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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을 광열과 바꾸지 말라
2009년 05월 16일 12시 28분  조회:1853  추천:0  작성자: 방룡남

변혁의 모진 진통속에서도 더욱 아름다운 래일을 믿고 웃음짓는 고향의 모습, 그 속에서 내 고향의 정다운 얼굴들이 자유를 본다. 얼마나 갈 망하던 자유더냐.

강변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4층 과학기술관청사의 창문들에서는 밤늦게까지 탐구의 불빛이 내리덮은 밤장막을 헤가르며 오늘과 래일을 이어주려는듯 꺼질줄 모르고 흘러나온다.그 길건너 맞은편에 외형은 수수하나 실내를 화려하게 장식한 어느 한 직장의 무도청에서는 경쾌한 음악소리가 어둠을 실어 저 멀리로 떠나보내는듯 그칠줄 모르고 흘러나온다.

실로 변혁되고 약하는 오늘의 시대를 온몸 뿌듯이 감촉하게 하는 시대의 축도앞에 선듯한 심정이였다.

그런데 어느 한 기회의 <<집돌이>>(취재)에서 나는 감각과 시각과 청각의 차이가 그렇게 엄청난것으로 하여 놀라움과 서운함을 금치 못했다.
무도청에 들어서니 그 아름답고 경쾌한 음악속에 과학기술관청사를 비방하는 추잡한 잡음이 은은히 동반되여 흐르고있었다.
<<책벌레들이 들어찬 벌레통>>--더 달리 부를수 없을 정도로 형상적인 개괄을 했다고 손벽치는 맞장구소리도 장단마냥 음악의 선률에 어울려 귀가에 들려왔다.
그럼에도 어쩐지 그들의 건방진 언사에 대한 반감과 근면하고 이악스러운 <<책벌레>>들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면서도 <<생활을 모르는 책벌레>>들이 가련하고 측은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휴식할줄 모르는 사람은 사업할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레닌도 말한바 있지 않는가, 참 그렇다. 그 머리 하나가 모든것을 다 생각하고 감당해야 할터인데 일년 사시절, 아니 인생의 황혼이 물드는 그때까지 오직 <<골방>>에만 들어박혀있는다면 단순한 생각에도 어쩐지 그것은 기계를 기름도 주지 않고 쉬우지도 않고 내내 돌리는것과 같은 졸렬한 방법인줄로 여겨졌다.
그런데 과학기술관청사에 들어서니 역시 <<무도청>>을 조소하는 용속한 잡빛이 조용한 불빛에 섞여 흐르고있었다.
<<네 배야, 내 배야, 도시의 쓰레기들이 안고도는 쓰레기통>>--뒤따른 손벽과 폭소가 조용하던 집안을 무닐듯한다.
물론 그것은 오늘에 래일을 이어 허송세월하고 가정의 불화를 초래하고 사회의 도덕적질서를 어지럽히는 허무하고 맹랑한 <<무도쟁이>>들로부터 결론한 과잉반응이다.
흙을 담은 가마니는 홍수를 막을수 있어도 텅빈 가마니는 개울물에도 밀려간다. 이건 누구의 명언이던가. 명언이 아니고 나의 말이지만 그래도 낮이나 밤이나 앉으나 서나 일하나 휴식하나 그냥 온 뇌리에 <<무도>>장면만을 그려넣는 인간에게는 명언못지 않은 좌우명이 되리라. 밤일을 한다며 시어머니와 남편을 속이고 아이까지 팽개치고 매일매일 새날이 되도록 무도장에 붙박혀있는 며느리, 안해, 한 녀인의 미모에 매혹되여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한달에 백여원돈을 밀어넣는다는 <<애정적인 사나이>>, 실로 이러루한 무도장견문이야 수두룩하다.
인성의 고갈, 개성의 억압, 자유의 박탈에서 해방된 인간들이 자유를 편식하고 과식하고있는것 같다. 물론 사회에 보다 밝고 민주적이고 활발한 자유가 주어질 때 그만큼 인간의 창조적 힘은 커지는것이고 사회의 성장도 급속할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떤 질서속에서 이룩되는 자유여야 하지 아무런 약속력도 없고 아무런 제동장치도 없는 무절제한 <<절대적자유>>라면 오히려 사회건강에 해로울것이고 개체인생의 비극의 씨앗이 될수도 있을것이다. 오직 성장하고 발전하려는 상승적경쟁력을 가지고있는 사람만이 자유는 무한한 지혜의 원동력으로 될수 있다.
과식은 불식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옛날에 한 훈장이 아이들한테 너무도 혹독하게 굴어 아이들의 원한을 사게 되였다. 아이들은 한번 훈장을 혼내우리라 별렀다. 동지팥죽을 먹게 되자 급장이 훈장을 집에다가 모셨다. 그런데 금방 밖에 나서자 또 한 어린이가 자기 집에 훈장을 청했다. 너도나도 청하자 훈장은 인젠 배가 불러 먹을수 없다고 사절했다. 그러자 아이들은 왜 그 애들의 낯만 봐주고 자기들의 성의는 짓밟는가고 항의했다. 훈장은 할수 없이 한집에서 한술씩이래도 뜨는 시늉을 하지 않으면 안되였다. 맨 마지막 집을 나서면서 훈장은 올챙이배처럼 탱탱 불어난 배를 붙안고 걸음도 걷지 못했다. 훈장은 하늘을 바라고 <<아, 과식은 불식보다 못하도다>>하고 개탄했다고 한다.
자유를 편식하거나 과식하는 인간들, 사회의 성장과 개체의 발전과는 무관하거나 지어는 해로운 <<자유>>를 선택없이 따먹는 인간들은 질탕한 방종속에서 마음이 썩어가고있다. 하나의 군체로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질서속에서 선택된 자유가 있을 뿐 무절제한 절대적인 자유란 있을수 없다. 혹자가 그런 자유를 얻었다면 그는 틀림없이 금과를 따먹은것이다.
과학의 고봉으로 높이 톺아오르는 용감한 <<책벌레>>들이 무도회나 기타 오락활동을 에네르기를 보충하는 수단으로 삼는다면 얼마나 총명한 방법일가.
그리고 무도장에 다니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무도를 목적성없는 쾌락이나 이성에 대한 <<탐닉>>으로만 생각지 말고 진정 사회교제를 넓히고 하루로동의 피로를 푸는 수단으로 삼고 또 래일의 진보를 예언적으로 축원하는 모임으로 되게 한다면 그거야말로 미래에 대한 동경과 리상이 동반되고 생활의 정취가 짙게 깔린 자유의 락원이 아니겠는가.
자유의 락원으로 가자. 허나 랑만을 광열과 바꾸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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