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http://www.zoglo.net/blog/caiyongchun 블로그홈 | 로그인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수필/단상/칼럼/기행

다문화가족론
2013년 06월 05일 10시 30분  조회:3855  추천:2  작성자: 채영춘

일전에 한 조선족 지인의 아들혼례식에 다녀온적이 있다. 그날 혼례식 포인트는 “한족며느리 맞기”였다.

결사반대했던 혼인이였는데 예비신부의 갈고닦은 조선족례의범절수준과 완벽한 조선말구사실력에 높은 점수를 줄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인내외가 내 언제 그랬냐싶게 한족며느리를 기꺼이 받아들이게 됐다는것이다.

상당히 인상적인 혼례식이였다. 조선족의 뺨을 칠 정도의 류창한 조선말로 혼인서약을 맹세하는 한족신부의 자태도 일품이지만 우아한 한복차림을 한 한족신부의 어머니가 조선족신랑의 어머니와 조선족춤으로 자연스레 엮이면서 화기애애하게 혼례식절차를 밟아나가는 장면은 하객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하나의 진풍경이였다. 조선족문화에 입문하고저 한족며느리는 물론 그 부모들이 얼마나 땀동이를 쏟았을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였다. 세월의 변화가 느껴진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세간에서 충격적인 이슈로 말밥에 올랐던 조선족과 타민족사이의 혼인이 오늘날 그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나 세간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수 있는 혼인문화로 서서히 정착해가고있는 사실에 놀랍다. 그날 례식장에서 내가 앉은 좌석만 봐도 그렇다. 아홉명 조선족하객가운데 아직 자식들이 미혼인 나를 포함한 세명은 이미 한족며느리를 맞아들인 다섯명 경력자들의 “포위”속에 “약소군체”로 자리매김한 상황이였으니 말이다.

우리의 주관념원과는 상관없이 조선족정체성의 존속과 발전은 오늘날 글로벌시대의 도래와 함께 다원공존이라는 변화의 흐름을 타게 되였다. 소박한 민족공동체의 단일화 생태공간에서 전통적 민족의식에 국한된 삶을 살아온 조선족에게 먼 장래의 가능성으로 들먹거려졌던 다문화가족현상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서고있는것이다.

변화된 환경은 변화된 의식을 낳기마련이다. 민족의 운명,민족의 미래와 같은 거창한 표현은 이제 더는 지난세월 페쇄된 생존공간에서 인식되던 그같은 획일적인 사유의 꼬리표가 될수 없음을 분명히 시사하고있다. 여러 민족 공존공생의 다원화 생태는 우리로 하여금 조선족과 기타 민족이 사회갈등과 인정세태,물질적 삶과 정신적 추구, 환희와 번뇌, 리상과 곤혹 등 면에서 운명을 함께 하는 공동체로 되고있음을 깨닫게 하고있다.

열린 민족주의리론의 시각에서 력사를 돌이켜볼 때 순수한 민족이란 없다.인류의 력사는 이민의 력사이며 타민족과의 융합의 력사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방된 글로벌화 환경에서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조선족과 타민족의 혼인을 인식하며 이런 혼인이 조선족사회발전에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조선족의 타민족며느리, 타민족사위는 다원공존생태환경의 필연적 산물로서 그들 대부분이 본문의 서두에 언급한 “한족며느리”처럼 조선족례의범절과 조선말구사실력을 포함한 조선족문화의 입문에서 뼈를 깎는 각고로 조선족사회 구성원으로 될 “자격”을 당당하게 따낸이들이라고 알고있다. 오늘날 이같은 상황은 300여년전 하북성 청룡 등지에 이민하여 조선족언어, 문자, 력사, 풍속을 깡그리 망각하면서 만족, 한족속에 녹아든 “박씨성”조선족들의 통혼실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조선족문화가 뿌리 깊은 나무,샘이 깊은 물로 이 땅에 건재할 때 청룡 "박씨성"조선족의 그런 비극은 두번 다시 없을것이다.

조선족의 대이동이 전격화되면서 조선족 미풍량속을 비롯한 조선족문화의 전승과 발전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있을 때 중한수교에 의한 두 나라 문화교류의 장이 열리면서 조선족사회발전의 중요한 변수로 되고있어 고무적이다. 한류의 물살을 타고 우리 나라에서 200개에 달하는 대학교가 한국어강좌를 설치하여 타민족이 우리 말 언어와 문화로의 접근에 푸른등을 켜주고있다. 현재 연변대학만 보더라도 260여명의 한족학생이 우리 말 배우기에 전념하고있다. 이들 다수가 어릴 때부터 조선족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따라서 이들이 조선족의 며느리감, 사위감 후비력량으로 될 확률이 높다는 점에 대해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것이다.

우리 민족 언어를 완벽하게 익히고 우리 민족 미풍량속을 환히 꿰뚫고있으며 우리 민족 문화에 흠뻑 도취된 타민족며느리, 타민족사위는 조선족사회의 귀중한 인문자산으로서 21세기 조선족문화교두보에서 특수한 군체로 떠오를것임이 분명하다. 상기한 타민족며느리, 사위감에게 높은 점수를 주려 하는것이 오늘날 조선족 부모들의 마음일것이다.

타민족의 우수한 며느리, 사위들의 조선족사회가맹에 힘입은 이같은 민족동화가 조선족의 밝은 미래와 점철되는 오작교가 될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변일보 5일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전체 [ 6 ]

Total : 108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8 원림록화승격공사, 가장 현명한 결책 2022-06-30 0 1042
107 고희 연변의 ‘형태’와 ‘신태’ 2022-06-24 0 1010
106 [칼럼] ‘온라인 회식쇼’의 의미 (채영춘) 2022-04-22 0 963
105 봉금격리 영탄곡 2022-03-25 0 1039
104 연변축구의 재기에 부쳐 2022-02-24 0 840
103 한 민간단체의 선행에서 느낀다 2022-02-10 0 858
102 새 TV방송공개홀 가동의 의미 2022-01-27 0 872
101 도시존엄잡담 2021-12-02 0 1094
100 가깝고도 먼 곳 2021-11-18 0 996
99 장진호, 위대한 정신의 심벌 2021-11-08 0 1272
98 신앙과 감당 2021-07-01 0 1104
97 홍색생태문화와 향촌진흥 전략의 ‘이중주’ 2021-06-03 1 1320
96 역경에 도전하여 펼쳐낸 <새봄의 축복> 2021-02-19 0 1203
95 ‘뿔뿔이’와 ‘풀뿌리’—화동조선족주말학교에서 느낀다 2021-01-04 1 1234
94 애국주의 단상 2020-10-29 0 1410
93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 기획물이 주는 계시 2020-10-22 0 1414
92 도시문명건설 ‘100일 공략’ 잡담 2020-09-24 0 1381
91 정률성이 온다 2020-08-27 0 1683
90 연변축구의 운명변주곡 2020-07-20 0 1621
89 조선족 인권수호의 쾌거 2020-07-14 1 1553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