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상우
최근 연구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이민 관련 공부를 하다보니 사회적련결망리론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선, 리론적인 측면에서 사회적련결망리론은 국제이주리론의 전통적인 두 가설인 고전경제학적관점에서 바라본 행위리론(합리적선택리론, 배출-흡인리론)과 세계체제론에 립각한 구조주의적시각(로동시장분절론 등)을 보완할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즉 행위리론과 구조주의적시각이 개인행위자나 구조를 강조하고있고 국제이주에 대한 미시적/거시적 차원의 설명력을 줄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있음에도 이주자 개개인의 구체적인 경험사례에 대한 인과적설명을 완전히 제공하지 못할뿐만아니라 단지 초기이주의 원인에만 주목하다보니 이주 이후 적응 및 후속 이주를 촉발하는 다층적요인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를 보이기때문이다. 행위자와 구조를 통합하는 관계론적시각으로 “네트워크” 또는 “사회적련결망”의 개념에 주목하는것이다.
다음으로, 조선족사회는 신집거지에서 재조합의 모습을 보여주고있는데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들이 탄생했고, 이러한 커뮤니티 관련 연구에 있어서 사회적련결망리론이 어떤 리론적함의를 지닐지에 대한 관심에서였다.
“사회적련결망”은 1954년 반스(J. A. Barnes)에 의해 최초로 도입된 개념으로서 산업사회에서의 사회적련결망을 사회적상황에서의 사회관계에 관한 은유적진술로 사용하고있다. 또한 부르디외(P. Bourdieu)에 따르면 사회적련결망은 사회적자본이다. 부르디외는 자본을 경제적인 차원에 국한시키지 않고 사회적경쟁의 도구로 사용할수 있는 모든 에너지로 간주한다. 한 개인이 소유한 사회자본의 총량은 그가 동원할수 있는 련결망의 범위와 그 련결망에 련계된 각 사람의 경제, 문화, 상징자본의 총량이 된다. 한편 사회적자본이며 동시에 정보와 쇄신의 전파매체로 중요한 구실을 하는 사회적련결망은 흔히 도시빈민의 생활, 소수민족 이민집단의 적응, 농촌이주자의 도시적응, 비공식부문의 경제활동 등의 한계집단 내지는 주변집단의 사회적응과 생활에 중요한것으로 인식되고있으며, 또한 핵심집단의 사회적련결망은 그 특권적지위를 유지하고 재생산하는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있다.
사회적련결망리론을 적용한 본격적인 신집거지 조선족사회 커뮤니티연구를 위해서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사회적련결망에 대한 리해가 선행되여야 되지 않을가싶다.
한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의 핵심키워드는 “연고(缘故)주의” 또는 그에 기초한 “연줄”이다. 한국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연고”는 “혈통, 정분, 법률 따위로 맺어진 관계” 혹은 “인연”을 의미하는데, 리훈구는 “연고”를 개인이나 집단이 부당한 리득을 취하는 세태를 묘사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일종의 매스컴 용어로 보고있다(리훈구, 2003, 《연고주의》, 법문사, 20페지). 또한 “연줄”은 “지연이나, 학연, 혈연처럼 특수주의적이고 페쇄적인 관계”이고 연고주의를 바탕으로 도구적효률성을 지향하는 관계이다. “연고주의”에 기초한 “연줄”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의 구성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것이 가계 혹은 가문 등 혈통을 중시하는 혈연(血缘, 대표적인것이 종친회(宗亲会), 고향으로 련결된 지연(地缘, 대표적인것이 향우회(乡友会, 즉 老乡会) 그리고 출신학교로 얽히는 학연(学缘, 대표적인것이 동문회(同门会, 즉 校友会)이고 종교 연줄망과 군대 인맥도 중요한 연줄망이다.
한편, 많은 연구자들의 주장처럼 중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의 핵심키워드는 “관계”로 볼수 있다.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의 구성과 관련해 비효통(费孝通)은 “차서구조(差序格局)” 개념을 제시했다. “차서구조”는 동심원구조로 볼수 있는데 “마치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질 때 수면이 동심원을 그리며 넘실거리는 한겹한겹의 물결과 같다. 개인은 이러한 관계의 동심원의 원심에 위치하고있으며 관계의 물결이 닿는 개인과 서로 련결을 짓는다”는것이다.
동일한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은 비슷하면서도 구별된다. 혈연을 바탕으로 한 가족관계 및 친족관계가 사회적련결망의 핵심적위치를 차지한다는 점, (내부와 외부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량자 모두 특수주의를 지향하고 강한 페쇄성을 보인다는 점, 량자 모두 정보 및 재화가 류통되는 중요한 경로이며, 각 개인에게는 정서적 및 도구적 기능을 이중적으로 수행한다는 점 등에서 공통적이다.
반면에 아래와 같은 몇가지 차이점도 확인할수 있다. 우선, 한국인은 주로 혈연, 지연, 학연을 중심으로 한 각종 연고집단으로의 가입을 통해 사회적련결망을 전략적으로 구축하고 중국인은 자아를 중심으로 동심원의 사회적련결망을 확정해나간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한국인의 사회적련결망에서 혈연 연줄이 핵심적위치, 중국인의 사회적련결망 구축은 자신의 수요에 따라 혈연관계는 물론 동창관계, 동료관계, 업무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동심원구조에 끌어들인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은 일단 형성되면 정착화하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중국인의 동심원관계망은 핵심관계망이 매우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외부 동심원은 외부로 개방되여있어 강한 유연성을 보인다.
요컨대, 한국인과 중국인의 사회적련결망이 상술한 특징을 보여주고있다고 할 때, 과경민족인 조선족의 사회적련결망은 어떤 특징을 보여줄가, 더불어 신집거지에서의 조선족의 사회적련결망은 어떤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있는지,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리상우 략력】
성명: 리상우(李翔宇)
성별: 남
출생년월: 1976.7
소속: 중국해양대학 조선어학부
전공: 조선반도문제, 동북아국제관계사
학력: 한국 서강대학 정치학 박사
연변대학 법학 석사
동북사범대학 법학 학사
경력: 한국 서강대학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 연변대학 사회과학부 강사를 거쳐 현재 중국해양대학 한국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중국해양대학 조선어학부 강사.
주요 론저: 《초국적 이주, 중국조선족과 경계설정》(《한국과 국제정치》, 2015) 、《신집거지와 중국조선족의 민족교육 실태 분석: 칭다오 정양학교 사례를 중심으로》(《동아연구》, 2014) 、《개혁기 중국조선족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 구심력과 원심력을 중심으로》(《동아연구》, 2007) 등 다수 론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
출처 인민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