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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민족정신의 훈련장
2009년 05월 16일 14시 43분  조회:2301  추천:0  작성자: 방룡남

리태수(소설가 룡정시 문화국 창작실)
방룡남(<<문학과 예술>>지 편집) 
   
   방: 안녕하십니까? 선생님을 오늘 처음 뵙습니다만 선생님의 작품과는 퍽  << 구면>>인데요.
   리: 오시느라 수고 많았겠습니다. 
방: 사무실 형편을 볼라니 선생님들도 얹혀사는것 같군요. 여러모로 불편한 점 많으시겠습니다.
리: 네. 나라살림이 유족하지 못하니깐 할수 없는 일이지요. 청빈하고 선량한것이 우리 나라 선비들의 정신인가 봅니다. 하긴 학자는 산속에서 나고 철인은 목동의 오두막에서 난다고 했으니 청빈이 작가들의 재산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방: 돈의 힘이 날로 강해지는 지금에 선생님은 직업선을 잘못 잡았다는 생각 안드십니까?
리: 아니요. 저는 수두룩한 직업선에서 달려보았습니다. 교원, 군인, 로동자, 농민, 사무원, 과수재배원 등 다양한 사회배역을 맡았더랬습니다. 충분한 체험후에 선택한것이고보면 숙명으로 받아들이는것이 편할것입니다.
방: 아마 그런 풍부한 신변체험과 생활경력이 선생님을 다산 작가로 되게 하신것 같군요.
리: 다재가 무재라는 말 있잖아요? 이것저것 주무르다나니 어느것 하나 신통한것 없습니다.
방: 겸손한 말씀입니다.
리: 사실 제가 다산이 되게 된것은 그런 경력에 앞서 직업의 종합성때문이라 할수 있습니다. 창작실의 첫째가는 임무는 가사나 극본창착이 아닙니까. 소설창작은 저의 개인직업이나 다름없는거죠.
방: 그러니 선생님의 지향하고는 좀 거리감이 있는 직업이 아닙니까.
리: 저는 가사나 극본을 소설하고는 별개의 창작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우선 문학은 모체예술로서 모든 예술의 토대로 됩니다. 문학적기질이나 적어도 높은 문학흠상능력을 갖추지 못한 극작가나 무용안무가는 필연코 멋진 구상을 할수 없습니다. 이에 반하여 소설가는 가사나 극을 알아야 치밀한 묘사, 함축 세련된 대화를 쓸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복잡다단한 생활은 백화점에서 상품마다 진렬위치가 정해진것처럼 가사, 극, 소설 등의 소재로 될 객관성을 창작자에게 <<강요>>하는거지요.
방: 과연 그렇지요. 생활에 대한 깊은 체험이나 리해가 없다면, 그리고 사회 일반에 관계하여 신변적으로 체험하고 깊이 탐구하지 못한다면 무게있고 생활에 핍진한 작품을 창작할수 없지요. 지금까지의 창작상황에 대해 좀 말씀해주십시오.
리: 기자선생의 말대로 다산이다보니 이렇다할 성과작은 없어도 이것저것 <<잡동사니>>는 적잖습니다. 단편소설 40여편, 중편성인소설 3편, 중편아동소설 2편이 있고 단행본은 전광화와 합작한 <<세계동물운동회>>를 1984년도에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하고 <<체포령이 내린 강도>>를 1986년도에 역시 연변인민출판사에서 출판했으며 <<춘삼월>>을 1987년도에 료녕민족출판사에서 출판했습니다. 이외 가사 120여수, 장막극 1편, 대형가극 1편, 씨나리오 1편, 텔레비죤소품 3편, 재담, 만담, 소형극 등이 20여편이 있습니다.
방: 참으로 다산작가이십니다만 그중 적지않은 작품들이 성, 주급의 상을 받았더군요.
리: 성급 2등, 3등, 주급 1등을 한것이 13편이고 전번에 <<진달래>>상을 탄것이 한편입니다.
방: 선생님의 작품, 특히 소설작품들을 살펴보면 선생님은 사실주의 창작방법으로 자신의 창작자세를 굳히신것 같더군요.
리: 보수적이고 봉페적이 아니라는 전제가 붙는다면 그 견해에 동의됩니다. 사실 저는 그 어떤 기성된 틀에 속박되는것을 원하지 않으며 그런대로 창작주장을 말할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수법을 쓰든지간에 인간사회의 희로애락을 쓰면 된다는것입니다. 오직 이것을 쓴다면 수법에서의 종종별별, 형형색색의 창작을 모두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방: 한 사물에 대해 다각적인 풀이가 가능하고 사람들의 심미의식이 보다 활발해지고 사회에 대한 판단과 참여가 훨씬 개성적인 시대이니깐 더욱 그렇겠지요.
리: 그렇습니다. 그러기에 지금 누구도 이설을 누를 결정적인 학설은 내놓지 못하는거지요. 이런때에 자기의 창작자세를 기준하여 다른 사람의 창작자세를 비난하는것은 가장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는 꽃밭에 만발한 뭇꽃중에서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꽃만 남기고 다른 꽃은 죄다 꺾어버리는것과 같은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 세계적절주와의 보조맞춤이라는 미명하에 문화환경, 민족심미특성 및 사유방식의 이질성을 타산함이 없이 형식의 새로움이라는 고립적인 언어장난에 지나치게 재미를 붙이는 경향을 경계하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 작가의 문학선택과 독자의 열독심리 내지 민족의 심미의식의 내재적일치성을 강조하는 말씀이겠지요.
리: 그렇지요. 이런 경향이 우리 문단의 흐름을 형성할 때 저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맹목적인 무절제한 모방은 소극적인 동화에 불과하기때문입니다.
방: 지당한 말씀입니다. 저도 민족의 현실상황을 외면한 문학은 그 진실성과 문학사적가치에서 의문받기가 십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세계는 의연히 여러민족의 독자적인 노력에 의해 축성되여가고있으니깐요. 가령 당대의식이란것이 세계적의식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매개 민족에게 접수 혹은 수용될 때 필연코 민족의식의 조명을 받지 않을수 없는거지요.
리: 바로 그거죠. 그러기에 문학은 민족정신의 훈련장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구경 당대의식이란 무엇이냐 하고 바투 들이대면 나로선 확정한 리론적 정의를 내놓을수 없지만 번쩍 순간적으로 뇌리를 치는것이 당대의식이란 결국 상품의식을 그 기본핵으로 하는것이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느 한 장소에서 당대의식에 대해 제 나름의 토배기식해설을 한적 있습니다. 어느 한 마을에 밭머리샘이 하나 있었는데 50년대에는 사원들이 일밭에 가고오면서 갈한 목을 축이는 자연 그대로의 샘물이다가 60년대에는 논을 적셔주는 관개수로 전변되였다가 80년대에 들어와서는 그것의 진짜 가치가 발견되여 약수로 <<승급>>하였습니다.
방: 그러니깐 하나의 샘이 인간의 의식의 각성에 의해 인간본능을 충족시키는 자연적샘으로부터 생산수단으로서의 관개수로 되고 오늘엔 상품화된 약수로 되였다는거죠. 참으로 원시적 생명의식, 농경의식, 상품의식의 질적비약과정을 아주 생동하게 그렸습니다.
리: 그러므로 당대의식이란것은 결국 인간의 생명의식의 질적비약이라 할수 있지요.
방: 살겠다는 본능형의 생명의식으로부터 잘살겠다는 리상형의 생명의식에로의 비약이라는 말씀이지요.
리: 그렇습니다. 하기에 당대의식을 수립한다는것은 꼭 전통의식이나 민족의식을 부정하는것과 맞물림할수 없는것입니다. 물론 당대의식을 수립하자면 진부한 전통관념이나 보수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의식은 버려야 하지만 결국은 민족의 떳떳한 자태로 세계에 낯을 보여야 하는것만은 틀림없지요. 그것은 당대의식을 수립못하면 세계대오에서 떨어져 멸망할 위험이 있는것도 사실이지만 민족의식을 상실한다면 그날부터 벌써 그 민족은 존재조차 하지 않기때문이죠.
방: 참 지당한 말씀입니다. 그럼 선생님의 창작자세 주장에 대해 좀 더 말씀해주십시오.
리: 아까 이미 말씀드린바이지만 저는 인간사회의 희로애락을 쓰고 인간이 승화와 성장을 꾀한다면 어떤 수법으로 쓰든지 다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자신을 말하면 기본상 사실주의적 창작방법에 몸을 기댔다고 할수 있지요. 지나친 편애때문인지는 몰라도 저는 문학선택은 자유로운것이지만 력사에 남을것은 그래도 사실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오늘까지도 사실주의적창작방법의 피복률이 으뜸이라는 뜻에서뿐만아니라 인간세태와 현실생활에 대한 자세가 퍽 순응적이라는 뜻에서도 그렇지요.
방: 선생님의 귀중한 시간을 많이 가져서 미안합니다만 선생님의 창작경험에 대해 간단히 말씀해주십시오.
리: 별로 경험이라고 할만한것이 없습니다만 한마디로 저는 글을 쉽게 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말은 접수자의 각도에서보다는 창작자의 각도에서 하는 말입니다. 뜻인즉 생활에 익숙하고 인물에 익숙해야 한다는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작가의 성숙을 신변체험소설로부터 순수 객관소설로 넘어가는것이라 하는데 딱 맺힌 주장이 못된다고 봅니다. 아무런 체험도 없이 순수 귀동냥, 눈동냥으로 글을 쓰면 얼마나 쓰겠습니까. 풍부한 체험이 있어야만 생동하고도 세련된 글을 쓸수 있는거지요. 물론 작가적재능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념두에 두고 하는 말이지요.
방: 지금 어떤 창작타산을 가지고 계십니까?
리: 공화국창건 40돐에 헌례하려고 장막극과 텔레비죤극을 무르익히고있습니다. 그리고 <<9.3>>을 전후로 <<조각달 둥근달>> 속편으로 소설 <<둥근달 하현달>>을 쓸 타산입니다.
방: 네. 오늘 보귀한 말씀 많이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선생님의 창작성공을 미리 축원합니다.
리: 고맙습니다. 잡지에 발표한다니 기자선생을 통해 독자들과 선생님들의 조언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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