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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럴가, 립춘이 들이닥친줄도 모르고 아직은 뼈를 저미는 추위가 저쪽에 호랑이처럼 도사리고 있으리라 믿어 솜옷밑에 끼여입을 털실옷을 그런대로 옷장속에 대기시키고있는데 일력을 넘기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이쿠, 이게 뭐야, 벌써 2월이라니. 이게 웬 일일까? 작년까지만도 이맘때면 아무리 감각이 무딘 사람이래도 눈에 눈물이 찔끔 나도록 고추추위에 몸을 움츠렸고 푼푼히 쌓인 눈을 치느라고, 눈사람을 만드느라고, 눈덩이를 뿌리느라고 법석대지 않았던가. 또 그 한때만이라도 나무가지에 새하얀 눈꽃이 피고 인공화된 도시의 모습이 하얗고 깨끗한 눈옷속에 감추어진 황홀한 설경이 제법 자연의 아름다움에 심취할수 있도록 석유와 연기와 알콜에 찌든 도시민들을 유혹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그때가 먼 옛날의 기억처럼 훌쩍 멀어져가버린다. 계절의 변화를 다만 하늘에서나 읽을수 있던 우리가 이제 그것마저 박탈당하고마는것인가. 순간 이름못할 긴장과 불안과 위기가 가슴을 쓸쓸하게 엄습한다. 내가 기성된 체험내용과 반응방식에만 안주한탓일가. 혹은 콩크리트화되여가고있는 도시열기에 하늘마저 콩크리트화되여 변화무쌍한 조화의 성미를 잃어버린것일가.
새삼스럽게 신변을 둘러보니 모든것이 서먹서먹하기만 하다. 변화없는 고리타분한 생활절주에 정신마비증환자가 하나둘 늘어만 간다. 자아를 속뽑힌 흐트러진 몸체들이 좌절의 체험과 희망의 체험조차 희미한속에 모두가 한덩어리가 되여 돌아간다. 석유와 연기와 알콜에 찌들고 방종과 허탈과 무위를 삶의 일상성으로 받아들여 도시는 명실공히 소비도시로 전락해간다. 전국에 명성을 떨친 술소비 내지 택시소비, 아침, 점심, 저녁으로 탈바꿈하는 옷소비 내지 미용소비, 한강에 돌던진격으로 투자만 있고 창조나 발전이 없는 무역소비 내지 산업소비, 목적성도 없이 만나니깐 앉고 앉으니깐 마시고 마시니깐 소리한다는식의 거래소비, 그리하여 인생마저 비창조적이고 비생산적인 무위도식으로 하루하루를 소비해간다.
다시금 소름이 오싹 끼치도록 나는 내가 그속에 주체성없이 끼여서 허동대고 있음을 발견하고 전률했다. 언제부터 어떻게 여기에 와 있었을가. 이찌하여 침묵과 도피라는 형태의 죽음을 택하고 여름조차 사계절 온실속에 묶어두는 인공의 섭리에 만족한 웃음을 짓고 무지러져가는 계절의 변화에 감각마저 상실하고만것인가. 억지로 몰락해가는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향수 내지 체험에 도취되였을뿐이라고 자기변명에 몸부림쳐보았으나 지성인으로서는 지나치게 사회의 문화적기여에 린색하였다는 죄의식을 떨쳐버릴수는 없었다. 아, 그래도 <<죄는 미워하되 인간은 미워하지 말라>>. 인격이 돈과 권세에 직결되는 세속속에서 인심조차 세멘트바닥에 눌린 도시민의 곤혹을 신변체험으로 절감하였다. 그런 감각에 나는 내가 아직 살아있음을 자각할수가 있다. 그것이 백약보다는 나으리라.
하늘은 아직 콩크리트로 닫히지 않았다. 다만 구름이 뒤덮혔을 뿐이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가면 의연히 겨울이 오는 자연의 섭리를 우리의 삶의 현장에 이끌어내고 보다 예쁜 삶의 공간을 체득하며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기도 하지만 그 공간을 가꾸며 넓히기란 벌써 희생조차 요청하는 더욱 어렵고 그래서 또 아름다운 창조적인 생산이다.
겨울은 워낙 자기의 신변정리와 한해를 총결산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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