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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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산별곡
2015년 05월 21일 12시 16분  조회:6696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고향산별곡
 
   내 태줄을 묻고 잔뼈를 굳혀온 고향산ㅡ 비암산은 타관땅세 살아오는 동안 가끔씩 꿈속에서도 찾아보던 그리움이였다. 이 봄, 비록 금의환향은 아니래도《꼬마작가》들의《왕》이 되여 희희락락 떠들며 오르니 어찌 감개무량하지 않으랴.
  4월의 동화가 아기자기하게 엮어지는 산경은 정겹기만하다. 동장군이 태쳐놓은 어수선한 자리에 봄아씨가 따스한 입김으로 진달래꽃 수집은 꿈을 터뜨려놓고 아지랑 이를 불러내느라 이 산 저 산에서 너울거린다.
《선생님, 빨리요!》
   춘색에 취해 걸음이 떠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종달새처럼 들까부는 아이들, 나는 이 아이들 기분에 신이나 동년을 찾은듯싶었다.
40년 긴긴 세월의 허리에 그리움을 칭칭 감으며 머리속에 웅자로 받들어올린 고향산, 산은 옛산이로되 만단회포속에 새롭게 치솟아오른다. 산은 높이만큼 뿌리도 깊었던가, 세상은 겉으로만 보지 말고 속깊은 소망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침묵으로 가르쳐준 성산, 고향산은 그리서 좋았다. 나무들이 잎을 더디게 피운다고 풀벌레들이 늦게 눈뜬다고 조바심치지도 않았다. 안개가 제 몸을 휘휘 감싸 멋진 모습을 가리워도 불평이 없었고 눈보라 휘몰아쳐 바위를 얼구어도 가슴 깊은곳의 푸른꿈 한번 흐트러뜨린적이 없었다. 고향의 산은 그렇게 천년을 만년을 살았을것이다.
  《야, 진달래꽃불 타번지다.》
   아이들의 환호성에 상념에서 꺠여나 바라보니 고향산을 불태우는 진달래꽃 꽃무늬속에 딩굴던 그제날이 선연히 안겨오는듯싶었다. 진달래꽃 꺾어 꽃집을 짓고 메싹을 캐여 밥을 짓는다며 능금볼 태우던 소꿉동무 성여랑도 이 산을 잊지는 않았을것이다.
  《야호 ㅡ야아ㅡ》하고 웨치고는 메아리에 귀 기울이고 선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또 추억을 말아올린다.
   조롱조롱 쪼르르 물매듭진 아침이슬에 잠뱅이 적시며 숨이 턱에 닿아오르다가도 싱싱한 풀밭에 벌렁 누워서 하늘을 쳐다보면 바다같은 푸름속에서 풍덩 뛰여들어 스 윽스윽 헤염도 쳐보고싶던 그 시절이 산버들가지에 봄물이 오르듯 생생하게 살아난다.
   정겨운 고향의 쪽빛하늘아래로 쏟아지는 추억을 녹이고있는데 산의 묵은 가슴을 어루쓰다듬듯 산바람이 어서 산정에 오르라 옷자락을 잡아끈다.
  《선생님, 이슬!아직도 이슬이 반짝이여요…》
   깜찍한 계집애가 구슬이라도 주은듯 나무이파리에 맺힌 이슬을 보고 감탄한다.
  《오, 간밤 아기별이 흘린 눈물이겠는데 해님은 왜 훔쳐주지 않았을가?》
  《나무잎이 입을 꼭 물고있어 못본거죠. 아니, 살짝 건드렸더니 꼴깍 삼켜버렸 네.》
  《그게 바로 시로구나. 》
   뒤따라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에 늦잠에서 깬 산새들이 놀라서 포르르 날아가버린다.
   저쪽에서 어느새 아름차게 진달래꽃을 안은 한 소녀가 방실거리며 뛰여온다. 꽃다발이 그대로 안겨오는듯 현란하다.
  《꽃속에 묻힌 너도 그대로 꽃이구나. 넌 그걸 시로 쓰렴.》
  《야, 난 꽃의 시를 찾았다.》
   날듯이 기뻐하는 그 모습에 사내애들은 시샘이난듯 오구구 산벼랑에 치달아오른다. 구름이라도 잡을듯 한껏 두팔을 뻗치고 아찔한 벼랑가에서 짜릿한 자극을 맛보는 그애들, 그것은 푸른 하늘에 훨훨 날아오르고싶어 퍼덕이는 날개가 아니겠는가,
   저저마다 가슴속에 서정을 잡아 머리에 봄날의 산수화 옮겨가는 애들의 불타는 모습이 너무나 대견스러워 내 마음도 오래도록 설레임을 멈출줄 몰랐다.
 
                                   2001년 1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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