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走馬觀花 미국여행4-뉴욕 (최우길)
2007년 09월 27일 03시 44분  조회:2641  추천:129  작성자: 최우길

走馬觀花 미국여행4-뉴욕

최우길


1. 2주간의 미국 여행을 정리한다. 2주째 마지막 뉴욕에서의 이야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늘 이렇게 마무리가 시원치 않다. 이제 여름을 끝내고 가을을 맞으려 한다. 이 글을 쓰고 나면 그렇게 할 수 있으리라. 8월17일 교토로 돌아온 후 더위와 싸운다는 핑게로 빈둥빈둥 놀면서 지냈다. 이곳이 덥기는 덥다. 35도는 보통이다. 일본 프로야구,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보면서 지냈다. 한국대학은 이미 개학을 했는데, 일본대학은 9월말이 되어야 시작이다. 아직 방학기분이다. 9월부터는 내년에 만날 우리 학생들을 생각하며 책 읽고 글도 써야겠다고 다짐한다.

2. 워싱턴 디씨가 세계정치의 중심이라면, 뉴욕은 세계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특히 맨하탄이 그렇다. 사진으로 보던 자유의 여신상에 가 사진도 찍고 그 옆 섬에 있는 이민사박물관에 가 미국사람과 정신의 기원을 느껴보기도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올라가 뉴욕을 내려다 본다. 센트럴 파크, 타임 스퀘어, 뉴요커 호텔 등도 방문하였다. 지하철을 타기도 하고 흑인거리인 할렘가를 거닐기도 한다. 컬럼비아대학은 할렘가 근처에 있다. 뉴욕양키즈 스타디엄에 내려 양키즈팀 기념품도 산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를 거닌다. <맘마미아> 등 요즘 잘 나간다는 뮤지컬 하나 볼까 했으나, 실행은 하지 못한다. 우리 아이들이 아직 그 수준은 아니다. 32번가 한인가 4거리 우리은행 앞에서 사람을 기다리기도 하고, 한국서점에 가 한글책을 뒤적이다가, 한식당 금강산에서 비싼 삼겹살을 먹는다. 센트럴 파크 잔디에 한가로이 누워 주위 마천루를 바라보다가, 자전거를 빌려 공원 안을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메트로폴리턴 박물관에 가 참 많이도 수집해 놓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실은 왜 그리 작은지, 수집품은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품이 없는지 생각한다. 세계인을 자처하지만, 어딜 가나 출신은 어쩔 수 없음. 맨하턴에서 사흘정도 머물면서 사람들이 왜 미국으로 오는지, 그리고 뉴욕으로 오는지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내가 조금만 젊다면 뉴욕에서 살아보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별난 세상 사람들이, 잘 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맨 주먹으로 일어서려는 사람들이, 다 모이는 곳이 아닌가...

3. 뉴욕에는 여행서비스를 하는 박진수 씨가 있습니다. 박선생은 젊은 시절(지금도 젊었지요) 덴마크에서 수년간 생활하다가 200년대초 미국 뉴욕으로 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2남2녀를 두고 잘 살고 있습니다. 우리 두 아들과 함께 그 집 아파트에서 하루 신세 졌습니다. 그 집은 뉴욕 외곽인 플러싱지역에 있습니다. 이 지역은 한인가와 중국인 타운 등이 있는 곳입니다. 뉴욕지역 한인이 20여 만(?) 된다고 하지요. 제가 연구하는 조선족 출신도 뉴욕인근에만 1만명이 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과연 플러싱에는 한인들을 위한 대형마켓, 한국 빵집(신라인가 백제인가...), 한글 간판은 수도 없고, 한인교회도 드문드문 보입니다. 좀 오래 머물면 이 곳에서 한인들이랑 조선족(중국출신 코리언)들이 어떻게 어울려 지내는지 보고 싶습니다만... 박선생 덕분에 뉴욕 잘 구경합니다. 2박3일동안 아침에 우리를 맨하탄에 내려놓고, 저녁에는 시간에 맞추어 우리를 픽업하고 하였습니다.

4. 뉴욕에는 제 조카가 있습니다. 작은 누나의 큰 딸인 현주입니다. 위스컨신대학에서 학부를 마치고, 가을부터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디자인학교(대단히 유명하다는 데 이름을 잊었음)에 다니게 됩니다. 하루 저녁 만나 한식당 금강산에서 식사하고, 타임스퀘어에서 데이트하였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허드슨강 건너 뉴저지에 있는 아파트에 가 보는 것인데 그랬습니다. 맨하탄에서 지하철로 한 20분도 안 걸린다는데... 뉴욕, 그리고 미국에서의 마지막 저녁이라 쇼핑도 해야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동생들, 일본 사촌들,  친구들 선물도 사야 한답니다. 해 진 후의 타임 스퀘어는 그야말로 자본주의 문명 그 자체라 할 만 하더군요. 네온사인..쇼핑센터, 세계에서 제일 좋은 것, 시원치 않은 것, 비싼 것, 싼 것... 다 있습니다. 뮤지컬의 거리 브로드웨이도 만나지요.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가 그 곳 종업원과 잠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저는 처음에 메니저인지 알았습니다만, 그저 종업원이라는군요. 뱅글라데시인인지 스리랑카인인지 입니다. 어디서 왔냐고 하길래,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동생이 한국에 가 수 년 고생하였다. 공장에서 수개월 임금을 받지 못하였다. 참 못 돼 먹었다. 미국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불법체류자라고 해도 사용자가 임금을 주지 않으면 경찰이 와서 잡아간다>. 그저 <미안하다...>고 몇 번인가 사죄하였습니다. 사실 미안하기도 하지요.

5. 미국을 여행하면서 미국 일본 한국을 비교하게 됩니다. 미국은 그야말로 풍부한 나라입니다. 열심히 일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입니다. 한 가지 기술로 열심히 하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과 실력, 노력을 높이 사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너무 풍부하게 살아서 썩어가는 것은 아닌가 합니다. 컬럼비아대학을 방문한 후, 아들에게 <뉴욕에서 공부해 보고 싶지 않은가>고 물으니, <뉴욕은 쓰레기 냄새가 너무 난다>고 합니다. 뉴욕은 자본주의 문명의 최고 뛰어난 모습, 가장 추한 모습이 다 있는 곳이 아닌가 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또는 자본주의도 자정(自淨, 스스로 걸르는 능력) 능력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너무 풍부하게 먹어 대부분 너무 살이 쪘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쓰레기도 분리수거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일본은 분리수거에 철저하지요). 미국은 절제하지 않는, 지나친 소비사회입니다. 일본은 이에 비해 집단사회이고, 구성원들에게 절제를 가르칩니다. 사실 어떤 점에서 일본에서는 절제하지 않으면 살기 어렵습니다. 미국과는 대조적입니다. (이 점은 좀더 관찰하고 비교해 봐야겠습니다만). 그래서 우리 삶의 미래가 미국식이어야 할까, 일본식이어야 할까... 이런 어리석은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좀 어렵지만 일본식으로 살아야 좀더 많은 사람이 풍족하게 사는 것은 아닐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짧은 경험과 식견으로 문명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미국과 일본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앞으로 좀더 연구하고 생각해 봐야 하겠습니다. 이주일간의 미국여행.. 많은 것 보고 느끼고, 많은 사람 만나서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읽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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