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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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멍에 넣다
2019년 08월 19일 08시 45분  조회:718  추천:0  작성자: 륙도하

 


다른 구멍에 넣다 / 최영철

현금 인출기에 카드를 밀어 넣는데
구멍이 카드를 밀어낸다
자꾸 넣어도 자꾸 밀어낸다
구멍이 자기를 밀어낸다는 걸 알았는지
구멍이 밀어내기도 전에 카드가 먼저 비집고 나온다

몇 번을 그러고 있는데 뒤에 줄 선 아주머니
내 어깨를 툭툭 친다

아차

누가 이 많은 구멍을 만들었을까
현금 카드를 넣는다는 게 전화카드를 넣어버렸다
아주머니가 웃고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변창렬  (길림시)서울:

비누 / 강초선

그의 몸은
물에 닿으면 반드시 녹는다
그러나
젖은 제 몸의 향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까닭에
한순간의 生이
뜬금없는 거품일지라도
오래 전
세상 눈뜨기 전부터 키워온
제 몸의 향기를
흐르는 물에
아낌없이 게워낼 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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