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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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 / 이재무
2019년 08월 19일 10시 29분  조회:772  추천:0  작성자: 륙도하

모텔
이재무

 

사랑을 훔친 쾌락의 밀림을 찾는다
감각의 제국, 상한 짐승끼리 만난 상처의 부위
미친 듯 혀로 핥으며 밑구멍 열어놓은 연탄불처럼 타오르다
하얀 재로 쓰러지는 허무의 불꽃
에로의 폭탄주 파멸의 오르가즘
성내고 보채는 불륜의 악마를 달래기 위해 모텔에 간다
뱀이 되어 엉킨 시련의 몸에서 솟는,
설탕처럼 달콤하고 아교처럼 끈적거리는 땀
성긴 밧줄 되어 나무토막이 된 지 오래인 생을 묶는다
사랑의 정거장, 사랑의 고아원, 사랑의 간이 휴게소,
불안한 영혼의 지명수배자들이 찾는 은밀한 도피처,
삶의 채무로부터의 도망
잠시잠깐 그렇게 황홀한 지옥을 살다가
출구에서 서성거리는 도덕과 순결 챙겨
도시의 익명 속으로 재빠르게 스며든다

공광규 지음 『이야기가 있는 시 창작 수업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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