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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2015년 05월 20일 09시 28분  조회:2334  추천:0  작성자: 行者金文日
  요즘은 짓꿎은 날씨때문인지 마음이 침침하고 무겁다. 아직도 며칠 비가 더 내릴것이라고 한다. 실은 날씨때문에 내 맘이 무거운것이 아니고 내 마음이 무거워서 날씨가 싫어지는줄 안다. 이럴때면 허구한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서 바람처럼 훌쩍 떠나고 싶다.
출장을 다녀온지  한달도 채 안되지만 그냥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것은 아마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내 맘이 아닐까 싶다. 출장이 아닌 여행을 떠나고 싶다. 자유로이 저 멀리 하염없이 걸을수 있는곳으로 가고싶을 뿐이다.
<사람이 여행을 하는것은 도착하기 위한것이 아니라 길을 떠나기 위해서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독일의 작가 괴테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여행 그 자체가 아니라 인생을 나그네길에 비유하고 있는듯 하다.  괴테는 정치가로서도 바이마르 공화국의 재상까지 지낼 정도였으므로 공무여행이 많았다. 그가 다닌 많은 여행중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받은것이 이탈리아 여행이였다고 한다. 이때 그는 그 남쪽 나라의 풍물과 고대 이탈리아의 높은 예술성에 충격을 받아 그의 세계관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 음력설때 친구들과 함께 어딘가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못한다면 약속을 안하기만 못하다는 친구의 말에 정말 부득이한 사정때문이였지만 차마 변명을 할수 없었다. 정말 부득이해서 어쩔수 없이 약속이 취소되는 경우가 있기에 나는 약속을 가급적 피한다. 약속한다는것은 상대나 자신에게나 모두 큰 부담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러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야 진정 약속을 지킬수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한다. 그래야 진정 당신의 인격이 돋보일수 있다. 인간은 이 세상속을 한때 지나갈 뿐인 나그네와 같은 것이라고 중국 도교의 시조로 일컷는 로자는 말했다. 그 깊은 뜻이 따로 있겠지만 나는 다른 생각을 해보았다. 즉 사람의 삶이란 인생의 종점에 도착하기를 서두르지 않고 가장 풍성하고 성실한 여행을 즐겨야 하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나니 더 여행이 그립다. 독일의 작곡가 바그너는 <방랑과 변화를 사랑하는 것은 살아있는 자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방랑과 변화를 구하는 감정이리라.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야속하기도 하다. 약속은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다는 증명이라고도 한다. 정말 내 곁에 아무도 없다면 그 흔한 약속도 할 사람이 없을것이다. 약속이 많은 사람은 주위사람들로 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것은 약속은 하는것보다는 지키는것이라고 한다. 누구나 약속을 어길때면 다 이유가 있겠지만 고의로 약속을 어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남한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주고 있다는것을 의식하지도 못한채 무심코 해버리고 지키지 않는 약속으로 인생은 멍들어 가기도 한다. 신뢰가 무너지기도 한다. 가까운 사이라도 서운함이 깊어지기도한다.
긴 인생길을 함께 여행한다는 약속은 쉽게 할수 있는것이 아닐것이다.
서로를 사랑하는 남녀가 있었다. 어느날 그 남자는 군에 뽑혀 전쟁터에 나가게 되였다. 그는 길을 떠나면서 거울 하나를 여자에게 주었다. 거울이 비춰주듯이 서로를 비출수 있기를 바라면서 다시 만나는 그날을 기약했다. 그때 남자가 말했다.
< 이 거울은 마술 거울이라오. 나도 하나 똑 같은걸 가지고 있는데 내가 죽어서 피가 거울에 튀면 당신의 거울에도 똑 같은 붉은점이 생길 것이오. 그리고 백일만 기다려 주오. 내가 백일후에도 오지 못하면 정말 내가 죽은줄 알고 다른 남자를 찾아 여생을 행복하게 살기 바라오.> 하고 길을 떠났다. 그렇게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났다. 멀리 전쟁터에 나간 청년을 일편단심 기다리던 처녀는 어느날 거울을 들여다 보다가 그만 기절해 쓰러졌다. 거울이 벌겋게 물들었기 때문이였다. 청년이 죽은줄로 생각한 처녀는 그 청년을 따라간다는 생각에 자결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청년은 죽지 않았다. 거울에 나타난 피는 적군의 피였다. 승전을 하고 돌아온 청년은 <백일만 기다리지>하고 피타는 소리를 쳤지만 이미 늦었다. 그 처녀를 양지바른 언덕에 묻고 나서 얼마 안지나 그 무덤우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여났다. 그런데 곱게 핀 그 꽃은 백일이 지나야 시들군했다. 백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처녀의 혼이 서린 꽃이라 하여 사람들은 그 꽃 이름을 백일홍이라고 불렀다한다. 백일홍의 이야기는 참으로 처량하지만 아름답다. 어릴때 민속이야기집을 읽으면서 약속만 서로 지켰어도 그리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거울을 처녀한테 주면서 약속을 한 그 청년이 참으로 미웠던 기억이 난다. 약속은 함부로 하면 안된다. 백일이 아니라 한달반도 기다리지 못하고 저버리는 약속은 안하기만 못하다. 이육사 시인의 꽃이라는 시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살아가면서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 꼭 해야할 약속은 있나부다.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온다. 여행을 떠나고 싶다. 누군가와 여행을 떠나자는 약속이라도 하고 싶다. 저 하늘을 날고싶다. 높은 고원의 하늘을 우러러 함성이라도 지르고 싶다.
 오늘은 비에 젖은 내 마음이 감기에 걸린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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