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절에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할머니가 세상뜨신지도 벌써 30년이 돼간다. 부모님을 모시고 차로 한시간 반 넘게 달렸다. 다시 반시간 가까이 등산하듯이 산발을 타서 산소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다 되였다. 아버님도 이제는 여든이 가까워온다. 그러나 할머니 산소는 청명절, 추석명절 빼놓지 않고 다니신다.
산소에 흙을 올리고 제사를 지내고 나니 벌써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다. 산소앞에서 집에 담가두었던 앵두술 한잔 마시며 옛 고향의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둥실 떠가는 저 하늘이 마냥 푸르기만 하다.
어떤 사람들은 청명절과 추석에 산소에 간다고 하면 미신을 믿는다고 웃는다. 조상숭배요 , 우상숭배요 하면서 말리기까지 한다. 조상숭배라고 해도 좋고 우상숭배라고 해도 좋다. 내가 어릴적 그렇게 사랑해주시던 할머님께 일년에 두번 찾아뵙는것이 형식이면 어떻고 숭배라면 어떻겠는가?! 이미 저 세상간 어르신에 대한 예의이고 효도를 갖추는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풍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은 외삼촌의 생각이 떠오른다. 외삼촌은 언제부터인가 어떤 종교를 믿더니만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는날 제사상에 술 한잔 붓지않고 절 한번 안했었다. 지금은 옛날처럼 먼길 떠날때 절을 하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먼길 갈때 부모님께 절을 하는것이 예의였다. 하물며 다시 못볼 먼길을 떠나는 부모님께 절을 올리는것이 어찌 조상숭배로 생각해야 하는것일까?.
영원한 사별을 하게 될 부모님께 인사 한번 올리지 않고 머리돌려 외면하는 자식이 사랑의 종교라는 그 사랑을 뭘로 어떻게 하며 효도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어찌 제대로된 삶을 기대할수 있을가 싶어진다.
<이제는 내 몸도 늙어서 산길을 타기가 힘든데 내년에는 다시 보러 올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면서 할머니 산소에 말씀하시고 돌아서시는 아버지의 뒤모습을 보면서 나도 어쩐지 서러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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