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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취능력과 선광능력
2009년 05월 16일 12시 58분  조회:1507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인간은 흔히 어떤 사실, 사물, 사태, 사정, 사상, 사유, 사람 내지 사회에 대해 선입견으로 긍정 또는 부정해버리는 오유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무턱대고 자기를 개여올리는 아첨쟁이를 충신으로 잘못 믿었다가 발밑이 와그르르 허물어져버리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진리를 위하여 그릇된것을 지적해주는 충신을 야심가로 잘못 진단하고 여지없이 꼭두눌러버리는 인간도 있다.
어떤 기업인들은 나라의 경제진흥을 자기들이 짊어지고 있다면서 선비님들을 기생충은 아니래도 식객은 틀림없다고 비웃는다. 그런가하면 일부 인테리들은 보다 발전한 문명은 그래도 자기들이 창조하는것이고 경제인이란 사실 인간본능의 한 욕구를 위해 발버둥치는 저급차원의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고 풍자한다.
어떤이들은 소위 절대적진리를 사회현실 내지 구체생활적으로 강요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개성과 인간성을 묵살해버리는가 하면 또 어떤이들은 이른바 절대적자유 혹은 인간성을 부르짖다 못해 퇴페적이고 부진한 허무주의인생관에 삶을 절이면서 무병신음에 령혼을 썩여간다.
서방문화는 자본주의문화이기에 부패하고 썩어빠진것으로서 배격해버려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지금껏 절대적방어관념을 앞세우고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것은 인류문명발전의 고차원을 상징하는 우수한 문화이기에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맹목적인 숭배에 자신을 잃어가는 사람도 있다.
극단성이 빚어내는 악과이다. 절대적인 긍정과 부정, 옳다와 그르다, 배척과 수용, 진압과 범람, 찬양과 비판은 흔히 주관적인 선입관으로 열가지 특성에서 한가지 특성을 잡아 그 열가지를 일색화해버리는 과오를 범하게 하는것이다.
어떤 사물, 사상, 사유, 사람에 대해 우선 넓은 수용력과 관용의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다음 가져야 하는것이 진가를 가르는 선광능력이다. 그것은 어떤 사물, 사상, 사유, 사람이든 과연 절대적으로 긍정할수 있다든지 아니면 그 반대로 절대적으로 부정할수 있다는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수 없기때문이다.
광물을 캐내는데는 우선 채취능력이 필요하다. 물론 선택하여 채취해낸 광물이라도 그 자체가 최종가치를 가질수 없다. 그래서 요청되는것이 캐여낸 광물중에서 가치가 적거나 없는것들을 골라내는 선광능력이다. 그러나 우선 채취이고 그다음이 선광이다. 광산에서 직접 철을 뽑아낼수는 없다. 그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달라는격이다. 우선 채취해낸 다음 다시 선광작업을 거쳐 용광로에서 제련해내야 하는것이다.
또 달리 비할것 같으면 우리가 수확하려는것은 통통 영근 벼이삭이지만 그렇다고 아예 논밭에서 쭉정이나 피를 골라내며 가을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선 그런대로 와락와락 거둬들여야 한다. 그다음 마침내 낟알을 털어서 바람에 날려 영근 낟알과 쭉정이나 피따위를 가려내야 하는것이다.
문화수용도 이와 다를수 없다. 우선 관용의 자세로 모든 문화유산, 문화적재부들을 욕심스레 거두어들여야 한다. 그다음 우리의 제도적장치 즉 선광력에 의해 알맹이와 쭉정이를 쭉 갈라놓아야 하는것이다.
사실 인류문화의 본질적인 창조력이 민중이라고 확인하고보면 원래 문화는 그 무엇보다도 훨씬 쉽게 제도적장벽과 국경을 뛰여넘을수 있는것이다. 특히 대중문화의 경우 역시 문화적토양의 현격한 차이도 있겠지만 그러나 그보다 먼저 백성들에게는 벌써 훨씬 동질적인 삶의 광장이 마련되여있기때문에 짙은 공감대가 이루어져있는것이다.
그런데다 지금 또 세계가 제도적차이와 리념적차이가 있음에도 한걸음 시장경제질서로 규범화되고있으니 동질성보다 이질성이 더 커질수 있을가.
<<구데기 무서워 장못담글가>>하는 유명짜한 우리 민족의 속담이 있다. 신사차림하듯이 멋진 수식어로만 사용하는 겉치레에서 벗어나 심각한 인생철리로 다시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장맛을 보려면 여하튼 장을 담그어야 한다. 장에 잠재한, 구데기 낄수 있는 균을 어떻게 왁찐하는가 하는것은 그다음으로 요청되는 일이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후 우리는 문화적으로 훨씬 성숙되였고 문을 닫아걸었을 때보다는 오히려 면역력이 뚜렷이 강해졌다. 문을 열어놓았기때문에 파리가 날아들어와 리질에 걸렸다고 아우성치는 자를 대신해 우리가 다시 문을 닫아걸수는 없다. 모든것이 격리된 공간에서는 성숙이요, 면역력이요 하는것을 운운조차 할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열고닫는것이 문이고보면 우리는 신을 신고 발바닥긁는 격으로 객관적법칙 혹은 사물의 기능을 어기고서는 정상적인 생활, 정상적인 성장을 꾀할수가 없는것이다.
절대적인 방어관념에 지나친 과민증을 앓으면서 닫아건 방안에 들어박혀 밖의 공기와 접촉하기를 두려워하는자는 적어도 자기 능력을 부정하는자, 풀어말하면 진가를 가려내는 선광능렬을 잃은자거나 병균을 이겨낼수 없는 면역력결핍자일수밖에 없는것이다. 이런 사람은 문화수용자세가 문제이기전에 벌써 그 자신의 문화적토대와 삶의 자세가 문제인것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한테 우수한 선과능력과 튼튼한 면역력이 있는한 그리고 우리 사회에 문화발전을 담보할수 있는 믿음직한 제도적장치가 마련되여 있는한 우리는 대담하게 문을 활짝 열어 신선한 공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선광능려이 없는자, 면역력이 약한자는 그 자신이 벌써 적자생존, 우승렬패의 법칙에 의해 도태될 인간이며 사실 문을 닫아걸어도 조만간에 병들어 시들어버릴 인간임에 틀림없다.
지나친 방어관념을 앞세우지 말고 우리의 선광능력으로 들어오는 족족 진가를 가르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려야 한다.
아뭏튼 더 많은 광물을 캐낸다면 더 많은 가치를 얻어낼수 있음은 너무도 투명한 리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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