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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오랑과 세오녀
지금으로부터 천 8백년전, 신라 제 8대 임금인 아달라 이사금때 일이다.
동해 바닷가 마을에 고기를 잡거나 해초를 뜯으며 살아가는 부부가 있었다. 남편의 이름은 연오랑, 안해의 이름은 세오녀였다. 이들은 비록 가난하게 살았으나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연오랑은 바닷가에 나가서 고기를 잡고 해초를 뜯었으며 아내인 세오녀는 길쌈을 하면서 살림을 꾸려 나갔다.
오막살이 집에서 가난하게 살았지만 연오랑은 씩씩하며 언제나 유쾌하였고, 세오녀는 조용하고 항상 너그러웠다. 그러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은 은연중에 마음속으로부터 두 사람을 흠모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세오녀가 부엌에서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동안 연오랑은 바닷가에 해초 뜯으러 나갔다.
<아침을 먹기전에 좀 더 많은 해초를 뜯어야지.>
연오랑은 한 손에는 망태기를, 다른 한 손엔 갈고리를 들고 이 바위에서 저 바위로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물속의 해초를 뜯었다.
<저쪽 바위에 미역이 유난히 많구나.>
연오랑은 저만치 떨어져 있는 바위를 보면서 빙그레 웃었다. 자그만한 그 바위 밑에는 폭이 넓고 키 큰 미역들이 무성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건너뛰기에는 조금 거리에 있었으므로 신발을 벗어놓고 힘껏 건너뛰여야 했다 .
연오랑이 그 바위에 건너뛰였을 때 저 멀리 수평선에서 둥근 해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푸른 바닷물은 떠오르는 해 때문에 분홍빛으로 변하면서 잔잔히 흔들렸다.
<동해의 해돋이는 언제 봐도 참으로 장관이야>
연오랑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해를 보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이상하게도 연오랑이 딛고 서있던 바위가 꿈틀 하고 움직이더니 배처럼 바다위에 떠서 해뜨는 쪽으로 떠가는것이였다.
<아니, 이것이 어찌 된 일이지? 바위가 움직여 배처럼 바다에 떠가다니.......>
연오랑은 놀라 집이 있는 바닷가를 향해 소리쳤다. <여보, 세오녀!>
큰 소리로 아내 세오녀를 불렀다. 그렇지만 그 소리는 파도소리에 휩쓸려 아내 세오녀의 귀에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한편 세오녀는 집에서 아침상을 차려놓고 남편이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연오랑은 돌아올 시간이 되였는데도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은 왜 이렇게 늦으실까?>
세오녀는 이상히 여겨 찾아나섰다. 모래펄에 남편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이 있었다. 그 발자국을 따라 갔지만 어디에도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보! 여보!>
세오녀는 목청껏 연오랑을 부르며 이 바위로 저 바위로 찾아다녔다. 그러나 남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남편이 벗어 놓은 신발만 바위우에 놓여 있을뿐이였다.
세오녀는 그 신발을 보는 순간 바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편이 바다에 빠져 죽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바위에 옆드려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슬프게 울던 세오녀는 <그래, 남편은 미역을 뜯으려고 이 바위에서 저쪽 바위에 뛴것이 틀림없어.> 하고 말하며 옷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세오녀는 남편 연오랑의 시체라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신발 곁에 자기의 신발을 벗어 놓고 힘껏 뛰어 저편 바위에 올랐다.
세오녀가 바위에 오르자 이상하게 그 바위도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둥실둥실 동쪽으로 떠갔다.
이렇게 되어 신라의 동해안에 살던 정다운 부부는 신라에 신발만 나란히 벗어놓고 동쪽으로 동쪽으로 흘러갔다
. 연오랑을 실은 바위는 흘러흘러 어디론가 계속 떠가고 있었다. 연오랑은 바위 위에서 뛰여내려 바다속에서 헤엄을 치려고 생각했으나 그러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바위 위에서 뛰어내리면 그대로 깊은 바다속에 빠져죽고말것만 같았다.
<이것 참 큰일 났군.대체 이 바위는 어디로 가는 걸까? 아내는 어찌 살라고.......>
연오랑은 발을 동동 구르며 애를 태웠으나 바다 한가운데라 어디가 어딘지 알수가 없었다.
바위가 바닷물을 헤치며 꽤 오랫동안 떠내려가더니 낯선 육지에 딱 멈췄다.
그곳 바닷가에 나와 고기를 잡던 사람들이 바위를 타고 온 연오랑을 보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아니,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니......,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군그래?>
<그러게 말이야, 바위를 타고 넓은 바다를 건너왔으니. 아마도 하늘이 보낸 사람이 아닐까?>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것도 같네.>
연오랑이 바위를 타고 나타났다는 소문은 금세 온 동네에 퍼졌다. 마을 사람들이 연오랑이 있는 곳으로 몰려왔다.
<바위가 물에 뜨다니 , 도저히 믿을수 없는 일이야!>
<혹시 신이 아닐까? 신이 아니고서는 저런 신통력을 발휘할수 없지.>
연오랑에게 몰려온 사람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떠들었다.
<여기가 도대체 어디오?>
연오랑은 자기가 떠내려온 데가 어딘지 몰라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곳은 일본 땅입니다.>
사람들중에서 누군가가 이렇게 대답했다.
이때 일본 사람들은 나라를 이루지 못하고 있어 이웃끼리 싸우기만 하고 평화롭지 못했다. 그것은 그들을 잘 다스려 줄 왕이 없었기 때문이다. 힘센 사람이 마음대로 행패를 부리는 불안속에서 살던 일본 사람들은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연오랑을 하늘이 보내신 사람이라 여기게 되였다.
<우리를 다스릴 왕이 없기때문에 하늘이 보내신 분임이 틀림없다.>
<그래 맞아! 저 분은 성스럽고 재주가 뛰여난 사람이기때문에 나라를 잘 다스릴거야.>
<우리의 왕으로 받들어 모시자!>
모여든 사람들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노인이 이렇게 말한후 먼저 무릎을 꿇고 엎드려 연오랑에게 절을 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엎드렸다.
<하늘이 보내신 이여! 부디 저희들의 왕이 되여주십시요.>
일본 사람들은 연오랑에게 하늘의 뜻이 아니였다면 자기가 바위를 타고 여기까지 올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그들의 왕이 되였다.
왕이 된 연오랑은 각 마을의 대표를 뽑아 신하로 삼고 나라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너그럽고 공정한 정치를 펼쳤기 때문에 곧 나라의 질서가 잡혔고 , 백성들은 평화롭게 살게 되였다.
그러던 어느날, 세오녀를 태운 바위도 연오랑의 바위와 마찬가지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 사람들은 이번에는 여자가 바위를 타고 오자<신기한 일이 또 일어났어 . 우리의 왕께서 바위를 타고 오셨는데 이번에는 아름다운 여자분이 바위를 타고 오셨어. 이것은 틀림없이 하늘이 보내주신 우리의 왕비님이야.> 하며 세오녀를 왕에게 데려갔다.
<대왕마마, 바닷가 항구에 어떤 여인 한 사람이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습니다. >
신하가 하는 말에 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뭐라고? 한 여인이 바위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는 그 말이 사실이더냐?>
<예, 그러하옵니다.>
<그렇다면 어서 그 여인을 여기로 모셔오너라.>
연오랑은 그 여인이 세오녀일수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궁궐로 들어온 여인은 과연 세오녀가 분명했다.
<여보, 세오녀!>
<다, 당신......!>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았다. 낯선 나라에서 기적적으로 다시 만나게 된 기쁨의 눈물이 두 사람의 뺨을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연오랑은 세오녀를 왕비로 삼았다. 동해 바닷가에서 고기잡이를 하던 남편 연오랑은 일본이라는 섬나라의 왕이 되고, 길쌈을 하던 아내 세오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왕비가 되였다.
신라에서 온 이들 부부가 일본을 다스리게 되자 일본은 평화롭고 광명에 찬 나라가 되였으나, 신라에는 반대로 무서운 어둠이 덮쳐왔다.
그것은 연오랑과 세오녀가 일본땅으로 건너간 날부터 신라에는 해도 뜨지 않고 달도 뜨지 않았던것이다. 밝음이 없어지니 귀신들과 도깨비들이 날뛰고 도둑이 들끓었다.
<어느날 갑자기 해와 달이 뜨지 않다니....,정말로 괴상한 일이로다.!>
아달라 이사금은 걱정이 되어 이름난 점쟁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점쟁이가 말했다.
<우리 나라에 있던 해와 달의 정기가 지금은 일본 땅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겁니다.>
<해와 달의 정기가 일본으로 옮겨가다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
<예, 동해바닷가에 살던 연오랑과 세오녀라는 부부가 해와 달의 정기였습니다. 얼마전 그들이 일본땅으로 건너갔기에 해와 달의 정기가 없어진 것입니다.>
점쟁이늬 말을 듣자 왕은 즉시 일본으로 사신을 보내여 연오랑과 세오녀에게 돌아와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나 연오랑과 세오녀는 쉽게 그 청을 받아들일수가 없었다.
<내가 일본으로 온것은 하늘이 시킨 것인데, 내 어찌 이를 거역하고 돌아갈수 있겠소.? 대신 , 나의 아내가 고국을 그리면서 짠 비단이 있으니 그것으로 하늘에 제사를 드리면 해와 달이 다시 나타날수 있을지 모르오.>
연오랑은 이렇게 말하면서 아내가 짠 고운 비단을 내주었다.
사신이 돌아와서 비단을 바치자, 아달라 이사금은 동해 바닷가에 제단을 차려 그 비단을 올리고 하늘에 정성스럽게 제사를 드렸다.
그제서야 동해에 붉은 해가 솟아오르고 밤에는 둥근 달이 떠올랐다.
<으음, 이 비단이야말로 더없이 귀중한 나라의 보물이로다. >
아달라 이사금은 그 비단을 나라의 보물로 삼아 궁궐의 보물 창고에 소중히 보관하게 했다. 그리고 그 창고의 이름을 <귀비고>라고 하였고, 제사 지낸 곳을 <영일현> 또는 <도기야>라고 불렀다.
<귀비고>란 고귀한 부인의 창고라는 뜻인데 후에 없어졌다. 대신 그 자리에 <일월지>라는 큰 못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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