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http://www.zoglo.net/blog/caiyongchun 블로그홈 | 로그인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수필/단상/칼럼/기행

‘뿔뿔이’와 ‘풀뿌리’—화동조선족주말학교에서 느낀다
2021년 01월 04일 08시 25분  조회:1127  추천:1  작성자: 채영춘

‘뿔뿔이’와 ‘풀뿌리’는 어원이나 의미에서 전혀 색다른 단어임에도 쌍둥이처럼 안겨오는 데는 아무래도 우리 민족의 근성과 생태를 떠올리는 그 무언가가 잠재해있는 까닭이 아닐가 싶다.

‘뿔뿔이’의 흩어져떠나간다는 의미와 달리 ‘풀뿌리’는 식물체를 땅에 고착시키고 물과 영양물질을 흡수하여 생장조절 물질과 식물호로몬을 합성하여 번식기능을 수행하는 끈질긴 정착력의 대명사로 인식돼왔다. 그러니까 ‘뿔뿔이’는 떠난다로, ‘풀뿌리’는 고착된다로 완전히 상반되는 뜻을 담고 있다. 전혀 색다른 의미의 단어지만 조선족의 150여년 력사에 신통히 걸맞은 표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150여년 전, 우리 선인들은 살길을 찾아 ‘뿔뿔이’ 중국땅으로 이주하여 들어와 개척의 첫 괭이를 박으면서 중국조선족의 억센 ‘풀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150년 후, 글로벌시대에 부응한 조선족 후예들은 해외와 국내 여러 지역으로의 ‘뿔뿔이’ 대이동으로 새로운 디아스포라 다문화 삶의 ‘풀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런데 우리 민족의 ‘뿔뿔이’와 ‘풀뿌리’ 사이를 합성시키는 련결고리가 민족교육이 아닌가 한다. 다시말해 ‘풀뿌리’를 낯선 땅에 내리기 위한 점착제와 같은 기능이 민족교육의 힘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1906년 중국조선족 근대교육의 효시로 되는 서전서숙을 불씨로 지펴진 근대 민족교육의 불길은 조선족이 뿌리를 내린 동북지역에 470여개의 조선인 사립학교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면서 중국조선족 ‘풀뿌리’ 정착을 위한 정신적 밑거름으로 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조선족의 이동과 정착을 동반한 민족교육 향학열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그 어떤 렬악한 환경에서도 끈질기게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게 한 내적 동력이였다.

개혁개방 이래 단일한 동북지역 조선족 거주 구도가 변화돼 국내 연해지역으로 폭넓게 확산세를 타면서 우리 민족 지성인들의 향학열은 국내 심장부에서 새로운 흐름을 탄다.

일전에 필자는 SNS을 통해 화동조선족주말학교의 멋진 활약상을 읽으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느꼈다.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도시 상해에 보란듯이 오픈한 조선족주말학교가 내건 슬로건이다-

“우리 말과 글 배움의 요람, 전통문화 전승의 거점, 글로벌경쟁력 함양의 장, 민족정체성 보전의 보루!”

연해지역 도시의 조선족인구는 급증하고 있지만 민족교육 기관이 거의 없는 이런 도시에서 우리 말, 우리글 이 조선족 어린이들로부터 점점 멀어져가고 있으며 중국 조선족 사회에서 ‘우리 말 벙어리’, ‘우리 글 문맹’이 량산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안으로 발족시킨 조선족주말학교이다.

“말로만 중요성을 강조하고 리론적 연구에만 그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면서 설립한 상해조선족주말학교가 그 영향력이 확대되여 화동조선족주말학교로 변신하면서 올해로 10년을 맞는다. 그 선두에 복단대학 박창근 교수가 총대를 메고 있다. 뛰어난 지략과 식견, 탁월한 학문적 수양을 겸비한 ‘천재’로 소문난 명문대 교수가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여 여생을 화동지역 조선족 어린이들과 함께 한다는 집념으로 벌리고 있는 거사를 두고 필자는 ‘뿔뿔이’ 흩어져있는 화동지역 조선족들을 민족교육의 힘으로 통합시켜 중국대지에 억센 ‘풀뿌리’로 뿌리를 내리도록 이끄는 21세기 화동의 ‘서전서숙’을 떠올리게 한다.

올해초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할 때에도 화동조선족주말학교는 ‘온라인 수업’ 방식을 도입하여 3월초에 개학개강하였고 6월초부터는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였으며 9월에 시작된 제2학기에는 ‘대면수업’으로 전문 복귀하였다. 코로나 19가 창궐했던 때에도 화동조선족주말학교의 수업은 멈추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2020년의 승자는 코로나가 아니라 우리다!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는 우리 민족 차세대, 차차세대의 우리 말과 글 및 전통 문화교육에 대한 의지와 열정, 헌신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이러한 의지와 열정, 헌신정신의 현실화에 기여한 옳바른 방안, 방법과 방식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화동조선족주말학교 교장 박창근 교수의 자랑찬 독백이다.

연변은 전국의 유일한 조선족자치주로서 나라의 민족자치법과 민족어문 정책의 혜택을 받는 고장이다. 우리 나라의 민족어문 정책은 1954년에 헌법에서 법규로 규정된 이래 현행헌법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1982년에 제정된 현행헌법은 4차에 걸쳐 일부 수정되기는 했지만 민족어문 정책과 관련된 내용만은 한마디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참으로 좋은 정책을 향유하고 있어 맘만 먹으면 조선족 언어문자와 관련하여 많은 실제적인 일들을 해낼 수 있다.

올해에 필자는 주안의 몇몇 조선족 촌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빈곤해탈 공략전을 거친 시골마을들은 깔끔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반기고 있었다. 하지만 촌의 공중장소와 길 량켠에 세워진 계시판과 표어판, 회의실  안팎에 울긋불긋 도배된 각항 제도, 건강지식을 망라하여 모든 글들은 청일색 한어로 되여있었다. 조선족이 대부분인 촌이라 한어글을 알아보는 촌민들이 극소수에 불과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연변은 조선족자치주이다. 자치주면 응분한 역할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조선족의 구심점으로서의 책무감을 명기하고 우리 자신의 확실한 ‘풀뿌리’의식으로 ‘뿔뿔이’ 흩어져가는 조선족사회를 정신적으로 융합시키기 위한 반듯한 민족 언어문자 교육 성채의 구축, 우리 연변이 감당해야 한다. 화동조선족주말학교가 주는 계시이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08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8 원림록화승격공사, 가장 현명한 결책 2022-06-30 0 932
107 고희 연변의 ‘형태’와 ‘신태’ 2022-06-24 0 873
106 [칼럼] ‘온라인 회식쇼’의 의미 (채영춘) 2022-04-22 0 830
105 봉금격리 영탄곡 2022-03-25 0 865
104 연변축구의 재기에 부쳐 2022-02-24 0 713
103 한 민간단체의 선행에서 느낀다 2022-02-10 0 734
102 새 TV방송공개홀 가동의 의미 2022-01-27 0 756
101 도시존엄잡담 2021-12-02 0 966
100 가깝고도 먼 곳 2021-11-18 0 896
99 장진호, 위대한 정신의 심벌 2021-11-08 0 1151
98 신앙과 감당 2021-07-01 0 1006
97 홍색생태문화와 향촌진흥 전략의 ‘이중주’ 2021-06-03 1 1183
96 역경에 도전하여 펼쳐낸 <새봄의 축복> 2021-02-19 0 1034
95 ‘뿔뿔이’와 ‘풀뿌리’—화동조선족주말학교에서 느낀다 2021-01-04 1 1127
94 애국주의 단상 2020-10-29 0 1306
93 《붉은 해 변강을 비추네》 기획물이 주는 계시 2020-10-22 0 1283
92 도시문명건설 ‘100일 공략’ 잡담 2020-09-24 0 1238
91 정률성이 온다 2020-08-27 0 1574
90 연변축구의 운명변주곡 2020-07-20 0 1508
89 조선족 인권수호의 쾌거 2020-07-14 1 1458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