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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질서 그리고 가난
2009년 05월 16일 13시 54분  조회:1719  추천:0  작성자: 방룡남

서한의 선제년간에 발해일대에는 련년으로 재황이 들어 백성들이 굶주림에 허덕이고 도둑이 벌떼처럼 성했다.
발해를 안정시키기 위하여 한선제는 여러 대신들을 보고 현능한 신하를 발해태수로 추천하라고 하였다. 여러 대신들은 의론끝에 마침내는 칠십고령에 이른 공수를 발해태수로 천거했다.
선제는 공수가 키가 작고 용모도 볼데가 없는데다가 나이조차 많은것을 보고 저으기 실망하면서 짐짓 공수한테 물었다.
<<그대는 어떻게 발해를 다스리려고 하는고?>>
그러자 공수가 대답했다.
<<발해는 조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지금 년년으로 재황이 들어서 백성들이 가난에 허덕이고 있나이다. 그런데 당지의 관리들은 백성들을 안무하지 못하니 도적이 또한 벌떼처럼 일어나고 있나이다. 임금께서는 저를 보내시여 그 기아민들을 징벌하도록 하시겠나이까? 아니면 안무하도록 하시겠나이까?>>
선제는 공수의 냉철하고 빈틈없는 대답에 근심이 씻은듯이 가셔져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짐이 현능한 사람을 선용함은 바로 그곳 백성들을 안무하기 위해서이노라.>>
그러자 공수가 말했다.
<<그러시다면 저를 그곳에 내려가 일을 보도록 윤허해 주사이다.>>
이리하여 공수는 그 즉시로 발해군으로 내려가게 되였다.
당지 관리들은 새로운 태수가 부임되여 온다는 말을 듣고 많은 군사를 판견하여 연도에서 영접했다. 그러나 공수는 도리여 군사를 모두 돌려보내고는 한편 소속 각 현에 서신을 띄워 도적나포를 맡은 관리들을 죄다 파면시켜버렸다. 그리고 무릇 호미를 들고 밭을 다루는 사람은 모두 량민이니 누구든 그들을 시끄럽게 굴지 못한다고 했다.
발해군내의 백성들은 이 말을 듣자 더없이 위안을 받았고 로략질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모두 병기들을 던지고 뿔뿔이 흩어져 밭을 다루는 농기구를 손에 잡았다.
며칠도 안되여 발해는 평온을 다시 찾았다.
이 력사의 한 대목을 오늘의 삶의 현장에 옮겨놓고 의미매김을 해보면 어떨가?
사실 삶의 현실을 살고있는 우리의 신변체험을 떠올려봐도 모든 병이 감기로부터 시작될수 있듯이 모든 사회병근도 가난에 있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리향의식과 망향의식을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한국나들이에서 많은 물의 내지 비리가 몸에 이가 끼듯이 비일비재한것도 종국적으로는 빈부의 차이, 다시 말하면 가난이 근원이다.
농촌의 황페화상태나 농촌처녀들의 도시진출도 결국은 가난이 원인이다.
몇달씩이나 월급을 받지 못했거나 제도적장치 내지 구제책도 없이 강제이주를 당한 사람들이 어느곳에서 앉아버티기를 하는것도 역시 가난이 도화선이다.
어느 한 현소재지에서는 도둑이 주인이 집을 잠간 비워놓은 틈을 타서 금방 다 된 전기밥가마의 밥을 홀랑 쏟아가고 밥가마는 그대로 놓아두고 가버렸다고 한다. 제발 굶어죽는 사람을 구해주십사 하는것이라고 유머를 조미하는 익살에 어설픈 웃음이나마 지을수 있다.
법과 질서는 불가분리의 사회적장치이다. 질서는 법에 의해 지켜지는 것이지만 또 법에 의해 파괴되는수도 있다. 물론 법 그 자체가 질서를 파괴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법이란것이 사람이 세우고 사람이 지키고 사람이 집행하는것이고보면 누가 그 법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집행하는가에 가부가 결정될수밖에 없다.
다시 상기 력사이야기에서 공수의 안무책을 풀이해보자.
공수의 판단: 재황으로 가난에 허덕이는 발해의 백성을 안무해주는것이 질서파괴의 뿌리를 뽑아버리는것이요, 지방의 안정을 가져오는 근본이다.
발해백성들의 심리수요: 련속적인 자연재해는 원초적인 생활보장마저 흔들리게 한데다가 탐관오리의 수탈은 반역의 심리마저 조장하여 많은 사람들이 도적으로 되게 하였다.
공수의 책략: 백성을 안무하고 반역한자를 관용하고 탐관오리를 처치하여 질서파괴의 근본뿌리를 뽑아버리는것이다.
공수가 발해로 내려가면서 새로운 법을 가지고 간것은 아니다. 다만 법을 권력의 보호산으로 리용하거나 략탈의 악수단으로 전락시킨 지방의 탐관오리를 숙청하고 법을 질서확립의 합리한 수단 내지 제도적 장치로 바로잡은것이다.
백성은 법을 지키는 무리요 권력자는 법을 집행하는 무리이다. 그러니깐 지키는 무리가 지키지 않으면 질서가 파괴되는것도 사실이지만 집행하는 무리가 잘 지키지 않으면 질서가 파괴될것은 당연하고 자칫하면 나라조차 망할수 있는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선한자 지혜로우면 만사람이 덕을 입고 악한자 지혜로우면 만사람이 해를 입는다고 했다. 지키는것과 집행하는것이 결국은 피동과 주동의 관계라고 보면 아무튼 지키는자는 지키면 되지만 집행하는자는 집행에 앞서 벌써 지키기를 잘해야 할것이다.
발해백성들이 련속적인 재황으로 굶주림에 허덕일 때에조차 수탈과 억압을 멈추지 않은 탐관오리들이 법을 지키지 않았으니 어찌 법을 집행할수 있었겠는가! 그야말로 강도가 도적을 잡는격이요 나는 략탈해도 되고 너는 반항해서는 안된다는 강도리론이다.
지키는자는 집행하는자가 지킬 때 그 집행을 거역할수 없다. 지키는자와 집행하는자가 다 같이 지키는 법, 그것이야말로 진짜 사회질서확립, 말하자면 사회군체 모두가 리해관계를 같이 할수 있는 바람직한 질서를 정립하는 만민옹호의 법일것이다.
지키는자와 집행하는자는 순종하는자와 이끄는자임에 다름아니다. 순종하는자는 이끄는자가 현명하지 못하거나 악인이면 한사코 순종하기를 거부하거나 반역조차 꾀할것이다.
겉둥치기로 환자를 진찰하고 약이나 팔아먹는 의사는 명의가 될수 없다. 환자는 두번 다시는 그를 찾지 않을것이다.
물건의 품질과 시세를 모르는 상인은 결코 훌륭한 사업가가 될수 없다. 종당에는 패가망신하는 운명일것이다.
집행하는자, 이끄는자는 지키는자, 순종하는자에게 어차피 혜택을 주어야 하며 그들의 의식주수요, 인격존중수요, 심리적수요, 물질적수요를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
이잡이에 이골이 난 아Q처럼 우리 세대까지도 온 육체를 그대로 이의 온상으로 제공한, 째지게 가난한 력사가 있었다. 가난은 이뿐만 아니라 모든 심리적, 물질적 잡것의 온상이 된다. 이제 우리 후대들은 이란놈이 어떻게 생겨먹은것인지조차 모른다. 그저 간혹 옛날에는 너무도 가난해서 몸에 이가 득실거렸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자기 몸을 살펴보면서 매우 신기해하는 얼굴이다.
그 천진하면서도 밝은 얼굴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의 질서를 설계해낸다. 가난을 력사에만 적어놓고 사회군체 모두가 리해관계를 함께 하는 질서, 그것은 어떻게 가능할가.
다만 <<권력의 세계는 무법의 세계>>라는 특권적인 <<명언>>이 력사에만 기재되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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