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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은 통일밑거름"- 박민자인터뷰
조글로미디어(ZOGLO) 2008년6월13일 11시12분    조회:6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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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자 연변가정연구소 소장

 
통일의 밑거름으로 조선족 활용 기대
 

 “조선족의 중국 이민정착사는 150년이다. 만주 땅을 개간하고 중국을 건설하데 기여하여 당당한 중국국민의 위치를 확보했다. 하지만 중국의 개혁·개방책 이후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국사회에 적응을 못하고 코리안드림 등으로 한국, 해외로 나가면서 조선족은 정체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도자의 부재가 제일 큰 문제다. 해체의 위기라는 소리도 들리지만 자라나는 차세대에게  올라른 우리글과 문화·역사를 가르치고 열심히 키워나간다면 조선족 사회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차세대 육성위한 장학사업

 박민자 연변가정연구소 소장(64)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자신이 차세대 육성을 위한 ‘중덕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된 것도 개방의 물결로 인해 조선족 사회가 정체성 위기를 맞아서라고 밝혔다.

 “50대 이상은 문화혁명 세대라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다. 40대는 등소평 세대라 개혁․ 개방으로 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30대는 민족성도 어정쩡하다. 반면에 10~20대는 민족과 조선족 역사에 대해 백지나 다름없다. 지금부터 새롭게 가르치고 육성해야 할 책임을 우리 세대가 가지고 있다. 중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1세들로부터의 한과 민족 정서를 물려받은 2세대가 아직 버티고 있을 때 차세대가 육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이 설립한 중덕장학재단은 현재 중국 내 25개 고등학교, 37개 대학에 연 600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1993년 개인적으로 시작했다가 1997년부터 외부단체의 지원을 받아 정식으로 장학재단 사업을 열었다. 지난해 설립 10주년을 맞아서 처음으로 국내 조선족으로부터 모금을 받기도 했다. 중국은 아직 기부문화가 익숙하지 않아서 참여가 부족한 실정이다.

 “중덕장학재단은 학생들에게 제일 우선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돕고 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아야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꿈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실천할 것을 가르친다. 1년에 2회 캠프를 열어서 정체성, 모국관, 역사관 등을 가르치고 스킵십을 통해서 장학생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돕고 있다.”

 박 소장은 “현재 장학생 출신들이 중국, 한국, 일본에 퍼져 있다. 법률가, 공무원, 학자, 언론인, 사업가 등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장학 혜택을 받은 학생들이 월 50위안씩을 아껴서 재단에 기부하는 ‘선배장학기금’도 실시하고 있다. ‘사랑의 동전’프로그램은 한 학기 동안 모아 캠프행사 때 기부하는데 적지 않은 돈이 모인다며 ‘십시일반’을 학생들이 배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3명이 모여 기부를 하면 고등학생 1명에게 장학금 혜택을 줄 수도 있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을 실천을 통해 아이들도 익히고 있다”는 것이다.


 체류동포 준법정신 필요

 조선족 사회의 위기에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한국으로의 취업이주에 대해 박 소장은 취업비자 발급 등으로 인한 문제는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부의 방문취업제 시행 등으로 이제 무연고동포의 방한도 가능해져 제한이 거의 풀렸다는 것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조선족 중에 한국에 올 만한 사람은 다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박 소장은 한국에 취업 오는 조선족들이 준법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법률이 엄격한 나라다. 그런데 조선족은 한국에 와서는 한국 실정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이 있다. 바로 불법체류다. 한국에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중국에서는 중국동포로, 한국에 와서는 같은 한국동포로 옷을 바꿔 입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한국언론에서 불법체류자 하면 조선족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불법체류자 숫자에서 조선족과 한족의 숫자는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박 소장은 한국에 와서 취업한 조선족의 대부분은 한국에 뿌리를 내리기보다는 돌아갈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인구가 줄어들면 조선족 자치주가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최근 무연고동포 비자 발급을 위해 치르는 한국어시험 1차에서는 응시자들이 대부분 농민이었지만 2차에서는 초․ 중․ 고 교사 등 공무원이 많이 참여했다. 이로 인해 조선족 학생들을 가르칠 교원이 줄어들어 교육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욱이 한국에서 소위 3D로 불리는 육체적 노동을 해서 번돈으로 중국에 돌아가서는 소자본 창업도 어렵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3D업종에서 일한 경험과 마인드로는 중국에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의 대기업에서 근무했거나 유학파 출신들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경우는 많다. 결국 한국에서 고생해서 돈 벌어 중국 들어가서 다 까먹고 다시 한국에 나오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중국에서 조선족의 대우에 대해 묻자 그는 “조선족은 중국에서 소수민족으로서 배려를 받지만 한족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동등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선족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야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했을 때 중국어 실력이 한족과 차이가 난다. 조선족은 대학 입시 때 외국어로 일어를 택하는 사람도 많아서 입학 후 영어를 기초부터 배우는 경우도 많다. 공무원 등에 임용돼도 관행상 서열 2위까지다. 박 소장은     “직장에서 승진에서 조금씩 밀릴 때 자신이 조선족이라는 정체성을 절감하기도 한다”며 “어렵게 경쟁해서 들어간 자리를 버리고 나와 한국으로 오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최근 한국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책으로 조선족사회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중국 정부의 동북공정이 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아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조선족의 민족 정체성에 대한 뿌리 의식을 제거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라며 “조선족 사회가 해제되어 사라지면 동북공정도 필요 없어진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조선족은 중국 국적을 보유하면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며 지혜롭게 사는 삶의 방식을 지금부터라도 터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선족의 가장 큰 역할로 향후 통일로 가는 길에 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삼성은 한국 역사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조선족은 남북 통일에서 사회․ 경제․ 문화면에서 상호 간의 차이를 완충해 줄 수 있는 존재다. 북한과 남한 양쪽을 왕래하며 비즈니스를 쌓아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로 장학사업 10주년을 맞으면서 박 소장은 조선족사회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국 장학재단의 힘에 의존하여 운영되어 왔지만 이제부터는 중국에서 완전 자립형 덕림(德林)장학재단을 세워 스스로를 돌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인네트워크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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