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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률스님의 환생
신라 서라벌의 망덕사에 선율스님이 있었다. 스님은 부처님의 말씀을 여러 사람에게 전하기 위하여 책을 내려고 목판에 여러해동안 열심히 부처님의 말씀을 새겼다. 그런데 선율스님은 그 목판을 미처 완성하기도전에 세상을 뜨게 되였다.
선율스님의 혼령은 49일동안 저승길을 걸어 염라국의 명부전에 들어갔다. 이때 염라대왕이 높은 곳에 앉있다가 물었다.
<너는 인간세상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선률스님이 대답했다.
<저는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말씀을 목판에 새기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왔습니다.>
<부처님의 말씀을 목판에 새겼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목판에 다 새기면 책을 찍을 생각이였습니다. >
<음, 좋은 일을 하다가 왔구나.>
염라대왕은 이렇게 말하고는 옆에 있는 저승사자에게 <저 사람의 명부를 다시 한번 조사해 보도록 하여라.>하고 명했다.
저승사자가 명부를 넘겨 염라 대왕에게 내밀며 보이자 염라대왕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해진 너의 목숨은 끊났다. 그러나 그런 좋은 일을 하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왔다니 아까운 일이다. 내가 특별히 목숨을 연장해 줄테니 다시 인간세상에 되돌아가서 일을 완성하도록 하여라.>
<감사하옵니다, 염라대왕님. 그 일을 완성한후에 아무 미련없이 이곳 저승으로 오겠습니다. >
선율스님은 염라 대왕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염라국의 명부전을 나왔다.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오려면 49일동안 저승길을 걸어야 했다.
선율스님이 부지런히 저승길을 걷고 있는데 한 젊은 여자가 나타나 울면서 절을 하고는 선율스님에게 말했다.
<스님, 저도 역시 염주부의 신라 사람이였습니다. 제가 이승에 있을때 저의 집은 금강사의 밭과 나란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부모님이 금강사 밭의 밭고랑 하나를 몰래 저희 밭 쪽에 두고 밭둑을 쌓았습니다. 그 죄로 저는 이곳 저승에서 오랫동안 무거운 고통을 받았습니다. 이제 스님께서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시거든 저의 부모님께 알려 속히 그 절의 밭고랑을 되돌려 주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세상에 있을때 참기름을 침상 밑에 간직해 둔것이 있습니다. 원컨대 스님께서 저의 그 참기름을 팔아서 스님이 새기시는 대반야 바라밀다경의 목판을 완성하는 데 보태여 쓰십시오 그러면 황천에서라도 부처님의 은혜를 입어 이 고통속에서 벗어날수 있을것 같습니다. >
선율스님은 염라국에서 고생하는 여인이 가엾게 생각되여 이렇게 물었다.
<그대의 집은 어디에 있소?>
<예, 서라벌 사량부 구원사의 서남쪽 마을에 있습니다. >
<알았소. 그대의 말대로 해줄테니 안심하고 정성껏 기도를 하시오.>
선율스님은 그 젊은 여자를 위로하고 다시 인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저승길을 걸었다.
49일이 되어 스님은 마침내 소생하였다. 그때는 그가 죽은지 이미 열흘이 지난 때였고, 남산의 동쪽 비탈에 장사 지내져 있었다.
<살려주시오! 사람 좀 꺼내주시오!>
무덤속의 관속에 갇혀있는 선율스님은 주먹으로 쾅쾅 관을 두드리며 목청껏 소리쳤다. 그러나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후였다. 남산 기슭에서 소에게 풀을 먹이던 아이들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돌쇠야, 이게 무슨 소리지?>
<글쎄?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기는 나는데........>
돌쇠와 아이들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고 선율스님의 무덤이 있는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계속 들렸다.
<무,무덤 속에서 나는 소리인것 같아.>
돌쇠는 얼굴이 파랗게 질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 귀신이다!>
소에게 풀을 먹이던 아이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줄행랑을 쳐 단숨에 망덕사 앞에 이르렀다.
돌쇠와 아이들은 망덕사 대문을 쿵쿵 두드렸다. 주지 스님은 또 아이들의 장난인줄 알고 <이놈들!>하고 소리를 지르며 문을 열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도망가려고 하지 않고 ,
<저, 저, 저기로 가 보세요.>하며 숨이 가빠 뒷말을 잇지 못했다.
주지 스님은 오늘은 아이들이 장난을 치러 온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무슨 이야기인지 자세히 말해보라고 하였다.
<저 요전에 스님이 돌아가셨지요?>
<그래, 선율 스님이 돌아가셨지.>
<지금 그 선율스님의 무덤속에서 무슨 소리가 나고 있어요.>
아이들은 스님에게 이렇게 말하며 어서 가보자고 하였다.
<에끼, 고얀놈! 죽은 사람의 무덤에서 무슨 소리가 난단 말이냐?>
주지 스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절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정말이라고 하면서 주지 스님의 소매를 끌어당겼다.
<이 녀석들아, 어른을 놀리면 못쓴다.>
<아니예요,주지스님. 정말이란 말이예요.>
주지 스님은 아이들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반신반의하면서 선율스님의 무덤으로 갔다. 아이들의 무덤에 귀를 대고 정말 소리가 나고 있으니 들어보라고 했다.
주지 스님은 믿지 못하면서도 무덤에 귀를 대었다. 그랬더니 무덤속에서 관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주지 스님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 눈이 소의 눈만큼이나 커졌다.
<맞지요? 우리들의 말이 맞지요?>
아이들의 말에 주지 스님은 고갯깃으로 대답하고 급히 마을로 뛰여가서 사람들을 모았다. 괭이와 삽을 들고 온 마을사람들은 선율 스님의 무덤을 재빨리 파헤쳤다.
이윽고 관이 드러났다. 그러자 관속에서 또렷하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선율이고. 어서 나를 꺼내 주시오!>
사람들은 달려들어 관 뚜껑을 열었다. 이때 관속에 누워있던 선율스님은 길게 한숨을 내쉬면서 관속에서 일어났다. 주지 스님과 마을 사람들은 겁이 나서 모두 뒤로 주춤 물러났다.
죽었던 선율 스님은 부쩍 여윈 얼굴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옷소매로 땀을 훔친 스님이 힘없는 소리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른지 아마도 사흘은 되는것 같습니다. >
그제서야 주지 스님과 사람들은 그가 정말 선율 스님인것을 알고 어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선율스님은 염라국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들려준후 이렇게 덧붙였다.
<부모의 죄를 대신 받아 염라국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있는 그 처녀의 사정이 매우 딱하니 먼저 그곳으로 가 봐야 되겠습니다.
선율 스님은 재빨리 걸음을 옯겼다. 그러자 주지 스님과 마을 사람들은 이상하기도 하고 신비하기도 하여 선율 스님의 뒤를 따랐다.
서라벌 사량부 구원사 서남쪽 마을을 찾아가니 과연 처녀의 집이 있었다. 선율 스님은 처녀의 부모에게 염라국에 가서 그 집 딸을 만난 이야기를 자세하게 들려주었다.
<죄 많은 우리 때문에 딸아이가 황천에서 그렇게 고통을 받고 있다니....... 우리 부부의 죄가 너무 큽니다.>
처녀의 부모들은 땅을 치며 통곡하며 크게 뉘우쳤다.
자기들이 죄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딸이 죽었는데, 벌써 15년이 지났다고 했다.
<아아, 업보란 그렇게 무섭구나!>
<착하게 살아야지, 암, 착하게 살아야 하고말고.>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모두 두려워했다. 밭 한고랑을 훔친 죄로 사랑하는 딸이 염라국에 가서 15년동안이나 고초를 겪다니 죄란 참으로 두려운 것이로구나 하고 모두 머리를 흔들었다.
부모들은 딸이 사용하던 침상 밑과 벽 사이를 뒤져 참기름항아리와 베를 찾아내여 선율 스님에게 주면서 말했다.
<스님, 당장 금강사에 밭을 돌려주겠습니다. 그리고 죄는 저희가 받겠으니 스님께서 불공을 드려 죄없는 우리 딸을 구해주십시오.>
선율 스님은 참기름과 베를 받아다가 처녀의 부탁대로 해주고 그녀의 명복을 정성껏 빌었다.
어느날 밤 선율 스님의 꿈에 처녀가 나타났다.
<스님, 감사합니다. 스님의 은혜를 입어 저는 이제 죄에서 풀려나와 좋은 곳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스님의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
당시 사람들은 이 일을 전해 듣고는 놀라고 감복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선율 스님의 목판 새기는 일에 성의껏 찬조하여 그 대경전이 완성되도록 도왔다.
완성된 그 대경전은 경주의 승사서고에 보존되여 후세에까지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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