도 취재했습니다.”
이제는 어떤 사람이 ‘무연고자’이고, 누가 ‘내국인 행려병자’이며, 어떤 경우에 화장은 하지 않고 매장을 하는지 알게 됐다. 이미 써놓은 단편도 5편이나 된다.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감각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더군요. 그러나 저 나름의 생각은 있습니다. 젊은 작가와는 좀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면서, 그동안의 제 경험을 녹여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작품을 쓰겠습니다. 인터넷 시대에 가슴과 가슴을 접속시키는 글을 쓰고 싶어요.”
박해현기자
사진=최순호기자
조선일보 20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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