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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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난잡증을 전문 치료함
2013년 10월 02일 18시 52분  조회:8612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사회의난잡증을 전문 치료함
 
                                                   최 균 선
 
    버릇처럼 무딘 붓끝을 꼬나봤대야《비수》나《투창》이 될리만무하고 혹 꼬나봤댔자 해도 제자신이나 상하기 십상이니《식자우환》이라 할가? 그렇다고 사사건건 신변잡사를 늘여놓거나 화조월석을 뇌까리면서 까다로운 문구를 치약 짜내듯 하며 오기를 피우는것도 싱거운 짓이라 그저 붓방아만 찧다가 담배연기 굴뚝같이 토해봐도《령감》은커녕 상사병에 죽은처녀귀신도 접어들지 않는다.
    청조때 장조란 선비가 《로년의 독서는 대에 올라 달을 희롱하는것과 같을진 저…》하였으니 초당의 학구나 되여본다? 낡은 책을 얻어내여 도깨비 기와장 번지듯 하다가 문득 붓놀림이 귀신같이 될만큼 만권서를 독파하기전에 늙은 책귀신밖에 더 되랴싶어서 빈 하늘만 막연히 바라보고 앉아도《동쪽 울타리밑에 심은 국화꽃 따다가 / 유연히 남산을 바라보노라》하고 읊었던 도연명같은 초탈함도 가질수 없으니 내가 무슨 의난잡증에나 걸린게 아닌지…
    그래서 맨머리 샤쯔바람으로 거리에 나섰지만 오라는 곳이 없고 나 또한 가보고 싶은 곳이 없는지라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다가 한 우중충한 4층집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사회의난잡증을 전문 치료함》이라는 생경스러운 글이 내발길을 잡은것이다.
    호기심에 끌려 찾아들어가니 4층 맨 구석방에 로선생이 근엄하게 앉아있었다. 선풍도골은 아니였으되 도고한 그 모습은 옛날 덕망높은 은자를 련상시키기에 족했다. 게다가 눈까지 형형했고 석쉼한 목소리에 저력까지 있어 위엄스러웠다.
    《선생은 무슨 의난잡증에 걸렸기에 여기로 오셨소?》
    《예, 다른게 아니고 로선생께서 유별난 행업을 택하신게 궁금해서 얼핏 들려보 았았습니다.》
    《이 로옹을 공연히 난처하게 굴려는게 아니라면 지인지감으로 받아들이겠소. 서구의 한 사회학자가 마음이 밝은 사람에게는 사회가 하나의 큰 병원으로 보이고 인간은 곧 병자라고 하였소. 문인의 <일언흥방. 일언멸국(一言兴邦。一言兴国)》같은 힘 은 아예 믿지않으나 제나름대로 우국우민에 마응을 썩이는거죠.》
    《예, 아무튼 지성인이십니다. 하지만 선생을 미워하고 비웃을 사람들이 많을텐 데요…》
    《그럴테지요. 편작의 충언을 듣지않았다가 마침내 병이 골수에 미쳐서 죽게 된 제환공같은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니 원하는 자에게 무상치료를 해준다는거군요.》
    《그렇지요. 여기 림상증세에 따른 처방을 써둔게 있으니 보실 생각이면 가져다 보시지요》
    나는 로선생에게 경의를 드리고 집아 돌아오자마자 원고지에 옮겨쓰기 시작했다.
    병력 1:《유전성타식증》
    림상증세: 두가지로 나누어 진찰한다. 첫부류는《대담파》라 하는데 눈에 보이는건 다 탐식하려든다.
    이를테면 땅에서 기는것으로는 개미로부터 온갖 벌레, 뱀, 쥐에 이르기까지, 날아다니는것으로는 파리로부터 나비, 황충, 참새, 올빼미에 이르기까지, 물속에서 헤염치는것으로는 미꾸라지로부터 기름개구리, 두꺼비, 고래에 이르기까지, 털이 있는것으로는 닭털먼지털개를 내놓고 모든것, 네발가진것으로 걸상을 내놓고 산것이면 다 미식거리로 된다.
   그들은 지구의 생태평형이야 어찌 되든간에 먼저 탐식하고 볼판이다. 가령 국법이 허락한다면 동물원의 타조, 승냥이, 고슴도치, 구렝이…할것없이 다 잡아먹으려들 것이다.
    두번째 부류는《군자파》인데《대담파》처럼 직접 손을 대지않고서도 동물세계 의《륙해공군》을 모조리 탐식한다. 이들이 먹지 못하는것은 룡과 신선, 귀신과 요정 뿐인데 먹고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먹을 복이 없기때문이다.《군자파》는 서민계층에
는 없는 선택된《병자》들이다. 1980년대까지도 이들은 공금으로 차리는 만찬이 있다는 소리만 들어도 두다리가 무맥해지고 눈에서 이상한 빛을 발산하면서 턱이 처지 고 입귀로 게침을 흘렸다.
    시대의 발전과 더불어 세기말에 와서는 이런 저차원적 탐식가들이 드믈어졌다. 주지육림(酒池肉林)애 건이 절어들고 위장이 망태기가 되였으며 혈압이 한껏 높아져 심장기능이 말째이기에 영양과 분위기의 멋만을 추구하게 된것이다. 아무튼 두부류의 병자들의 공통한 심리라면 스스로《미식가》로 자긍하고 있는것이다.
    종합진단:《유전성탐식증》
    이 병은 중국의 국수(国粹)《츠허징( 吃喝经)》골수에 박힌데서 발병되였다. 19 80년대에 400억원이라는 공금이《군자》들의 위장에서 녹아나 세인을 경악케 했는데 1990년대 이후에는 해마다 1000억ㅡ1.200억원의 거금이 《츠허징》에 녹아나서 《먹새경제》라는 시대어까지 새로 태여났다. 중국의 세기적공정인 경구선철도부설에 든 총자금이 400억원이였는데 몇갈래 경구선이 해마다 그네들의 배속에 뻗어들어가니 과연 기네스북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겠다.
    콩죽은 내가 먹었는데 네가 왜 배를 앓느냐고 노발대발 할이도 있겠고 내주머니돈이 아닌데 관계할게 있느냐고 강건너 불구경하듯 할 사람도 많겠지만 그게 다 백성들의 피땀줄인줄 몰라서 하는 수작들인가?
    종합치료: 첫부류의 사람들에게는 백약이 무효하므로 우선 기강확립이 강요되여야 할것이다. 그냥 멋대로 나간다면 강의 물고기가 멸종되고 땅우의 금수가 씨종자를 말릴것이다. 그런즉 육식용가축외에 일체 동물들에게 특수약을 주입하여《미식가》들 에게《1급공포증》을 가지게 하는것이다.
    목전 주요한 문제는《군자파》들의 탐식증이다. 이들에게는 먼저 정신료법이 알맞다. 즉 어떤 경우에든 그리고 얼마를 탐식했든 각자 먹은대로 로임봉투에서 결산하는 방법이다. 많든적든 제돈이 축나면 그렇게 통이크게 탐식하지 못할것이다. 이 료법을 쓰면 입이 비뚤어지고 가슴앓이가 심해지는데 별로 근심할것 없다. 만약 안면이 가렵거나 동정심이 생겨 상징적으로 결산하면 고질병이 수시로 발작하게 되고 결 국 불치증으로 된다.
    제2단계도 역시 정신료법인데 웅담을 제외한 짐승들의 쓸개르 매일 맛보게 한다. 그 쓰디쓴 맛이 혀에 절어들면 산해진미에 습관된 위장이 발칵 뒤집혀 기름진건 질색할것이다. 그외 보조수단으로《금준미주 천인혈, 옥반가효 만성고(金樽美酒 千人 血, 玉盘佳肴万姓膏》를 하루 몇번씩 외우게 한다면 온 나라적으로 먹고입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백성이 7천만도 더 된다는 현실에 화들짝 놀라 자극이 생길것이다.
    병력 2:《완고성부패증》
    이 병은 종합성괴질로서 그 병태가 각양각색이다. 례컨대 탐오수뢰증, 부화타락 증, 매관매직증, 망탕결책증, 관료증, 형식주의증, 라태독직증, 주색잡기증, 인재배 척증, 허풍치기증 등이다.
    부패증은 시진(視診)하여 검사하는것이나 진맥은 어림없고 CT나 렌트겐 같은 현대의설비도 소용없다. 오직 민중의 혜안으로만 보아낼수 있다. 리상학적으로 볼 때 병근을 고찰하면 원래 심통이 어두워서 부패증에 걸린자도 있고 부패증이 먼저 와서 심통이 검어진자도 있다. 이《부패증》은 그 력사가 길고 지금 전지구적인 병페로 되 고있다.
    탐오수뢰증을 먼저 고찰한다.
    림상증세: 병독이 골수나 심장, 뇌수에까지 들어갔으나 겉보기엔 멀쩡하고 100% 정인군자형이여서 판별하기 어렵다. 일단 병독에 감염되면 리념이나 주의 같은건 구중천에 날아가버리고 돈냄새에 현기증이 나한다.《장끼전》에 장끼처럼 머리가 극 히 단순해지면서 후안무치하고 표리부동하다. 보통《탐식증》까지 겸해서 비대증이 심하고 심장기능장애가 있으며 신경과민증이 심하다.
    종합진단:《악성탐오수뢰증》
    이 류의 병자들은 개성기질에 따라 발병주기가 부동하다. 1980년대,1990년대 초기까지 58살좌우의 관리중에서 많이 발병했는데 지금 점차 년소화되여 36살좌우의 사람들한테서도 나타나고있다. 평민백성은 걸리고싶어도 자격미달이여서 못걸리는 특 수병이다.
    종합진단: 어떤 사람은 이 병의 근원을 상품경제시대자체에서 찾고 도덕의 타락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나 주로는 체제에 있고 개인적으로는 선천성, 유전성 등 모종 기질에도 달린 괴질이다.
    해당부문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1997년 상반년에만 해도 현(처)에서 1.820명, 청 (구)급에서 7.812명의 병자가 확진되였는데 중환자만 해도 9.339명이나 된다. 1998 년 이미 확진된 병자가 무려 12만4천명이나 된다고 했다. 격리처리받은 병자가 해마 다 10만명이상이라는 기제도 있다.
    상기한 통계수자는 확진된 병자에 근거한것으로서 아직 잠복기에 있거나 기피하고있는 병자들이 얼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종합자료: 중환자이든 경환자이든 먼저《경가파산탕(傾家破产汤)》을 먹미년 특효가 있다. 말하자면 약이 내장을 말끔히 훑어내고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게 된이상 인생의 허무함을 절감하게 된다는 말이다. 다음 효험이 있는 처방으로서는 선선한 방에 가두어놓고 밥대신《공번삼표》구복액에《초유록표》공복환을 먹이는데 좋다. 그리고 매일 천길막장이나 동기채석장에 보내여 인간고를 겪게 하면서 육체상, 정신상 허탈이 올때까지 혹사시키면서 탐욕의 맛이 어떤줄 뉘우칠수 있다.
    의사의 충고: 병독을 철저히 제거하려면 부패증이 생성되는 온상인 인문환경을 개선하고 법제교육을 가강해야 한다.《완고성부패증》은 에이즈병나 사스보다 더 사 회위해성이 크기에 치료해봤대야 장차 재난을 가져올 환자는 구전에 계신 맑스님한테 맡겨버리면 상책이다.
    병력3:《순발성숭외증》
    《림상증세》:이 병도 정신과에 속하는 사회의난잡증의 하나로서 병자는 외(外) 자에 특별히 민감하여 외적(外敌),외가(外家), 외문( 外文)등 외자가 든 말만 나와 도 황공해하면서 연골중환자처럼 삭신을 흐물거린다. 외국인을 만나면 사등뼈가 대번 에 물렁물렁해지면서 나라존엄이고 민족혼이고 령이 되여버린다.
      《숭외증》은 국민성병태로서 젊은 세대 특히는 젊은 녀자들이 더 잘걸린다. 그들의 눈에는 외국의 달이 고향의 달보다 더 밝고 더 유정해보인다. 하여《고해희》령 감도 돈만 많으면 리상적인 신랑으로 점찍어지고 없는 감정이라도 치약처럼 짜낸다. 이들의 최대소망은 외국국적을 얻어《새 조국》에 영주하는것이다.《숭외증》이 너무 심하면 외국의 마른 소똥도 녹두지짐으로 착각할 정도이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외국제로 무장하고 금발로 물들여야 인격마저 빛나는것처럼 여기는데 파랗고 노란 눈동자를 가지고 태여나지 못한것이 평생 유감이다.
      종합진단: 이 병은 오래동안 봉페되였던 락후한 국토에서 가난한《사회주의》에 미혹되였다가 개혁개방과 더불어 국문이 열리면서 상품경제물결의 충격을 받자《정치동물》로부터《경제동물》로 급전환하는 바람에 생긴 의난잡증이다.
      기실 천당과 지옥이 함께 있는 외국이건만 이네들 마음속에 천당만 그려져있고 일확천금몽만 동글어있다. 이《숭외증》은 특히 우리 중국조선족사회에도 그 충격이 강한바 민족사회를 뿌리채 흔들어놓았다. 이리하여 망향민의 후손들로부터 다시 리향민의 군체로 흘러가지 시작한것이다.
      종합치료: 독은 독으로 쳐야 한다.《의》자에 대한 맹목적 숭배증을 제거하려면 썩은 외지황, 서리맞은 양파, 가짜양삼, 서양오미자, 외국물고기 가루낸것, 외국너삼 등을 적당한 량으로 조합하여 외구제전기밥가마에 달이되 병자가 약냄새에 역겨워 구토할 때까지 내내 달인다.
      그다음《중화표》추풍단,《단군표》 칼시움편을《 기개표》 증류수에 풀어먹인다. 병자가 설사를 하며《그래도 내 나라, 내 고향이 좋다! 좋다!》하고 중얼거리면 병이 좀 돌아서는 추세이다.
      이 류의 병자들에겐 또 몹쓸 흉내증까지 겹쳐있는데《자존, 자강, 자애, 정신훈련 소》에 보내여 그네들이 즐겨 말하는 스테레스를 풀어준다. 일본숭배자일 경우《식민 통치설음단》을 먹이고《악마의 향연》이라는 실화영화를 여러번 감상시키면서 정신 치료를 해야 한다. 후리 선조들이 남긴《망국비운탕》,《배달겨레수난사편》을 정통편처럼 입에 달고있게 하면 효험이 있을것이다.
      이외 서민계층의 사회의난잡증으로는 과소비증, 라태증, 인정랭담증, 력사건망증, 사회공덕결핍증, 사회비리마비증, 황금몽유증 등등 병력이 기록되여있고 처방이 씌여 져있으나 로선생의 우국우민정신이 도를 넘고 현실적이것도 있고해서 혀가 끌끌 차 졌다. 붓의 먹물도 다 마르고 날도 저물어 뒤짐지고 창가에 마주서서 어둠이 마음속까지 스며들었다.
 
                          2004 년 4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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