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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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나무아래에서
2013년 11월 30일 20시 14분  조회:8408  추천:0  작성자: 최균선
                                                    오동나무아래에서
                              
                                                          최 균 선
 
      교문밖 오동나무아래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황들기 시작한 오동잎 하나가 내어깨에 살폿이 내려앉았다. 문득 백락천의 “장한가”에 있는 시구가 시멋없이 떠올랐다. “봄바람에 복숭아 자두꽃 피는 밤 / 가을비에 오동잎 질 때 / 그 녀인을 생각한다네”오동나무라 하면 여지껏 “오동이 무성하면 봉황이 절로 날아드네”라는 말을 기억 하고 있는 정도였는데 황도에서는 너무 흔해서 흥미를 가지고 인터넷에서 두루 검색 해보니 그 자체가 귀한 나무이지만 상징성이 많음을 알고 못내 찬탄하게 되였다.
   체형이 사뭇 우람지고 도고하면서도 지성미를 풍기기에 군계일학의 품위를 과시하는듯도 하다. 그러기에 한 여름이면 크고 넓은 잎으로 짙은 그늘을 지워주어 오가 는 길손들의 더위를 말리기에 적격이다. 이것이 오동나무의 일종의 특색이다. 옛말에 봉황은 남해에서 북해를 향해 날아갈 때 배가 고프면 대나무열매만 먹고 집은 오동나무에만 짓는다고 하였다. 그리고 만리를 나는 동안 쉬고싶을 때는 어떤 경우라도 오동나무가 아니면 앉지않았다는 봉황! 그만큼 오동의 자태는 고결한 령혼과 위용과 고귀한 품위로 미담을 지니고 나무로 살았고 그만큼 귀하게 여기던 나무였다.
    계절에 대한 체감이 약한 오동나무, 그러나 안으로 자제력이 강해보인다. 그렇다고 락엽수 가운데서 뒤늦게 잎이지는 나무도 아니다. 九月이 지나 땅에 지는 오동잎 한장을 주어서 보면 곧 추석이 오는것을 안다고 할 정도라고 한다. 짧고 굵고 멋스 러운 양자, 가장 뒤늦게 왔다가 앞서 서둘러가는 오동잎은 많은 련상을 불러준다.
   오동나무는 현삼과에 속한 락엽교목으로서 조선반도의 경기도이남과 평남에도 분포되였다. 키가 15m에 달하는데 원형 또는 5각형의 잎은 길이가 25㎝ 정도이며 뒷면에 별모양의 갈색털이 있고 잎가장자리는 밋밋하다. 자주색의 꽃은 5~6월 가지 끝에 원추형꽃이 차례로 달리는데 꽃잎과 꽃받침은 각각 5장이다.
    오동류에는 오동나무, 참오동나무, 개오동나무, 꽃개오동나무, 벽오동(碧梧桐) 나무 등이 있는데 조선반도에는 오동나무와 참오동 두 종류가 있다고 하며 일본인들 은 참오동을 일본오동이라고 명명했다. 오동나무와 참오동 사이에는 잡종이 생기기도 한다. 중국, 대만에도 있는데 각기 중국오동나무, 대만오동나무라 부른다. 개오동나 무는 중국이 원산이고 꽃개오동은 아메리카의 원산으로서 꽃잎은 흰빛으로 꽃속에 자갈색무늬에 옅은 주황색점이 있어 아름답고 개오동꽃 보다 더 크다고 한다.  
     무릇 오동나무는 생장이 빠른 편이고 목재는 얇은 판으로 만들어도 갈라지거나 뒤틀리지 않는 장점이 있어서 자고로 거문고, 비파, 가야금 등 현악기를 만들었으며 책장, 경대, 장롱 등의 가구재로 쓰이였다.오동나무로 나막신을 만들면 가볍고 발이 편하고 땀이 차지 않았다고 한다. 열매에서 짠 동유(桐油)는 한방에서 음창,오림, 구충(驱蟲), 두풍(頭風), 종창(腫脹) 등에 쓰인다. 그야말로 보배둥이라 하겠다.
    그래서 오동나무만 봐도 춤을 춘다는 속담까지 만들어졌을가, 오동나무만 보면 오동나무로 만든 거문고나 가야금을 생각하고 춤을 춘다는 뜻으로서 조그만 동기나 몇단계를 거쳐야 련상될만한 어떤 사물을 보고서도 곧 목적의 사물을 본것처럼 미리 좋아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사유방식이나 품성은 심히 경박한 사람의 특질이다.
     어쨋거나 옛날 우리 선조들은 딸을 낳으면 집주위에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 빨리 자라는 나무여서 시집갈때쯤 베여서 가구를 만들어줄수 있었기때문이라고 한다. 이 오동나무가 반듯하게 자라고 무늬도 예쁘며 가공하기도 쉽다. 조선력사에서 “3대 악성(三代乐圣)”으로 칭송되는 우륵이란 사람이 오동나무로 만든 가야금으로 유명했다. 원래 가야국에 있다가 나라가 곧 망할듯싶어 약삭빠르게 신라의 품에 안기여 당시 진흥왕에게서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기록되여있다. 비록 12현금을 만들고 12곡을 지어 가야금이라 이름하여 조선악곡계에서는 기리는 사람이라도 나라를 배반한 수치스러운 력사는 그의 미명에 치명의 오점으로 남을수밖에 없다.
    곁길로 빠진 화제를 본제로 돌려오자. 오동나무를 심어놓고 줄기를 잘랐을 때 잘라진 줄기를 모동(母桐)이라 하고 원줄기에서 새로 돋는 줄기를 자동(子桐)이라 하는데 그러기를 되풀이하면 손동(孫桐)이 나온다. 나무의 질은 손동이 제일 좋다고 한다. 가구나 악기용으로 리용가치를 높이려면 첫가지가 갈라져 나오는 부분이 최대한 높아야 하기에 나무가 얼마간 자랐을 때 좀 잔인하지만 밑둥을 썩둑 베버린다고 한다. 그러면 그 밑동에 딱 한개의 가지가 나와 처음보다 훨씬 높고 곁가지 하나도 없이 훤칠하게 자란다. 이렇게 세번 잘리고 세번 재생하면 리용가치가 높다고 한다
    바로 오동나무의 이런 굴강하게 재생하는 특성이 오동나무의 매력이고 그리하여 이 졸문의 핵으로 심어졌는지 모른다. 생각할수록 기특한 오동나무요 생명현상이다. 오동나무는 생각하며 사는것 같다. 물론 어디까지나 식물이니 사고력이 있을수야 없 지만 베일수록 높게 도고하게 자라나서 더욱 우질나무로 된다는, 여러번의 변이를 거친 오동나무라도 이런 세례를 겪은 오동나무가 더욱 생존능력이 강해져서 억차게도 살아남는다는것은 우러러 경이로운 일이 아닐수 없다.
    내가 황도에서 본 오동나무들은 시련을 겪지 않아서인지 멋대로 자란것이 대부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동나무의 저항력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너무 멋지다. 가시가 촘촘한 줄기를 뻗어 자기를 보호하는 아카시아나무에 대비해서도 더 멋있다. “탄압을 받을수록, 시련을 겪을수록 움츠려들지 않고 더욱 공세적으로 맞받아치는 그 기백이 참으로 돋보이지 않는가!” 조선의 오동나무는 단군족의 기백같지 않은가?
    한국의 산림학박사 감홍은의 칼럼《오동나무(2)》에“오동나무를 보게 되면 시각(視覺)은 석양에 젖어있는 아름다운 보랏빛꽃에 취하게 되고 후각(嗅覺)은 그윽한 향기에 취하고 청각(聽覺)은 열두폭 치마폭이 일렁이는 가야금소리에 취하게 된다. 그리운 이를 못잊어 잠못이루고 뒤척이는 밤은 오동잎지는 소리에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이보다 더 감상에 젖게 하는 나무가 어디 또 있을까” 라는 정서적인 구절이 있던데 그 정서는 아기자기한 멋이 있어 좋았다.
    꽃핀오동나무를 바라보면 더구나 아기자기한 정서에 묻히게 된다. 하늘가득 솟아있는 연보랏빛 작은종들이 울리는듯싶고 그 소리가 마음에 울려오는듯싶다. 오동꽃들이 내는 소리는 마음으로 들어야 할것이다. 다만 가슴에 넘칠듯 가득차는 서정을 동그랗게 동그리며 꽃핀 오동나무아래에서 발길을 떼지 못한다.
    그러나 나로서는 오동나무의 생존력과 굴강한 속성에 매료되여 머리가 숙여지고 그저 나무로서만 대하게 되지 않는다. 흔히 사철푸른 소나무로 굳은 절개를 상징하고 대나무로 올곧은 지조를 비유하지만 오동도 송죽의 절개에 비해 손색이 가지않는 상징성이 짙은 나무요 수백천종의 수종들속에서 생존의 강자라고 할수 있으리라. 오동의 정신을 기리며 오동처럼 굴강한 기개로 오늘을 살아가리라.
 
                               2010년 9월 25일  (황도에서) 2013년 2월 6일 수정 (2013.11기 연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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