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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 밥
2010년 10월 09일 22시 16분  조회:3092  추천:0  작성자: 장경매
                              죽 밥
      오늘은 맛지게 지으려고 무지 애를 썼는데 외려 밥이 죽밥이 되였다. 옛날같으면 죽밥이라고 남편은 투정했으련만 요즘들어 자주 죽밥을 해도 아무 말 없다. 나역시 죽밥이 좋았다. 나이 50이 가까히 들면서 조금씩 된 밥이라도 잘 넘길수 없고 넘겼다더라도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한참은 불편을 겪군 한다. 한끼 묵은밥도 잘 넘기지 못해 끓여 먹어야 하니 나이가 알려주는 경종인가 보다.
       죽밥을 드려다보니 흘러간 지난세월에 죽밥을 지어놓고 나와 아버지의 투정에도 아무말 없으시던 엄마가 떠 오른다. 위병으로 쓰린 위를 안고 엎디여 있으면서도 아프단말없이 몰래 병고생하셨다. 그러면서도 우리구미에만 맞게 꼬식꼬식하게 밥을 지어 주셨던 엄마였다. 그것이 엄마의 위병을 더 심하게 만들었던것이다. 그때만하여도 지금처럼 의약이 풍부하지 못해 끊이지 않는 치료였지만 한가지로만 받는 치료여서 효과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다가 우리가 즐겨먹는 꼬식한 밥을 드셔야 했으니 병이 낳으면 얼마나 낳으랴 지금처럼 가전제품들이 있어 따로 끓여먹으면 괜찮으련만 그때는 가전제품이 없었고 끓여먹자면 화로불을 피워놓고 끓여야하니 아주 번거로웠다. 엄마는 자신 한사람  때문에 화로불까지 피우려하지 않았다. 자기생각밖에 할줄 몰랐던 나는 그런 생각은 더욱 할줄 몰랐다. 지금 나는 저도 모르게 꼬식한 밥을 멀리 피하고 자꾸만 죽밥을 가까히 하면서부터 지난날 엄마를 새삼 읽게 된다. 처음 엄마도 나처럼 증상이 있다가 식구들따라 된밥을 우격다짐으로 자셨기 때문에 나중엔 위출혈로 돌아가셨을것이다. 때때 죽밥이라도 제대로 드셨더라도 그다지 일찍 돌아가시지 않았을것이다. 철없던 나때문에 일찍 돌아 가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진다.
      오늘은 오랜만에 딸이 왔기에 딸의 구미에 맞는 꼬식한 밥을 지으려했는데 그만 죽밥이 된것이다. 좋아하는 죽밥을 해놓고도 먹을수가 없다. 철없던 지난날이 너무 야속하고 얄밉기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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